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5 연중 제15주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7-13
그때에 예수님께서
7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8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9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10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11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12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13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서 오세요."
"내일 또 뵐께요."
우리 밥집 식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삿말입니다. 가마솥 밥을 퍼다가 발소리만 들려도 자동으로 나오는 인삿말입니다. "어서 오세요."
푸짐한 도시락과 선물을 받아들고 갈 때도 자동으로 나오는 인삿말입니다. "내일 또 뵐께요."
첫번째 선교현장인 선교본당에서 참 어렵게 살던 한 본당신자 자매님을 통해 배운 인삿말입니다. 한번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천덕꾸러기 지적장애자였습니다. 시도 때도없이 전화를 하는 자매가 귀찮아 성의없이 전화를 받으면 가차없이 야단을 치던 자매였습니다. 야단을 맞아 당연했습니다. 지금 우리 밥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식구들이 있습니다. 야단을 맞지않기 위해 정성껏 전화를 받습니다.
우리 밥집 식구들도 한번도 환영받아보지못한 사람들입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보지못한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이 인삿말을 들으면 그냥 좋아합니다. "어서 오세요." "내일 또 뵐께요."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대로 선포하였습니다. "때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사도들은 길을 걸으며 동반하며 주님을 찬미하며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기쁨과 평화와 자유의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권한으로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쁨에 넘쳐 주님께로 돌아왔습니다.
나의 첫 파견 선교지는 서해안 강화도 가는 길목 갯마을 공소 둘을 합한 조그만 시골 선교본당이었습니다. 꿈꾸던 것이 처음으로 현실에 실현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당시 신자들은 지금 우리 생태복지마을 식구들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파견 선교지는 강원도 인제 원통에 있는 민통선 근처 폐교였습니다. 인제군 전체 독거노인들과 장애우들과 결손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가복지를 하며, 주변 공소들 활성화, 알코올 의존자 재활복지, 군종성당 공조 사목, 그리고 성경사도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폐교에서 쫓겨날 때까지 14년을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참 보람있고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그곳에 한번이라도 와본 이들은 다 그 폐교 선교공동체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폐교에서 쫓겨나면서 현재의 속초 무료급식소 작은형제의집, 무허가 미신고시설인 밥집으로 와서 기도하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선교지들은 다 전장터에 있는 '야전병원'같습니다. 전장터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어제 우리 밥집에 봉사 온 '세굴라'(하느님의 특별한 보물) 선생님들은 역시 '하느님의 사제들의 나라 거룩한 민족' 다웠습니다. 그저께 어부들이 잡아서 보내준 큰 대구 50여 마리를 손질하고, 밀양 명례성지 모세네에서 보내온 햇감자 60여 키로를 손질하고, 준비해 온 재료로 꽈리고추 멸치볶음 요리하는 모습이 야전병원의 군의관과 군 간호사들 같았습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라'고 파견된 사도들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리야 산에서 아브라함의 애타는 마음을 아시고, 외아들 이사악 대신에 번제물로 바칠 어린양을 마련해주셨습니다.('야훼 이레' 창세 22장 '아케다' 참조)
7월달 달력을 보는 순간부터 초복날과 중복날에 뭘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서는 마련해 주십니다. (주)우리밀에서 보내준 우리밀 과자 선물세트와 냉동 고구마찐빵, 속초 알오티시 전우회에서 보내준 삼계닭 200마리, 어제 온 갓 잡은 신선한 생대구 50 마리, 그리고 갓 딴 햇 옥수수 한접. 내일 초복날을 위해 나의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신나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