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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12
1. # 양수리 인근 경찰서 (밤)
복수 : (형사를 향해) 고 복수.
어느새 자신의 양복으로 갈아입은 복수가 신분조회를 위해 컴퓨터를 치는 형사 앞에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책상 위엔 복수의 가방과 소지품이 널려 있다.
복수의 무심함 속엔 배신감과 미움이 있다.
2. # 경의 버스 정류장 (밤)
커피캔 두개를 들고 앉아있는 경. 아직도 “빛나는 K"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지친 듯 늘어지게...
핸드폰이 울린다. 미소짓는 경.
경 : (미소) 네, 복수씨. ...(실망스럽게) ...일이 많이 늦어지나요?
...(망설이듯 이내 미소) ...그럼... 졸릴 때까지만 기다려 볼께요.
3. # 경찰서 (밤)
핸드폰(-꼬붕이 빌려준)을 끊는 복수의 무심했던 표정에, 살폿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형사가 복수 앞에 앉는다.
복수 : (한참을 망설이다가 박정달에게 전화를 건다. 퉁명스레.) 박경장님. 나 쫌 빼줘요, 지금. ..급해요. ...여기 경찰서요.
...전과자라구 잡혀 왔어요... ...해달라는 거 해줄께요, 지금 빼주면... 스턴트? 안하죠, 뭐. (휴대폰을 형사에게 준다.)
형사 : 니 빽이야?
복수 : 네.
4. # 경의 정류장 (밤)
경이 만지작대는 캔 커피.
경 : (한숨) 아우. 안 졸려. 담배나 한 대 펴야겠다.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문다.
파이프를 보며) 요기다 줄을 달아서, 목에다 걸구 다닐까? 넣다 뺏다하기 귀찮은데...
문득 고개를 들면 저만치 복수가 택시기사에게 돈을 주는 모습이 보인다.
파이프를 문채, 미소를 지으며 옆 쪽 광고판 뒤로 후다닥 숨는다. 커피를 들고...
복수를 살피려고 살짝 얼굴을 내밀면 복수가 와락 안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캔커피.
파이프를 문채, 놀란 경의 얼굴. 그러다 이내 미소가 어린다.
그렇게 안고 선 둘의 얼굴에 수줍고 행복한 미소가 감돈다.
복수 : 반가와요, 경이씨.
경 : ...(파이프를 문채 귀여운 소리) 양복 입으니까... 증말 멋있다.
(문득 발음이 거슬렸다. 살그머니 파이프를 입에서 빼고는 다시) 양복 입으니까... 증말 멋있다.
경을 안고선 복수의 미소. 복수의 등뒤로 조심스레 팔을 두르는 경.
밤이 새도록 이렇게 서 있을 것만 같다. 부감.
5.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모로 누워 팔을 벤 복수가 한 손으로 어항에 밥을 준다.
복수 : ...(어항 유리벽을 톡톡치며) ...니가 오빠랑 놀아줘서, 나쁜 마음 다 풀렸다. ..고마워, 경.
중섭 : (E 중섭의 방에서 나오는 소리) 애인이 뭐하는 사람인데?
복수 : (얼핏 중섭의 방을 보며 감탄한다.) 아, 기가 막힌 눈치발. ...(소리친다.) 음악가야.
(궁시렁) 매너 꽝이야. 남의 말이나 엿듣구...
중섭 : (E) 아빠보다 경이가 더 좋아?
복수 : 응. (어항 속 경을 톡톡 친다.)
6. # 복수의 집 - 중섭의 방 (밤)
이부자리에 누워서 미소짓는 중섭.
중섭 : 좋겠다, 이 녀석아.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는다.
7. # 부부수퍼 앞 (아침)
씩씩하게 걸어가는 복수.
정달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장갑이 바꼈다. 흰색으로...
정달 : (씩 웃으며) 복수야.
복수, 당황하지도 않고, 눈도 안 마주치고, 듣지도 않고 그대로 걸어가며 정달을 지나친다.
아예, 정달을 보지도 않은 것 같은 태도다.
정달 : 복수야.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 복수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정달.
정달 : (벌떡 일어서며) 저 새끼, 쌩까네? 야. (복수가 안 돌아본다.) 야. (여전히) 야. ...(신경질 적으로) 야아.
정달, 약 올랐다. 복수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자, 뒤도 안 돌아보던 복수가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정달도 복수의 뒤를 쫓아 달린다.
8. # 골목길 (아침)
달리고 달리는 복수. 쫓는 정달.
한참을 달리던 복수가 우뚝 멈춰선다. 정달도 멈추며 천천이 복수에게로 걸어온다.
정달 : (실실 쪼개며) 너, 어디가냐?
복수 : (정달과 같은 자세로 쪼갠다.) 장갑이 바꼈네?
정달 : ...신경 꺼라.
복수 : 에유, 쪽팔린 건 알아서...
정달 : (버럭 화를 낸다.) 어디 가냐구.
복수 : 액션스쿨.
정달 : 안하기루 했잖아. ...내가 너 빼주면, 내가 하자는 거 하기루 했잖아.
복수 : (건들 건들) 근데에... 내가 그런다 그랬잖아, 혀엉? (정달을 보며 피식 웃는다.) 그거 뻥이야.
그리곤 다시 도망가는 복수. 다시 따라가는 정달.
9. # 큰 길 거리 (아침)
여전히 짖궂은 미소로 뛰어가는 복수. 죽어라 따라가는 정달.
도망가고... 달리고...
10. # 지하철 매표소 (아침)
정달은 포기하지 않고 복수를 따른다.
복수, 선다. 복수가 건들댄다. 복수는 정달만 만나면 건들댄다.
복수 : (정달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 법대루 해. ...내가 그 영화사 돈 안 훔친거... 형두 필이 오잖아. ...증거두 없구...
