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아무리 피곤하여도 어찌된 습성인지 여전히 이른 아침에 일어나 꽃 단장을 하고 아침 식사 요리 준비에 착수하였다.
사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나 이상하게도 구보다상 부부가 집밥을 먹기 보다는
자꾸 바깥으로 나가서 먹잔다....냉장고 두 개가 가득 그득 요리할 재료도 많고 종류도 많았지만
손님 대접 차원에서 아침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잔다.
그들은 아침 마다 그곳을 자주 애용한다면서 힘들게 요리하며 기운을 빼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내리 이틀 동안
나오시마에서 섭렵한답시고 음미한 우동에 지친 우리는 앞치마를 빌려 입고 부엌을 점령하여 기어이 한국 요리 전수에 나섰다.
물론 쥔장은 요리사요 통역은 박쌤이 전담하고 일일이 한국 요리의 비법과 정성을 알려주었으나
사실은 집에서 먹는 것 보다 더 신경을 써서 맛은 물론 세팅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여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렸더니만
구보다상 입에서 연방 나오는 "오이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남편 역시 황홀지경이라며 자신이 먹을 양보다 많이 먹었다고 넉살이시다.
그도 그럴 것이 52킬로의 남자, 위는 3분의 1을 잘라내고 허리는 협착이니 뭘 얼마나 즐겨 먹겠으며
구보다상은 시어머니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까지 얻었으니 남편이 뭐가 예뻐서 열심히 밥을 해대겠는가.
그리하여 우리는'"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라는 구호 아래'잘 먹어야 즐겁게 살 수 있다와
'두 부부를 합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하여 한국에서 가져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집에 넘쳐나는 재료와
구보다상의 텃밭에서 야채를 공수하였는데 사실 먹지도 않으면서 무슨 다양한 종류의 야채들을 기르는지 싶었다.
아마도 기르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듯하고 곁의 유실수 밭에는 꽤 많은 종류의 과일들이 주렁주렁이나
에고 아깝게 시리 먹지 않아 죄다 땅으로 하착하시니 그냥 두고 보는 것은 못 참을 뿐만 아니라 안타까워
먹을 수 있는 낑깡과 그 곁의 부추 밭에서 부추-전. 지지미의 대명사가 아닌가. 그것도 남자들에게 좋다는 부추-까지 싹슬이를 해왔다.
지천에 먹을 것 투성이이건만 왜 그리 소식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눈을 흘겼더니만
원래 소식과니까 그렇다는 말이 돌아왔다...해서 팔을 걷어 부치고 아침을 준비하는 씩씩한 여장부 한국아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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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훑어본 바에 의하면 택배도 꽤 많고 그중에 소면도 비중을 많이 차지 하는 듯하고 기본으로 쌀은 있는지
확인 하였더니 다행히 봉지쌀이 있어 밥을 안치고 한국에서 가져간 황태로 국을 끓이며 남편이 좋아한다는
계란말이를 두 종류로 근사하게 부쳐 주시고 감자볶음까지 대령하며 - 참 손길 많이 가는 것만 했다- 와중에
고등어도 구워놓고 명란젓갈은" 한국식으로 양파 다져 깨소금과 참기름과 파를 넣고 휘리릭 비벼 먹어야지 쬐금
놓고 구색만 맟춰놓고 아껴가며 먹으면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고 수다발 날려주셨다.
그리고 연두부까지 양념장을 만들어 한 접시 그득히 놓은 후 김치와 김까지 차려놓고 보니 뿌듯한데
오차가 빠지면 곤란한 법이니 차까지 곁에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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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하는 말로 우리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장년의 한국 주부들은 가족을 위한 기본은 해내는 고로 아침부터 바쁘다"고 설명을 하면서
"젊은 세대는 좀 다르겠지만 암튼 우리는 그러하다"를 강조하며 한상 차려내어 함께 먹으며 구보다상 부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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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를 끝내고-그것 조차도 우리가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손길이 천천히 찬찬하게 여서 성정 급한
후다닥 설겆이의 달인인 우리가 하는 것이 시간 절약이 되는 고로- 도쿄에 사는 딸내미 마끼꼬가 보내주었다는 커피를 마신 후
막간을 이용하여 마을 산책을 하면서 동네 풍광을 눈에 담고 마실 다니다 민들레와 씀바귀를 뜯자니
"그것도 먹는 것이냐"는 질문과 의문의 눈초리를 하여 주시는 구보다상에게
"당연히 샐러드나 쌈 혹은 겉절이용으로 쓰인다"니 또 놀라주신다.
그곁에 밭뙈기로 팔고 남은 양상추가 있어 "가져 가도 되는 것이냐"를 묻고 "괜찮다" 고 해서 두 덩이를 손에 들었다.
