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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11
1. # 보라매 공원 (낮)
멍청히 액션스쿨을 향해 서 있는 경. 액션스쿨 현관을 나서는 복수를 본다.
긴장된 표정으로 복수를 바라보는 경. 긴장감에 땀난 손을 바지에 문지르는 경. 손바닥이 따갑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진다.
상채기 난 손바닥을 다른 손바닥 위에 올리곤 살며시 주먹을 쥐어 보는 경.
2. # 액션스쿨 현관 앞 (낮)
현관 앞을 걸어 나오는 복수. 성큼 성큼 걸어가는 복수의 등 뒤로 미래가 뛰어 나온다.
미래, 복수 앞을 가로 막는다. 서로를 마주보는 둘.
미래 : (차분한 음색이다.) 복수야.
미래를 외면하며 걸어가는 복수의 품에, 미래가 힘없이 안긴다. 미래의 표정엔 아무런 동요가 없다.
3. # 보라매 공원 (낮)
입을 벌린채, 고개 숙이는 경.
4. # 액션스쿨 (낮)
여전히 무심하고 맥빠진 모습으로 복수의 허리를 감고 선 미래.
미래 : ...왜 이러구 있냐? 날 팽개쳐야지, 멍충아.
복수 : ...(슬픈 눈으로 미래를 본다.)
미래 : (넋을 잃은 음성. 느리고 차분한 음색이다.) 아까처럼... 싸가지 없이... 재수없게 쳐다보면서... 나, 밀어버려.
...그래서, 내가 바닥에 나뒹굴어 지면... 그 땐... 그냥 가라. ...그 땐... 나두 못 참으니까...
복수 : ...
미래 : ...울지두 않을께.
복수 : (미래의 어깨를 당장이라도 밀어내려는 듯 힘을 주고 손을 올린다.)
미래 : (힘없이 복수의 허리에 손을 감은채 살며시 눈을 감는다.)
복수는 미래의 어깨에 손을 얹은채 경을 바라본다. 미래는 미련없는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5. # 보라매 공원 (낮)
멀리서 둘을 바라보던 경이 등 돌린다.
경 : (힘없이) ...언니... 멋있다. (그리고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경.
6. # 액션스쿨 앞 (낮)
힘 준 복수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 : (눈을 뜬다. 슬픈 듯) 요 정도냐? 싫다는 게? 싫은 축에두 못 끼네. 그럼, 난... 참을만 하다, 아직은...
복수 : ...
미래 : ...걘 갔냐?
복수 : ...응.
미래 : (복수의 품에서 떨어진다.) 걔 갔으니까... 나두 간다. ...(몇 발자국 걷다가 눈물이 돈다.)
복수야. ...그지? 나 싫은 건 아니지 않냐?
복수 : ...응.
미래 : ...(눈물이 글썽인다.) 양다리 걸쳤다가... 입맛 맞는 년으로 고르면 되잖아, 빙신아.
...걔랑 제대로 연애두 못해 보구서... 어뜩케 될 줄 알고 정리부터 하냐? 머릴 좀 써라.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는 미래.
쓸쓸한 미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복수.
복수 : 미래야.
미래 : (돌아본다.)
복수 : (슬픈 눈빛으로) 그래두... 난... 경이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미래 : (돌아선다.) 닥쳐, 빙신아.
돌아서는 미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7. # 연습실 건물 앞 거리 (밤)
폴짝 폴짝 깡총 깡총 뛰면서 헤헤대며 오는 경. 그 뒤로 비슷한 버전으로 경의 뒤를 따라오는 별리.
둘 다 취했다. 둘 다 혀가 꼬였다. 표정은 계속 헤죽댄다.
경의 가방 속에서 삑 삑 핸드폰 통화확인 신호가 들린다.
경 : (멈춰서더니 눈을 말똥 굴린다.) 언니. ...춤 더 추자.
별리 : ...(멍하니 경을 본다.) 그 도둑놈이... 그렇게 좋으냐?
경 : (숨이 넘어 갈 듯)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아. ...근데에... 응원단 언니가아...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멋있어. 뺏을 수가 없어.
...능력이 안돼, 내가... (건물 위층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저 여자만 없으면 되는데...
별리 : (물끄러미 경을 본다.)
경 : (한숨) 하... (다시 신나서 눈을 똥그랗게 뜬다.) 언니, 또 춤추러 가자.
별리 : (늘어진 말투로) 야, 일루 와 봐아.
별리가 경을 끌고 현관으로 간다.
8. # 치어리더 연습실 앞 (밤)
별리와 경이 현관문 옆 벽 앞에 서 있다. 경이 립스틱을 들고 있다.
별리 : (연습실 앞 벽을 가리키며) 그걸루... 그 기집애 욕이나 확.... 써 버리.
경 : ...좋다. 오케, 오케, 오케이. (립스틱을 들고 눈에 초점을 세운다.)
별리 : 언니... 화장실 갔다 와서 검사해 주께에.
경의 머리를 쓰다듬곤 별리가 비틀대며 나간다.
경이 졸린 눈을 부비며 벽에 글씨를 쓴다. 헤죽대며 낙서를 하던 경이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진다.
웅크리고 새우처럼 누운채 립스틱을 입에 물고 헤죽 웃으며 잠이 든다.
경의 가방에서 울리는 핸드폰.
9. # 동진의 집 - 침실 (밤)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경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동진. 입주변의 립스틱 자국을 꼼꼼하게 지워준다.
침대 밑으로 떨어진 경의 손을 침대 위로 올리는데, 손바닥에 묻은 피딱지를 본다. 놀라는 동진.
동진, 경의 손바닥을 살살 물수건으로 닦아낸다. 엎드려 잠든 경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진은 행복하다.
동진 : 귀여워라.
10. # 동진의 집 -거실 (밤)
여리게 울리는 경의 핸드폰 소리. 가방 속에 든 핸드폰 소리는 경을 깨우기엔 너무나 약하다.
11. # 경의 집 앞 (밤)
경의 집 앞에 서 있는 복수가 핸드폰을 들고 있다. 이내 핸드폰 폴더를 내리는 복수.
복수, 대문 앞에 쪼그려 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자기가 자기뺨을 때린다.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이리저리 자신의 뺨을 갈겨댄다.
복수 : (때리며) 제비족 같은 놈. (한참을 때리다가 멈춘다.) ...아우, 아퍼.
복수는 경의 집을 떠날 수가 없다. 그렇게 그 곳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F.O.
12. # 치어 연습실 앞 (아침)
풀이 죽을 만큼 죽어 연습실 안으로 들어가는 미래.
13. # 치어 연습실 안 (아침)
치어 리더 두 세명이 운동복을 갈아입고 있다.
치어1 : (낄낄대면서) 미래야. ...니가 낙서 지워라아?
미래 : 뭐?
치어2 : (낄낄) 바깥 벽에 언니 이름 있어.
미래, 의아한 듯 치어를 바라보다가 나간다.
14. # 치어연습실 앞 (아침)
문 옆 벽에 붉은 립스틱으로 개발 새발 쓰여진 낙서. <미래는 바보/ 복수는 내꺼/ 미래는 꽝>
어이없는 표정으로 낙서를 보는 미래.
미래 : (한참을 바라보다가 웃음이 새어나온다.) 하하, 참. ...하하, 참. ...보다 보다 별 년을 다 본다. 하하...
