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탄생]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어부의 선물(유도탄 잔해물)’로 개발 초기 오류 실마리 찾아
개발 배경 - 美 호크 미사일 성능개량에 어려움
|
천궁 개발에 착수하던 당시 공군은 방공 전력으로 호크와 나이키를 운용하고 있었다. 호크는 1950년대에 미국 육군에서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다. 1972년에는 성능 개량을 통해 I-HAWK(Improved Homing All the Way Killer)로 개량됐다. 우리 공군은 1984년부터 호크 체계에 대한 1차와 2차 재개량을 실시했다. 국내 기술기반이 취약해 미국의 원제작사에 의해 성능개량이 이뤄지다 보니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었다. 국방부는 1991년 8월에 2차 재개량 사업을 승인하면서 호크 개량사업은 2차 재개량으로 종결하고 장기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핵심 수리부속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운영 유지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1993년 8월에 국방부는 방공운영개념과 장기 국방기술 전략 등을 고려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부터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연구에 조기 착수한다는 가정 하에 국내개발 계획안을 회신했다. 합참에서는 1994년에 전력화 시기와 군요구성능 등을 반영해 소요를 결정했다. 소요제기 권한을 가지고 있던 합참이 직접 소요를 제기한 것이다.
개발 당시 연구개발 수준 - 일부 선진국만 개발 성공
천궁 개발에 착수하던 시기에 중·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 등과 탄도탄 방어 무기 체계인 애로(Arrow)를 개발하고 있던 이스라엘 정도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공동으로 호크를 대체하기 위하여 SAMP/T 체계를 개발하고 있었고 우리보다 앞서 2009년경에 개발을 완료했다. 일본은 1988년부터 호크 대체 전력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해 2003년경에 추샘(Chu-SAM) 개발을 완료했다. 미국·이탈리아·독일은 공동으로 1996년부터 MEADS(Medium Extended Air Defence System)를 개발하고 있었다.
천궁 개발 착수 시점에 ADD는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을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일부 선진국만이 개발에 성공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국내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많은 사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노후한 호크를 대체할 무기체계는 국내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많은 핵심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천궁을 개발할 경우, 유도탄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1997년 ADD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승인해야 할 국방부 역시 부담이 큰 결정을 해야 했다.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사업을 승인하기까지 1년여가 소요됐다. 우리나라가 첨단 지대공 유도무기를 개발할 수 있겠느냐라는 불안감이 컸다. 당시의 부족한 기술과 한정된 예산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기체계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큰 과제였다.
개발 에피소드 - 측추력기 이용 초기회전 방식 시도
천궁 유도탄은 빠른 속도와 높은 기동성을 요구했다. 천마 유도탄을 설계한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꼬리날개만 있는 고속 고기동 유도탄의 형상설계는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었다. 1999년 말까지도 유도탄 형상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큰 이슈는 유도탄 발사 후 진행 방향을 바꾸는 초기회전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개발 초기에는 추진기관의 추력을 일부 사용하는 제트베인 방식을 적용하기로 하고, 구성품을 제작해 각종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를 확정하려 했지만 유도탄 무게가 최초 예상 무게보다 크게 증가했다. 또 무거운 제트베인이 뒷부분에 장착되면서 유도탄의 무게중심이 후방으로 치우쳐 유도조종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많은 논란 끝에 결국 제트베인을 떼어내고 측추력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어느 선진국에서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초기회전 방식이라 많은 논란이 있었다. 측추력기는 유도조종 종말 단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그런 측추력기를 초기회전 단계에서도 일부 사용하게 된 것이다. 측추력기에 의한 초기회전 방식은 천궁의 여러 가지 특징들 중의 하나가 됐다.
탐색개발 단계에서는 세 차례의 유도탄 사격시험이 실시됐다. 2004년 4월부터 실시한 1차와 2차 사격시험은 모두 실패했다. 1차 사격시험의 실패 원인으로는 추진기관과 유도탄 동체가 의심받고 있었다. 2차 사격시험의 실패 원인은 발사관의 사출판 설계 오류가 주원인일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다. 2005년 11월로 예정된 3차 사격시험 준비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어느 어부가 사격시험장 앞바다에서 유도탄 잔해물을 건져 주었다. 연구진은 실패한 2차 사격시험의 원인 분석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잔해물을 분해했다. 부품번호를 확인한 결과 1차 사격시험에 쓴 유도탄의 잔해물인 것으로 판명됐다.
잔해물을 분해 후 추진기관을 살펴보는 순간 놀랍게도 연소관의 노즐 조립부 근처에 구멍이 있음을 발견했다. ‘추진기관이 연소 말기에 구멍이 나면 측추력이 발생해 유도탄이 오작동할 수 있다’는 1차 사격시험 후의 실패 원인 분석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추진기관에 구멍이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던 추진기관 연구진은 그동안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추진기관 구조물을 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부에 부착한 내열재에서 발생한 기포가 원인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유도탄 잔해물을 건져줌으로써 개발 초기에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게 해준 그 어부의 도움을 지금도 고맙게 여기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지식대백과사전 - 다기능 레이더(Multi-Function Radar)
탐지 레이더와 추적 레이더의 기능을 동시에 보유해 탐지 및 추적, 미사일 유도, 피아식별, 영역 탐지, 요격 확인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레이더. 다기능 레이더는 한 개의 송신관을 이용한 수동형 다기능 레이더에서 여러 개의 반도체 송수신기를 이용한 능동형 다기능 레이더로 발전하고 있다.
정밀타격용 대공 유도무기 체계의 경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추적센서 및 조사기를 필요로 하는데, 탐지 및 식별센서와 중거리급 이상의 추적 및 조사기는 주로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탐지, 추적, 표적 조명 등의 기능을 하나의 레이더로 수행할 수 있다면 대공무기체계의 운용에 엄청난 이점을 제공하게 된다.
레이더 기술의 발달 특히 위상배열 안테나의 개발로 전자적 제어에 의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위치로 레이더빔을 지향시킬 수 있게 됐고, 고속으로 신호처리가 가능한 프로세서 기술의 발달로 1대의 레이더가 동시에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레이더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