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너희에게 재앙을 내리신 주님께서 너희에게 기쁨을 안겨 주시리라.>
▥ 바룩서의 말씀입니다.4,5-12.27-29
5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내 백성아, 용기를 내어라.
6 너희가 이민족들에게 팔린 것은 멸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너희가 하느님을 진노하시게 하였기에 원수들에게 넘겨진 것이다.
7 사실 너희는, 하느님이 아니라 마귀들에게 제사를 바쳐
너희를 만드신 분을 분노하시게 하였다.
8 너희는 너희를 길러 주신 영원하신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너희를 키워 준 예루살렘을 슬프게 하였다.
9 예루살렘은 너희에게 하느님의 진노가 내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들어라, 시온의 이웃들아! 하느님께서 나에게 큰 슬픔을 내리셨다.
10 나는 영원하신 분께서 내 아들딸들에게 지우신 포로살이를 보았다.
11 나는 그들을 기쁨으로 키웠건만 슬픔과 눈물로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12 과부가 되고 많은 사람에게 버림받은 나를 두고 아무도 기뻐하지 말아 다오.
나는 내 자식들의 죄 때문에 황폐해졌다. 그들은 하느님의 율법을 멀리하였다.
27 아이들아,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 부르짖어라.
이 재앙을 내리신 주님께서 너희를 기억해 주시리라.
28 너희 마음이 하느님을 떠나 방황하였으나
이제는 돌아서서 열 배로 열심히 그분을 찾아야 한다.
29 그러면 너희에게 재앙을 내리신 그분께서 너희를 구원하시고
너희에게 영원한 기쁨을 안겨 주시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7-24
그때에 17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1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19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20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98년 9월입니다. 저는 본당 신부님과 월요일 아침 미사를 마치고 ‘온천’엘 가기로 했습니다. 신부님을 모시고 온천엘 가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고, 그만 아침미사에 늦었습니다. 제의실에서 본당 신부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은 제의실 수녀님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조 신부님이 미사에 늦을 사람이 아니니 10분 전에도 안 나오면 꼭 전화를 하세요.” 저는 신부님께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신부님께서는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저는 미사 30분 전에는 고백소에서 성사를 주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수녀님에게 미안했습니다. 25년이 지난 9월입니다. 저는 마음 편히 아침산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퀸즈성당 본당신부님이 전화를 하였습니다. 신자들이 모두 걱정한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제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전화하였습니다. 나는 평상시처럼 아침 산보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날 아침 미사가 제 차례였는데 저는 깜빡 잊었습니다. 수녀님은 본당 신부님에게 전화를 하였고, 본당 신부님이 저를 대신해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신부님도, 신자들도 모두 저를 걱정하였습니다. 제가 혹시 아픈 것은 아닌지, 산보 중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4년 동안 한 번도 미사에 늦은 적이 없었기에 그만큼 저를 믿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부주의를 탓하지 않고, 먼저 저를 걱정해 주었던 신자분들과 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평소에도 미사에 늦은 적이 있었다면 본당 신부님도 저의 부주의를 먼저 탓하였을 것입니다. 저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본당 신부님은 저의 부주의함 보다는 저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선교를 하고 다녀온 제자들을 맞이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마귀를 쫓아낸 일을 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의 보고를 듣고 대견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교만해 질 것을 염두에 두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그리고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무엇이 하느님나라에 기록될까요? 우리의 업적, 능력, 재물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것이 필요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는 회개와 이웃을 위한 선행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오늘은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16세기 중엽 오스만 제국(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제국)은 영토를 확장하고자 유럽을 침공하였습니다. 1571년 10월 7일 그리스도교 연합군은 그리스의 레판토 항구 앞바다에서 벌인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 제국을 무찔렀습니다. 비오 5세 교황은, 이 전투의 대승이 묵주 기도를 통한 성모님의 간구로 하느님께서 함께하신 덕분이라 여기고, 이를 기억하고자 ‘승리의 성모 축일’을 제정하였습니다. 나중에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저도 묵주기도에 대한 작은 체험이 있습니다. 적성 성당에 있을 때입니다. 운전 중에 묵주기도를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 가는 길에 묵주기도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차를 세우고 묵주를 꺼내는데 제 앞으로 큰 트럭이 지나갔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운전했다면 큰 트럭과 충돌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묵주기도를 한 것도 아니고, 묵주기로를 하려고 준비만 했는데도 하느님께서는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저는 그 뒤로 매일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2002년 ‘빛의 신비’를 제정하였습니다. 이로써 묵주기도는 예수님의 탄생을 묵상하는 환희의 신비, 예수님의 공생활을 묵상하는 빛의 신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고통의 신비,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는 영광의 신비로 완성되었습니다.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치면 성모님의 전구로 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