원래가, 그냥... 조사만 받구 나오는 거였다, 뭐. ...알구보면, 형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 해준거 아니야아. 그지?
정달 : (비실비실 웃으며) 근데, 왜 전화했냐, 나한테?
복수 : (건들 건들) 좀 빨리 나오구 싶어서. ...보나마나 전과자니까, 응? 뭐 쑤셔넣을 거 없나 찾아 대구, 응?...
그러면서... 유치장에 24시간 잡아 놓을꺼 뻔하구... (인상을 쓴다.) 귀찮잖아아.
...그리구 시간이 아깝잖아. 난, 지금 하루가 10년인데... 그리구 무엇보다두... 나 거기서 하루 보냈으면,
완전 꼭지 돌아서... 또 다시 형이랑 숨바꼭질 하면서 살지두 몰랐거든?
(정달의 손을 잡으며) 형은... 한방에 엇나갔을 수두 있는 나를, ...빛으로 인도했어. ...(등을 두드리며) 장해, 정달이 형.
정달 : (비아냥.) 야. 너 예전보다 잘 뛴다? ...지금 도둑질하면 더 낫겠다, 야.
복수 : 헤. ...누구 좋으라구? ...그냥 스턴트 할래. 어제 무지하게 짜증이 나서... 기냥 때려칠까 했는데...
근데... 짜증난다구, 인생을 바꾸나? ...어제는 내가 형을, 갖구 논거지, 한 마디루... 갈게, 형. (돌아선다.)
정달 : 그럼 꼬붕이 잡아 넣야지, 뭐? (야릇한 미소)
복수 : ...(정달을 돌아본다.)
정달 : (장난스레) 그 돈 훔친거 꼬붕이잖아.
복수 : ...(인상을 쓰며 진지하게) 꼬붕이 아니야.
정달 : (놀리듯) 촬영장에서 꼬붕이 없어졌다며어? 다 조사했어... 내가 니 일인데, 조사두 안해봤겠냐?
내가 너한테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 내가 볼 땐... 백프로 꼬붕이다.
복수 : ...
정달 : (얄밉게) 맘대루 해에. 액션스쿨 가아. 난 꼬붕이 잡으러 갈테니까...
정달이 돌아선다. 복수, 목석같이 서 있다.
한참을 걸어가던 정달. 뒤를 돌아본다.
정달 : (매섭게) 개기지 말구, 빨랑 와, 새꺄.
걸어가는 정달. 허한 눈으로 정달을 따르는 복수.
11. # 액션스쿨 - 플로어 (낮)
스턴트맨들의 가방과 소지품을 집어 던지는 양찬석.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입에 개거품 물었다.
우찬석이 양찬석의 팔을 잡으며 말린다.
양찬석 : 가, 얼른 안 가? 안 가? 다, 다, 다, 다 나가. ...나쁜 놈의 새끼들. ...니넨 스턴트맨두 아니야, 아주 나쁜 놈들이야..
가, 집에 가. 가래니까?... 안 가? 내가 간다, 그럼? ...알았어. 내가 가. (돌아선다.)
스턴트1 : (양찬석의 팔을 잡고 운다.) 잘못했습니다, 감독님.
양찬석 : (야리며) 뭘 잘못했는데?
스턴트1 : 정신차리구... 급하게 경찰서 갔드니... 벌써 집에 갔드라구요. ...오늘 안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양찬석 : (답답한 듯 또박또박 바락바락 소리친다.) 니가, 경찰서 찾아간건, 잘못한게 아니지이. ...잘못한게 뭐냐니까?
스턴트2 : (버벅댄다.) ...근데... 살벌한 형사가... 전과자 누구냐는 바람에...
일부러 가르쳐 줄라구 그런게 아니라, ...눈이 저절루 글루 가서...
양찬석 : (따지듯) 왜 눈이 저절루 글루가? 걔가 전과자야? 걔 전과자 딱지, 내가 뗐다 그랬지? 응? 걔가 전과자야?
(갑자기 소리소리 지른다.) 걔, 스턴트맨이야아. ...고 복수, 스턴트맨이야아.
스턴트3 : 찬석이 형. 잘못했어요.
양찬석 : 싫어, 난, 니네. ...짐 싸서 내가 나갈거야. (토라져서 2층 계단을 오른다.)
우찬석, 다급히 양찬석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12. # 액션스쿨 - 2층 플로어 (낮)
우찬석 : (양찬석의 팔을 잡으며) 형. 잠깐만.
양찬석 : (계단을 오르며) 너두 같이 나가자.
우찬석 : ...형. 쟤네들, 다 맘이 약하잖아아. 쟤네들 등발있구 시커멓구... 그러니까, 허구헌 날 불심검문 당하구... 조폭취급 받구...
형사가 또 그러니까, 애들이 얼떨결에 그런거지이. ...(타이르듯) ...원래 사람 뇌라는게... 의지대루 되는게 있구...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는게 있거든. ...이번 건은 그냥 반사적으로 그런거야아. ...애들이 그냥 멍했던 거야, 잠시...
양찬석 : (소리친다.) 시끄러. 너, 잘났어. (그러더니 2층 플로어에 있는 샌드백을 자신의 이마로 마구 받는다.)
우찬석 : (양찬석을 잡아채며 1층 플로어를 가리킨다. 웃으며) 쟤들 봐봐, 형.
양찬석 : (힐끔 플로어를 본다.)
1층에 스턴트맨들이 여기저기 앉거나 서서 혹은 구석에 쳐박혀서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이 부감으로 한번에 보인다.
우찬석 : 히히... 볼만하다. 순진이들.
양찬석 : (누그러진 듯) 치. (그리곤 다시 샌드백을 두드린다.) 울면 뭐해, 바보들.