어두웠던 미래의 표정이 말끔히 가신다.
15. # 동진의 집 - 침실 (아침)
아침햇살에 눈을 뜨는 경. 부시시 반쯤 눈을 뜨면, 낯선 곳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상체를 일으킨 경. 방을 둘러보면 동진의 방이다.
경 : 하. (당황한다)
옆을 보는 경. 베개를 머리 위에 올리고 얼굴이 파묻힌 채 잠든 사람.
놀라는 경.
경 : (자그맣게) 한 기자님.
꿈쩍도 않는다.
경, 우당탕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간다.
16. # 동진의 집 - 거실 (아침)
경이 쏜살같이 방에서 달려나와 거실을 두리번 대더니 가방을 챙겨서 또 쏜살같이 현관으로 향한다.
이 때, 현관문이 벌컥 열린다.
경 : (뒤로 물러나며) 엄마야.
동진 : (냄비를 들고 서 있다) 아, 놀래라. (신경질) 국 엎을 뻔 했잖아아.
경 : ...내 옆에 사람 있든데?
동진 : ...자기 친구.
경 : ?
동진 : 해장국 사왔다. 먹자. (주방으로 간다.) 전 경. 친구 깨워.
17. # 주방 (아침)
식탁에 앉아서 해장국을 먹는 경. 머리를 긁어댄다.
동진 : 안 일어나?
경 : 네. 쫌만 재워서 데려갈께요. (머리를 긁는다.)
동진 : (인상을 쓴다.) 아, 머리 좀 긁지마아. 미친 여자 같애에...
경 : ...(눈치를 보며 해장국을 먹는다.)
동진 : (인상을 쓰며) 자기한테 전화했는데, 친구가 받드라. ...난 전 경만 델구 올라 그랬는데...
자기 친구가, 수작 부리지 말라구 난리를 치잖아... 재워 줄 거면 자기랑 같이 재워 주든가,
...아니면 둘이 길바닥에서 자겠다구... 내가 잡아먹냐?
경 : (눈은 못 마주치고) 위험하지요. 남잔데...
동진 : (낮은 톤으로 수긍한다.) ...위험하지. 좀...
경 : (여전히 해장국만 먹는다.)
동진 : 손은 왜 그랬어?
경 : 네? (그제사 자신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본다.) 어? 붕대가 생겼네?
동진 : 내가 감아 줬다? 이쁘게 감았지?
경 : ...고맙습니다. (여전히 국만 먹는다.)
동진 : (입술이 비뚤어진다.) 세상에... 무슨 여자가... 손에 피딱지가 앉도록... 소독두 안하구 돌아다니냐?
바지 좀 봐, 저거. ...저, 피묻은 거... 아으, 구질 구질해.
경 : ...(또 머리를 긁다가 동진의 눈치를 보며 손을 내린다.)
동진 : (물끄러미 경을 바라본다.)
경 : ...머리가...가렵지? 땀을 너무 많이 흘렸나?
동진 : (걱정스레) 아직도 잘 안돼? 걔랑?
경 : ...
동진 : 그래서 술 먹은 거야?
경 : ...
동진 : 나랑 먹을 땐 취하지두 않드니... (궁시렁) 약 올라. ...(타이르듯) 걔랑 잘 안 될 땐, 나 불러서 놀아아.
...남자 땜에 골치 아픈건, 남자 만나서 놀아야 돼에. ...그래야 심적으로 쌤쌤이 되지.
...(또 다시 신경질적인 윽박.) 딴 여자들은 잘두 그러는데, 넌 그렇게 미련을 떠냐?
경 : 나두 그럴까 했는데요. ...(얕은 한숨) 에휴. ...그게 무슨 짓이예요. ...한 기자님한테나, 나한테나, 그 사람한테나...
동진 : ...알았다. ...나두 인제 그만 할란다.
경 : (동진을 본다.)
동진 : 너, 포기다.
경 : ...(의외다.)
동진 : (놀리듯) 라구 할 줄 알았지?
경 : ...(어안이 벙벙해서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 (포기한 듯) 그래. 너... 포기했다.
경 : ...(웃으며) 라구 할줄 알았지, 라구 할라 그랬죠? 또?
동진 : (뜨악한 표정으로 경을 본다.)
경 : (멍청히 동진을 본다. 그제사 무안한 듯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진짜가 부다.
동진 : 들어갈 틈이 없네. 너한테...
경 : (미소) ...잘 하셨어요.
동진 : ...(섭섭한 표정으로) 좀 섭섭하긴 하지, 너두?
경 : ...(미소) 네.
동진 : (어이 없는 듯) 대답 참 잘해.
경과 동진, 모처럼 편한 미소를 건낸다.
18. # 영화 촬영장 (낮)
복수에게 안전복을 입혀주는 양찬석.
복수가 겁먹었다. 경이 준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는다.
건물 한 켠에 유리창이 설치된다. 겁먹은 표정으로 특효팀이 설치하는 유리창만 바라보는 복수.
양찬석 : 겁나?
복수 : (겁먹은 표정으로) 아니요.
양찬석 : 저거 사실은... 사탕이라구 보면 돼. (힐끔 복수를 보며) 겁나?
복수 : 아니요. (궁시렁) 저 사탕 먹다간 입 찢어 지겠다.
양찬석 : ...달려 나가는 속도가 중요하다? 겁먹으면 괜히 주춤대다가 다친다? ...겁나?
복수 : 아니요. (궁시렁) 근데, 무슨 사탕이야? 다친다며...
양찬석 : 낙법하듯이, 자세 정확히 해서 날아야 돼. 안 그럼, 위험해. ...겁나?
복수 : (꽥 소리친다.) 아니라깐요? 겁 안나요, 겁? 왜 자꾸 겁을 줘?
양찬석 : (씩 웃는다.) 긴장 좀 풀리겠다? 소리 질러서? (복수의 등을 툭 두드리곤 간다.)
복수 : (촬영장을 왔다갔다하며 궁시렁) 으이유, 그걸 긴장 푸는 방법이라구... ...아, 씨 겁나 죽겠네.
(혼자서 외듯) 속도... (부딪칠 자세를 취하며) 뭐라 그랬지, 또? 소릴 지르라 그랬나? 아우, 겁나...
(주위를 두리번 댄다.) 근데, 꼬붕이 이 놈은 아직두 안 왔나? ...아후... 겁나.
19. # 셋트장 일각 (낮)
핸드폰을 하고 있는 꼬붕. 멀찍이서 꼬붕을 향해 온다.
꼬붕 : 돈벌어서 준다니까... 금방 벌어, 금방...
양찬석 : (꼬붕의 뒷통수를 갈긴다.) 금방 어뜩해 벌어, 임마? 일두 안하면서... (지나쳐간다.)
꼬붕 : (뒷통수를 만지며 계속 핸드폰) ...돈 천두 안되는 거... 겁주구 있네. (핸드폰을 끊는다.)
20. # 밴드 연습실 (낮)
키보드로 슈만의 “어린이 정경” NO1을 연주하는 경.
밴드들 심각한 표정으로 짜장면을 먹고 있다.
정국과 기홍은 통장을 살핀다. 탁자엔 만원짜리 3십만원 정도와 천원짜리 스무장 정도가 놓여있다.
