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소리와 그 여인
홍 재 석
누구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의 첫사랑으로 맺어진 그 사람을 잊지 못하여 마음속에 담아 두고 나만이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사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반백년 전 겨울방학 때다. 서울 친척집에 갔다가 고향으로 오려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완행열차를 타게 되었다. 객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젊은 여인이 나의 앞으로 나선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가다가 한자리에 앉게 되었다. 앞좌석에는 점잔어신 노신사 내외분이 정답게 앉아 계시였다.
가차는 기적을 길게 울리면서 서서히 출발을 하고 점점 빨이 달리고 있었다. 유유히 구비 치며 흐르는 한강 철교를 지날 무렵 이였다. 앞에 계신 어르신께서 "젊은이들은 어디까지 가는가" 하면서 행선지를 물어 신다. 나는 공손하게 "상주까지 갑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옆에 있는 그 여인도 나와 합창을 하여 둘이는 서로 의 귀를 의심하듯 말없이 처다만 보았다.
앞의 어르신은 혼자말로 "참 좋을 때다"라고 말을 하시면서 지난날 젊은 시절을 회상을 하는 듯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어르신은 우리를 보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와, 신사 양복을 입은 나를 보고 신혼여행을 가는 것으로 판단을 하신 모양이다.
수원역을 지나서 앞의 어르신은 우리들을 보면서 "보따리는 위에 올려놓고 편이들 가시요" 하면서 다음 역에서 내린다고 나가신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올려놓으려고 한다. 나는 어르신 배웅인사를 하느라고 일어 선 김에 그녀의 보따리를 받아 올려 주었다. 그 보따리에서 풍기는 향긋한 화장품 냄새는 나의 후각을 자극 하였다. 그 녀는 나를 처다 보면서 빵긋이 웃음을 지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말을 한다. 나도 예뻐 시내요 하면서 답례를 하고, 앞에서 바라보니 정말 예쁘고 첫인상에 호감이 가는 여인으로 보였다.
열차 내 판매원의 구수한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녀는 군것질 과자와 땅콩을 사서 함께 먹게 되었고, 땅콩껍질은 가제로 만든 그녀의 손수건에 놓아두면서 초면이지만 즐거운 대화는 이어 졌다. 네 자리 좁은 공간에는 둘만이 있으므로 작은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고, 나는 조용이 대학교 학생증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반색을 하면서 처음 보는 듯 신기한지 호기심 있게 자세히 보고는 자기가 누이가 된다고 한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동생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 누이가 없으니 별다른 생각 없이 좋다고 하여 둘이는 의남매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네 살이 더 많았다.
기차는 힘겹게 추풍령을 지나 김천역에 도착해보니 상주 가는 마지막 통근 열차는 10분전에 출발을 하였으니 내일 아침에 오라는 역무원의 설명이다.
즐거웠든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둘이는 난처한 입장이 되여 발길을 역구내 난로 쪽으로 갔으나 열기는 식어 가고 있다. 밥 날씨마저도 한겨울 세찬 바람으로 우리들의 철없는 행동을 나무라듯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나는 극정이 되어 갈 바를 못 잡고 우두커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는 누이답게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서 부드럽고 침착하게 저녁이라도 먹고 생각을 해 보자면서 역구내을 빠져나와 말없이 식당 쪽으로 갔다.
정황 중이지만 시장하여 육개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했고,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어 보니 차비를 남기면 저녁 값이 모자렀다.
오늘은 누나가 모든 것을 처리 할 것이니 동생은 극정을 말고 누나 하자는 데로 따라 주면은 좋겠다는 것이다. 체면이 아니었지만 별도리가 없어 누나의 의견을 따르기로 대답을 했다.
식사 후 누나도 춥다고 하면서 나을 의지 하려는듯 팔짱을 끼고 옆에 있는 여관으로 갔다. 여관집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고 "젊은이 들이구만 " 하면서 조용한 갓방으로 안내를 한다. 두툼한 숙박계를 나에게 주면서 주소 성명을 쓰고 비고란에 동거인1명으로 쓰란다. 주인이 나간 다음 둘이는 박장대소를 했다, 졸지에 부부로 인식 되였고 동거 1인이 된 것을 자축이라도 하는 양 소리 내여 또 한바탕 웃었다. 미지근한 아랫목에 둘이는 나란히 앉아서 젊음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얼마 후 방바닥은 점점 차가워지고 한기를 느끼게 되었다.
누나는 이불을 덮고 자자면서 나의 상위 옷을 벗어 라고 하고는 옷을 받아 걸어준다. 그리고는 자기도 치마를 벗어 개어놓고 춥다면서 전등을 끄고 이불속으로 더러 온다. 나의 팔을 잡고 요안으로 당겨 주면서 이불을 아기 덮어 주는 듯 모성애를 발휘하고 다독거려 주니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던다.
누나는 춥다고 하면서 나의 팔을 잡고 살포시 포건하게 않아 준다. 따뜻한 체온의 열기가 돌고 누나의 체향이 상쾌하고 향기롭게 느껴진다. 누나는 팔에 힘을 주면서 몸을 더 밀착하니 그의 풍만한 가슴이 닫는 촉감은 처음 느껴보는 황홀감이 나의 젊은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주인집 괘종시계는 댕 댕 두시를 알리고 야간열차의 기적소리는 고요한 정막을 깨면서 내일의 희망을 알리는 것 같았다. 누나는 점점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고 비몽사몽에 아물 아물 한 시간은 흘러가고 둘이는 추운 줄도 모르고 곤하게 꿈나라를 찾아 갔다.
사람의 인연과 운명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의 일들이 세 번씩이나 신혼부부로 인식을 받았으니 우연은 아니고 인연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어머니 다음으로 처음 따뜻하고 포근한 여인들 가슴의 향기를 느낀 것은 소중한 추억으로서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웃음이 나의 웃음이 되었고 이루지 못한 아름다운 첫사랑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과 미안함이 들고 고마운 마음임으로 부끄러움이 없기에 이글을 쓰면서 누나의 만수무강을 비러드린다.
첫댓글 첫 사랑의 감동이 느껴 집니다.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 누나는 춥다면서 나의 팔을 잡고 살포시 포근하게 안아 준다. 따뜻한 체온의 열기가 돌고 누나의 체향이 상쾌하고 향기롭게 느껴진다. 누나는 팔에 힘을 주면서 몸을 더 밀착하니 그의 풍만한 가슴이 닫는 촉감은 처음 느껴보는 황홀함이 나의 젊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요, 홍복의 기회가 인생사에 세번은 온다고 하는데, 두번, 세번째 얘기도 올리시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억은 아름다운것이겠지요.
누나가 참 과감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추억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좋겠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올려 주셨습니다. 감상 잘하였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홍선생님 그연세에도 젊은시절에 연인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계시다가 글밭에다 심으시니 걸음주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넓다란 배추잎이 눈에 보이네요 오늘 많이 웃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추억!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보며... 감사합니다.^.~
ㅎㅎ...그 연세에 이런 감성 살아있으심에 축하를 보내드립니다선생님. 솔직하게 표현하심도 감사합니다. 아주재미있게 읽고갑니다.
나는 어머니 다음으로 처음 따뜻하고 포근한 여인들 가슴의 향기를 느낀 것은 소중한 추억으로서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홍재석 선생님 과감하신 첫사랑의 고백이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나이태는 이렇게 좋은것인가 봅니다. 좋은글 감동으로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