머위도 가져오고 싶었으나 그것은 임자가 있어서 아니 된다는 말에 그냥 돌아오다 앵두를 발견하여
샐러드에 장식용으로 쓰려고 달려 있는 것은 죄다 따왔다...가져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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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보다상의 시댁 가족묘 앞에서 진지하게 설명을 들어주며 우리네와 다른 문화에 대해 경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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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중간에 보이는 곳이 구보다상의 집인데 바로 뒤에 저수지가 있어 물이 넘치면
영락없이 수장 될지도 모르겠다며 미리 걱정인 것은 집을 새로 지은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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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납골묘 앞의 길다란 토기 화분. 구석기 시대 빗살 무늬 토기처럼 만들어졌으나
땅에 꽂을 수 있도록 구조가 밑으로 뾰족하게 되어 있다...감탄은 맑고 파아란 하늘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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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와현 자체가 밀이 유명하고 이 밀은 사누키 우동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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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밀 농사를 하기 위해 절묘한 수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필요한 부분으로 각자 물이 전달되는 독특한 구조...한 컷 깜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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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시간여를 산책하고 돌아와 바쁘게 잔치국수를 일본의 소면으로 하자니 좀 그렇지만 그래도 다싯국물을 내어 만들어 놓고
부추전을 세 종류나 만들어 내는 기발함에 혀를 내두르는 구보다상은 놀라서 또 "오이시"와 "오또케 만들어쓰요?"를 연발하고
세 가지 부추전 그 또한 별미요 구보다상 부부는 젓가락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다.
점심을 먹었으니 다시 한번 커피 한잔 하여 주시고, 구보다상이 자기 딸이 보내 준 것이 최고하며 자꾸만 마시자고 하는데
에효...한 잔이면 족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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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었으니 해 있을 때 가가와현의 유명한 곳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겠다며 그 유명하다는 곳으로- 하루밤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서둘러 데려간 곳은 고코히키잔 산정 전망대에서 보는 아라하케하마 해변의 어마무지하게 큰 모래그림이었다.
동서 122미터 남북 90미터 주위가 345미터의 엽전 모양을 한 거대한 관상통보 모래그림과 정말 아름다운 세토내해의 석양,
와우...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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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친해지고 쓱스러움에 벗어나 어깨동무까지 완료.
돌아오는 길에 관심권 안에 들어 온 쓰다의 마스바라 송림은 우리나라 서해안 특히 안면도의 송림을 생각나게 하고
태안반도 소나무와 대부도의 서어나무 군락지를 생각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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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공원에서 일몰을 만나는 행운..아리다케 해안이 가까이 있어 한참을 노을에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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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에 가서 멋진 석양 사진을 건지는 이런 횡재를 봤나... 감탄사를 연발하여수두룩하게 촬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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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구보다상의 냉장고를 뒤져 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불고기 전골을 마련하고 낮에 뜯어 온 온갖 야채로
진수성찬을 마련하니 아, 다이어트는 물 건너 가고 날이면 날마다 색다른 술을 권하는 남편 덕분에 술에도 취하는데
멸치를 넣은 뜨거운 정종은 정말 독특하기도 하고 뭐 우리야 불고기 쯤이야 였지만 그들은 정말 맛있다며 미친듯이 먹어댔다.
당연히 한국식으로 만든 쌈장 앞에 그들은 독특한 맛-미소 된장과 한국 고추장과 갖은 양념으로-이라며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달라신다.
아무렴 그러고 말고지...우리나라 음식을 홍보하는데 그만한 것이 있을라고.
그 밤도 거의 다음 날이 되어 잠이 들었고 한국요리 전수는 계속 이어진다 다음 날도 쭈욱.
첫댓글 부러움의 연속입니다~ 언니한테 힐링이 되는 여행이었겠어요...암튼, 복 많은 분이셔요~~
ㅎㅎㅎㅎ 맞아요. 힐링도 되고 재미도 있었고 여러가지 의미로 좋았네요.
일본 사람과 언니, 동생이 된 것도 신기하구요.
암튼 오래 기다린 나오시마를 만나고 유쾌 발랄한 여행이었다는.
정말 정말 그 솜씨 어디가나~? 특유의 부지런함을 여기서도 발휘하셨네~! ㅎㅎㅎ
맛있지 멋있어 일본 음식에 비하면 한국음식이 훨~!
ㅎㅎㅎㅎ 일본 음식은 관광요으로도 가정용으로도 시식해 보앗지만
역시 우리 음식은 풍성하고 넉넉하고 손질이 많이가지만
우리 입맛에는 딱, 이 맛이야가 정답입니다요.
구보다상 남편이 한국에 돌아가지 말라고 해서 요리사로 취직할 뻔 했다는.
그 분들 정말이지 횡재 하셨겠어요
이런 고급진 한국 요리를 어디서 이렇게 훌륭히 대접받아 보셨겠어요
한국 엄마들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시고... 이 역시 한류의 한 몫을 단단히 하시고... 짱이십니다
아하하...한류.
맞아 음식의 한류 열풍을 일으키긴 했지.
덕분에 답례로 앞치만와 도마를 선물로 받기도 했고...기념품이래 ㅎㅎㅎㅎ.
지금 잘 사용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