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선물 받기
다행히 너희들이 책읽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구나.
아직 어리니까 동화책을 주로 읽곤 하잖아.
최근에 나온 창작 동화도 읽고,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읽어 온 명작동화도 읽고 말이야.
그 명작동화들을 보면,
고전들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각색한 경우가 많아.
아빠는 어렸을 때 그런 명작동화를 많이 읽지 않았어.
기회도 별로 없었고, 책읽기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야,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고,
뒤늦게 고전들도 하나둘 읽었지.
고전이라고 하면 먼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
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생각해 보니,
아빠가 중학교 때 학교 숙제로 <좁은 문>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있었어.
정말 힘들게 읽었던 생각이 나는구나.
그래서 그 이후에 책, 특히 고전에는 담을 쌓았던 것 같구나.
나중에 커서 조심스럽게 다시 고전을 하나둘 읽다 보니,
재미있는 고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젠 고전을 읽을 때 기대를 잔뜩 하고 책을 펴곤 한단다.
그리고 너희들이 커가면서,
너희들에게 아빠와 같은 고전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재미있는 고전을 위주로 가이드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아빠는 아마추어다 보니,
어린이들에게 고전을 소개해 시켜주는 책들을 관심을 두기도 했어.
그러다가 이번에
박균호님의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읽기 수업>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단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블로그에서도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박균호님은
<독서만담> 등 책에 관련된 책들을 쓰신 분이야.
알라딘의 독서 앱 북플에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싶다는 클릭을 했거든…
그런데 얼마 뒤에 메시지가 와 있었어.
박균호님께서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거야.
지은이로부터 책을 선물 받는다는 것은 색다르고 즐겁고 고마운 경험이야..
고맙다고 하면서 책을 선물 받고,
바로 읽어보았단다.
박균호님의 글에는 늘 따뜻함과 진솔함이 담겨 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런 따뜻함과 진솔함이 담겨 있었단다.
1. 빅토르 위고
이 책에서는 고전 스무 편을 소개하고 있단다.
그 중에 아빠가 읽은 건 몇 권이나 될까, 헤아려봤단다.
앗, 세지 말아야겠구나.
가장 첫 번째 소개한 것은 그 유명한 <레 미제라블>이란다.
아빠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었어.
엄마는 오래 전에 오리지널 팀 공연으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 며칠 안 지나 또 봤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뮤지컬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얼마나 재미있길래? 싶었지.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레 미제라블>도 안 봤었어.
그러다가 작년에 영어 공부한다고 영화를 찾다가
영어 공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게 되었어.
영어 공부한다고 한번에 본 것은 아니고,
구간 반복하면서 스크립트 보면서 봤는데,
노래들도 다 좋고, 영화도 너무 좋더구나.
그 긴 소설을 전부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로도 좋았어.
아, 이런 영화를 그 동안 안 보고 있었더니…
그러면서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도 보고 싶더구나.
왜 진작 안 봤을까? 하고 말이야..
가끔씩 유튜브로 영화 <레 미제라블>의 클립 영상을 보고 했는데,
옆에서 따라 보던 너희들이 이제는 <one day more>를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게 되었잖니…
그런 작품을 쓰다니 지은이 빅토르 위고도 대단한 분이시구나..
그의 또다른 대표작 <파리의 노트르담>…
이것도 뮤지컬이 있단다.
이건 책도 읽어보지 못했고, 뮤지컬도 본 적이 없단다.
이 뮤지컬도 <레 미제라블>만큼 마음에 들면 어쩌나?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ㅎㅎ
지은이 빅토르 위고가 당시에 책을 위험하다고 했다는 점이 의외구나.
책을 쓰는 작가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아할 것 같은데,
책이라는 것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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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1)
위고는 우후죽순처럼 세상에 나오는 책을 바벨탑에 비유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완성해 가는 건축물과는 달리 너무나 쉽고 빠르게 생산해 내는 책의 위험성을 경계한 것이다. 21세기에 와서 책의 바벨탑은 더욱 거대해졌다. 책을 넘어서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생겨났다.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속도, 그리고 그 양까지 15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중세 시대에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돌로 된 책을 향유한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정보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졌다. 하지만 온갖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유할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라는 독버섯에 야금야금 희생당하고 있다. 어쩌면 위고는 이러한 오늘날의 병폐를 ‘화려한 퇴보’라고 우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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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전 소개
이 책에서 소개한 스무 편을 일일이 너희들에게 모두 이야기하기는 아빠의 시간이 부족하고,
몇 편만 소개를 해줄게..
