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이 사내 프로그램으로 ‘내면검색’이란 명상 프로그램을 계발해 각광을 받고 있고, 삼성그룹도 직원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명상 도입을 밝히고 활용하고 있다. 사실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에 대한 다국적기업들의 관심과 활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 관리의 방법으로, 삶의 긍정적 자세를 유지하는 문화적 트렌드로, 혹은 창의성 계발과 통찰력 강화를 위한 멘탈관리의 방안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혹자들은 명상을 ‘뇌파조절법’이라고도 얘기한다. 인간의 마음, 의식으로 심신의 변화를 주는 명상이 결국은 자신의 뇌파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과학이 밝혀낸 명상의 효과와 사회적 변화는 어떠할까.
명상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
일단 명상을 하면 우리의 뇌파는 안정된 알파파로 전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뇌 속에서는 세로토닌과 같이 기분 좋고 편안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 기능과 호흡이 안정된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면서 몸의 면역력이 증진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명상을 통해 기억력, 집중력 등의 인지 기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상은 외부로 분산돼 있던 주의력을 내부로 집중시킴으로써 의식이 맑게 깨어나도록 한다. 우리의 의식은 대부분 외부로 향해 있고 그 때문에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내부 신호에 제때 반응하지 못하고, 몸의 신호를 계속 무시하다 보면 인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명상은 외부로 향한 의식을 내부로 돌리는 것, 그럼으로써 과도한 긴장을 풀고 내면의 신호에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을 깨우는 것이다. 아직도 명상이라고 하면 결연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를 닦는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잖다.
그러나 명상은 누구나 체험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감각이다. 청소할 때, 길을 걸을 때, 음식을 만들 때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명상의 순간이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명상에는 정해진 틀이나 규칙이 없다. 순간에 집중하는 감각을 깨우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좋은 명상법이다.
명상을 하면 뇌가 어떻게 변화할까?
최근의 뇌과학은 그동안 개인 수행 차원에서 행해지던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명상을 할 때 우리 뇌는 어떤 상태에 있을까? 명상을 하는 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뇌과학은 명상이 뇌의 활동을 변화시켜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명상의 효과는 다양하다. 명상을 하면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의 기능과 혈당이 안정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또 신체의 일주기성 리듬과 관련된 멜라토닌의 경우, 명상 중 혈중 멜라토닌 수치가 상승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뇌파 연구 결과도 많다. 눈을 감을 때 나타나는 알파파의 활성도가 전두엽 부위에서 가장 크다는 보고가 있으며, 티베트 전통 명상(Nyingmapa and Kagupa)을 1만 시간 넘게 수행한 8명의 티베트 불교 수도승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마파의 크기와 뇌 영역 간 감마파의 동기화가 함께 증가하며 오랫동안 수련을 한 고승일수록 더 높은 크기의 감마파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위스콘신 대학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 연구팀은 1만~1만 5,000시간 동안 명상 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명상을 오래한 사람은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보다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좌측 전전두엽은 행복이나 기쁨, 낙천성, 열정과 관련된 뇌 부위다. 티베트 승려들을 연구한 결과 명상을 하면 행복을 주재하는 좌측 전전두피질이 불행과 고통, 긴장,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주재하는 우측 전전두피질을 완전히 압도해 버린다. 한마디로 명상을 하면 행복한 뇌에 불이 들어오고 불행을 느끼는 뇌의 스위치가 꺼진다는 것이다.
한국 전통 원리 기반한 뇌파진동명상, 국제 저널에 잇따라 게재
국내에서도 명상을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서울대학병원과 한국뇌과학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뇌파진동명상을 통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공동 연구팀은 명상을 규칙적으로 한 그룹이 일반 건강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감소 및 긍정적인 정서 반응, 스트레스 조절력 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 2010년 국제 저명 학술지 <뉴로사이언스레터>에 게재한 바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명상법이 소개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해외 공동 연구도 잇따랐다. 영국 런던대 존 그루질리아 교수 연구팀과 한국뇌과학연구원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한국 고유의 명상법인 ‘뇌파진동명상’이 인도 요가와 마음챙김mindfulness에 비해 우울증 감소와 수면 장애 개선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런던대 남녀 학생 35명을 대상으로 뇌파진동명상, 요가, 마음챙김 명상을 세 그룹으로 나눠 약 5주 동안 10회 실시한 다음 그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각각 다른 명상을 한 세 그룹 모두 스트레스는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우울증 감소와 수면의 질 향상에서는 뇌파진동명상이 요가와 마음챙김에 비해 더 효과적이었다. 특히 뇌파진동명상은 피실험자가 잠자리에 들어 완전히 수면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빨랐다. 비교군으로 선정된 세 가지 명상 프로그램은 모두 신체와 마음, 정신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 방법과 강조점은 각자 달랐다.
존 그루질리아 교수는 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마음챙김과 동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요가, 그리고 정적인 요소와 동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뇌파진동명상 프로그램을 비교 대상군으로 선정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뇌파진동은 우리나라의 전통 육아법인 <단동십훈>에 실린 ‘도리도리’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뇌교육 프로그램으로,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을 통하여 심신을 이완하는 두뇌 건강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바쁜 현대인의 고질병인 우울증과 불면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