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Crab (클리앙)
2024-01-18 18:18:16 수정일 : 2024-01-18 23:47:31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려봅니다.
제가 서울과 모스크바에 교차 거주하고 있습니다만, 러시아에서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사업차 유럽에 오래 거주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모스크바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럽 대륙에서 느낀 지하철은 감흥이 별로 오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는 이야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제가 이글을 올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의 편견을 덜어내고, 또 국뽕에 가려진 우리나라 지하철의 문제점이 뭔지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장점
01) 공항선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전 구간 노선의 비용이 저렴하고 같다는 점.
우리처럼 거리별 요금이 아닌 일괄제로 서민의 이동권에 부담을 덜어놓았습니다.
고로 러시아 지하철에서 나갈 때는 표를 찍지 않습니다.
02) 배차 간격이 너무 짧아서 승객들이 출퇴근 시간에도 콩나물 시루처럼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장점 중의 장점입니다.
우리나라는 배차 간격이 긴 편인데 그만큼 승객들을 가득 모아서 가득 싣고 달리는 반면 러시아는 공간의 여유가 있도록 배차 간격이 무척 짧습니다.
그만큼 출퇴근 시간에도 자리가 금새 금새 난다는 점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쵤영한 영상의 캡쳐본으로 제가 플랫폼에 막 도착했는데 열차가 출발했고, 다음 열차는 1분 24초 뒤에 온다는 전광판입니다.
해서 출퇴근 시간에 열차를 놓쳤다고 급하게 타지 않아도 금새 다음 열차가 들어옵니다.
03) 우리나라보다 지하철 역사가 길어서 지하철역 안과 밖이 고풍스러운 박물관 같은 역사 내부가 참 많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곳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 지어진 역사 내부가 화려한 초현대식도 많습니다만.
솔직히 지하철 역사 안팎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보다 우위라고 봅니다.
04) 운영 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해서 이용하는데 낯설지 않습니다.
05) 하루 무제한권, 3일, 일주일 등 무제한권이 저렴하게 있어서 이게 또 유용한 타이밍이 있습니다.
https://youtu.be/wbch8kUG-lk
06) 노약자,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철저합니다.
이 영상에서 한가지 더 첨언하고 시작하면 위 영상은 모스크바에서 퇴근 시간에 촬영한 것으로 열차 내부가 혼잡하지 않은 것은 바로 촘촘한 배차 간격 때문입니다.
아무튼 대부분 남성들은 서서 가고, 자리가 있어도 서서 가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러시아 남성들, 이 지하철에서 보인 행동들은 낭만과 기사도가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남성들이 앉아서 가더라도 노인, 어린 아이를 대동한 미시, 아줌마 등을 보면 남성들이 양보하는 매력과 낭만이 있습니다.
위 영상에도 빈자리가 있음에도 대부분의 남성들이 서서 가고, 여성들은 앉아서 가고 있습니다.
젊은 처자들도 노약자 등에 자리 잘 양보하는 편입니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보 문화가 개판 5분전이 되었죠.
저도 러시아에서의 습관으로 우리나라에서 30대 이상의 여성에게는 가급적 자리를 양보합니다.
내 아내, 내 어머니, 내 여동생, 내 누나에게 양보한다는 심정으로 양보합니다.
07) 지하철 역을 갈아타는 구간이 우리처럼 멀지 않아 환승이 매우 편리합니다.
환승하는 도보 거리가 정말 가깝습니다.
이거 정말 우리나라 환승역과 비교가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의 환승역은 거리가 너무 멀어 걸어가는 동선이 먼곳이 너무 많습니다.
한번은 논현역 근처인가? 거기서 환승을 하는데 끝없이 걸어가 정말 환장하는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환승역이 너무 많습니다.
08) 지하철에 잡상인, 예수천국 불신지옥, 똘기 등 혼돈의 승객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유머러스한 장면만 모아놓은 유튜브로 본 러시아 지하철 모습과는 괴리가 상당하니 유머는 유머로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09) 지하철 역사, 열차 안에 광고가 많지 않아 시각 공해가 매우 훨씬 덜한 편입니다.
09) 사람들이 정말 조용하게 갑니다.
소란스럽지가 않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어쩌다 있을까 말까 한 코믹한 영상일뿐 러시아 지하철의 일상이 아닙니다.
10) 지하철 역이 근처에 있으면 지하철을 뜻하는 Metro의 빨간색 M자 표지판이 군데군데 있어서 지하철역으로 찾아가 편리합니다.
공통된 마크를 도시 곳곳에 표기를 해놓아서 식별이 상당히 용이합니다.
11) 플랫폼의 주된 방식이 중앙 방식에 좌우로 오고가는 열차가 와서 역을 지나치거나 잘못 타도 내려서 바로 그 자리에서 편하고 신속하게 다른 열차를 탈 수 있습니다.
