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하게 슬픈/서상민
모든 소문은 소란해지지
과장되고
머잖아 짐승의 시간이 된다
그걸 어느 가을날 포스트잇에 내려앉은
햇빛이라 해야 할지
빈 왼쪽 호주머니라 해야 할지
찬 비 뿌리는 오후 두 시
피뢰침 위에 한참을 앉았다 날아가는 새라 해야 할지
아무튼 우린 전속력으로 무관하게 슬픈 것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
일회용 감정을 책임지는 일은
삼일을 넘기지 못하는 작심 같은 것
우리의 책무는 슬픔에게 표정을 찾아 주는 일
가보지 않은 길을 후회할 수 없잖아
세상은 신이 꾸는 악몽이야
그래서 이토록 거룩한 거야 당신이 말하는 동안
난 담장 밑에 줄지어 핀 얼굴 지저분한 맨드라미를
보고 있었지
우리가 싸워 이긴다 해도 아름다운 땅의 일출을 볼 수 없을거야
난 맨드라미 얼굴을 닦아주었지
신을 믿는 당신과
신을 믿지 않는 당신이 모두 불안한 것처럼
우리에겐 마주 볼 눈이 없고
느낄 마음이 없네
처음 보는 사람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사람들이 당신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나는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조금은 절망이고 조금은
희망인 삶이란 길 에서
욕심 부려봤자. 그렇고
그런인생 느끼며 알아야겠지요
선정 축하합니다~!
가슴으로 읽어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