기홍 : 알바는 많이 하는데... 돈이 안 모이냐?
정국 : (심각하게) 우리가 너무 많이 먹나?
경 : (멈추며) 응.
별리 : (진지하게) 야, 다시 쳐 봐.
기홍 : 이러다 언제 음반 내냐?
정국 : (우울한 표정으로) 밥 좀 들 먹자. ...빨랑 음반 좀 내자. ...지친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린다. 미래다.
미래 : (귀찮은 표정으로 경에게) 야, 일루 와. (그리곤 나간다.)
경, 긴장된 표정으로 미래를 따라 나간다.
21. # 치어 연습실 앞 (낮)
미래는 팔짱을 끼고 서 있고, 경은 주눅 든채, 수세미로 낙서를 지우고 있다.
미래 : 니가 초딩이냐? 내가 이런 유치짬뽕은... 6살 이후론 본 적이 없다. 하... 내숭은 줄창 떨드니... 너, 술만 먹으면 그러냐?
경 : ...가끔... 나두 모르게...
미래 : 기억두 나?
경 : ...다음 날 깨면... 조금씩 기억 나요.
미래 : (인상을 쓰며 붕대감은 손을 본다.) 손은 왜 그르냐?
경 : 넘어졌어요.
미래 : 아, 증말... 가지가지다. ...(자신도 옆으로 와선 다른 수세미로 닦는다. 그리곤 다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미래는 바보, 복수는 내꺼... 거기까진 그렇다 쳐. 미래는 꽝은 뭐냐? 꽝 부딪쳐 죽으란 거냐?
경 : 아니요오.
미래 : (비실비실 웃는다.) 참... 내가 복수만 아니면, 유치한 맛에 너랑 잘 놀거다, 아마?
경 : ...(물끄러미 미래를 본다.)
미래 : ...(어둡게) 뭘 보냐? ...니가 나 똑바루 볼 자격있냐?
경 : 언니.
미래 : 왜?
경 : (어렵게 그리고 단호하게) 복수씨한테... 이거 낙서... 얘기하지 마세요.
미래 : 할거다.
경 : ...언니, 그럼 참 치사한 거예요. ...술 먹구 한 짓은... 원래 얘기 하는 거 아니래요.
미래 : (실소) 놀구 있네. ...입 다물구 얼른 지워, 이 년아. ...(자신도 열심히 지우며) 내가 이 얘길 왜 하냐? 나만 손핸데...
경 : ...(미래를 본다.)
미래 : (어둡게) 이 얘기하면... 너 귀여워서 죽을 거다, 복수가...
다시금 어두워진 미래를 경이 미안한 듯 바라본다.
미래 : (어금니를 물고 낙서를 지운다.) ...지금... 너한테 빌구 싶어 죽겠는데... 아직은 참는다, 내가.
...복수, ...가져가지 말라구, 빌구 싶어 죽겠는데... 내가 참어.
...복수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아득히 벽을 본다.) 나한테 남자가 아니라, ...가족이야, 기집애야. (눈가가 젖어온다.)
미래, 이내 부지런히 수세미질을 한다.
경 : 언니...
미래 : ...(쳐다보지도 않는다.)
경 : 자신은 없지만... (헛기침) 흠... 노력은 해 볼께요. ...안 좋아 할라구... 노력은 해 볼께요. (어금니를 물며 낙서를 지운다.)
미래 : ...(물끄러미 경을 바라본다.)
경 : ...(외면한채 흔들리는 목소리) ...자신은 없어요.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낙서만 지우는 둘. 둘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같은 손목시계. 동시에 CU.
22. # 영화촬영장 - 세트 건물외부 (낮)
모자까지 올려 쓴 후드티를 입고 자전거를 탄 복수가 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건물 유리창을 향해서 쏜살같이 페달을 밟는 복수의 굳은 표정.
유리창을 향해 돌진. 복수의 눈이 질끈 감겨진다.
23. # 영화촬영장 - 세트 건물내부 (낮)
유리창은 산산조각 나고... 복수는 공중을 날 듯 건물 안 매트리스로 떨어져 구른다.
매트리스에서 눈을 감은 복수.
감독의 컷 사인과 동시에 양찬석과 우찬석이 복수에게 달려온다.
우찬석 : 복수야.
복수 : (한 쪽 눈을 뜬다.) 나, 괜찮아?
양찬석 : 손가락 잘렸다.
복수 : (놀라며) 안돼. 내가 박 정달두 아니구... (손을 들어본다. 손등과 손가락을 베었다.) 에이... 놀래라.
조감독 : (이들 앞에 달려와서) 양감독님. 한 번 더 가자는데?
양찬석 : (우찬석에게) 얘 다쳤다, 야... 니가 할래?
복수 : 아, 싫어, 내가 할래요. ...(벌떡 일어난다.) 아우, 겁나.
복수, 씩씩하게 나간다.
복수를 보며 미소짓는 양찬석.
우찬석 : (인상을 쓰며) 형. 쟤 좀 말리라니까아... 쟤 저러다 머리 터져어.
양찬석 : (건물 밖 복수를 바라보며 비밀을 아는 듯 나직하고 단호하게) 절실한 게 있어야, ...사는 의지두 강해지는 거다.
...쟤, ...점점 강해지구 있어. ...말리지 마라.
양찬석이 나간다. 우찬석 걱정스레 얼굴을 훑어 내린다.
24. # 영화 촬영장 - 세트 건물 밖 (낮)
아까와는 다르게 총명하고 강한 눈으로 자전거를 잡고 선 복수.
자전거 손잡이를 강하게 부여잡은 복수의 손에서 핏방울이 흐른다.
25. # 버스 안 (밤)
경이 두 손으로 승강문 옆의 기둥을 잡고 서 있다. 무표정한 경의 모습.
가까이 경의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경, 정류장 쪽을 고개를 빼고 눈 여겨 본다. 정류장엔 아무도 없다.
버스가 서면 운전석 옆 문이 열린다. 옆문으로 오르는 복수. 경이 보지 못한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출구문이 열린다. 다급히 경쪽으로 간다.
경, 출구로 내리려는데... 기둥을 잡은 경의 붕대 손 위에 포기지는 복수의 붕대 손.
경, 놀라서 돌아보면 복수가 어느새 버스에 올라 귀여운 미소를 보낸다.
복수 : 저어... 저기 자리 났는데...
버스가 떠난다.
경 : (퉁명스레) 나, 여기서 내려야 되는데?
복수 : ...(실망) 네에.
경 : (금새) 자리 어디 났는데요? (쪼르르 빈 뒷자리로 가서 앉는다.)
복수 : (웃는다.) 헤.
경 : (손짓을 한다.) 빨랑 와요. ...자리 뺏겨요.
경 옆에 나란히 앉는 복수. 둘, 앞만 보며 미소짓는다.
그러나, 경은 의도적으로 웃음을 자제한다.
경 : (다시 번지는 웃음. 고개를 흔든다. 스스로에게) 웃지마.
복수 : 네?
경 : (문득 복수의 붕대 손을 본다. 자신의 붕대 손으로 복수의 붕대손을 만지며 놀란다.) 스턴트 하다 그랬구나.
복수 : (경 손의 붕대를 보며 안된듯) ...어제... 넘어져서 다친 거죠? ...붕대감은 것두 귀엽다, 경이씬...
