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한국의 야생화를 심자.
능곡초등학교의 오폐수 정화처리 시설 위의 150여 평의 유휴공간과 학교정원의 잔디를 걷어내고 또한 생명의 학교 숲 내에는 150여종의 우리나라에 산과 들에 피는 한국의 토종야생화가 피고 져 연중 이어지고 있다. 솟대, 장승, 맷돌 등의 우리 전통이 어우러져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학교, 오붓한 가족 나들이에 이야기가 있는 학교, 자연학습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아늑한 행복이 밀려오는 학교로 만들고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 한국의 야생화 화원의 필요성을 느꼈다.
-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또한 그 속에서 혜택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산과 들을 걸으면서 크고 작은 야생화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송이 송이가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같다.
- 지금까지 이름 없는 들꽃인줄 알고 스치면서 기쁨을 주었던 그 꽃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을 찾아주어 새싹에서부터 잎,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더욱 정감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여야한다.
- 학교에 심어진 야생화는 산과 들의 자연 속에서 보다 대체로 한, 두 주 먼저 핀다. 아무래도 숲 속이나 물가보다 해발이 낮거나 건물에 둘러있어 기온 상승효과 때문이다. 학교에서 보고 알았던 꽃을 산과 들의 자연 속에서 반가움으로 다가서게 된다.
- 연중 우리 꽃이 피고 지는 모습 속에서 계절의 감각을 느끼며 생활하고 감성이 풍부한 어린이로 키울 수 있으며 나물로 약초로 또한 공업원료 등으로 이용되는 중요한 자원 식물임을 학습하는 자연공간이다.
◦ 야생화는 이렇게 심고 가꾸었다.
- 학교에 유휴공간인 150여 평의 오폐수 정화처리시설 위에 관찰로를 만들고 솟대와 장승을 세우고 돌절구통과 맷돌, 다듬이돌, 질그릇 항아리 등을 놓아 우리 전통이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었다.
- 야생화원 주변에 큰 나무가 있고 둘레에 철망 울타리 윗부분에 120Cm 정도의 날개를 달아 덩굴 식물을 올리도록 만들고 군데군데 앵두나무, 붉은 병꽃나무, 찔레, 멍석딸기, 산딸기, 국수나무 등을 심었다. 그 다음에 야생화의 키와 꽃피는 시기 양지와 음지 등의 식물 생태를 고려하여 되도록 자연 속의 모습으로 무리지어 심어 관리하고 있다.
- 야생화원에서 불어난 식구들은 학교 정원의 잔디를 걷어내고 또한 생명의 학교 숲에 옮겨져 정겨운 들꽃들의 세상이 있어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날수록 아늑하고 행복한 학교 공간으로 변화되어 갔다.
- 야생화 학습은 높고 깊은 산의 숲 속에서부터 들과 개울 등 어느 곳에 언제 가든지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야생화 도감을 찾아 이름을 알고 난 후에는 생태가 자세히 기록된 식물도감을 통하여 깊이 있게 공부하였다.
- 등산이나 여행시에는 가방 속의 필수품으로 야생화 식물도감, 카메라, 전정가위, 모종삽, 신문지, 비닐주머니, 고무밴드, 물통, 수건 등이 들어있어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면 그곳을 메모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충분한 지식을 얻은 다음, 시기에 맞추어 씨앗을 채취하려 다시 그곳에 가거나 채취는 자연훼손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만 하였다. 꼭 해야 하는 경우 식물의 뿌리가 가능한 많이 붙여 있도록 둘레를 넓게 잡고 흙을 뿌리에 많이 붙여 산에 오르기 전에 미리 준비한 물기 젖은 수태나 물수건, 화장지 등에 물을 묻혀 뿌리 부분을 잘 감싸고 신문지로 공기가 통하도록 말고 비닐봉투에 담아 운반하면 식물이 다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죽일 염려가 없어서 좋았다. 이때 식물의 선택은 되도록이면 군락지 주변의 작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채집 시 너무 크고 좋은 것에 욕심을 부리면 운반과 살리기에 오히려 어려움이 따른다. 채취 시에는 파낸 자리를 흙으로 다시 메워주었다.
- 씨앗은 재배상자에서 모종을 내어 화분에 옮겨 충분히 키운 다음, 야생 화원과 학교 내의 정원 틈이나 생명의 학교 숲으로 옮겨갔다.
- 꽃씨의 보관은 바람이 잘 통하는 종이봉투나 용기에 담아 되도록 야외 실온에 보관하여야 싹이 잘 튼다.
