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차는 어떻게 움직이고 누가 만들까? 미래를 준비하는 수소 기술과 업계에 대한 열한 가지 질문을 모았다
Q.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떻게 움직이나요?
A. 학창 시절 과학실에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전기분해 실험을 해본 적 있나요? 그 실험의 순서를 반대로 뒤집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전해질을 통해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움직입니다. 남은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해 두고 사용합니다.
Q. 그럼 수소는 어떻게 얻나요?
A. 수소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얻습니다. 천연가스나 LPG를 고온·고압으로 분해하는 개질 방식,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전해 방식,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에서 얻는 부생 수소 방식이 그것이죠. 방식에 따라 수소 생산에 드는 비용과 유통 과정도 천차만별입니다.
Q. 차에서 누출된 수소가 터지면 어쩌죠?
A.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넥쏘 수소탱크의 경우 수소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내피에 폴리아미드 라이너를, 외피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했습니다. 측면과 후방 충돌 테스트도 충분히 버텨냈을뿐더러, 700bar의 압력으로 수소를 채운 뒤 총알을 관통시켰을 때도 수소에는 불이 붙지 않고 관통된 구멍을 통해 날아갔습니다. 수소폭탄처럼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분도 있죠.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1억℃의 온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굉장히 위험한 무기예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가 사용하는 수소는 분자구조부터 다른 순수한 수소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됩니다.
Q. 저희 동네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아직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충전소는 폭발로부터 안전한가요?
A. 수소충전소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수소가스 검지기와 불꽃 검지기 등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수소가 이동하는 경로에서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즉시 경로를 차단하고, 누출되는 수소는 금방 날아갈 수 있도록 충전소 건물의 위쪽 방향으로 통로를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또한 가스기능사 시험과 수소 관련 안전관리 교육을 거친 인원만 수소 충전기를 다룰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Q. 지금까지 출시된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떤 모델이 있나요?
A. 2013년에 현대차가 ‘투싼ix 퓨얼 셀’을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토요타와 혼다가 각각 미라이와 클래리티를 출시했죠. 2018년부터는 현대 넥쏘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의 국내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BMW는 2022년에 토요타와 함께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인 ‘i 하이드로젠 넥스트’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상용 대형 트럭 부문에서도 현대차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지난 7월 6일 대형 수소 트럭인 ‘엑시언트 Fuel Cell’ 10대를 생산해 스위스로 수출했어요.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하고, 2025년까지 총 1600대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Q. 전기차는 배터리 재료인 코발트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수소연료전지차도 같은 이유로 가격이 비싼가요?
A. 수소연료전지차의 심장인 연료전지에는 탄소 위에 백금을 씌워 만든 촉매가 사용되는데, 백금은 지구에 매장된 양이 매우 적은 희귀 금속입니다. 다른 어떤 물질보다도 수소와 산소에 반응하는 활성도가 뛰어나 연료전지의 필수 재료로 쓰이고 있어요. 이 백금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상 수소연료전지차 가격도 쉽게 낮아질 수 없습니다. 이에 국내외 연구진은 백금을 대체할 새로운 촉매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Q. 서울에 살면서도 수소충전소를 지나쳐본 기억이 없어요. 충전이 힘들진 않나요?
A. 현재 수소충전소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총 36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반면 2020년 6월 말 기준 국내 수소연료전지차 등록 대수는 약 7700대나 되죠. 판매량에 비하면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최근 충전소 운영이 중단된 지역이 많아지면서 불편함은 더 커지고 있어요.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충전 시간이 수소 1kg당 약 1분으로 6.33kg 용량의 넥쏘 수소탱크는 5분 정도면 충전이 끝납니다. 전기차의 급속충전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 수소연료전지차만큼의 충전 속도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벤츠와 아우디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했었지만, 지금은 손을 뗐다고 들었습니다.
A. 벤츠는 1994년 첫 연료전지차를 공개한 이후 A 클래스 F-Cell과 B 클래스 F-Cell, GLC F-Cell을 공개하며 수소연료전지차 시대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자금 문제로 미래를 위한 자동차보다는 당장 판매할 수 있는 자동차에 집중하고자 지난 4월 수소연료전지 승용차 양산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죠. 아우디 역시 2018년 현대차와 승용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협력을 맺었지만, 지난 5월 돌연 수소연료전지차 출시를 중단하고 수소탱크와 모듈, 수소 생산에 집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우디의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게이트 이후 순수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Q. 현대와 벤츠, 니콜라 등 수소연료전지 트럭 개발이 활발해진 것 같습니다. 전기 트럭보다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유리한가요?
A. 상용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차가 곧 생계 수단입니다.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갈수록, 먼 거리를 더 빠른 시간 안에 이동할수록 이득이죠. 전기 트럭이라면 운행 도중 배터리가 부족해질 경우 충전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반면 수소 트럭은 단 몇 분 만에 수소탱크를 가득 채우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어요. 게다가 전기 트럭은 부피가 큰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데,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캡 트럭의 경우 구조적으로 배터리 장착이 어렵습니다. 반면 수소탱크는 이보다 부피가 훨씬 작아 공간적인 제약을 덜 받습니다.
Q. 요즘 니콜라(Nikola)에 대한 여론이 뜨겁습니다. 믿을 수 있는 회사인가요?
A. 아직은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공식적으로 출시된 모델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지난 9월, 미국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는 사기 업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수소 생산 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의혹이 시작됐죠. 이에 미국 법무부도 조사에 나서며 CEO인 트레버 밀턴이 사임했을 만큼 파급력도 강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놓인 니콜라에 여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유 중 하나는 테슬라의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역시 전기 스포츠카인 로드스터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로드스터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후 모델 S와 X, 3, Y까지 연달아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가 됐죠. 또 GM의 투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기술제휴 협상의 마감 기한을 연장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최근 니콜라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또 가짜 회사라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미국 공장 준공과 프로토타입 제작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Q. 트럭이나 승용차 말고, 시원시원한 수소 슈퍼카는 없나요?
A. 지난 8월 12일, 미국의 수소연료전지차 제조업체인 하이페리온이 첫 슈퍼카 ‘XP-1’을 공개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2초 만에 도달하는 XP-1은 주행거리도 무려 약 1610km에 이른다고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슈퍼 커패시터를 적용해 온도에 대한 영향을 전기차보다 덜 받으며, 도어 뒤에는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태양열 전지판이 장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