경 : 헤헤. (웃다가 갈등 때리는 눈빛) 아...자꾸 웃으면 안 되는데...
복수 : 왜 궁시렁 대요?
경 : (웃고 있는 복수를 바라보다가 저절로 미소가 어린다.) 아우, 씨. 왜 자꾸 웃지, 나?
복수 : ...오늘 되게 산만하네, 경이씨?
경 : (궁시렁) 에이, 몰라. 노력은 했어.
복수 : (대뜸) 나, 이제 미래 몰라요.
경 : ...(복수를 본다.)
복수 : ...(눈길을 피한채 생각에 잠긴다.)
경 : ...
복수 : ...(경을 본다.) 내 기억은... 미래를 알지만... 내 마음은, 이제... 미래 몰라요. ...마음이... 모른척 하래요.
경 : ...(입을 벌린채) 그래두...
복수 : ...(고개를 숙인다. 천천이 생각에 젖어서 깊이있게) 마음이 잔인해지지 않구, ...어뜩케... 한 사람만을 좋아합니까?
...착한 마음으로는... 세상 전부를 좋아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하나만 좋아하려면, 착해선 안돼요.
...잔인하게... 한 사람 좋아할래요. ...나중에, 후회해두, 좋을 사람.
경 : ...(애틋하게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젖은 듯 간절한 눈빛으로 목소리가 흔들린다.)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연습했는 줄 알아요? ...종이에 써서?... 볼래요?
(울듯한 얼굴로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보여준다.)
경 : (복수의 노트를 본다. 미소가 감돈다.)
<내 기억은 미래를 알지만-좋아하지만.... 내 마음은 이제 미래를 모른다.-모른척 한다-싫어한다.>
이 글귀를 만드느라 펜으로 지우고 쓰고를 반복한 흔적이 두 페이지나 된다.
마치 작가가 글을 만든 것처럼... 같은 문구라도 어미처리의 노력까지 엿보인다.
두페이지 글의 3분의 2가 까맣게 지워져 있는 지저분한 노트장. 펜 위에 번진 몇 방울의 눈물자국도 느껴진다.
복수 : (눈물이 글썽인다.) 멋있게 생각할라구... 막... 이렇게 쓰다보니까... 좀 슬프기두 하구...
뭐... 좀... 한숨두 나구... 뭐... 눈물 콧물...
경 : ...(젖은 눈으로) 말 그만해요. ...버벅대니까... 깨잖아요.
복수 : ...(살며시 슬픔을 거둔다.)
경 : (아련한 눈가에 미소가 돈다.) 어디 갈까요, 우리?
복수 : ...(젖은 눈에 옅은 미소) 어디 갈까요?
경 : ...음... (생각이 난듯.) ...어디 갈까요?
어느새 잡았는지, 복수와 경은 붕대감은 손을 나란히 잡은채, 슬픈 듯, 행복한 듯, 앞만 본다.
26. # 도시를 달리는 버스 (밤)
복수와 경의 버스가 꿈결처럼 부드럽게 도로를 달린다.
27. # 미래의 집 - 옥상 (밤)
퇴근하는 미래가 문을 열려는데, 문 앞의 봉투.
봉투를 뒤적이는 미래. 과일이 들었다. 되도록 백화점에서 파는 비싼 열대과일.
미래, 미소가 감돈다. 봉투를 또 뒤적인다. 그러면 그 끝에 복수의 핸드폰이 들어있다.
불안한 표정의 미래. 그리고 편지...
복수 : (E 슬픈 듯) 미래야. ...나, ...너, 떠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핸드폰.
멍하니 선 미래. F.O.
28. # 경의 집 - 식탁 (아침)
경이 거실을 나가려다가 문득 식탁을 본다. 식탁엔 낙관과 미선 둘 뿐이다.
경이 다가온다. 여전히 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는 낙관.
경 : (살며시 식탁으로 다가온다.) ...언니... 엄만?
낙관 : (밥만 먹는다.)
미선 : (낙관의 눈치를 보며) 수영 가셨어요. 요즘 새벽반 끊으셔서... 오빤 지방 가느라 일찍 나갔구요.
경 : (낙관의 눈치를 본다.) ...나두... 밥 먹어야겠다.
낙관 : (대뜸 미선에게) 밥 떠줘라, 경이.
미선 : 네.
경 : 내가 뜰께요. ...(밥통으로 가 서며 겁먹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듯) 아빠. 언니... 너무 부려 먹지 마세요.
미선 : (놀라서 낙관을 본다.)
낙관 : 뭐?
경 : (밥을 떠오며 여전히 겁먹은 눈빛으로) 아니예요.
미선 :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경 : ...(묵묵히 밥을 먹는다.)
낙관 : (힐끔 경을 본다. 그리곤 다시 신문을 본다.)
경 : (또 불쑥) 엄마랑 여행이라두 가세요.
낙관 : (물끄러미 경을 본다.) ...별 상관을 다하네, 이제.
경 : (다시 주눅) ...(다시 시도) 언니두, 오빠랑 외출 좀 하구 그래요.
미선 : ...그럴 새가 어딨어요, 아가씨? 오빠두 오빠지만... 나두 살림하기 바쁜데...
낙관 : 니네 짰냐?
미선 : (놀라며) 아니요.
낙관 : (경을 보며) 근데 웬 오지랍이야, 너? ...집안 알아서 잘 굴러가구 있구만.
미선 : 아가씨... 괜히... (긴장된 눈빛으로) 아버님. 오해하지 마세요. 짠 거 아니예요.
경 : ...(반항적이지 않게 오히려 연민감으로) 잘 굴러가는 거 같지가 않아요, 아빠.
낙관 : ...
경 : ...(낮게) 아빠땜에... 그런 거 같아요.
낙관 : (벌떡 일어난다.)
미선 : (덩달아 일어나서 다급하게 낙관의 팔을 막는다.) 아버님. ...아가씨가 잠이 들깨서... 아버님. 아가씨 요즘 몸두 약한데...
경 : (겁먹었다. 있는대로 고개를 파묻는다.)
낙관 : (미선의 손을 뿌리치며) 아, 놔. 화장실 갈거야. (경을 째려보곤 식당을 나간다.)
미선 : (가슴을 쓸어 내리며 소곤댄다.) 왜 그래요, 아가씨?
경 : (자신도 한숨 돌린다. 그리곤 씩 웃는다.) 요즘 내가 뵈는게 없어서...
미선 : (걱정스레) 하지마요오...하우.
경 : (웃으며) 언니. 분가시켜 주라 그럴까요?
미선 : (경의 입을 막는다.) 나 죽어, 아가씨.
경 : (짖궂게 웃는다.)
미선 : (자리에 앉으며 덩달아 미소.) ...고마와요.
경 : ...
미선 : (슬픈 듯. 푼수끼 완전 없이) 잠깐이지만... 아가씨 그러는 바람에... 내가 여기 식모가 아니라, 인간이구나, 느꼈어요.
(눈물이 글썽인다.)
경 : (연민어린 눈으로 미선을 본다.) ...언니, 내가 인간 만들어 줄께요. ...조금씩.
미선이 훌쩍이고 경이 애틋한 미소로 미선을 본다.
