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은 2월 3일 (금)에 제가 올렸던 '<부러진 화살>, 석궁 사건, 재판 그리고 사실 여부 논쟁에 대하여'이란 제목의 글(비스게 178231번 글. 이하 178231번 글로 표기.)에 대해 들어온 여러 지적 사항과, 질문, 그 외 답변 및 제가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적은 글입니다. 최대한 양식을 갖춰 올리려고 노력하지만, 다소 급하게 적게 될 글입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겨지셨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또는 축소된 부분, 기타 등의 이유로 지적, 질문하실 것이 있다면, 답변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번 글에서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특정 회원에 대한 언급, 감정적인 논쟁 유발 및 확산 등의 이유로 징계 사항에 해당될 시에 이는 감수하도록 하겠습니다.
- 영화는 당연히 픽션이지요. 부러진 화살의 경우 재판 과정의 핵심 부분만 발췌해서 묘사했으니 그 자체가 각색이고 허구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맥락과 대사 등등은 재판 기록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사실에 가까운 허구적 묘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재판 과정은 100% 사실묘사"라는 것과 "부러진 영화는 픽션이 아닌 사실이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 비슷해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저는 부러진화살은 '도가니보다 좀 더 공판기록과 실화에 충실한 픽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극중에서 변호사와 기자의 관계, 옥중 성폭행(여기서, 폭행 사건 자체는 작가가 상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는 다른 죄수로 하여금 자신을 폭행하게 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장을 고발한 사실이 있습니다.) 장면 등만을 이야기 한 게 아니라, 재판 과정을 묘사한 것 중에 재판 과정 전체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기록에 의거하여 어떤 과정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졌는지를 묘사하였기에 실제 재판 과정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물론 실제로 그러한가에 대하여 알아보는 기록을 대조하는 일이기에 여기서는 논외로 칩니다. 단지, 허재현 기자가 어떤 의미로 저 말을 쓴 것인가만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므로.)
말씀드린대로, 허재현 기자는 동일한 글에서 보수누리꾼(주 : 허재현 기자의 표현을 빌렸습니다.)의 트윗에 대해 영화가 실제로 무엇에 기반했는지를 밝히면서 나온 글임으로 맥락상으로 읽어야한다는 말과 함께 표현이 다소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말에는 맥락이란 게 있습니다. 저는 단연코 "부러진화살 영화가 모두 사실이니까 믿으라"고 말하려는 맥락에서 저 트윗을 쓰지 않았습니다. "100% 사실묘사"라는 표현이 좀 부적절했던 것이지만, 트위터에서 그냥 가볍게 인상 비평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 주 : 허재현 기자의 블로그에 올라온 동일한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또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자가 직접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사과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과는 자신이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이며 상대방의 감정이 상할 글을 남긴 것에 대한 사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제가 허재현 기자가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은 이런 모호한 표현으로 '영화=사실' 논란을 제공한 것에 대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또한 정지영 감독도 "적어도 재판 장면은 공판 기록을 토대로 그렸어요. 토씨가 다를 수는 있지만 90% 사실에 근거했습니다"(http://mtn.mt.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2020115498221217에서 발췌했습니다. 또한 "감옥과 법정 장면에는 픽션이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기에, 카메라의 앵글을 빌려 <부러진 화살>의 본질이 드라마임을 드러냈다. 사전에 철저한 계산을 거쳐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카메라의 움직임을 구사했다. 단순히 재연을 위한 다큐멘터리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도 했는데,http://extmovie.com/zbxe/2824990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지영 감독이 말한 바는 재판 장면이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것의 전부를 담은 것은 아니나 실제 사건으로부터 알 수 있는 바를 (실제로는 없었던 말을 대사로 만들어 끼워 넣는 등의 방식으로)조작하여 다른 뜻으로 해석하게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여부 논란은 여기서 끝이 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말이 사실과 부합하는가는 공판 기록 검토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데, 항소심 재판의 전개 과정은 일치합니다. 재판 장면속 대사 전체와 기록의 일치 여부는 제가 영화 장면을 지금 일일이 확인하지 못해서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중권-박훈 간의 '사실 여부 논쟁'도 그래서 무의미하다는 뜻입니다. 그게 아닌 '실제 사건의 진실과 실제 판결의 정당성 여부'는 이 주제와 별개로 토론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2. 178231번에서 '영화-사실'관계에 대해 (1)~(4)의 문제로 나눈 이유