12) 휴대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포트가 있는 열차가 꽤 존재합니다.
13) 에스컬레이터 인심이 후합니다.
지상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계단에는 거의 이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이동에 피로도가 덜합니다.
14) 에스컬레이터에서 좌측 통로를 러시아도 철저하게 양보하는 문화입니다.
이건 아래 영상을 참조하세요.
15) 이건 우리 남성들이 느끼는 장점입니다.
지하철 등에서 다양한 색상의 러시아 사람들, 특히 남성인 제 입장에서 여러 미모의 러시아 처자들, 아줌마들을 보며 가는 여정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ㅎ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처자들 보는 낙도 무시못합니다. ㅎ
■ 특이점
https://youtu.be/Rte1K737uS4
1) 핵무기 보유국이라서 전시 대피소로 활용함인지 지하철이 매우 깊은 곳에 있고, 타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매우 길고,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빠르고 가파른 편입니다.
전시에는 장점이 되는 특징이죠.
에스컬레이터 조명도 아름답고 고풍스러우며, 이용시 좌측을 비워주는 문화는 우리와 동일합니다.
2) 러시아 지하철은 배차 간격이 짧아서 즉, 열차가 자주 오기에 차장이 칼 같이 출발합니다.
배차 간격이 촘촘하니 뒤에 바로 오는 열차 때문에 시간을 질질 끌지 않습니다.
절대로 더 타게 기다려주거나 문을 다시 여는 거 없습니다.
플랫폼에 달려오는 이가 있어도 타고 싶으면 배차 간격이 짧으니 다음 열차 타라는 식으로 문을 미련없이 과감히 닫습니다.
정말 과감하게 닫아버리니 처음 가시는 분들은 이점 숙지하셔야 합니다.
■ 단점
1) 지하철에 일부 구간에는 내연 기관식 열차가 있어 특유의 배기 냄새가 나는 곳이 많습니다.
이는 지하철 역사가 길어 과거에 운영하는 열차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대신 자연 환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2) 스크린 도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러시아가 최초 도입 국가인데, 이게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아래 영상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 스크린도어로 제가 촬영한 겁니다.
https://youtu.be/9MOkAyy3BU8
■ 요약
국뽕을 안고 갔다가 오히려 지하철 운영의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러시아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용과 이동의 편리성, 통일된 비용, 지하철 내부 밀집도가 낮은 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지하철도 좋은 시스템을 지니고는 있지만, 이게 러시아에 대고 막연한 국뿡 우위를 말할 수준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 운영 방식, 매너 등등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러시아가 더 접근성이 용이하고, 이동성이 편리해서 피로도가 덜해서 저는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동안 서방 언론들이 러시아 폄하에 몰두한 나머지 러시아의 지하철 하면 희화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들었지만, 실상은 운영 시스템이 무척 합리적이고, 저렴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역사와 운치있는 내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의 지하철, 전철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전부터 운행한 대선배격으로 운영 노하우가 오랫동안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비교를 러시아는 제외하고 서방 국가들 간 비교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우리나라 지하철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제가 볼 때는 러시아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댓글 댓글 중---
Pazz
홍콩 mtr 도 배차간격이 엄청나게 짧죠. 이게 엄청난 장점입니다. 다음열차가 바로온다는걸 아니 지하철을 급하게 탈 이유도 없고 정시성이 많이 보장됩니다
GENIUS
역사가 멋진게 젤 부럽네요.
울나라 역사는 시장통 같은 느낌이라...
울나라 건물은 뭐하나 멋지단 느낌이 드는게 거의 없어요.
기왕 지을거 좀 제대로 웅장하게 짓지...
뺀질이77
러시아월드컵 직관 갔을때 지하철 타봤어요
땅속 깊이 있고 에스컬레이터가 빠르다.
그리고 지하철 바로 바로 오는게 진짜 좋더라구요
테세우스의뱃살
저기요, 에스컬레이터 없으면 어떻게 올라가나요?
100m 는 되어보이는 에스컬레이터가 빠르게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 놀랐습니다.
상트 스크린도어는 좀 무시무시하죠 ㅋㅋㅋ. 거의 기요틴 급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안내에 영어가 나오는데, 오래 전에는 영어 한마디 들을 수 없어서 관광객 입장에서 당황스러웠습니다. 2차대전에 참전하셨을 것 같은 노동미(?) 넘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리에 죽 앉아서 동양인 아재를 쳐다보던 생각이 납니다.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좀 그립습니다.
요즘은 모스크바 지하철 요금은 얼마인가요?
(예전에 상트에서 25루블이었다가 나중에 가니까 30으로 올랐는데, 환율때문에 체감은 더 싸져서 신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