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만 되면 옆에 있는 아내에게 버릇처럼 이 날이 공휴일인가 묻는 버릇이 있고 그 때마다 이 양반이 한글날만 되면 치매가
발동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는다.
그도 그럴것이 젊었을 때는 한글 날이면 공휴일이라서 마냥 좋았고 한글날이 오면 학교 전체가 한글날 노래로 그날을 기억하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생각하고 즐거웠든 기억이 생생했다. 그러다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10월 9일이라는 달력 색갈이 검은 활자로 변해버리고 바쁘게 사는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한글 날"이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 했다.
국적없는 발렌타인데이에 못 받은 쵸콜리트는 억울하고 장사꾼의 꼬임수 빼빼로데이는 기억해도 "한글 날"을 모른 것을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어느 때인지 슬금하니 달력에 한글날인 10월 9일이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노령인 나에게는 공휴일이라는 개념이 별 탐탐스러운 것이 아니기에 지나치다보니 이 날이 되면 버릇처럼 공휴일인지 아닌지 묻게 되었기에 말이다.
산수를 맞은 백발의 머릿속에 역력히 남아 있는 "한글 노래"가 있다. 아마도 그때가 해방되고 다음 다음 해쯤 되는 것 같다. 중학교 진학하기 이전에 2,000여 학생이 너나없이 즐겁고 신난 기분에 목청껏 불렀든 노래였기에 지금도 가사 한자도 틀림없이 외우고 있다.
없애버렸던 한글날을 공휴일로 부활 시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어느 경축일보다도 민족적 자존감은 말할 것 없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고개를 번쩍 추겨 올리고 온 세상에 고래고래 소리 질러 자랑해도 양에 차지 않을 자랑스러운 우리 글자 "한글"이 여느 국경일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국가가 몹시 마땅치 않든 차였기에 "한글날"의 국경일 지정에 새삼스 럽게 흥분되었든 것이다.
생각지도 않든 70여 년 전에 "한글날"에 불렀던 "한글 기념일의 노래가 뜬금없이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것 무슨 노래예요?" 아내가 묻는다. "당신 이 노래 몰라?" 전혀 모른단다. 아이들에게 물어도 고개만 살래 살래 흔든다. "그럼 한글날에 무슨 노래를 부르니?" "안 불러요. 그런 노래 몰라요."
내심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경축일이면 이에 맞는 기념가가 있기 마련이고 우리 국민이면 너나없이 불렀던 국민가요~ 3 1절 노래가 있고 광복절과 개천절 노래가 있고 한글날 기념가가 있다.
"어허~ 이를 어쩌나?"
행여~하며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눈을 씻고 보아도 해방 후 학교에서 배운 "한글날"의 노래라는 흔적은 찾을 수도 없다. 내가 배워보지 못한 다른 "한글날" 노래나 악보는 있지만 내가 배운 "한글날"을 기념하는 노래에 관한 기록이 없다.
2,000 여 학생들이 함께 불렀던 "한글날의 노래"는 위대한 한글의 권위에는 아랑곳 않고 역사의 무관심 속에 사라진 듯 하다. 내가 사는 지금의 코로나19의 질곡에 만날 수 있는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행여 나만 기억하는 "한 글 날" 기념노래로 그들마저 나 몰라라 할까 겁조차 나지만~
혹시 이를 기억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가당찮은 기대를 바라고 여기 1946년 2월 11일 군정청 학무국에서 지정했던 내가 기억하는 "한글날"기념 가사를 적어둔다
"한글날" 가사 박종화 / 작곡 정순애
세종 임금 한글 펴니, 스물여덟 글자 사람마다 쉬히 배워서 쓰기도 편하다 슬기에 주린 무리, 이 한글 나라로 모든 문화의 근본을 밝히려 갈거나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을 한 사람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내 어설픈 음악 상식을 쥐어짜서라도 악보를 부활시켜 볼까 하지만~ 뿌리가 사라지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심정에서 이 글을 올린다.
-글 / 쏠 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