'루비족'의 통 큰 소비…60~70만원대 재생크림 완판행진
불황이라고 해도 잘팔리는 상품이 있다. 자신의 외모 가꾸기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루비족'(40∼50대 여성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1병에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이 '완판'(매진) 행진을 하는가 하면 수백만원짜리 모피와 명품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662,000원 20000 3.1%)이 지난 15일 내놓은 75만원짜리 줄기세포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 제너츄어 크림(77ml)'은 보름도 안돼 총 4300개가 팔렸다. 출시 직전 백화점과 방문판매 VI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실시한 결과 3500개가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제품은 인체줄기세포 배양액을 그대로 담아 안티에이징 등 재생 기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LG생활건강 오휘 피부과학연구소가 줄기세포 연구분야 최고 권위의 차병원에서 배양액을 독점 공급받아 만들고 있다.
나유정 LG생활건강 CM·기능성마케팅부문 상무는 "장기 불황에 과연 75만원짜리 고가 화장품이 팔릴지 예측이 쉽지 않았지만 제품력에 자신이 있어 제품을 내놨다"며 "당초 출시 첫달 목표는 2500개였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1,252,000원 44000 -3.4%)이 전국 백화점에서 매달 1000개만 한정판매하는 65만원짜리 '설화수 다함설 크림(60ml)'도 지난 5월 출시 이후 6개월째 완판 행진중이다. 이 제품은 최고급 국내산 한방원료를 담은 피부재생 크림이다. 제품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VIP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달초 다함설 크림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CJ오쇼핑 (241,200원 7400 -3.0%)이 지난 13일 선보인 30만원대 캐비아 화장품 세트 '르페르(REPERE)'도 첫 판매 방송에서 2000여세트, 7억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특히 캐비아 추출물 100%로 만든 '로얄 드 캐비아' 크림은 단품 1병 가격이 30만원인 고가 제품이지만 주문 전화가 쏟아졌다.
CJ오쇼핑 관계자는 "70분으로 편성한 방송이었는데 50분만에 준비한 제품이 모두 동 나 판매를 중단했다"며 "자금력 있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자신을 가꾸는데 돈을 아까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백만원짜리 모피와 명품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GS샵이 지난 7월부터 선보인 100만∼200만원대 '진도끌레베' 밍크코트와 밍크모자, 밍크머플러 등은 지금까지 13차례 판매방송에서 1만1000벌이 팔렸다. 매출액은 총 130억원.
현대홈쇼핑에선 에트로의 60만원대 핸드백과 30만원대 스카프가 방송때마다 1000개 이상 팔리고 있다. 이들 제품의 경우 판매방송이 평일 낮 시간인 만큼 80∼90%가 중년여성 고객이라는 분석이다.
▶루비족 이란 신선함(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의 단어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한 용어로 자신을 가꾸는데 열성적인 40∼50대 여성을 말한다. 이들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전통적인 어머니와 달리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