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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의 주도(州都)인 멕시칼리(Mexicali)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와 접한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고,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이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멕시칼리는 남쪽의 고국을 떠나온 이주민들이 미국 입국을 기다리는 일종의 대기 공간으로 기능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유형도 미국 정부의 이민자 보호 프로토콜(MPP, Migrant Protection Protocols)1) 기등록자와 등록 희망자, 비정규 이민자, 그리고 미국 당국으로부터 추방된 이들을 비롯해 다양하다. 이렇게 멕시칼리로 들어와 기약 없이 머무는 이들은 이주민 보호소에 입소하거나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게 되는데, 이 중 공동주택의 경우 거주비는 저렴하지만 주변 인프라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20년을 기준으로 멕시칼리에는 총 1,46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이주민 보호소 11개소가 운영 중이다2). 이들 대부분은 복지에 중점을 둔 지원 모델을 채택해 입소자에 숙식과 의료, 의복을 제공하고, 희망자들의 원 거주지 복귀를 돕기도 한다. 또한 멕시칼리의 모든 보호소는 운영 주체의 자체적 모금 활동이나 국내·외 기구 및 기업, 자선가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운영 경비를 충당한다.
한편 캘리포니아 남부의 임페리얼밸리(Imperial Valley)는 멕시칼리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접한 미국의 지역으로, 이 지역을 포괄하는 공식 행정구역 명칭인 임페리얼 카운티(Imperial County)도 여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임페리얼 카운티 내에서도 상대적 중요도와 인구 성장률이 높은 3대 도시로는 엘센트로(El Centro), 칼렉시코(Calexico), 브라울리(Brawley)가 꼽힌다. 이외에 해당 카운티에는 임페리얼(Imperial), 캘리패트리아(Calipatria), 홀트빌(Holtville), 웨스트모어랜드(Westmorland) 등 13개 도시가 더 있지만, 본고에서는 특히 경유형 이민(transit migration)을 위시한 이주민 유입 문제와의 연관성이 가장 높은 상기 3대 도시를 분석의 중점에 두고자 한다.
미국 인구조사국(USCB, United States Census Bureau)의 2022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임페리얼 카운티의 인구는 18만 1,215명으로 추정되고, 주요 경제 활동으로는 농업, 상업, 재생에너지 생산 등이 있다3). 이 지역의 농업은 일본이나 멕시코 등지로의 농산물 및 종자 수출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수출 중심형 산업의 특징을 지닌다. 아울러 캘리포니아 남부 지자체 협회(SCAG, Southern California Association of Governments)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임페리얼 카운티는 일자리 수와 임금 수준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에 향후 고임금 일자리 전망도 좋지 못한 편이다4). 따라서 임페리얼밸리 지역은 멕시칼리를 거쳐 들어오는 이주민의 최종 목적지라기보다는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캘리포니아로의 입국 창구이자 통로로 기능한다.
한편 임페리얼밸리에는 국경순찰대에 적발된 불법 이민자들이 법적 절차를 밟는 동안 대기하는 구치소도 존재하며,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이 시설의 운영을 담당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중미 출신 이주민 수가 폭증한 데다가 최근에는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국경 정책을 기존보다 완화하면서 구치소의 수용 능력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후 본고는 지금까지 설명한 맥락을 바탕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인 멕시칼리와 임페리얼밸리에서 이주민 지원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는 시민사회가 이주민 문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주요 주체로 활약 중이며, 멕시칼리에서는 이주민 대상 의료·인도주의적 지원이, 그리고 임페리얼밸리에서는 이민 절차 보조와 고용 지원이 중점 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양국 정부가 이들 단체에 보내는 관심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다.
