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기 전에 속삭인 비밀과
한번도 본 적 없는 생부가 남긴, 막대한 유산이 의미하는 것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피오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발신지는 이탈리아로, 만난 적 없던 생부의 부고 소식과 유산에 관한 전화다. 피오나는 엄마가 죽기 전에 털어놓은 비밀 때문에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건 자신을 키워준 아빠를 배신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애써 그 존재를 외면한다. 하지만 사지 마비 환자인 아빠를 보살피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던 피오나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마주한 생부의 가족은 전 재산과 같은 와이너리를 피오나에게 준다는 유언장이 공개된 이후, 그녀를 더욱 마뜩잖게 생각한다. 특히 이복남매들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그들의 아버지가 피오나의 엄마에게 협박당했다는 증거를 찾으러 떠난다. 살벌한 분위기 속,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으로 남겨진 와이너리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피오나는 30년 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과연 피오나는 그 여름의 토스카나에 묻힌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까?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처나 후회,
이를 위로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성장 소설
저자 줄리안 맥클린은 특유의 유려하고 다정한 문체로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그려낸다. 이 소설 역시 낭만의 도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입체적인 군상으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복잡한 관계성 등 여러 가지 모습을 꾸밈없이 묘사한다.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한 선택에 대한 후회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의 무게를 미련하게 참아내기만 한 피오나처럼 마음의 상처를 숨기는 것은 보이지 않을 뿐, 살을 파고들어 더욱 곪을 것이라고. 혹은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품지도, 내치지도 못한 피오나의 어머니처럼 미련하게 회피한 관계의 말로는 잔인할지도 모른다고. 일순간 맥클린이 전하는 호소력 짙은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공감하거나, 간접적인 경험을 받아들여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했더라면 좋았을걸' 싶은 삶,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유유히 흘러가는 것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이탈리아로 향한 피오나는 과거의 진실에 다다를수록 단단해져 간다. 불운의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된 아빠를 보필해야 한다는 부담, 엄마가 자신에게만 밝힌 무거운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죄책감, 친아빠를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후회를 고스란히 견뎌낸 피오나는 그 복합적인 마음을 어떻게 회복하고, 이 엉킨 마음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깨닫는다. 애써 자신은 괜찮다며 회피해 오던 비틀어진 관계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 피오나는 집으로 돌아가 미처 토스카나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와 아빠의 진심을 듣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토스카나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나 싱그러운 포도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피오나가 된 독자들이 그 여름 향기를 체감할 때,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 시간에 얽매어 있을 것이 아니라 받아들인 후 한 걸음을 새롭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피오나와 함께 30년 전의 이탈리아로 여정을 떠난다면 토스카나의 낭만적이고 벅찬 계절감에 빠질 뿐만 아니라 살면서 저마다 겪게 될 상처와 회한을 보듬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