- 씨앗뿌리기는 산모래 8 + 부엽토 2 의 비율로 섞어 만든 상토에 숫잔대, 동자꽃, 금낭화 등의 아주 작은 씨앗은 육묘상자 위에 흩어 뿌리고 가는 마사토를 살짝 뿌려 물주기 때 씨앗이 밀리지 않도록만 하고 범부채, 원추리, 붓꽃 등의 씨앗이 비교적 큰 것은 지름의 깊이만큼 줄뿌림한다. 육묘상자는 하루에 반 정도의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좋고 마르지 않도록 하여야 싹이 잘 튼다.
- 대부분의 학교를 돌아보면 한 종류 당 일정공간을 확보하여 심고 있다. 그러나 야생화원의 한해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봄 일찍 피어나는 현호색이나 금낭화 등은 여름을 지나면서 지상부위가 없어지고 다른 식물과 자리바꿈을 한다. 일정한 공간에 심었을 때 일 년 중에 반 이상을 공터로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아니라 다른 야생화들이 금방 싹을 틔어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 채취 시기는 봄과 가을이 좋다. 꽃이 피었을 때 그 식물의 이름과 특성파악이 쉬워 개화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잔대, 더덕, 도라지 등은 시장에서 봄이나 가을철에 뿌리를 사다 심으면 좋다.
- 야생화는 다른 곳에 옮겨 심으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의 영향 때문이다.
- 학교마다 특수한 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이 있다. 이러한 곳에 우리나라 자생식물, 우리 꽃들의 다양한 생태 특성을 이용하여 어떠한 곳에도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경제적이고 특수지 환경의 미화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훌륭한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정원내의 조경석 사이에 원추리, 기린초, 비비추 등을 심거나 축대 등에 담쟁이, 댕댕이덩굴, 칡, 인동덩굴 등이 타고 오르도록 한다. (담쟁이나 능소화 등은 삽목장을 마련하여 뿌리를 내린 다음, 비가 온 바로 직후 심을 곳에 옮겨 심으면 당년에도 미화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고, 힘을 적게 들일 수 있다.)
- 큰 나무 밑이나 정원의 틈새에는 맥문동, 하늘매발톱, 돌단풍, 벌개미취, 옥잠화 등을 이용한다.
- 잔디밭에는 잔대나, 도라지, 조개나물, 관중, 고사리, 오이풀 등을 심으면 잔디와 같이 어우러져 공생하였다.
- 햇볕이 잘드는 돌틈의 습기가 많은 곳은 창포, 붓꽃, 단풍취, 돌단풍, 물레나물, 옥잠화, 비비추, 양지꽃, 바위손, 바위솔, 바위떡풀, 앵초, 벌개덩굴, 곰취, 미역취, 각시취, 용담, 물레나물, 머위, 숨은노루오줌, 초롱꽃, 부처꽃 등 습기가 비교적 적은 곳에 둥근이질풀, 쥐손이, 짚신나물, 동자꽃, 할미꽃, 범부채
- 덩굴성인 으아리, 더덕, 칡 등은 울타리나 죽은 고목을 타고 오르도록 하여 자연 속의 생태모습으로 자라게 한다.
◦ 학교 야생화원을 만들면서 자연 훼손이 없도록 한다.
- 최근에 들어서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몇몇 희귀종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품종이 다수인 것을 보면 어디까지 사람의 욕심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야생화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보는 화분은 야생화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상실된 모습임을 알아야한다.
- 스스로 자연에 길들여진 꽃으로 우리는 야생화를 기억해야 하고 항상 그 철에 그 곳을 가면 그 꽃이 있게끔 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 특히 주의할 점은 채집하여서는 안 될 식물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우리나라 희귀 및 멸종위기 특별보호식물이 사는 곳과 국립공원이나 자연 휴양림에서 보호식물을 채취, 이식, 수출, 가공, 반출, 유통, 보관, 훼손하거나 고사시키면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진다.
- 조상들은 나물 채취를 항상 봄에만 하였다. 여름 이후에도 먹을 수 있으나 초여름 이후는 나물채취도 하지 않는다. 꽃과 씨앗을 통하여 다음 해와 세대를 위한 지혜였음을 되새겨 볼 일 이다.
◦ 야생화 학습장의 활용은 이렇게......