다시 한 번, (1) ~ (4)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김명호 교수가 받은 모든 판결 (재임용에 대한 판결 문제 + 석궁 사건에 대한 판결 문제) (2) 김명호 교수가 받은 일부 판결, 즉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판결 (석궁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 문제) (3) 김명호 교수가 받은 모든 재판 과정 (재임용 문제로 받은 재판 과정의 문제 + 석궁 사건으로 받은 재판 과정의 문제) (4) 김명호 교수가 받은 일부 판결, 즉 영화의 중심 내용이 되는 석궁 사건의 항소심 재판 과정
이렇게 나눈 이유는 178171번 글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사실'에서 그 사실에 해당하는 범위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범위는 재판 중 영화가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석궁 재판 항소심'만 포함할 것인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재판들(재임용 거부 취소 소송 재판 + 석궁 재판) 전부를 포함할 것인가, 재판 과정 중 판결과 과정 전체의 정당성과 대해 다룰 것인가,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 과정 상의 정당성에 대해 다룰 것인가에 의해 달라지고, 그것을 정리한 게 (1) ~ (4)번입니다.
(1), (3)번의 경우, 재임용 거부 취소 소송 재판 과 석궁 사건 1심 재판에 대해 영화가 다루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재임용 거부 취소 소송의 경우를 살펴봅니다. '품위 유지'라는 기준이 새로운 사학법에 의해 의해 삭제되었으나, 당시에는 그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그 품위 유지 기준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 학생들의 서명의 경우, 후에 SBS <뉴스 추적>에 따르면 조작된 증거라고 알려져 있으나 재판 당시에는 이런 것이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증거로 채택이 됩니다(물론 김명호 교수가 대응하는 다른 자료를 내놓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항변하기도 합니다만, 해당 자료 자체는 인정을 받습니다. 영화에서 이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취소 소송 당시에는 김명호 교수의 패소가 결과적으로는 부당하지만 당시의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1심 재판의 경우 (김명호 교수의 유죄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는)http://seokgung.org에 1심 관련 기록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므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온 내용에 비해서 상세한 내용이 많은데, 예를 들어 검찰조사에서 김명호 교수가 석궁 발사에 대해 다다미를 놓고 실험한 뒤, (후에 경찰의 석궁 발사 실험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치명적인 위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판사의 말이 있지만, 영화에선 이와 같은 내용이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영화 속의 김경호 교수측이나 실제 사건의 김명호 교수나 경찰의 실험을 바탕으로 재판 내내 석궁이 하향 조준되었을 시, 완전 장전이면 박홍우의 상처보단 더 크게 나야하고, 불완전 장전이면 화살에 맞지 않았을 거란 논지를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은 일치합니다. 이렇듯 두 재판의 경우, 영화에선 다루지 않았으나 실제 재판에선 언급된 사항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석궁 재판 항소심이므로 그 항소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범위 (1), (3)은 제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항소심 재판은 영화 내에선 부당한 과정을 통해 판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영화 내에 묘사된 재판 과정은 부당한 부분이 있으며, 판결의 정당성 또한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내용만으로 판단하면, 재판 과정과 판결 사이에 내적인 논리는 지켜지더라도, 전제가 되는 재판 과정 자체가 정당성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으므로, (2)번 (4)번에 대한 답변이 일치할 것입니다.
한 편, 영화속 항소심 재판과 실제 공판 기록을 비교하면, 영화속 내용이 실제 기록에 비해 다소 축약된 부분은 있으나 없는 증언이 추가되거나 한 것은 없어 보이기에 전개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판이 끝나고 나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옹호하고 김명호 교수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영화에는 없는 주장들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재판 내에서 판사가 행한 어떤 행위는 법적으로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기에 옳다' 등과 같은 주장. 원문을 구할 수가 없어서 다소 시선이 편향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사이트 등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원문을 구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http://sites.google.com/site/seoggung/seoggungbalsa-nonjaeng) 이러한 반박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또다른 근거를 제시해서 논박하여야 합니다. 실제 재판 과정에 대한 옹호와 이를 재반박할 필요 때문에 영화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 다면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것은 물론, 재판 과정에 대한 판단조차 그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2), (4)에 대한 대답이 실제 사건에 대해 실재하는 반박들과 재반박들로 인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2), (4)번도 범위에 따라 나눈 것입니다. <부러진 화살>의 제작 동기가 된 르포 『부러진 화살』의 저자인 서형도 원작(『부러진 화살』)과 영화(<부러진 화살>)의 차이 및 실제 사건의 정황과 실제 재판에 대한 판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터뷰하였습니다. (이하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SM=4101&idxno=539700 에서 일부 발췌했습니다.)