29. # 영화 촬영장 (아침)
승용차에서 기자재를 내리는 복수. 바닥에 스턴트 장비를 내리는데 옆구리를 툭툭 찌르는 동진.
복수 : 아, 간지러. (돌아보면 동진이다. ...그리곤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동진 : 경계의 눈빛을 보내구 그러냐?
복수 : (시비조로) 내가 언제?
동진 : 으이유, ...못생겨 가지구...
복수 : ...(인상을 쓰며) ...피부는 좋아.
동진 : 자신있는게 피분가 부지?
복수 : 아, 왜 왔어?
동진 : 여기 음악감독이랑 놀러왔다, 왜? (돌아서 가며) ...잘해, 노가다.
복수 : 아효, 얄미운 조 놈.
동진 : (돌아서며) 자기가 그렇게 멋있다며?
복수 : 누가 그래?
동진 : 전 경이...
복수 : ...(헤죽) 저기, 내가 멋있대요? 경이씨가?
동진 : 그냥 해 본 소리야.
복수 : (야린다.)
동진 : ...(진지하고 친근하게) 근데... 그럴 거 같애. ...아니면, 경이 왜 그렇게 뿅 가냐?
복수 : (씩 웃는다.)
동진 : 자기가 안 만나 준다면서... 목이 아프다 그랬나? ...제대루 해에. 전경한테...
(멀어져 가며) 아으, 진짜... 엑스트라 주제에... 복이 터졌어, 그냥.
복수 : (수줍은 미소) 스 턴 트 맨. ...근데, 왜 목이 아프지?
신나서 장비를 내리는 복수.
30. # 연습실 (낮)
미래가 봉투를 들고 불쑥 들어온다. 마주치는 둘.
미래 : (미소) 이거 너 줄라고...
경 : 뭔데요, 언니?
미래 : (봉투를 경의 가슴에 획 집어 던진다.)
경, 봉투의 무게에 허리를 굽힌다. 바닥으로 복수가 사온 과일들이 굴러 떨어진다.
놀라서 미래를 보는 경.
미래 : (실소) ...복수가 나한테 준 이별과일이야. ...이별이 될진 모르지만...
경 : ...나... 복수씨 그냥 좋아할래요.
미래 : (경을 바라본다.) 그래라? ...나두 그럴꺼니까...
앞서가는 미래.
경, 봉투에 바닥을 구르는 과일을 담는다. 그러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다부지다.
31. # 연습실 건물 앞 (해질녘)
퇴근하는 미래. 미래의 뒤로 강의 자동차가 따라온다.
미래, 슬쩍 자동차를 보곤 무시하고 간다. 창문도 내리지 않고 그렇게 자동차로 미래 뒤를 따른다.
신경이 거슬리는 미래가 뛰어간다. 자동차도 그 속도로 미래의 뒤를 쫓는다.
미래 : (멈춰서며) 에이, 진짜. (운전석으로 가 서며) 뭐? 어쩌라구?
강 : (유리문을 내리며) 밥 먹자.
미래 : (짜증) 아, 진짜. (그러더니 냉큼 뒷문을 열고 탄다.)
32. # 승용차 안 (낮)
강 : 어? 웬일이냐? 한방에?
미래 : 사장님. 밥 사주구 싶어서 환장했지? 그럼, 어디 기똥찬데루 모셔 봐. 아저씨 돈이나 축내게...
강 : (신경질) 그럼 좀 옆으루 타아.
미래 : 아저씨 돈 쓰는 거 봐서...
33. # 강남 퓨전 레스토랑 (밤)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무영과 인옥.
무영 :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서울, 싫어. ...서울 공기는 산소가 없나 봐. 들이 마시면... 목에서 먼지가 걸리는 거 같애.
인옥 : 춘천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친구들두 다 서울에 있을 테구...
무영 : 심심할 때쯤, 지들이 알아서 놀러 와. ...개강하면, 너두 놀러 와라. 나, 춘천에선 어깨에 힘주구 살어.
...서울만 오면 후줄근 하지만...
인옥 : 결혼하지 그르니? 왜 혼자 청승을 떠니?
무영 : ...
인옥 : (비아냥) 인제 결혼두 힘들겠네에. 할아버지가 되서...
무영 : 니가...
인옥 : ...
무영 : 너랑 결혼 안할거면... 다른 여자랑두 결혼 하면 안 된다며...
인옥 : ...
무영 : ...
인옥 : 니가... 이러구 늙어 죽을 줄 알았나?
무영 : ...
인옥 : 언제 가, 춘천엔?
무영 : 방학 끝날 때까지 있어 보구... 못 견디면 빨랑 가구...
인옥 :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을 내리깐채 음식을 집어 먹는다.) 무영씨 원한다면... ...나, 이혼 할 수 있어.
(쳐다보지도 않고 음식을 오물댄다.)
무영 : ...(놀란다)
인옥 : (무영을 바라본다.) 춘천가서 살 수 있어. ...지금 당장 가자면, 그럴 수도 있어.
무영 :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다가) 야. 숨을 못 쉬겠다.
인옥 : ...똑같은 대사네. 내가 결혼하잘 때, ...무영씨, 그랬는데...
무영 : ...인옥아.
인옥 : ...
무영 : (확신을 구하듯) 증말 그럴 수 있어?
인옥 : ...(그제사 대답하지 못한다.)
무영 : 응?
인옥 : ...아니.
인옥, 고개를 돌린다.
입구로 강과 미래가 온다.
인옥 : (놀라서 일어선다.) 강아.
무영 : (그제사 놀라서 일어선다.)
강, 인옥의 목소리에 인옥과 무영을 바라본다.
무영 : 강아. (옅은 미소가 배어나온다.)
강 : (놀란 표정을 짓다간 인옥을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리곤 미래에게) 야, 가자. (나간다)
미래 : (따라가며) 왜?
강 : (무작정 나간다.) 밥먹기 싫어졌다.
미래 : (쫄래쫄래 쫓아가며) 난 아니야. 난 먹을래. ...헤이... 전사장.
34. # 레스토랑 입구 (밤)
강과 미래가 나간다.
인옥 : (뛰어나와 강을 팔을 잡는다. 단호하게) 인사하구 가.
강 : ...(인옥을 뚫어져라 바라만 보다가 승용차 문을 열어 미래를 태운다.)
인옥 : (얼핏 승용차 안의 미래를 보며) 누구니? ...너... 여자 만나구 다니니?
강 : (화난 눈으로) 그 남잔 누군데요? 어머닌 남자 만나구 다녀요?
인옥 : ...(애절하게) 강아... 오랜만이잖아. ...그러지 마... 들어가서 인사는 하구 가.
강 : 정신 좀 차리세요, 어머니. ...내가 보기엔... 저 남자보다, 집에 계신 아버지가 천 배는 나아요. ...철 좀 드세요.
강, 승용차에 오른다. 출발하는 강.
인옥, 슬픈 듯 떠나는 강의 승용차만 바라본다.
35. # 레스토랑 (밤)
물컵을 쥐고 고개 숙인채 앉아있는 무영. 물컵 모서리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진다.
36. # 강의 승용차 안 (밤)
화가 난 강의 얼굴을 보며 눈치를 살피는 미래.
미래 : ...아저씨 엄마야?
강 : ...나, 밥 안 먹어. 너, 집에 데려다 주께.