우찬석 : ...(양찬석의 등을 두드린다.) 복수... 찾아 볼게.
양찬석 : (풀이 죽어서) 걔 주소두 몰라. 아버지 알면 안된다구, 연락처두 안 가르쳐 줬어. 핸드폰두 없어지구...
우찬석 : 설마 방법이 없을까?
양찬석 : (멈춰서서) 찬석아.
우찬석 : 응.
양찬석 : (울먹인다.) 난 고복수가 좋다?
우찬석 : 왜 그렇게 좋아?
양찬석 : (샌드백을 안고 얼굴을 가린채 흐느낀다.) 귀여워서...
우찬석은 양찬석이 귀엽다. 미소지으며 같이 샌드백을 안는다.
여전히 양찬석의 울음소리가 난다. 양찬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는 우찬석.
13. # 낙관집 차고앞 (낮)
대문을 나서는 경.
낙관이 차를 몰고 나온다.
낙관 : 연습실 가냐?
경 : 네.
낙관 : ...(못마땅한 표정으로) 음반은 언제 나오냐?
경 : ...아직...
낙관 : (한심한 듯) 시작한지가 언젠데 여태 음반두 못내? 때려쳐. ...(대뜸 무뚝뚝하게) 데려다줘? 연습실?
경 : 아니요.
낙관 : 일찍 일찍 들어 와. (승용차를 출발 시키려 할 때)
경 : 아빠.
낙관 : 왜?
경 : 고 복수 좋아하세요?
낙관 : 뭐?
경 : (가방에서 고복수 CD를 건내며) 제가 듣던 건데... 심금을 울리네요.
(낙관의 손에 쥐어 주곤)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곤 도망치듯 길을 달린다.)
14. # 낙관의 승용차 안 (아침)
낙관, 어이없이 CD를 손에 들곤 달려가는 경의 뒷모습을 본다. 어이없는 웃음.
낙관, 승용차에 장착된 CD 플레이어에 CD를 넣는다.
낙관 : (음악을 들으며 웃는다.) ...참, 이상한 애야. ...무슨 애가, 고 복수를 다 알어?
출발하는 낙관.
15. # 지하철 안 (낮)
멀찍이 정달이 신문을 보며 앉아있다.
복수는 정달과 긴 대각선 방향으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복수의 눈에 한 소년이 소매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복수, 애써 외면한다.
복수, 정달 쪽으로 걸어가며 소년과 거리가 있는 한 양복남의 등을 지나치며 정달을 향해 미세한 눈표시를 한다.
그리곤 다음 칸 이음문 앞에 서는 복수.
정달이 양복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양복남을 돌려 잡아채는 정달.
그새, 소매치기 소년은 정달을 지나쳐 복수를 지나쳐 다음 칸으로 간다.
복수, 소년을 따라 다음 칸으로 간다.
양복남 : (영문을 모른채) 어? 왜 이래? (정달보다 더 나이가 들어뵌다.)
정달 : 니가 알지, 내가 아냐? (양복남 옆에 있던 중년여인을 보며) 아줌마. 지갑 없어졌어.
아줌마 :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낸다.)
정달 : (놀란다.) 어어? (그 다른 옆쪽을 보며) 총각. 지갑있어?
총각 : 전 원래 지갑 없어요. (바지 뒷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보여준다.)
정달 :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풀어준다.)
양복남 : (울그락 푸르락)
정달 : (짜증스런 표정) 복수새끼... (복수를 향해 등을 돌리는데)
양복남 : (정달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다.) 빌어먹을 놈아. ...사과는 하고 가야지, 이 못된 놈아. ...그냥가냐? 엉? 엉? 엉?
남자의 손아귀에 잡혀 우거지상이 된 정달.
16. # 지하철 다른 칸 (낮)
승강문 앞 기둥에 선 소년.
복수가 다가간다.
복수 : (머리를 쓰다듬는다. 소곤댄다.) 너... 소매치기냐?
소년, 대뜸 복수를 밀더니 다른 문을 향해 달려간다.
복수, 소년을 따라 뛰어가 금새 소년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이음칸 양 쪽 문을 닫는다
17. # 지하철 이음문 안 (낮)
팔을 벌려 이음문 양쪽을 손바닥으로 잡은채, 소년을 바라보는 복수.
복수 : 그 지갑... 형 주머니에 넣어.
소년 : (지갑을 슬그머니 복수의 주머니에 넣는다.)
복수 : ...(담담하게) 니가 하지 말란다구 안하겠냐만... 그래두 하지 마라. ...이거 시작하면... 딴 거 아무것두 못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딴 거 아무것두 못해. 진짜야... ...평생 그렇게 뛰어 다니다가, 길에서 꼴까닥 죽어.
...나 같은 꼰대한테, 잔소리 듣기 싫지? ...너 이거 했다간 평생 잔소리만 듣구 산다? 진짜야.
...그리구, 너, 깜빵있지? 거기 어떤 줄 알어? ...(도망갈 생각만 하는 소년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 안타까운 듯) ...가라.
(한쪽 문을 열어준다.)
이음창 너머로 머리가 폭탄이 된 정달이 걸어온다.
승강문이 열려 소년은 사라지고, 복수는 이음문을 열며 정달을 맞는다.
복수 : 아, 꼭 잡아야 되냐, 형? 지갑 찾았으니까, 그거나 주인한테 돌려줘어.
소년의 지갑을 전해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지갑이 없다. 자신의 뒷주머니도 뒤적인다.
지하철은 출발했고 유리창 너머 플랫폼의 소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복수 : (실소) ...내꺼까지 털렸네?
18. # 플랫폼 (낮)
지하철에서 내리는 복수와 못마땅한 듯 복수를 바라보는 정달.