▲ 원작 ‘부러진 화살은 소설’이 아니다. 1%의 허구도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궁사건의 재판과정에 직접 참석해 그 모든 과정을 봤다. 실제 재판과정은 영화보다 더 개판이었고 더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희극적이었다. 영화는 김명호 교수의 높은 공격력을 표현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김 교수는 마치 대학교수가 대학원생을 박살내듯 판사의 그릇됨을 혼냈다. (후략)
▲ 김 교수는 법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안할 권리를 가졌다. 김명호 교수의 말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 일은 사법부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법부가 객관성을 잃고 해야할 일을 법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의 부당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화살이 사라진 것은 팩트다. 그리고 피해자 박홍후 판사가 입고 있던 옷에 혈흔이 동일인의 것도 팩트다. 이 점이 박홍후 판사의 거짓말 설의 가능성이 있다. 이 논란지점을 일축하기 위해 재판부는 혈흔감정요구를 받아 들였어야 했다. 박홍우 판사도 피를 안주겠다고 말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 재판부는 혈흔감정요구를 무시했다. 미흡한 증거조사를 한거란 인상을 준 것이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증거조사로 “가재는 게 편이다” 란 추측을 낳았고, 대법원에 대한 음모설이 난무하는 거다.
3. 영화 자체로 실제 사건에 대한 판단이 위험하다고 한 이유.
앞에서 살펴본 정지영 감독의 말("적어도 재판 ~ 사실에 근거했습니다")이 사실이라고 했을 때(그리고 실제로 공판 기록 등과 비교해 봤을 때도) 재판 과정을 묘사한 장면들이 실제 재판의 전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나온 내용 뿐이 아니라 그 소재가 된 실제 사건에 대해 판단하려면 결국 공판기록과 같이 영화 이외의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다시 확인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영화 또한 결국은 실제 기록 가운데 일부를 취합하여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실제 기록과 비교할 때, 실제 사실(재판, 판결, 사건의 잘잘못 등)에 대한 근거로 삼기에는 '불충분하다'의 의미지, '영화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과 배치된다'의 의미는 아닙니다. '영화에서 이렇게 말했는데, 영화는 거짓이니까 실제로는 그 반대일 거야.'라는 유치한 추리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사건(재판이 아닌 박홍우가 석궁 화살로 부상을 당했는가 아닌가 하는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은 초극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대로 현재로선 당연히 당사자(아니, 어쩌면 김명호 교수조차도 제외하고 박홍우만)를 빼면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합니다. 그걸 추리해내야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진실'이라고 부르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걸 영화를 보고 추측하는 것, 가능합니다. '아, 실제로도 이렇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말입니다. 그건 자유입니다. 대신 실제 기록과 다른 증거들도 보고 비교했을 때에 비해 오판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영화에 있는 내용만으로 실제 재판 과정에 대해 '아, 실제로도 이렇다.'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이 위험이라는 건 그렇게 판단한 사람에게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위협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판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건 재판 과정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에 나온 내용이 실제로도 있었던 일인가 아닌가는 앞에서 설명드렸고, 실제로 공판 기록을 통해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판 과정이 (그 판결과 별개로)정당한가 아니면 부당한가에 대해서도 영화에 있는 내용 뿐 아니라 다른 자료나 의견을 통해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초극님께서 '실제로 어떻게 다르고,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위험(또는 문제)이 되었는가?'라는 의미의 질문을 하신 것 같은데, 위험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얘기는 위에 언급한 내용으로 답변을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영화의 보편적인 특징이라 할 지라도 특정 작품(여기서는 <부러진 화살>)에 그것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취지의 질문('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된 이 문제'도 이러한 의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주제로 토론을 요청하셔도 전 못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제 자신이 그런 쪽에 지식이 별로 없어서 아마 초극님께서 만족하실 수준의 답변을 못 드릴 겁니다.)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비록 원론적이긴 하지만, 이번 글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답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4. 마치며...