미래 : 좋겠다. 엄마두 이쁘구... 그래서 애들이 이쁘구나아.
강 : (슬쩍 미래를 본다.)
미래 : 근데... 엄마가 바람 핀거야, 사장님?
강 : (소리친다.) 쫑알대지마.
미래 : (궁시렁) 아우, 씨. 드러워서... (다시)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연세가 어뜩케 되는데?
강 :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37. # 승용차 밖 (밤)
조수석 승용차 문을 열고 아무 말도 없이 미래를 끄집어 낸다.
미래 : (어안이 벙벙해서) 왜 그래?
강, 승용차를 몰고 가버린다.
미래 : (역시나 어안이 벙벙)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졸지에? ...아우, 씨. 배고파 죽겠네.
38. # 주택가 (밤)
뛰어오는 경과 복수.
복수 : 닭도리탕이 그렇게 좋아요?
경 : 네.
복수 : 우리 엄마 별명을 닭도리탕이라 그래야겠네.
39. # 꼬꼬 치킨 (밤)
복수와 경이 들어선다.
유순은 없고 성호만 테이블에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둘을 보고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하는 성호.
복수 : (성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엄만?
성호 : ...(표정이 안 좋다.) 엄마... 지금... 정신 없어요.
복수 : 왜?
성호 : ...곗돈 날렸대요.
복수 : ...(낮게) 뭐?
성호 : 오늘... 하루 종일, 그 돈 찾는다구... 낮부터 나가서, 아직 안 오셨어요.
이 때, 유순이 문을 밀고 들어온다.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유순 : (경을 본다. 실소) ...넌, 어뜩케 이럴 때만 나타나니?
경 : ...안녕하세요?
유순 : (실소) 안녕하겠니?
복수 : (걱정스레) 얼마나 날렸는데?
유순 : (의자에 털퍼덕 앉으며) 사천.
복수 : (놀란다.) 적금 부으라 그랬잖아. 몽땅 글루 간거야, 돈?
유순 : ...(무표정하게) 이자가 세배야. (실소) 하, 참. ...성호야. 맥주 한 병 꺼내 와.
성호 : (망설인다.)
복수 : ...꺼내 와, 성호야.
경 : ...내가 할께요. (냉장고로 가서 맥주를 꺼낸다. 주방으로 가서 컵을 챙겨 든다.)
복수 : ...(넋을 놓고 실웃음을 짓는 유순을 바라본다.)
경 : ...(말없이 유순의 컵에 맥주를 따른다.)
유순 : 복수야.
복수 : 응.
유순 : ...(넋이 나간채) 돈 좀 벌어다 줘.
복수 : ...(안타까이 유순을 본다.)
유순 : ...다시... 돈 벌라니까, 엄두가 안나. ...예전처럼... 돈 좀 벌어다 줘.
경 : (복수를 본다.)
복수 : ...알았어.
고개 숙인 복수의 눈에 유순의 새로 신은 구두가 보인다. 흙투성이가 된 유순의 구두.
복수 : ...발... 안 아퍼?
유순 : ...(눈물이 글썽) ...응. 구두... 편하드라.
복수, 유순 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신발을 벗겨 한 켠에 놓고, 발을 주물러 준다.
복수 : (어둡게) 경이씨. 잠깐만 의자에 앉아있어요.
유순 : (눈물 흘리며 경을 본다.) 오늘은... 닭도리탕 해 줄게. ...먹구 가.
왈칵 눈물이 나는 경. 손으로 입을 가리며 새어 나오는 울음을 막는다.
슬픈 얼굴로 유순의 발을 정성껏 주물러 주는 복수의 모습. F.O.
40. # 지하철 안 (낮)
넋을 놓고 지하철에 앉아있는 복수.
지하철 안,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 따라 유난히 복수의 눈에 들어온다.
여자들의 핸드백, 뒷짐진 쌕, 남자들의 불룩한 뒷주머니,
잠들어 풀어헤쳐진 남자들의 양복 상의 안주머니, 난간 위에 올려진 가방 등등...
다시 한 번 두리번대는 복수의 시야가 흐려진다. 눈을 깜박이는 복수.
41. # 밴드 연습실 앞 (낮)
연습실을 나서는 경. 이 때, 동진의 자동차가 경 앞에 부리나케 선다.
경 : (놀라며) 한 기자님.
동진 : (차에서 내리며 성난 표정으로) 걔, 전과자라며?
경 : 네?
동진 : (상기된 표정으로) 박 경장이 전화했드라?
경 : (들은 척도 않고) 저... 지금 점심 먹으러 가야 되거든요? (그리곤 앞서 간다.)
동진 : 그 전과자 만나?
경 : ...(인상이 구겨진다.) 근데요? 그래서요?
동진 : 내가 태워다 주께.
경 : 싫어요. (바삐 걸어간다.)
동진 : (경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경 :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동진의 손이 강하다. 동진의 배를 주먹으로 힘껏 강타한다.)
동진 : (배를 움켜 잡으며 경의 손을 푼다. 쪼그려 앉아 인상을 쓴다.)
경 : 인제, ...돈 안 훔쳐요, 그 사람. 전과자라 그러지 말아요.
난 한기자님 같은 속물보단, 복수씨 같은 전과자를 더 존경해요. (돌아선다.)
동진 : ...(쭈그려 앉아 인상을 긁는다.) 야, 전경. ...(일어선다.) 소매치기가 얌전히 돈만 훔치냐? 걔네들... 칼두 들구 다녀.
...칼 든 손으루, 무슨 짓을 했을지, 어뜩케 알어, 니가? 너, 걔가 칼들구 있단 생각 안해 봤지?
경 : (동진에게 다가가 동진을 바라보더니 가방으로 동진의 머리통을 때린다.)
동진 : (경의 팔을 잡으며 소리친다.) 미친 기집애야. ...도대체 왜 하수구루 들어 가? 응?
경, 동진의 손을 뿌리치며 달리기 시작한다.
42. # 음반매장 앞 (낮)
서성대며 경을 기다리는 복수.
멀리서 경이 달려온다. 땀을 흘리며 복수 앞에 서는 경.
복수 : (손수건을 꺼내 경의 얼굴을 닦아주며) 아, 좀... 뛰지 좀 말라니까... 땡볕에 뛰구 그러면... 지치는데...
(얼굴을 닦다가) 경이씨... 기미 생겼네. ...자외선 차단제 같은 거... 안 바르나, 경이씬?
경 : (헉헉댄다.) 복수씨.
복수 : (웃으며) 내가 하나 사 줄까요?
경 : (대뜸) 복수씨두 칼 갖구 다녔어요?
복수 : 네?
경 : (빤히 복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든다. 혼잣말) 미쳤어.
복수 : ...뭐가요?
경 : (복수의 손을 잡으며) 콩국수 먹어요.
복수 : 네.
걸어가는 둘 앞에 동진이 달려와 막아선다.
놀라는 둘.
복수 : (놀라서 동진을 바라본다.) 왜들 뛰어 다니지? 더운데? ...(손을 내밀며) 웬일이지, 여긴?
동진 : 야.
복수 : 왜?
경 : (동진을 밀치며 소리친다.) 가요오.
동진 : ...쟤한테 물어 봐. (복수에게) 너, 돈만 훔치구 다녔냐?
복수 : ...