<모비 딕>이라는 작품이 있어..
이건 읽지 않고, 읽으려고 사 두긴 했단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있잖니, 이 책의 제목이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백경>으로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백경>이라는 책도 언젠가 읽겠지 하고 사 두었거든…
그러니까 우리 집에 <모비 딕>도 있고 <백경>도 있고….
둘 다 책에 고래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다른 작품인 줄 알았단다…
이렇게 무지할 수가….
<모비 딕>에 스타벅이라는 일등 항해사가 나오는데,
이 사람의 이름에서 유명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따 왔다고 하는구나.
재미있는 상식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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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모비 딕>에는 ‘스타벅’이라는 이름의 일등 항해사가 등장한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 이름인 ‘스타벅스’가 바로 <모비 딕>의 ‘스타벅’에서 따온 것이다.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매우 대중적인 장소가 되었지만, 스타벅이 등장하는 <모비 딕>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리 많이 찾는 고전은 아니다. 그러나 영미권에서 이 소설이 누리는 위상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도 작가가 숨질 때까지 이 소설의 존재감은 미미했는데, 작가 사후 재평가를 통해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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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내기>라는 낯선 고전을 이야기하면서,
체호프의 총 이론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었어.
체호프는 책을 쓸 때 딱 필요한 문장들로만 썼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1장에서 총이 등장하면 그 총은 꼭 발사를 했대..
그것이 체호프의 총이론이라고 하는데,
작가들도 재미있는 에피소들들과 사연들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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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9새기 장편 소설가들은 주요한 이야기 전개와 관련 없는 부분까지 장황히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단편 소설과 희곡을 즐겨 쓴 체호프는 군더더기 같은 문장이나 불필요한 장치를 결코 끌어오는 법이 없었다. 체호프가 제시한 다음의 ‘총 이론’을 보자.
“이야기와 직접 상관이 없는 것들은 단호히 없앤다.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총을 꼭 발사해야 하고, 발사하지 못했다면 과감히 없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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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은 대부분 읽고 싶지만,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은 루소의 <에밀>이라는 책이란다.
사실 <에밀>이라는 책이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몰랐어.
그 책은 교육에 관해 루소가 적은 것이라고 하는구나.
루소의 교육관에 따르면 너희들은 아직 책을 읽으면 안 되는 나이란다.
책 읽지 말고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아야 하는 나이라고 했어.
어렸을 때는 감각이 성장하는 시기이지, 책을 볼 시기가 아니라고 말이야.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루소의 <에밀>의 교육관대로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의 개혁적인 교육관이 더 궁금해져서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서 너희들이 책읽기를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루소의 말대로라면 다행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우리 주거 환경이 자연 속에서 뛰어 놀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너희들에게 감각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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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루소는 열두 살 미만의 아동기를 감각이 성장하는 시기로 보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전원 환경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며, 책을 통한 교육은 금물이라고 했다. 책을 읽힌답시고 오랫동안 앉혀 두는 것은 감각이 성장하는 데 방해되며, 심지어 ‘재앙’이라고도 표현했다. 이는 루소의 교육론 중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게 가장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 내용이다. 열한 살이 되도록 책 한 번 펼쳐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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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스무 편의 고전을 아빠가 읽을 걸 세려다가 말았는데,
언젠가는 읽겠지, 사 둔 책 기준으로 여럿 있구나.
아빠가 읽은 책과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사 둔 책을 모두
더해보니 아홉 권이로구나…
먼저 이 책들을 가끔씩 읽어봐야겠구나.
그러고 이 책에서 소개된 스무 권을 모두 읽기를….
너희들이 좀 더 커서 명작동화가 아니라 각색되지 않은 고전을 읽을 만한 나이가 되면,
아빠의 중학교 시절처럼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재미있는 고전 위주로 추천을 해주어야겠구나.
아빠다 먼저 이 책의 스무 권을 읽고,
너희들 취향에 맞고 재미있는 책을 다시 한번 선별하면 더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 책에 소개하지 않은 아빠만의 리스트도 한번 만들어 보고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여러분은 지금까지 몇 권의 고전을 읽어 보았나요?
책의 끝 문장 : 현대의 모든 연애 소설은 이 작품의 그늘 아래에 있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책제목 :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읽기 수업
지은이 : 박균호
펴낸곳 : 다른
페이지 : 220 page
책무게 : 365 g
펴낸날 : 2021년 01월 22일
책정가 : 14,000원
읽은날 : 2021.02.18.~2021.02.19.
글쓴날 : 2021.0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