178231번 글에 대한 답변 중에 sang장님께서 답변을 남겨주셨는데, 전 오히려 좋다고 봅니다. 영화는 물론, 판결문, 공판 조서, 김명호 교수의 주장 등 공표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은 (그 실제 여부를 가려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 과정은 제쳐두고 sang장님의 말이 '참'이라는 가정 하에) 진실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께서 제가 사법부는 부당하지 않다든가, 실제 재판에서 부당한 과정이나 판결이 없었다든가, 실제 사건에서 박홍우가 석궁 화살에 맞았다든가, 영화가 잘못되었다든가 하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아닙니다. 전에 댓글이나 178231번 글로도 썼듯이 전 박홍우가 석궁에 화살을 맞았다든가, 실제 재판에서 부당한 과정이 없었다고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사법부가 특정 사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복수의 실제 재판에서 부당한 면모를 드러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아니, 그저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입니다.). 영화만 보고 사건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판사들이 부러진 화살이 증거물 중에 없는데도 재판을 진행하고, 박홍우의 피인지 아닌지 모르는데도 혈액 검사 안 하고 넘어간 사실이 있는 것, 우리가 이런 것들을 직관적으로(또는 상식에 비추어) 판단했을 때, 이러한 사항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는 다른, 다른 근거로부터 이런 주장이 반박되었을 때, 그 재반박의 근거를 영화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든 실제 사건이든)재판 과정 내에서 한 쪽의 의견이 무시된 채 다른 한 쪽의 의견으로만 진행되는 것에 우리가 분노한 것처럼 재판 과정 그 자체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 것이다.'를 '~이다.'로 (잠정적으로나마) 확정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 덧 : '진중권을 믿지 마라!'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진중권이 실제 사건에 대해 내놓은 의견을 제가 그대로 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진중권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왜 사실 여부 논란'이 일어났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법원의 반박이라고 써놓은 것과 같이 그 의견을 제가 긍정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의견이 있다는 걸 알려드린 겁니다. 그리고 왜 그런 의견이 나왔을까 또는 그 말의 의미가 뭘까를 설명한 것입니다. 물론 진중권 의견에 긍정하는 때도 있지만, 여기('박홍우가 진짜로 석궁에 맞았냐, 아니냐', 재판이 부당하냐, 아니냐' 등)에 관해서는 제 판단과 다릅니다. 간단히 하나를 들자면, 실제 사건이 적절한 예가 되지 못하므로 영화의 소재 선택이 좋지 못했다는 진중권과 달리 전 실제 자체가 아닌 실제의 재구성이고, 기존 사실에 거짓 정보를 넣은 것도 아니라 생각하므로 영화의 소재 선택이 잘못된 것 아니라는 겁니다.(또, 감독이 실제 사건에 대해 판단하는 바와 영화를 통해 나타내는 바가 동일하더라도 둘은 다른 '실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제 이전 글과 지금 글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됩니다. 읽어보셔도 그런 생각이 안 드시면 이것에 대해 댓글이나 쪽지로 의견을 날리셔도 됩니다. 그리고 허재현 기자와 진중권 사이에 이전에 생긴 악감정...을 이번 사실 여부 논쟁의 진짜 발단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제 생각에는 조국이나 노회찬이 똑같이 '100% 사실 묘사'라 했어도 진중권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그들을 깠을 겁니다. 다만 그게 허재현이니 훨씬 더 신나게 깠을 것 같기는 해도.
* 덧 2 : 알맹이가 없다...라고 하신 분도 계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겠습니다. 일단 허재현의 '100% 사실 묘사'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 답변을 했으니 생략하고, 아마도 실제 사건 또는 재판에서 누구의 말이 옳은가를 더 중점으로 얘기해야한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제가 중점으로 삼은 건 그게 아닙니다. 초극님께서 질문하신, <부러진 화살>이 실제 석궁 사건 재판과 어떻게 달라서 어떤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제 생각이 중점이었습니다. 더 짧게 줄이자면, 작품과 소재의 관계라고 해야할까... 실제로는 누구의 말이 옳은가는 지금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어떤 쪽으로 단정지어 추리를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해서 중점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런 질문이 있어서 대답을 한 것입니다. 제 생각이 더 궁금하시다면, 몇 가지 보충합니다.
