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 함흥냉면
우리나라 냉면을 대표하는 고장은 평양과 함흥이다.
예전에는 황해도 해주냉면과 경상도 진주냉면도 유명했다지만 지금은 거의 명맥만 잇는 수준이고,
평양과 함흥 두 곳의 냉면이 전국 냉면 시장을 평정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확연히 다르다. 평양으로 상징되는 관서 지방과 함흥으로 대표되는 관동
지방의 특색이 모조리 반영된 만큼 뚜렷이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물냉면은 평양냉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평양냉면을 비벼서 먹기도 하고 함흥냉면을 물냉면으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비벼 먹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반대로 함흥냉면은 비벼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구분하는 본질적 차이는 국수를 만드는 면의 재료다. 원칙대로 만들자면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발을 뽑는 반면 함흥냉면은 메밀이 아닌 감자 전분으로 국수를 뽑는다.
지금은 평양냉면에도 메밀에 전분을 섞고, 함흥냉면 역시 감자 전분이 아닌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다고 하니 원초적인 평양, 함흥냉면에 비해 진화했다.평양냉면은 순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담백하며 툭툭 끊어지면서도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감자녹말로 만든 함흥냉면은 쇠심줄보다 질기면서 오들오들한 맛이 매력이다.
차가운 국수인 냉면은 원래 겨울철에 먹었기 때문에 늦가을에 추수하는 메밀로 국수를 뽑아야
제격이다.
실제로 함흥냉면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냉면들,이를테면 해주냉면이나 진주냉면도 모두 메밀국수
로 만들었다.그런데 유독 함경도에서만 감자녹말로 국수를 뽑은 까닭에 독특한 맛의 함흥냉면이
발달했다.이유는 함경도에서는 메밀을 대량으로 재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경도 출신 어른들의 회고에 따르면 함경도는 지형이 험한 탓에 메밀조차 재배하기 어려웠다고
한다.메밀이 부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풍부한 감자를 갈아서 녹말로 만든 후에 국수를 뽑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감자를 재배한 지역 역시 함경도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책에서 1824년과 1825년인 순조
갑신년과 을유년 사이에 만주의 심마니들이 두만강을 넘어 함경도 땅에 감자를 심었다고 적었다.
남미가 원산지인 감자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최초의 기록이다.
그리고 함경도 회령군 수성천에 사는 사람들은 감자를 심어 양식으로 삼는다고 했다.
감자가 함경도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전해진 까닭에 함경도 음식 중에서는 감자로 만든 음식이
유독 많다. 함흥냉면 역시 그중 하나다.함흥냉면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냉면은 아닌 것이다.
본고장인 함경도에서도 냉면 대신, 녹말국수 또는 농마국수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농마국수라고 하지 함흥냉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은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평양냉면이 크게
유행을 했기 때문이다. 평안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만들어 파는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자 함경도
출신들도 농마국수라는 향토색 짙은 이름 대신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국수를 팔았다.
심심한 맛의 평양 물냉면과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게 양념을 한 비빔냉면인 함흥냉면이 동시에 인기
를 얻었다.함흥냉면의 또 다른 특징은 냉면에 회를 얹는 것이다.
냉면에 홍어회나 가자미식해, 또는 명태식해를 얹어 비벼 먹는 것인데 사실 회냉면의 역사는 생각보
다 길지 않다. 함경도 어르신들의 기억에 따르면 회냉면이 함경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10년 전후
라고 한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편인데 따지고 보면 함흥냉면 자체도 그다지 역사가 오래된 음식이
아닐 수 있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해진 시기를 1824년으로 보지만 종자 개량을 통해 널리 보급된 것은
1900년 전후다. 따라서 감자녹말로 국수를 만들던 함흥냉면 역시 20세기에 들어서며 발달한 음식일
것으로 짐작된다. 18세기에 이미 명성을 떨친 평양냉면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지만 1세기 만에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출처:함흥냉면 –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윤덕노
첫댓글 동생이 오늘 말복이라고 삼계탕 먹자고 연락이와서 삼성동에있는 청담 삼계탕집에 갔더니 이미 주차장이
만원으로 할수없이 포기하고 근처 대치동 우래옥 강남점을 찾아 평양냉면으로 식사를 하였는데,물냉면의
육수맛이 일품이였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계절의 흐름에는 어쩔수 없는지 저녁에는 시원한 바람이불어
모처럼 열대야를 쫓아버린것 같습니다.
무더위 와 냉면, 한여름철 별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맛집으로 뽐내는 식당광고를 더러 보지만 가공식품의 만능시대로 육수까지 붙여 파는 수퍼의 냉면 탓으로 그 고유의 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삼계탕을 아침에 주문하고 저녁무렵 집에 올때 찾아 왔는데 꽁꽁언 포장으로 불에다 데워 먹은 복달임 이었습니다.
"The end of the dog days" 말복도 지났어니 처서가 제철 모양새로 닥아 오리라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