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터보차저 부품 개발로 성공 예약
엔아이비: 강황진 대표이사
강황진 대표이사(58세)는 12년 전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전북 전주에 내려왔다. 하지만 그가 엔아이비 창업 당시에 생각했던 아이템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후 몇 년간의 고생 끝에 자동차 터보차저 부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다. 티타늄 부품, 니켈합금, 인공관절생산이라는 목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맨주먹으로 창업한 시절에 비하면 커다란 성과다. 전북 전주의 팔복로에 있는 엔아이비는 티타늄, 니켈합금 등의 특수합금 부품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가솔린 승용차에 쓰이는 터보차저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웨이스트 게이트 밸브를 니켈합금으로 생산해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강황진 대표는 “초기에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보그워너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했지만 최근에는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이어 보그워너글로벌을 통해서도 외국 기업에 납품하는 등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공주조기술이 최대 경쟁력
“티타늄이나 니켈합금은 산화 반응을 잘하는 민감한 금속입니다. 부품을 만들기 위해 용해 주조를 하려면 산소와의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이 필요해요. 저희 회사의 경쟁력은 바로 진공에서 티타늄이나 니켈합금을 주조할 수 있는 진공주조기술이에요.” 진공주조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설비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들여오기에는 엄청나게 가격이 비싸다. 강 대표는 “진공주조 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아이비는 2010년 설비를 마련하고 이듬해부터 생산을 시작했지만 2013년까지는 납품 실적이 미미했다. 본격적으로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일반 승용차에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터보차저는 그동안 승용차가 아닌 디젤 차량에 주로 장착돼 왔지만 몇 년 전부터 승용차에도 본격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자동차 다운사이징 열풍이 불면서 터보차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쉽게 설명하면 1,600cc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할 경우 2,000cc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파워가 세지면서 엔진은 가벼워져서 연비가 높아집니다. 배기가스도 줄어들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무엇보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지난해 터보차저를 장착한 승용차는 연간 전
세계 승용차 1억 대 가운데 1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비율은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터보차저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엔아이비의 할 일이 많아지는 셈이다. 터보차저 부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엔아이비의 수출도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11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터보차저 부품 수출은 25% 정도이다.
고온 초전도재료 공부 위해 일본 유학
그의 고향은 경남 진해이다. 대구에서 성장해 울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1982년부터 현대자동차에서 부품 개발 관련 연구를 하다가 1986년 삼성종합기술원(이하 삼성종기원) 창립 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종기원이 자체 건물을 마련하기도 전이었다. 계열사에서 순환근무를 하면서 그가 써낸 리포트가 ‘고온 초전도재료’에 관한 것이었다. 때마침 고온 초전도재료가 세계적인 핫이슈가 되면서 삼성종기원에서도 연구를 시작했고, 몇 달 전 같은 주제의 리포트를 낸 그가 선정됐다. 소재부품연구소 주임연구원으로 6개월 이상 국내외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한 결과는 외국에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것이었다. 회사를 설득해 일본 센다이 도호쿠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3년 넘게 초전도재료 전문가가 되어 돌아와서 다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연구 상황이 바뀌어 있었어요. 고온 초전도재료에 대한 열기가 시들해진 겁니다. 그룹 차원에서 삼성자동차 준비팀이 발족하면서 저도 거기에 합류했지요.”
자동차와 일본을 모두 잘 아는 그는 일본 기업과의 합작을 추진하던삼성자동차의 실무자로 적격이었다. 이후 삼성그룹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합작 프로젝트에서 삼성 측 창구 역할을 하면서 그의 앞길은 순탄하게 열리는 듯했다.“누구에게나 관운이나 시운 같은 게 있나 봐요. 임원으로 승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IMF로 모든 것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임원 승진은 물론 삼성차가 르노로 넘어가면서 6개월 이상 일손을 놓고 있어야 했어요.”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삼성차를 떠나 잠시 삼성SDI에 몸담았다. 몇 개월간 근무했을 즈음 지인이 전기모터 사업을 공동으로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고 그렇게 다시 자리를 옮겼다.“그때부터 3년 정도 모터 개발과 영업을 총괄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현장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2002년 말에 사표를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요.”2003년 초부터 강 대표는 사업구상에 들어갔다. 일단 성장해온 분야가 금속재료인 만큼 금속재료 가운데 일본에서 벤치마킹이 가능한 분야,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분야로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문제는 자금이었다. 공장도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운영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수도권 지역에서는 공장 임대조차 어려웠다. 공장을 물색하던 끝에 전주시 기계벤처단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사업 아이템이 좋으면 여러 가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밤새워 사업계획을 작성했다. 심의위원회를 거친 끝에 다행히 전주벤처밸리 입주가 확정됐고, 그날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주위의 도움으로 5억 원의 자본금을 마련해 공장과 설비를 갖췄고, 진공주조기술을 보유한 일본 업체 사장에게 지분 10%를 약속하고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공관절, 방위산업 부품 등 추진
강 대표는 터보차저 이외에도 인공관절, 방위산업 부품도 일찌감치 연구개발을 끝내고 산업화를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만 해도 본격 납품까지는 몇 년이 걸린 만큼 이들 분야에서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보고 느긋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을 창업해 만 12년을 넘긴 그의 경영 철학은 ‘사업공생’이다. “경영자도 사원도 한 식구라는 개념만 공유한다면 모두 행복할 수 있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2010년 현재의 자리로 공장을 이전해 오면서 직원들에게 “2년 내 강소기업, 4년 내 상장, 6년 내 복지회사를 만든다”는 ‘2, 4, 6’이라는 구호를 만들기도 했다. 강 대표는 “현재의 위치에서 평가해보면 터보 차저 부품 쪽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강소기업이라는 목표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다른 계획도 애초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꿈을 위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타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