멕시칼리의 이주민 보호소 활동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멕시칼리의 11개 이주민 보호소는 부분적으로나마 운영을 계속 중이다5). 기부금과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이들 보호소 대부분은 개별 여건에 따라 가용한 숙소를 제공하고 간단한 조식과 어린이용 무상 중식, 그리고 입소자를 위한 염가 식품을 공급한다. 아울러 멕시코 사회보장국(IMSS, Mexican Social Security Institute) 소속 인원이 이주민 보호소 중 두 군데를 주마다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경없는의사회(MSF)를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 단체도 의료 서비스 수요 감당을 위해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다만, 이주민들의 신체적 건강 이외에 정신건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프로그램이나 봉사단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국제이주기구(IOM) 및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에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주민들이 모인 멕시칼리 지역 보호소에 협력 인원을 파견해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이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유관 기관과의 연결을 주선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 정부의 지원 없이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한다는 특성은 멕시칼리 소재 이주민 보호소의 조직 구성과 내부 운영 방식이 개별성을 띄게 했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당시 멕시칼리에는 감염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시설이 따라야 할 공식 규정이 존재했지만, 여러 보호소는 각자가 보유한 인프라와 경제·위생 여건에 따라 자체적인 방역 규정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엄격한 방역 수칙 유지라는 목표와 거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매일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충돌하면서 보호소 거주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감염 리스크에 노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멕시칼리로 유입되는 이주민의 행렬이 멈추지 않자 각 보호소가 내린 결정은 서로 달랐다. 먼저 세 군데의 보호소에서는 감염 리스크 통제를 위해 입소자 수를 제한하는 동시에 감염 의심자 격리 공간도 따로 마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다른 하나의 보호소는 위기 와중에 이주민들을 길거리에 내버려둘 수 없다며 별다른 입소자 통제책을 실시하지 않았고, 감염 의심자 격리 공간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아울러 해당 보호소는 직장 출근을 위해, 혹은 이민 절차에 관한 사무를 보기 위해 숙소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이들의 출입도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멕시칼리의 시민단체·국제기구 활동
이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미하거나 전무한 멕시코의 현실적 여건 때문에 멕시칼리에서는 시민단체가 이주민을 돌보는 최전선에 선다. 이 방면에서의 기여도가 특히 두드러지는 단체로는 국경없는의사회, 보더카인드니스(BK, Border Kindness), IOM 등이 있다. 이들 단체는 이주민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친 상황에서 멕시코 정부조차 감염 확산과 싸우느라 이주민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의료 및 심리상담, 교육·훈련, 현물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 중 이주민 대상 의료 봉사 부문에서 활약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바하캘리포니아 소재 티후아나(Tijuana) 지부를 중심으로 의료·심리상담 활동을 폈으며, 이주민 유입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멕시칼리 시내에도 지부를 두고 있는 BK는 코로나19 감염자 치료와 임신 여성에 대한 사후 지원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이주민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없는 특수 의료나 치과 치료를 위한 기타 전문기관 주선 ▲기부받은 개인위생용품 배포 ▲숙박지 물색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위 두 단체와는 사뭇 다른 방면에서 활동하는 IOM은 ▲이민 현황에 대한 연구 및 분석 ▲원 거주지 복귀 희망자의 이주 지원 ▲숙박지 정보 및 조언 제공 ▲미국 당국에 의해 송환 당한 이들의 권리 교육 등을 주요 활동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IOM은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이주민 보호소가 보다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비 구입용 자금을 지원하며, 청소용품이나 식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임페리얼밸리의 시민·종교단체 활동
현재 미국 내 임페리얼밸리 지역에서는 가톨릭채리티(Catholic Charities)와 소수집단 인도주의 재단(MHF, Minority Humanitarian Foundation)이라는 2개의 비정부기구가 모금 활동과 각계 기부금을 바탕으로 이주민 지원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의 사례와도 유사하게 숙박, 의복, 식품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현지 미국 사회의 이주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한 불법 이민자의 지위 전환과 근로환경 개선 활동도 수행한다.
먼저 민간기업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가톨릭채리티는 이주민들이 최대 6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간격으로 개인위생용품과 식품도 무료로 지원하며, 이주민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주선하기도 한다. 이외에 ▲질병 회복 지원, 임신 여성 보조, 부상 치료 등 의료 및 심리상담 서비스 ▲불법 이민자 지위 변경 운동 ▲인신매매나 납치 사건 발생시 법적 조언 ▲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한 민원 제기 지원 ▲농업, 청소업, 트럭 운전업 등 분야로의 취직을 위한 비공식 교육·훈련 제공 등이 활동 내역에 포함되며, 이 밖에 지원 대상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포함한 신상정보를 수집 및 목록화해 관리한다.
다음으로 MHF는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주민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로, 비록 숙소나 의료 및 심리상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보호소 거주민에 기부 물품 전달 ▲의복, 담요, 매트리스, 약품, 개인위생용품 등 공급 ▲무연고자의 보호소 이동 지원 ▲의료기관과의 연결 주선 ▲가족과의 상봉 지원 ▲기타 직장·학교생활 적응이나 거주지 마련 등 생활 측면에서의 조언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결론
원래부터 멕시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멕시칼리의 이주민 보호소는 코로나19라는 공중보건 위기에까지 직면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본문에서도 살펴보았듯, 이들 보호소의 방역 조치는 현실적 여건상 각 시설의 가용 자원에 따라 운영 주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기에 엄격한 방역 수칙이 지켜질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멕시칼리의 이주민 동향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임페리얼밸리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쏟아지는 이주민 유입에 적절히 대처할 만한 현지 정부 기관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이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며, 따라서 많은 경우 시민단체나 종교 기구가 이주민 보호 책무를 떠맡게 된다. 이 점은 각자의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대규모로 통과하는 중간 경유지이자 임시 격리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임페리얼밸리 지역의 특징에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현재 미국-멕시코 국경지대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이 사그라들지 않은 데다 시민·종교단체의 이주민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 간 국경지대로 유입되는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 각주
1) (역주)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외국인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체류하며 이민 심사를 거치도록 한 제도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신설되었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폐기를 결정하고 현재 축소 중
2) Coubès et al., 2020
3) USCB, 2022
4) Bojórquez, 2018
5) 11개 이주민 보호소 목록: Albergue del Desierto, Albergue Maná, Casa de Ayuda Alfa y Omega, A.C, El Camino a un Nuevo Amanecer, Grupo de Ayuda al Migrante, A.C (GAMMAC), Cobina posada del migrante, Hotel Migrante, El Mesón Misión Cristiana A.C, Albergue Municipal “El Peregr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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