복수 : 도둑놈들, 빵에 쳐 넣는다구 사람되서 나오나? 그럴수만 있으면, 내가 지금이라두 시험 봐서 형사한다.
정달 : 너 야당질 이런식으로 하면... 꼬붕이...
복수 : (짜증) 형. 내가 안 도와줘두, 잡을 놈 다아 잡잖아아, 형이이? 잘 잡잖아아?
정달 : ...일을 쉽게 해야 되거덩. ...소매치긴, 소매치기가 더 잘 찍어. ...그러니까, 우리들이 야당을 키우지. 뿌락치.
복수 : ...나 델구 다녀 봐야, 제대루 간첩질 안해, 못해. ...성격에 안맞어.
정달 : (비아냥) 간첩질을 성격으로 하냐? 협박 때문에 하지.
...너 오늘내루 한 껀 안 올리면, ...나, 오늘내루 꼬붕이 잡아서 쳐 넣어. (앞서간다.)
복수 : ...(한숨)
정달 : (미소) 너, 빵에 쳐 넣는 거 보다, 내 부하루 두는게 더 재밌다, 야.
(뒤돌아보며 당부한다.) ...내일부턴 작업복 입구 나와. 사복입으니까, 임마, 너두 꼭 형사같잖아. (앞서간다.)
복수 : ...고달퍼. ...(정달의 뒷통수에) 뇌종양이나 걸려라. 그래야 인간 된다, 정달이...
19. # 연습실쪽 버스 정류장 (낮)
경이 버스에서 내린다. 거리를 걸어가는 경.
이 때, 미래가 가판대에서 껌을 사서 걸어간다.
경, 인사를 꾸벅한다. 미래, 슬쩍 보곤 걸어간다. 경도 따라 걷는다. 거의 한 발 정도 차로 같은 방향을 걷는 둘.
고개를 들고 어슬렁대며 걷는 미래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꾸부정 걷는 경.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간다.
20. # 연습실 건물앞 (낮)
건물앞 거리도 같은 자세로 말없이 걷고 있다.
건물이 가까워 오자, 경이 못 참겠다는 듯.
경 : (재빨리 인사를 하며) 안녕히 가세요. (잽싸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미래 : 야.
경 : (못들은 척 하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미래 : 나, 니네 오빠랑 사귈까?
경 : (들어갔다가 도로 나온다. 의아한 눈으로) 네?
미래 : ...니네 오빠... 나한테 껄떡댄다?
경 : (맹하게) 우리 오빠, 결혼했어요.
미래 : 알어.
경 : (맹하게) 우리 오빠, 올케언니랑 친해요.
미래 : 나두 복수랑 친했어. ...복수랑 니네 오빠랑 뭐가 다르냐?
경 : ...복수씨는... 결혼 안했잖아요.
미래 : ...남녀사이에... 의리는 깨져두 되구, ...결혼은 깨지면 안되는건가?
경 : ...
미래 : 난... 같다구 본다. (현관안으로 들어간다.)
경 : ...(멍청히 서 있다.) ...그러게. (계단을 오르는 미래에게 정말 궁금한 듯) 그럼. ...언니두 우리 오빠 좋아해요?
...난, 복수씨 좋아하는데...
미래 : ...졌다. ...맞다. 난 안 좋아해. 난 복수 좋아하지.
...그치만... 앞으로 좋아질지 누가 아냐? 복수 대신으루... (계단을 오른다.)
경 :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러다 인상을 쓴다. 들릴 듯 말듯) 에이, 언니 치사하다.
21. # 치어 연습실 앞 계단 (낮)
미래 : 조게 내 말에 찔끔했겠지? (터덜 터덜 계단을 걸으며 한숨) 아아. 복수야. ...보구싶다아. 너 없으니까 너무 재미없다.
(갑자기 우울하다.) 모진놈. 연락을 싹 끊냐아?
22. # 강의 사무실 (낮)
전화를 받고 있는 강.
강 : (전화) 중국애들 만만한 애들 아니야. 걔넨 접대는 접대대루 다 받구, 나중엔 실속 따져.
...아, 글쎄, 룸싸롱두 좋구 방석집두 다 좋은데... 아부떨지마. ...걔네 살랑이들 안 믿어. ...깡패처럼 해. 호탕하게...
(바락 소리친다.) 아, 뭘 어뜩케 하는지 몰라? 내 흉내내면 돼.
미선 : 여보. (곱게 단장한 미선이 들어온다. 전화하는 강을 얼핏 보더니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강 : (전화) 그래. 많이 팔구와, 자동차. (끊곤 무뚝뚝하게 미선을 본다.) 왜 이렇게 외출이 잦어?
미선 : 뭐가 잦아요? (들어오면서부터 하기 시작한 사무실 정리를 계속 해대며 분주히 왔다갔다 한다.)
...당신 사무실, 여태 두 번 뿐이 안왔는데?
강 : 아버지, 수시루 집에 들르시잖아. ...근데, 너 없으면 어뜩해?
미선 : 내가 똥갠가? 집만 지키게?
강 : (인상을 쓴다.) 뭐?
미선 : 아니예요.
강 : (짜증)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렇게 막말을 했으면, 끝까지 밀어 붙이든가... 말을 하다 말거면, 하질 말든가...
미선 : 끝까지 밀어 붙이면, ...싸가지 없다구 싫어하잖아요.
강 : 그래 보기나 했어? 싫은지 아닌지 어뜩해 알어?
미선 : 네?
강 : 그리구 놀러 온거면 좀 앉어있어. ...여기서두 청솔하냐? 청소할거면, 집에 가서 해.
미선 : 알았어요. (그래도 석연치 않은지 주위를 슬쩍 돌아보며 쓰레기통쪽으로 몸이 향한다) 쓰레기통 비워야겠다?
