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제주 서안 일주 202번 버스.
예전 700번 일주 버스. 같은 번호로 동안, 서안 일주를 동시에 표시하는 게 혼동이 되었던 모양. 700번이 201과 202번으로 나뉘어 201은 동안, 202는 서안 일주로 정해졌다고 한다.
8:40 출발. 거의 모든 마을 정거장에 서면서 서귀포등기소까지 가는 전체 시간 3시간 정도. 일주 요금은 3,300원. 어느 정거장에서 내리건 40분 이내에 다시 승차하면 환승할인 800원. 매 정거장 마다 버스 시간이 표시되는데다 거의 정확하게 20분 간격을 지키는 것 같아 저 버스로 서해안 동해안 일주 편리하게 가능할 듯. 나도 그랬다.
[(8:40)제주버스터미널 출발—곽지해수욕장—해안마을—외돌개—고성리 환승장—(택시) 섭지코지 이동(5,000원)—(유민미술관-섭지코지내)—(택시) 고성리 환승장—111번 공항버스—제주(시외)버스터미널 도착(7:30)
무얼 ‘얻으려’ 어딜 다니는 건 아니다. 어디건 가는 그 자체가 좋다. 어딜 가건 혹은 가게 되건 내게 중요한 건 그 ‘어디’에서 그 ‘어디’와 내가 만나는 느낌이다. 내 눈, 귀, 손, 발, 내 온몸과 호흡,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 전해지지만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디의 분위기와 느낌. 그래서 어디건 좋다. 간혹 특별한 장소가 주는 ‘의미’가 중요할 때는 있다. 그 의미 때문에 가거나 그 의미를 찾아서 ‘어디’를 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의미도 결국 그 ‘어느 곳’과/에서 나의 느낌일 터. 어쨌건 대체로 내게 어디를 간다는 건 결국 그 ‘어디’에서 내가 느끼는 그곳과 내가 교감하는 그 느낌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내가 만나는 어디건 좋고 어떻게건 좋다. 가능하면 내가 가는 그 ‘어디’를 더 천천히 구석구석 만날 수 있으면 더 좋다. 가는 곳이 어디라도 좋고, 설혹 굳이 어디쯤 가겠다 나선 곳에 가지 못해도 즐겁고 좋은 까닭이다. 내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 내 몸이 만나는 그 모든 곳에서 내 온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나만의 느낌이 있는 것이니. (이에 관한 좀 더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건 장소에 대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건 대체로 위치만 알고 갔다. 가서 만나 그곳에서 내가 느끼는 ‘느낌’이 곧 나의 ‘지식’이 되리라 생각했으니. 그랬다, 어제 그 순간까지는.
어제 제주 서안 일주에서 그렇게 ‘만나고’ ‘얻은’ 것들. 1. 곽지해변의 파도소리, 2. 섭지코지 언덕의 바람, 3. 외돌개의 푸르고 푸른 바다. 4. 제주 서안의 평화로운 길. 그리고 5. 유민미술관에서 깨달은 나의 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