자행의 가능성이 혈흔 감식 결과(동일인이지만 박홍우의 것이라 단정짓지 않은 국과수의 결과)로 왜 설득력이 낮아졌다 하느냐고 물으셨는데, 기본적으로 와이셔츠에 혈흔이 있다와 없다로 자해 여부를 바로 추론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걸 통해 증거 조작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고, 그 방법의 하나로 자해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경비원이 상처를 확인(그 상처의 실재 여부는 별개)한 후,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박홍우는 자신의 집으로 갔다왔고, 몇 분의 시간이 있었다는 게 그 정황 증거가 됩니다. 뉴스 추적에 나오는 소방대원의 얘기('화살보다는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도 근거가 될 겁니다. 그런데, 우선 와이셔츠에서 혈흔이 있었고, 그것이 다른 의복에 있는 혈흔과 동일인이라면, 박훈 변호사가 주장하는 대로 박홍우와 동일인의 것인지 혈흔 확인을 해야합니다(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단지, 법원측에서는 무작정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동일인의 것이면 그 혈흔 자체로는 자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타인의 것이면 굳이 자해를 해놓고 타인의 피를 뿌려버릴 이유가 없는 겁니다. 자신이 유리하도록 자해를 했다면 옷을 다 벗고 내야할 정도의 상처가 아닐테니, 옷을 입은 상태에서 안 쪽에 있는 내복-와이셔츠-조끼 등의 순으로 피가 번지도록 했을 거고, 그건 진짜로 김명호에 의해 상처를 입었을 때와 다를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해를 했다면, 어쨌든 자신이 입은 상처를 과장하기 위해 찢어버렸다는 건데, 박홍우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자기가 훼손할 이유도 없지만, 굳이 그런다고 해도 증거를 찾는 일이 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감식된 피가 박홍우의 것이 아닐 때, 박홍우에게 상처가 나지 않았고, 증거는 조작된 것이라고 하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만약 박홍우의 것도 아니고 자해도 했으려면, 병원 이동의 중간 과정을 책임지는 소방대원과 의사가 거짓말을 했다고 봐야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할 때 현재로선 그 신빙성이 낮다는 겁니다.
초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석궁 검사로는 당시 전문가의 말처럼 당시 상황에선 (화살이 흘러내려서)못 뚫거나, 강하게 뚫거나 중 하나로 나타나므로, 깊이 2cm(아니면, 소방대원이 말했다는 0.5cm)의 상처는 낼 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런데, 의사의 말에서 2cm는 깊이가 아니라 길이고, 깊이상으로는 근육조직까진 상처가 났을 거라고 말했다는 거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 아주 깊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사람마다 다르니까 정확히 측정하려면 마취를 해서 측정해야한다는 것도. 그럼 간단합니다. 박홍우를 마취를 시켜 조직까지의 깊이를 측정하든지, 의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밝혀내든지. 둘 다가 아니라면, 상해의 도구로 추정되는 화살의 존재가 모든 걸 가를 겁니다.
화살이 지금이라도 나타나서 그 끝에 피가 묻었는지, 안 묻었는지, 정말로 부러졌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면 박홍우가 상처가 났는지, 상처가 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석궁 화살에 의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석궁 화살이 아닌 다른 이유에 의해 상처가 났는데, 그것이 자해가 아니라 김명호와 다투는 과정에서 (김명호에 의해)난 것이라면, (김명호의) 상해죄는 여전히 적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김명호가 석궁으로든 식칼로든 박홍우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법관 사이에서)정황적으로 인정되는 한에서 말입니다. 김명호에게 억울할 부분이 생기겠지만.