강 : (버럭) 가만 있으라니까.
미선 : 네. (소파에 앉는다.)
강 : ...뭐 먹구 싶냐?
미선 : 갈비요.
강 : 가자. (일어선다. 책상서랍에서 돈봉투를 내민다.) 장모님 드려.
미선 : (봉투를 받아들며 미안한듯) 고마워요, 여보.
강 : 야.
미선 : 네.
강 : 우리 애낳지 말자.
미선 : (놀라며) 왜요? 싫어요.
강 : 싫긴? 누가 들으면 임신한 여자, 애 못 낳게 하는 줄 알겠다. 애 꼭 있어야 되냐? 난 애 싫은데...
미선 : 싫어요. 나, 임신두 하구, 아이두 낳구, 젖두 물리구... 비싼 옷 입혀서... 부잣집 자식으로 키울래요.
강 : ...부잣집 자식이 그렇게 좋으냐?
미선 : 네.
강 : 난 별룬데... (한숨) 넌 그렇겠다. ...왜 아니겠냐? 가자, 갈비 먹으러... (나간다.)
미선 : (따라가며 의지를 다지듯) 피아노두 꼭 가르쳐야지.
23. # 지하철 - 투입구 근처 (낮)
매표소 쪽 벽에 복수가 기대섰다.
투입구 안 휴게소 6각형 벤취에 곱게 단장한 60대 여인이 앉아있다. 굵은 금줄에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했다.
그 옆엔 30대 후반의 주부가 앉아있다.
30대 : 저어. 할머니. 화장실이 어디죠?
60대 : (고개를 화장실 쪽으로 돌리며 손가락질을 한다.) 조기.
60대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 눈깜짝할 새에 60대의 목걸이를 따서 감싸쥔다.
30대 : (일어서며) 고맙습니다.
복수와 눈이 마주치는 30대. 복수는 애써 눈을 피하지만, 30대가 복수쪽으로 온다.
30대 : (지나치며) 오랜만이네요?
복수 : (외면하며) 얼른 가요.
30대 : 응?
이 때, 정달이 30대 여인의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다. 가방에 든 목걸이를 들어보이는 정달.
복수, 숨이 막힌 듯 하늘을 본다. 여인은 입을 벌린채 복수를 본다.
정달 : 오늘 과제 끝이다, 고 복수. (30대 여인을 끌고 가며) 니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두, 도둑들이 붙네?
...아유. 일하기 너무 좋다. (여자에게) 가시죠, 아줌마.
애써 외면하려던 복수가 얼핏 30대 여인을 본다. 황당, 원망, 증오감이 어린 눈빛.
복수, 숨이 막힌다. 매표투입구 바를 박차듯 빠져 나오는 복수.
24. # 까페 (밤)
동진과 마주앉은 경이 인상을 쓰고 있다.
동진 : (사정조로 몸을 바짝 경쪽으로 당기며) 경이야.
경 : ...
동진 : 내가 유치하긴 하지만, 치사한 사람은 아니다. 너 알지?
경 : 몰라요.
동진 : 아, 뭘 몰라? 내가 걔랑 너랑 이간질하니?
경 : 네.
동진 : 아, 하나님.
경 : 교회 다니세요?
동진 : 오죽하면, 무신론자가 하나님을 찾냐?
경 : 그럼 찾지 마세요.
동진 : 얘가 지금 유치원생 흉낼 내나? (신경질) 지금 끝말잇기 하냐, 너?
경 : (발딱 일어서 소리친다.) 그러니까 한기자님 만나기 싫다 그랬잖아요오.
동진 : (덩달아 발딱 일어서서 소리친다.) 누가 나 만나달래? 걔 만나지 말라는 거지? 이 맹꽁아.
이후, 둘은 까페안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서서 계속 소리지른다.
경 : (소리친다.) 내가 왜 맹꽁이예요오?
동진 : (소리친다.) 범죄자랑 사랑하니까 맹꽁이지.
경 : (소리친다.) 너는 나 알구 좋아했어? 내가 범죄잔데, 음악한다구 뻥쳤는지 어뜩케 알어어?
그럼 나 인제 범죄자야. 그럼 나 싫어하겠네? 잘 됐다. 나두, 범죄자다.
종업원 : 저 죄송하지만, ...나가 주실래요, 두분? 너무 시끄러워서...
경 : (그제사 주변을 둘러보곤 고개를 숙이며 챙피한 듯 황급히 나간다.)
동진 : (사람들을 둘러보며) 아,참. 사람이 살다보면 소리두 지르구, 그러는 거지.
(그리곤 부끄러운 듯 부리나케 뛰어간다.) 전경. 같이 가아.
25. # 까페앞 거리 (밤)
화가 나서 길을 걷는 경. 동진이 달려가 경을 잡아세운다.
동진 : (지친 듯 소리 죽인다.) 전경. ...(타이르듯) 좋아할 수 있어어. 누구드은...
그냥 좋은 감정으로 만났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네. 그러면, 싫어하기가 괴롭지.
...근데, 넌 첨부터 걔가 소매치긴 줄 알구 있었다며어. 근데 감정을 키웠다며어. ...난 이 점이 위험해 보여.
...너한텐 도대체가, 현실이란게 없어. ...그냥 마음 가는데루... 쭈욱 가. ...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끝까지 갈 애야, 너는.
경 : ...(공허하다) 한기자님.
동진 : 응.
경 : (차분해진다.) ...한기자님은... 나한테서 뭘 봤어요?
동진 : ...얼굴, 성격, 일...등등... 다아...
경 : 나두 한 기자님한테서 그런 걸 봤어요. ...한 기자님 얼굴, 성격, 일...
동진 : ...
경 : 근데, ....그 사람한테선... ...(고개 숙인다.) ...마음을 봤어요. 처음부터... (눈가가 젖는다.)
