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화요일 오후 7:51:27
대구지하철 대형 참사는 역무원 안전의식 부재와 초기대응 미비로인한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높다.
이번 참사는 화재가 옮겨 붙을 것을 염려한 지하철 종합사령실이 너무 빨리 단전조치를 한 데다 칠흙같이 어두워진 차내에서 문도 열지못한 승객들이 소화기를 꺼내지도 못한 채 유독가스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바람에 집단 질식사를 불렀다.
전동차 실내 의자와 장판 천장판 광고판 등은 쉽게 불이 붙을 뿐만아니라 유독가스를 품어낸다.
전동차 실내 장판과 천장판은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바닥은 염화비닐, 의자는 폴리우레탄폼, 기타 부품은 폴리에틸렌폼으로 구성돼있다. 첫 화재가 발생한 1079호 전동차에다 반대 차선으로 진입하던1080호 전동차마저 불타는 바람에 참사는 더욱 커졌다.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은 "대형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고, 반대차선으로 들어오는 전동차 진입을 막지 않았다"고 밝혔다.
1079호 전동차가 18일 오전 9시 52분 중앙로역에 도착한 뒤 방화범이불을 냈는데도 종합사령실은 맞은편 전동차를 막는 조치를 곧바로 취하지 않았다. 1080호 전동차는 오전 9시 56분 화재 사실조차 모른 채중앙로역에 진입해 참변을 당했다.
종합사령실은 9시 57분에 단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단전 조치를하지 않으면 전기를 통해 케이블로 불이 옮겨 붙기 때문이라는 것이단전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단전에 의해 암흑천지가 된 지하에서는 승객들이 출구를 제대로 찾아 나오지 못한 원인이 됐다.
종합사령실은 "아마 비상등이 켜져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시전기를 끊으면 유도등이 30~40분 정도 발현하기 때문에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전으로 전동차 문이 열리지 않았고 승객들은 전동차 문을수동으로 열지 못해 허둥대다 그대로 유독가스를 들이마셨다.
차량에서 뛰쳐나온 승객들도 정신도 혼미해지고 흥분된 상태에서 자기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지하철은 모두 계단으로 이뤄졌는데 한 사람이 넘어지면 계속 넘어진다. 사고발생 시각은 직장인 출근시간을지난 오전 9시 55분이어서 부녀자와 노인층 이용객이 많았다. 이로인해 인명피해는 더욱 커졌다.
사고 현장에서는 화재를 진압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김순렬 전주소방안전협회 지부장은 "화재 발생으로 인한 인명피해는60%가 연기 질식사, 30%는 불에 탄 소사, 10%는 건물붕괴 등 안전사고 탓"이라며 "신체건장한 장정도 한 번만 연기를 들어마시면 폐기능이 곧바로 마비돼 질식사할 정도"라고 전했다.
종합사령실이 서둘러 단전을 한 데 대해 일부 소방 전문가들은 "합선이 되면 자동으로 전기가 차단될 텐데 굳이 단전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박종옥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를끊어야 더 많은 화재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방법이없는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