동진 : 사람 다치게 한 적 없어?
복수 : ...
경 : (복수의 손을 잡아 끌며) 콩국수 먹어요, 우리.
동진 : 박경장 손가락... 니가 잘랐다며?
경 : (놀라서 멈춰선다.) 손가락을 잘라요?
복수 : ...
동진 : (단호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아니야? 아님 말구...
경 : (말없는 복수를 본다.)
복수 : ...
경 : (소곤댄다.) 얼른... 아니라 그래요. (울듯 말듯 동진에게 소리친다.) 무슨 손가락을 잘라요오.
복수 : ...
동진 : ...
경 : ...
동진 : (조용히) 아니라 그래, 얼른. ...그럼 나, 그냥 가게...
복수 : ...
경 : (당황한 표정으로 복수의 양손을 잡아끈다.) 콩국수 먹자니까요?
복수 : ...나... 칼 갖구 다녔어요. ...내가... 그랬어요, 박 정달....
경 : (무너지는 눈빛으로 복수의 두 손을 꽉 부여잡는다.)
경을 바라보는 동진의 당황스런 눈빛.
경 : (눈물이 흐른다.) 어때요, 뭐. 그럴수두 있지...
경, 말을 채 맺지도 못하고 복수의 다리 아래로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넋나간 경의 눈빛과 경을 바라보는 동진의 연민. 그리고 어두운 복수의 눈빛.
복수가 바라보는 둘과 거리가 초점을 잃는다. 눈을 깜박이는 복수.
주저앉은 채, 눈만 깜박이는 경.
복수가 물끄러미 경을 바라보다가 경을 남기고 걸어간다.
동진, 경의 손을 잡아주려는데...
경 : (복수에게 달려가 복수의 손을 잡는다. 슬픈 눈으로) 콩국수 안 먹어요?
복수, 물끄러미 경을 바라본다.
경 : (슬픈 눈으로) 증말루...
복수 : ...
경 : (슬픈 눈) 기미 꼈어요, 나?
복수 : (슬픈 눈으로) ...네.
경 : ...덥죠?
복수 : ...네.
손을 잡은 채, 슬픈 듯 마주 보는 둘을 동진이 입을 벌린 채 바라본다.
43. # 인근 학교 수돗가 (낮)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는 경과 복수.
복수 얼굴을 훑어 내리곤 손수건을 꺼낸다. 그러나 닦지는 않고 경에게 먼저 주려는 듯 들고만 있다.
경 : (세수를 하다가 복수를 본다.) 다 씻었어요?
복수 : 네.
경 : 어디 봐요. (복수의 한손을 잡는다. 뒤적여 본다. 그리고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돗가에 복수의 손을 가져간다.)
때 나온다. (박박 밀어댄다.) 그 쪽두요. (수건 든 손의 수건을 도로 집어넣고 다를 한 손을 내민다.
역시나 힘을 주어 복수의 손을 씻기운다.) 됐어요. (그리곤 다시 세수를 한다.)
복수 : 나... 무서워졌죠?
경 : (세수하던 얼굴을 들며) ...네.
복수 : ...
경 : ...(세안을 멈추곤) 칼을 든 복수씨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무서웠어요. (다시 세수를 한다.)
복수 : ...(물끄러미 경을 바라보던 복수가 경이 세안을 멈추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준다.)
경 : (손수건을 받아든다.) 근데... 아까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 험한 손으루... 어머니 부운 발을... 아주 정성껏 주물러 주던 ...복수씨였어요. (젖은 얼굴로)
복수 : ...
경 : 내가 본 복수씨의 손은... 어머니 발을 만지던 손이었어요. ...그게... 나한테는 복수씨 손이예요.
...그리구... 조금 놀랐지만... 그 험한 기억이... 복수씨가 살아왔던 현실이라면... 난... 그것두 좋아할래요.
(복수를 바라본다. 그리곤 복수의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그리곤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복수에게 건낸다.)
복수 : ...(경의 손수건을 받아들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내) ...박정달은...
경 : 사고였죠?
복수 : ...네.
경 : (미소) 거봐요. ...내가 본게 맞잖아요.
복수 : ...
경 : 내가 보지 않은 건... 생각 안 할래요. ...난... 누가 뭐라든, ...계속... 복수씨 손잡고 있을래요.
...난, 복수씨 손이 참... 좋아요. (젖은 눈이지만 단호한 눈빛이다.)
복수 : ...손...이쁘게 만들께요. 계속...
복수의 애틋한 눈동자가 붉어진다. 옅은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는 둘.
마주 선 둘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44. # 미래의 집 - 옥상 (해질녘)
쓸쓸한 눈으로 현관 앞에 서는 미래.
현관 구석엔 아직도 떨어져 부서진 복수의 핸드폰이 있다.
45. # 거실 (해질녘)
거실로 들어서는 미래.
방에서 활짝 웃으며 나오는 현지.
현지 : 언니. 일루와 봐.
미래를 끌고 방으로 가는 현지.
46. # 미래의 방 (해질녘)
미래의 방 한 켠에 있는 컴퓨터로 현지가 미래를 이끈다.
현지 : 언니, 나와.
헬로우 올드카 사이트 홈에 미래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온다.
신나서 미래를 보는 현지. 신기한 듯 미소짓는 미래.
미래 : ...(쓸쓸이) 복수랑 같이 봤으면... 재밌었겠다. (돌아서서 옷을 갈아 입는다.)
현지, 슬픈 듯 미래를 바라본다.
47.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방에서 복수가 양복을 입고 나온다.
복수 : (씩 웃으며) 아. 간만에 입었드니... (이러저리 보며) 히... 어색하군.
(어항에 밥을 주며) 경이야. 오빠 갖다올게. ...아, 빨랑 미래 사다 주께에, 경아.
씩씩하게 대문을 나서는 복수.
48. # 마을버스 주차장 (아침)
버스 안에서 떨어진 휴지들을 대충 주워 나오는 중섭.
이 때, 씩씩하게 양복을 입은 복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화들짝 놀라서 복수에게 달려가는 중섭.
복수 : 아빠, 우유 먹어. 수퍼 아저씨가 나 먹으라구 준건데... 아빠 줄라구 달려 왔어. ...이쁘지, 복수? (우유를 내민다.)
중섭 : (우유를 내팽개친다.) 그 옷 벗어.
복수 : 아빠.
중섭 : (상기된 표정으로) 너... 다시 작업 시작했어?
복수 : (인상을 쓴다.) 아, 아빠아.
중섭 : (목이 맨다.) 얼른 안 벗어? 내가 뱃겨? (복수의 상의를 잡아챈다.)
복수 : (소리친다.) 아, 조옴... 오늘... 결혼식장 간단 말야. 양복이 이거 뿐이 없잖아.
중섭 : ...(미심 쩍은 눈으로) 진짜야?
복수 : (한심한 듯) 아, 거참... 무슨 아빠가 이러냐? 그냥 틈만 나면 의심을 하네. ...아빠, 나빠. (미소지으며 돌아서는데)
중섭 : (쫓아오며) 그럼, 나두 가.
복수 : 어어?
중섭 : 나두 가.
복수 : 진짜.. 화날라 그러네?
중섭 : ...내가 가면 안돼?
복수 : 아, 그렇게 입구 나 졸졸 따라 댕기면... 예식장에서 참 볼만하겠다.