동진 : ...
경 : 성격 좋은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게 마음은 아닌 거 같애요.
동진 : ...
경 : (낮은 음성으로 눈물이 글썽인다.) 그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을 울려요. 1분 1초두 안 쉬구, 내 마음을 울려요.
...그 사람은... 나한테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예요...
첨 봤어요... ...한기자님. ...난, 최고의 사람을 만난 거예요. ...최고의 마음을, ...지금 만나고 있어요.
눈물짓던 경이 동진을 떠난다.
동진, 애틋한 눈으로 멀어지는 경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다.
26. # 액션스쿨 앞 (밤)
플로어에서 연습을 하는 스턴트맨들을 숨어서 구경하는 복수.
액션지도를 하는 양찬석과 우찬석의 모습.
미소짓는 복수. 갑자기 시야가 흐려진다. 고개를 흔들며 눈을 깜박인다.
이내, 등 돌려 액션스쿨을 벗어난다.
27. # 보라매 공원 (밤)
공원을 걷는 복수.
이 때, 울리는 꼬붕의 핸드폰. 폴더를 열어 귀에 댄다.
미래 : (E 풀이 죽어서) 꼬붕아. ...복수 잘 있냐?
복수 : (엉겁결에 놀라서) 미래야. (그리곤 화들짝 놀라며 폴더를 닫으려는데)
미래 : (E) 너... ...복수니?
복수 : (차마 닫지는 못하고 미래의 목소리만 듣는다.)
미래 : (E) 복수니?
복수 : ...
미래 : (E 울먹인다.) 복수니?
복수 : ...
미래 : (E 흐느낀다.) 엉엉엉. 복수야.
복수 : (안타깝게 미래의 흐느낌만 듣고 있다.)
미래 : (E) 엉엉엉...
복수 : (슬픈 듯) 미래야. (이때 전화 밧데리가 뾰르르 나간다. 핸드폰을 들어보면 이미 전원이 나갔다.
통화도 안되는 빈 핸드폰을 다시 귀에 댄다.) 울지마, 미래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근데...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너무나 심장에 깊이 박혀서... 그걸 뜯어내면... 심장마비루 내가 죽어. ...살자구 하는 짓이니까...
니가 용서해. 응? ...이쁘구 날씬한 미래야. (눈시울이 빨개진다.) 밥 잘먹구... (핸드폰을 닫는다.)
고개 숙인 복수.
28. # 미래의 집 - 옥상 (밤)
이미 끊어진 핸드폰을 아직까지 귀에 대고 울어대는 미래.
미래 : 왜 이름 불러놓구 암말두 안해에, 응?
밤하늘을 적시는 미래의 울음소리. F.O.
29. # 경의 집 - 거실 (아침)
거실을 나서는 경. 주방에서 나오던 인옥과 부딪친다.
애써 경의 눈을 피하는 인옥. 경이 인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둘의 담담한 대화.
인옥 : 지금 나가니?
경 : 응. 엄마 오랜만이네?
인옥 : 오늘은 수영강습 없잖아.
경 : 아빤?
인옥 : 출근하셨어. 언니 예배가구...
경 : (인옥에게 다가온다.) 엄마. ...요즘 누구 만나?
인옥 : ...아니.
경 : 혹시 내 아빨지두 모르는 사람 만나?
인옥 : (실소)
경 : 아니면, 다른 숨겨논 자식 만나?
인옥 : ...경아. 니 아빤 전낙관씨야. 호텔사장 전낙관.
경 :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 ...강이 오빤 아빠 아들이야?
인옥 : ...응.
경 : 그럼 다른 형제가 있는거네?
인옥 : ...응.
경 : 어딨어?
인옥 : ...
경 :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근데 난, 왜... 아직두 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구 생각할까?
인옥 : 아빠 딸이 아니구 싶은가 부지.
경 : ...
인옥 : 아빠가 널 미워하는 건, 날 미워해서야. 날 닮았으니까... 그리구...아빠는 널 좋아해. 날 좋아하니까...
좋은 건 내가 받는 거구, 미운 건 너한테 주는 거야, 아빠가... 나 때문에 니가 힘든거다. ...괜히... 날 닮아서...
경 : ...하. 복잡하다. 헷갈린다. 어렵다. ...나, 엄마 닮아서 손해보는 거야?
인옥 : 응.
경 : 강이 오빠처럼 하면 돼?
인옥 : 그러지 마. 그럼 내가 싫어.
경 : (툴툴댄다.) 우리 부모님들은... 참 어려운 사람들이다. 정신적으루 문제가 있어. ...치료 받아야 돼.
(나가며 불쑥) 엄마. ...이혼할래? 아니야. 갔다 올게. (현관을 나간다.)
30.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양복을 입고 나오는 복수. 어항에 먹이를 주곤 툇마루를 내려온다.
구역질을 하는 복수. 인상을 쓴다.
복수 : (씩씩한 표정으로) 오늘은 무슨 수를 써야 돼.. ...정달이 땜에... 인생 드러워지네.
(붕어무덤을 보며) 저거 사실은 기자가 아니라 정달이야. 에이, 정달이... 에이, 정달이. 퉤퉤퉤.
대문을 나간다.
31. # 수퍼 앞 골목길 (아침)
씩씩하게 걸어 내려가던 복수의 눈에 콩나물 담긴 비닐을 들고 올라오는 중섭의 모습이 보인다.
복수, 부리나케 중섭의 눈을 피해 도망간다.
중섭은, 피해봤자 눈에 띄는 복수의 달음질을 눈여겨 본다. 양복입은 복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섭.
중섭 : (복수에게 소리친다.) 야, 이놈아. 아빠한테 인사두 않구 왜 그냥 내빼?