- 야생화원이나 학교정원 그리고 생명의 학교 숲 공간을 말없이 돌다가 조용히 지금 서있는 자리에 멈추어 앉게 하고 가장 가까운 야생화 이름을 한가지 씩 알려주어 자기 야생화를 정하여준 다음 생물도감이나 인터넷 등에서 자세히 공부하여 아침, 점심, 하교시간에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의 꽃에 대하여 설명하고 다른 친구의 꽃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교생활을 하여 보자. 그 다음의 변화는 이런 학습 방법을 실천한 선생님만이 알 수 있었다.
- 부풀어 오르는 새눈과 새싹을 통하여 생명의 시작을 볼 수 있다. 가녀리기 만한 그 어린잎은 때묻지 않은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처럼 매년 그맘때에 어김없이 솟아오름을 볼 수 있었다.
- 계절의 감각을 느끼면서 민들레나 할미꽃의 자람에서부터 꽃씨 날려 보내기까지를 통하여 어린이 자신의 성장과 대비시켜서 미래를 준비시킬 수 있다.
- 바위틈이나 특수지 환경에서도 계절 변화와 관계없이 살아가는 강인하고 꿋꿋함을 찾아 볼 수 있었다.
- 아침 이슬 머금은 우리 산과 들에서 피는 꽃들의 반김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산과 들의 길을 걷는 기분으로 지친 하루를 달래면서 하교한다. 이때, 토끼풀을 이용하여 꽃목걸이나 시계를 서로 만들어 주고 부모님께 전해주는 등 넉넉한 학습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었다.
- 꽃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나물로 먹 거리를 제공하고 약초로, 자연 염료 만들기로 풍부한 학습거리를 제공한다. 이 때 비슷한 식물에 독성 식물도 있음을 공부하였다.
- 제일 먼저 이름을 붙여 준이의 감성으로 불러진 이름에서 보듯이 꽃모양이 범 모양이고 잎이 부채모양이어서 범부채, 뿌리가 곰쓸개처럼 써서 용담, 아침에는 물속에서 활짝 피어나 늦은 오후 꽃잎을 아물어 물속에 잠자는 꽃 수련, 잎은 여인내의 치마를 펼친 모습이여서 처녀치마 등에서 새로운 발견에 대한 애칭으로 이름 붙여주기의 창의력 학습을 할 수 있었다.
- 작은 꽃에서 큰 꽃, 땅 가까이 숨어서 피는 꽃, 잎인지 꽃인지 구분하지 못 할 색에서 강렬하게 나타내는 색의 꽃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나만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볼 수 있었다.
- 하루 중의 시간에 따라 변화를 통한 적응을 볼 수 있었다.
- 생명의 이어짐으로 암술과 수술의 사랑에 속삭임을 찾을 수 있으며 바람과 벌과 나비 등의 고마운 손님을 불러들여 애벌레가 자라도록 자기 몸의 일부를 내어주면서 더불어 사는 삶도 배울 수 있었다.
- 서로를 붙잡아 성장하는 으아리, 종덩굴 등이 있는가 하면 함께 어우러지면 풀 수 없는 칡과 등나무의 갈등이 있었다.
- 야생화 이름에는 참도 있고 거짓도 있다. 참나물은 나물 중에 진짜 나물이고, 피나물 등은 나물이란 이름이 붙어있으나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독성 식물이다.
- 가슴에 남는 더덕향과 백리향, 배초향 등의 향기도 있고 하늘을 향한 하늘말나리의 뻔뻔함도, 땅나리의 겸손함도 있었다. 또한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다음 세대를 위한 온힘을 쏟는 완성된 예술품을 만드는 결실의 부지런함도 있었다.
- 야생화들의 이름 속에는 밤하늘의 별이 있고 한낮의 해가 있어 항상 외롭지 않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누가 먼저 붙였는지 감국(선비), 도라지(상냥하고 따뜻함), 동자꽃(한), 물봉선(나에게 가까이 오지마세요), 산자고(봄 처녀), 은방울꽃(행복이 온다) 등 꽃말이 있어 정의적인 교육의 활용도 있다
- 야생초는 살면서 양보와 다툼, 느림과 빠름, 단순과 복잡, 강하고 약한 모습 등이 있으나 모든 야생초들은 죽어서 다음 세대의 거름이 되어 주었다.
- 야생화와 같이 하는 사람에 따라 오묘한 작은 우주에서 무한한 상상의 문학이 있었고 생명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겸손한 과학이 있었다.
월간 ‘과학교육’ 2003. 8월호 원고 [Science Education 드림웍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