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연수
경주문화예술체험장 안
신라서화각연구회
구봉 선생님과
그 문하생들인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로 28명의 경주 포항 지역 초중고 선생님들이 5일간 30시간 연수를 받으며
1인당 1점씩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팔목에 힘이 없고 처음이라서 남들보다 힘들었고 강사선생님과 마주 앉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남들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수강생들에게 판각할 5점의 글귀가 주어졌다.
마철저
철 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이백과 관련있는 말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뜻으로 마부작침이란 성어와 같은 말.
염상정
처염상정, 오욕락과 탐진치 번뇌가 들끓는 진흙탕 같은 욕계에 살더라도 연꽃처럼 거기에 물들지 말고 언제나 깨달음의 청정한 마음으로 산다.
낙즉안
즐겁게 낙천적으로 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안락해진다.
최근에 일어난 뜻밖의 일로 마음이 두려움과 미움으로 괴롭고 슬펐다. 그래서 번뇌의 불을 잠시나마 끄고자 나는 낙즉안을 선택했다.
목이온
온화함으로 화목을 이룬다.
붕몽의생
붕새의 꿈을 가지고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아라.
청소년에게 줄 만하다. 뜻이 좋다.
두 해 전 서화각 전시회를 포항 중앙 아트홀에서 보고 서화각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
작년 경주실크로드문화축제 때 중국 시안에서 온 전각(인장) 의 매력에 빠져 6점의 옥도장을 새겼다.
석가탑의 무구정광다라니경이나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이 아니더라도
세계 최고의 기록과 서적을 출판했던 조선시대
옛 책판이나
사찰의 주련이나
고택의 편액이나
누정의 시나 기문 현판이 모두 각수들의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하고
정밀하고 무한한 정성으로 이루어졌다.
5일 동안 서각을 통하야 판각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그 매력에 빠져 머리 속의 번뇌들을 잠시나마 잊고서
즐거웠고 편안하였다.
서각의 바탕인 서예나 그림을 익혀서 자신의 작품을 판각해야 단순한 기능에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서예 작품의 출전이 되는 시나 명언이나 반야심경 같은 경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예술에서 심오한 철학으로 인문학으로 서화각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각 공작실에 걸린 기존 작품들을 보니
밑바탕 글귀가 틀린 것이 더러 눈에 띄었다.
구성궁예천명의 '거고사추 지만계일 염염불망 영보정길'에서 염염불망을 자념재자라고 하여 의미도 통하지 않는 이상한 말을 새겼고,
잡보장경의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를 '누운 물처럼 낮추라'라고 틀린 구절을 힘들게 새겨 놓았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몇 달 동안 고생하며 정성껏 새긴 작품이지만
원본 텍스트가 틀린 것을 새겼으니 그야말로 헛고생하고 무가치해져 버렸다.
서각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다.
노계 박인로 선생이 꿈에서 주공으로부터 받은
성, 경, 충, 효 4글자(몽견주공기),
빨리어 마하망갈라수따를
상도선원 미산스님이 독송하기 좋게 음률에 맞추어 옮긴
<최상의 행복경>
(중국어로는 <불설길상경>)이
쉽고 누구에게도
잘 어울리며 길이도 반야심경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자애경>과 함께 상좌부 불교 신자들이 많이 독송하는 경전이라
서각의 텍스트로 삼도록 제공하였다.
공방에 걸린 서각 중엔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와
매화를 소재로 한 시들이 많았다.
그 중엔 조선중기 문장가
고죽 최경창과 기생 홍랑 사이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시가 보인다.
自奉恩歸舟
봉은사에서 배타고 돌아오며
최경창(崔慶昌)
歸人臨發折梅花
떠나기에 앞서 매화를 꺽어 들고
步出沙頭日又斜
백사장에 걸어 나가자 해가 또 기우네
水轉山移舟去遠
강물 돌고 산 움직이며 배가 멀어지니
滿江離思起風波
헤어지는 슬픔이 온 강에 풍파를 일으키네.
근력이 없는 팔로 닷새동안 망치질을 계속했더니
어제 오늘 몸살기가 돈다.
그래도 서각이 매력은 있어서 또 새겨보고 싶다.
첫댓글 와! 대단해요! 유익한 연수네요.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