(그리곤 또 다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걱정스레) 왜 자꾸 양복을 입구 다니냐, 저 녀석? 불안하게...
32. # 밴드 연습실 (낮)
경이 쑥스러운 듯 별리에게 종이를 내민다.
정국과 기홍이 별리에게 머리를 붙이며 같이 읽으려 한다.
별리 : (두 남자의 머리를 치우며 경이 내민 종이를 도루 경에게 준다.) 읊어라.
경 : 그냥, 봐아.
별리 : 작사자가 읊어야, 그 필을 느끼지.
정국 : 일리 있다.
기홍 : (경의 종이를 뺏으며) 난, 그냥 볼래.
별리 : (기홍의 뒷통수를 톡 치곤 경에게 종이를 내민다.)
셋, 눈을 감고 감상태도를 취한다.
경 : ...(종이를 들고 읽는다. -3호선의 “달콤쌉싸름” 가사다.) ...널 사랑할수록 난 자꾸 토할 거 같아.
...그래, 그럴수록 널 더욱 사랑하게 되나봐. ...사랑은 피빛 초컬릿. ...달콤 쌉싸름. (종이를 접는다.)
기홍 : (눈을 뜨며) 무슨 말이야?
별리 : (다시 기홍의 뒷통수를 톡 친다. 궁시렁) 몰라두 아는 척 해.
정국 : (이제사 눈을 뜬다.) 끝이야?
이 때, 연습실 문을 여는 미래.
경, 일어선다.
미래 : 전 경. ...면담. (나간다.)
경, 괴로운 표정으로 따라 나간다.
33. # 연습실 건물 앞 (낮)
미래를 따라 나온 경.
미래 : (물끄러미 경을 보며) ...산책이나 하자.
미래가 앞서 걷는다. 따라가는 경.
34. # 인근 공원 (낮)
나란히 뒷짐을 쥐고 공원을 산책하듯 걷는 둘. 나란히 걷다가 미래가 선다.
미래 : ...음료수 마실래?
경 : 제가 사 올께요. (뛰어가려는데)
미래 : 난 생각없으니까, 니꺼만 사와라.
경 : ...그럼, ...저두 생각없어요.
미래 : 그럼, 좀 걷자.
경 : 네.
미래 : (뒷짐을 쥐고 걸으며) 야.
경 : 네.
미래 : 내가 웬만해선, 복수 그냥 너 줄라 그랬거든?
경 : ...
미래 : 좀 기다려 보구? ...근데... 나, 복수 너무 보고싶다?
경 : ...
미래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여기서 맞짱 한 번 뜨구, 이기는 사람이 복수 갖기 하자.
경 : ...(고개 숙인채 조심스레) 언니. ...근데... 난... 내가 져두, 복수씨 만날래요.
미래 : ...(어이없는 표정)
경 : ...(죄스러운 듯) 이젠... 눈치구, 죄책감이구, 없어졌어요.
...언니가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어두, ...복수씨랑 나, 못 만나게 하면, ...싸울래요.
미래 : ...
경 : ...(어렵게) 이젠...미안하지두 않아요.
미래 : ...내가, 너한테 빌면? 매달리면?
경 : ...(말투는 착하게) 그래두요. 어림 없어요.
미래 : 너... 많이 변했다.
경 : (나직하게) 네. ...마음이 튼튼해졌어요.
미래 :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 아. 어뜩하냐?
경 : (여전히 마지막 한마디) 미안해요.
얼굴을 가리고 선 미래. 한 쪽 발끝으로 땅을 파는 경.
35. # 정달의 승용차 안 (낮)
정달 옆에 양복차림의 복수가 앉아있다.
정달 : 빨랑 한 건 하구 가든가... 아니면... 줄창 나 따라 다니든가.
복수 : (심란한 듯) 나더러 이 짓을 평생하라는 건 아니지, 형?
정달 : 꼬붕이 혐의 풀릴 때까지... 아니면, 니가 꼬붕일 포기하든가...
너두 작업 시작해, 궁하면. ...야당만 잘하면, 니 작업은 눈 감아 줄께.
복수 : (정달을 빤히 보며) ...그런 일은 없다. ...난 내 손을 믿어. ...내 손은 이삐 손. (차에서 내린다.)
정달 : 난 안 믿어. (따라 내린다.)
36. # 지하철 플랫폼 (낮)
걸어가는 복수.
복수 : 꼬붕이 놈... 잡히기만 해.
정달은 신문가판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섰다.
벤취 옆에 선 복수. 갈등 때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복수의 레이더에 승강장에 줄은 선 남자 한 명이 걸렸다. 정달을 본다.
복수, 눈짓을 한다. 정달이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핸드백을 향하고...
복수 : (소리친다) 여러분. ...(정달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형사거든요. ...소매치기 하지 마세요. ...깜빵가요.
당황하는 정달. 남자의 손이 도로 제자리로 온다.
복수는 씩 미소를 짓더니 돌아서서 걸어간다. 정달이 따른다.
정달 : 너, 꼬붕이...
복수 : 내가 먼저 찾아내서... 꼭꼭 숨겨 놓을 거다, 우리 꼬붕이.
복수, 미련없이 자리를 뜬다.
37. # 상가 거리 (낮)
한 상가 앞에 복수가 서 있다.
경이 뛰어온다.
복수 : (혼잣말) 그렇게 얘길했는데두 또 뛰어오네.
경 : (복수 앞에 서며 미소. 그리곤 복수의 손을 덥썩 잡는다.) 가지요.
복수 : (경과 함께 손을 잡고 걷는다.) 손잡는 거 되게 좋아한다아.
경 : 네.
38. # 문구점 - 노트코너 (낮)
노트류 앞에서 오선지 노트를 고르는 경. 초등생용 오선지 노트 표지엔 알록달록한 만화그림이 있다.