중섭 : ...진짜지?
복수 : ...진짜 곱하기 천. 아니, 만. 아니, 십만, 백만.... (씽긋 웃으며) 갔다 올게.
중섭 : (물끄러미 복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소리친다.) 양복, 그거 말구 하나 사자.
...(궁시렁) 그거... 버려야겠다. ...그것만 보면, ...눈이 뒤집혀.
터져서 바닥을 흐르는 우유.
49. # 액션스쿨 - 플로어 (낮)
장비를 챙겨드는 복수 곁에 양찬석이 실실 웃고 있다.
양찬석 : 촬영장에 의상 다 있어, 임마. 그리구... 조폭 양복은 이런게 아니지... 단추 양쪽으로 두 개 달린거지.
복수 : 아, 진작에 얘길 하지. ...괜히 아빠한테 혼나구...
양찬석 : 아빠 양복이야?
복수 : 아, 몰라요오.
우찬석 : (바삐 다가와서는) 야, 복수야. 조심해서 움직여. 응? ...아, 내가 얘 옆에 있어야 되는데...
복수 : (짜증) 아, 진짜... 오늘따라 이렇게 들러붙겠다는 사람이 많으냐?
양찬석 : (복수의 등을 툭 치며) 나, 없다구 시시덕대지 말구... 선배들 하라는 대루 잘해. 알았어?
복수 : 네. 대장님. ...가자, 꼬붕아.
풀이 죽어있는 꼬붕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서는 복수.
50. # 촬영 셋트장 (밤)
회색 중절모를 중심으로 검정양복들이 인상을 긁고 뒤쪽에 모여있다.
모두들,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 속에 복수가 있다. 있는 멋, 없는 멋 다 부리며 인상을 쓴다.
51. # 셋트장 분장실 (밤)
한떼의 배우들과 스턴트맨들이 음료수와 과자를 씹어댄다.
돈주머니를 든 제작PD가 통화중이다.
제작PD : 신용카드 하는 데가 별루 없으니까 그러죠. ...아유, 촌 구석이라... 돈 좀 더 보내줘야 돼.
...(돈주머니를 만지작대며) 한, 사백 있는데... 그래요. 모레까지면 뭐...
양복차림의 복수가 평상복 차림의 꼬붕에게 과자를 먹여준다. 볼까지 톡톡 어루만지며...
복수 : 맛있어? 꼬붕아?
꼬붕 : (여전히 풀이 죽었다.) 응.
복수 : 형아만 쫓아오면, 금방 스턴트 할 수 있어어. 에이유. 콜라 주까?
52. # 촬영 셋트장 (밤)
조폭들의 현란한 액션.
복수도 몽둥이를 집어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상대 조폭의 발에 얼굴을 강타당한다. 쓰러져 있는 복수.
감독 : 컷. 오케이.
복수 : (인상을 쓰고 일어서며 자신을 찬 스턴트에게 화를 낸다.) 에이, 진짜루 차면 어뜩해? 아파 죽는 줄 알았네.
스턴트 : 니가 임마. 합을 잘 맞춰야지. 발이 나가다 마냐?
복수 : 에유, 선배라는게 후배를 보호할 줄을 몰라.
이때, 복수가 분장실에서 나오는 꼬붕을 본다.
복수 : (꼬붕을 부른다.) 꼬붕아. 형, 핸드폰 좀 빌려 줘.
꼬붕 : 응. (핸드폰을 주곤 바삐 사라진다.)
복수 : (핸드폰을 건다.)
53. # 클럽 (밤)
키보드를 가방에 챙겨넣는 경이 핸드폰을 받는다.
다른 팀의 공연으로 음악소리가 귀를 울린다. 키보드를 챙기다 말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경.
54. # 클럽 앞 (밤)
경 : 다친덴 없죠? ...아, 이것두 걱정되는 구나아. ...스턴트맨, 못하게 할 걸 그랬나?
55. # 촬영장 (밤)
복수 : (분장실 쪽으로 향하며) 아...여자들은 왜 그렇게 스턴트맨을 싫어하냐? ...아니요. 다 끝났어요...
(수줍게) ...정류장에서... 기다려 줄래요? ...네. (핸드폰 폴더를 내린다.) 꼬붕아.
56. # 분장실 (밤)
분장실로 들어간 복수.
분장실 안 공기가 험악하다. 제작PD가 안절부절 못하고... 제작팀들은 물건들을 뒤적인다.
이미 정복을 입은 경찰하나와 사복경찰 하나가 와 있다.
제작PD : 아, 여태 그런 일 없었어요. 거의 2주일을 여기서 뭉갰는데에... 다, 우리 식구들인데에...
사복 : (검정 양복의 스턴트 쪽을 가리키며) 저 분들은?
제작PD : 아, 우리 스턴트맨들.
사복 : (싸가지 없는 말투) 아휴... 난 무슨 조폭들인줄 알았네. 이 분들두 계속 같이 계셨어요?
제작PD : (미심쩍은 눈으로) 저 팀은... 오늘 결합했죠.
사복 : ...(스턴트맨들을 보며) ...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큰집 출신 없어요?
스턴트맨들, 한 명씩, 한 명씩, 입구에 서 있는 복수를 본다.
스턴트맨들의 눈길을 따라 분장실 안 스탭들의 눈이 복수에게 머문다.
형사가 복수에게 다가온다.
복수 : (당황한다. 스턴트맨들을 보며 어색한 웃음.) 형.
외면하는 스턴트맨들...
분장담당 : 어머. (입을 가리며 조그맣게) 아까 내가 들어와 보니까... 저분이 혼자 물 마시고 있긴 했는데...
복수, 당황한 눈빛으로 분장을 쳐다본다.
형사 : 아유,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무섭겠다, 아가씨.
복수 : (불쌍한 눈빛으로) 저요. ...아니예요.
형사 : 누군 긴가? ...검사 좀 합시다. (복수의 손을 들어 올린다.)
복수, 손을 올린채 몸 수색을 당한다. 어찌할 수 없는 눈빛으로 스턴트 선배들을 바라본다.
형사 : (경관에게) 딴분들 소지품두 검사해 봐. (복수에게) 댁은... 잠깐 서루 갑시다, 응?
...그래두, 경찰서 경험이 있으니까... 불편하진 않겠네.
절망감이 도는 복수의 얼굴. 다시 한번 스턴트 동료들을 본다. 슬프다.
57. # 경의 정류장 (밤)
캔 음료 두 개를 손에 쥐고 벤취에 앉아있는 경의 미소. “빛나는 K" 후렴구를 귀엽게 흥얼댄다. 아주 귀엽게...
58. # 영화 셋트장 (밤)
형사에 이끌려 힘없이 걸어나오는 복수.
이 때, 스턴트맨 하나가 튀어 나온다.
스턴트맨 : 저, 형사님. ...다른 사람 같은데요. ...한 명이 지금 안보이거든요.
복수 : (매섭게 소리친다.) 아무한테나 덤탱이 좀 씌우지 마요, 좀.
(고개숙이며 어금니를 문다. 이내 형사를 본다.) 가시죠. 나만 족치면 됩니다. ...난, 전과자니까...
형사가 앞서간다.
어금니를 물고 굳은 표정으로 형사를 따르는 복수.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