* 덧 3 : 178231번 글에 답변, 심지어 답글까지 달아주셨던데, 칭찬, 지적, 질문, 기타 등등, 답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다만, 저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원래 사람 의견을 잘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무덤덤해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딱히 아니고... 저도 종종 그런 어조로 글을 쓰기도 하고... 저격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분께서 말씀하셨으니 저는 따로 언급 안 하고 갑니다만, 저 때문에 괜히 또 욕보신 분이 계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 덧 4 : 영화는 추천합니다. 내용 자체의 재미도 재미만, 안성기(김경호 교수)랑 박원상(박준 벽호사)의 연기가 좋습니다. 안성기가 80년대 연기를 한다는 의견도 봤었던 것 같은데, 저는 실제 김명호 교수보다는 괴팍함을 줄이고, 고지식하면서 조금은 촌스럽다는 느낌까지도 들게 만드는데는 딱 좋은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 덧 5 : 이 이후의 들어오는 지적 및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글을 만들지 않고 이 글의 댓글이나 답글 및 쪽지로 답변하겠습니다. 전에도 이야기드렸듯, 동일한 의미의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역시 기존과 동일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제 일정이 불규칙하여 바로바로 답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영화가 가진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뭐 이리 길게 갈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영화는 어차피 연출이 가능하고 편집도 가능하고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장르이고 제한된 시간안에 감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가 정해져 있으니 마냥 다양하고 100% 사실을 담을수는 없으니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죠. 단 사전지식이 없던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계기가 되야지 맹신은 위험하겠죠 하나의 영화만을 가지고 판단 하면 나중에 사대강 홍보영상 보고도 아 그렇구나 이래 버릴수 있으니 말이죠. 영화를 보고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판단하는건 결국 관객의 몫이죠 그리고 옳은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네, 저도 맨 처음에 그런 취지로 답변을 드렸는데, '이렇게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한 작품의 경우, 작품을 통해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을)판단할 수 있는 것을 왜 영화의 보편적 특성으로 반박하려는 것이냐? 반박할 수 있는 실제 사례가 어디 있느냐?'라는 취지의 질문도 있었고, '중요한 건 영화가 사실과 100% 같냐, 아니냐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는 질문도 있었고 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려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게 제 대답입니다만. '알맹이=실제 사건의 진실(특정한 사실), 재판 과정의 부당함(보편적인 사실로서 현실)'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알고, 저도 그것을 위해서 영화는 별개로 두고(이미 공판 기록과 르포인 원작이라는 게 있으니까...) 다른 자료들을 통해 이를 입증하자라고 한 것입니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해서 '김명호 교수가 받은 재판이나 판결이 억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데도, 자꾸 그렇게 몰아가시는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린 겁니다. 최소한 비스게에서 사법부가 부당한 면이 있다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습니다. 김명호 교수가 틀렸다고 주장한 사람도 없고.
써니님 대게 좋으신분 같아요 즐밤하세요~~
영화가 가진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뭐 이리 길게 갈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영화는 어차피 연출이 가능하고 편집도 가능하고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장르이고 제한된 시간안에 감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가 정해져 있으니 마냥 다양하고 100% 사실을 담을수는 없으니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죠. 단 사전지식이 없던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계기가 되야지 맹신은 위험하겠죠 하나의 영화만을 가지고 판단 하면 나중에 사대강 홍보영상 보고도 아 그렇구나 이래 버릴수 있으니 말이죠. 영화를 보고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판단하는건 결국 관객의 몫이죠 그리고 옳은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네, 저도 맨 처음에 그런 취지로 답변을 드렸는데, '이렇게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한 작품의 경우, 작품을 통해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을)판단할 수 있는 것을 왜 영화의 보편적 특성으로 반박하려는 것이냐? 반박할 수 있는 실제 사례가 어디 있느냐?'라는 취지의 질문도 있었고, '중요한 건 영화가 사실과 100% 같냐, 아니냐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는 질문도 있었고 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려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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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 대답입니다만. '알맹이=실제 사건의 진실(특정한 사실), 재판 과정의 부당함(보편적인 사실로서 현실)'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알고, 저도 그것을 위해서 영화는 별개로 두고(이미 공판 기록과 르포인 원작이라는 게 있으니까...) 다른 자료들을 통해 이를 입증하자라고 한 것입니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해서 '김명호 교수가 받은 재판이나 판결이 억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데도, 자꾸 그렇게 몰아가시는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린 겁니다. 최소한 비스게에서 사법부가 부당한 면이 있다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습니다. 김명호 교수가 틀렸다고 주장한 사람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