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카카오 ‘디지털 대피’… 먹통대란에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
“연락 끊기고 결제 안돼 큰 불편”
카톡 → 라인, 카카오T → 우티 등 다른 앱으로 바꾸거나 의존도 낮춰
대체서비스, 앱스토어 1~5위 차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아예 지웠습니다.”
15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박모 씨(27)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T가 먹통이 되면서 1시간 넘게 발이 묶였다. 카카오톡으로도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 불편을 겪었다는 그는 “서버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카카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앞으로는 메신저로 네이버 라인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 ‘디지털 대피’ 나선 시민들
15, 16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시민 중 일부가 대체 서비스를 찾아 나서는 ‘디지털 대피’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메신저(카카오톡), 택시 호출(카카오T), 간편결제(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 다수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빚어지자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먼저 이달에만 두 번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카카오톡을 더 이상 못 믿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영진 씨(50)는 “개인 사업자 조찬모임을 준비 중인데 카카오톡 오류로 참석자 확인이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라인이나 텔레그램으로 연락 수단을 바꿔볼 예정”이라고 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인은 16일 오전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2∼5위도 우티, 네이버지도, 티맵, 타다 등 카카오 대체 서비스가 차지했다.
○ “티맵 처음 설치했어요”
15일 저녁 가족 모임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던 직장인 김모 씨(36)는 카카오내비가 먹통이 되자 갓길에 차를 세우고 ‘티맵’을 깔았다. 김 씨는 “카카오내비의 전신인 ‘김기사’ 때부터 애용해 왔는데 스무 살 때 면허 딴 이후 처음 티맵을 깔았다”며 “당분간 두 서비스를 번갈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26)는 15일 경기 하남의 쇼핑몰에서 돌아오는 길에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려다 실패하자 바로 우티 앱을 열었다. 김 씨는 “예전에 우티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잘 안 잡혀 카카오T를 주로 썼는데 이날은 바로 잡히더라. 앞으로도 우티 앱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15일 평소 의존하던 카카오맵이 작동하지 않아 초행길에 대중교통편을 찾지 못했다는 이모 씨(27)도 “구글지도와 네이버지도 앱을 새로 깔았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 씨(26)는 중고 거래를 하다 카카오뱅크 이체가 안 돼 곤욕을 치렀다. 박 씨는 “지갑도 들고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다 근처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현금을 뽑아 와 달라고 SOS를 쳤다”며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다른 인터넷 은행으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 의존도 낮추기’ 공유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서비스별로 카카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공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체 서비스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글도 조회 수가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 씨(27)는 “7년 동안 써온 다음 블로그가 한때 먹통이 됐는데,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날아갔을까 봐 아찔했다”며 “앞으로는 다음만 사용하지 않고 네이버, 구글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으로 관련 글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구 및 회사 동료 등과의 대화가 주로 카카오톡에서 이뤄져 왔고, 그동안의 대화와 사진 등이 저장돼 있어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 씨(29)는 “15일 라인을 설치해 보니 카톡 친구는 약 900명인데 라인은 200명대였다”며 “앞으로 비중은 다소 줄이더라도 카카오톡을 계속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 소설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김보라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