복수 : 이건 애들이 쓰는 거 아닌가?
경 : 애들꺼 쓰면 안되나?
복수 : 어른들이 쓰는 오선지가... 더 고급 아닌가?
경 : 고급 아니면 어때요?
복수 : 그래두 명색이 밴드 키보디스튼데...
경 : ...원래, 악보두 잘 안써요, 우리들... 대강 이러자 해서 연주하지. ...복수씨두 골라요.
복수 : 나는 왜요?
경 : ...별자리가 뭐예요?
복수 : 나, 그런 거 모르는데...
경 : 그럼, 띠는 뭐예요?
복수 : 뱀띠.
경 : 뱀은 없네? 그럼 둘다 물고기루... 난 물고기 자리.
복수 : 우리 집에두 물고기 있는데... 경이 물고기.
경 : (힐끔 복수를 본다.)
복수 : (뭐가 좋은지 혼자서 낄낄 킬킬 웃는다.) 경이 물고기.
39. # 편의점 야외 파라솔 (낮)
탁자에 캔 커피 하나씩을 올려 놓고 노트를 꺼내는 경.
경 : (복수에게 노트하나를 주며) 오선 밑에다 가사를 적어줘요. 내가 곡 만들어 줄게.
복수 : 가사요?
경 : 작사.
복수 : 에이... (노트를 도루 밀며 손을 젓는다.) 에이.
경 : (다시 밀며 퉁명스레) 적어줘요오.
복수 : 에이. (다시 노트를 민다.)
경 : (버럭) 뭐가 에이예요?
복수 : 왜 화는 내구...
경 : 글 잘 쓰든데... ...복수씨가, 그 때 쓴 것처럼... 그렇게 쓰면 돼요.
복수 : 그거 쓰는데... 2주일 걸렸어요.
경 : 1년이 걸려두 되니까... 여기다가, 내가 만들 곡 작사해 줘요. ...어차피 우리 앨범 만들려면... 1년은 꼬박 돈 모아야 돼요. 네?
복수 : ...(노트를 받아들며) 흉볼라구...
경 : 흉보면 어때요오 ... 노랫말이 웃기면 웃기게 만들면 되구, 슬프면 슬프게 만들면 되는 거지. 꼭 잘해야 하나?
(그리곤 문구점에서 사온 청테잎을 꺼낸다.)
복수 : 그건 왜 샀어요?
경 : 지금 촬영장 갈꺼죠?
복수 : 네? ...네. 근데, 왜 그런 생각을?
경 : 양복입었잖아요. (청테잎을 거꾸로 말아서 일어선다.)
복수 : (따라 일어선다.)
경 : (복수에게 다가와 청테잎으로 양복의 먼지를 두드린다.) 먼지가 너무 많이 묻어서, 화면에 드럽게 나오면 어뜩해요.
정성껏 먼지를 털어내는 경.
복수, 경의 모습이 너무나 좋다.
40. # 영화 촬영장 (밤)
총격 액션씬이 이루어지는 촬영장. 양복입은 복수가 셋트장 구석에 숨어있다.
복수는 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한 스탭의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촬영장의 액션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이미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이라서, 복수를 의식하는 이가 없다.
복수의 눈에 낯익은 액션스쿨 스턴트맨들과 우찬석이 보인다. 총이 난사되고 그들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친다.
복수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감돈다.
이 때, 누군가가 복수의 등을 뻑 친다.
양찬석 : (큰소리로) 고 복수.
감독 : (놀라서) 컷. ...뭐야?
양찬석 : (신경도 안 쓰고 복수를 얼싸 안는다.)
복수 : (무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 대는데)
양찬석 : (복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어디갔다 왔어어? ...왜 이제 왔어? (또 울먹) 짜식아. 아유우. (볼을 꼬집는다.)
우찬석과 스턴트맨들 우르르 복수를 에워싼다.
스턴트맨들에 눌려 밑으로 내려앉아 짜부가 되는 복수.
복수 : 아우, 나 죽어요오.
41. # 영화 촬영장 외부 (밤)
복수가 걸어나가는 길을 양찬석과 우찬석이 말린다.
양찬석 : 어디 가는데에?
복수 : 꼬붕이 찾아야 돼요.
양찬석 : (팩) 꼬붕이 버려.
복수 : 걔가 원랜 안 그랬어요. ...나 땜에 나쁜 물 든거지. 을마나 순진했는데...
우찬석 : ...집에두 없어?
복수 : 안 들어온대, 요즘.
우찬석 : 일하면서 찾으면 되지, 짬짬이.
복수 : 언제는 일하지 말라구, 그렇게 난리 부르스드니.... ....지금 상태룬 내가 너무 드러워서 안돼.
양찬석 : 목욕 안하구 다녔어? 샤워하구 와, 그럼. 조기 세면장 있어.
복수 : ...(짜증) 아으, 무식하긴... 시집 좀 읽어요, 감독님. ...이 더위에... 목욕을 안했겠어요?... 설마?
(자책) 어쨋건 드러워, 내가. ...깨끗이 씻구 올게요.
우찬석 : 너... 그거 또 시작했어?
복수 : 소매치기보다 더 드런 일을 했어. ...다시 올거예요, 감독님.
양찬석 : (진지하게) 알어. ...다시 올거라구 봐, 나두.
성큼성큼 홀로 길을 걷는 복수.
양찬석과 우찬석이 복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42. # 미래의 집 - 거실 (밤)
식탁 위에 앉아서 간호학 책을 펼쳐든 미래. 책에만 눈을 고정시켰다.
현지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먹는다. 미래의 눈치를 보며...
냉장고 문을 닫곤 개수대에 컵을 두곤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과일을 꺼내 냉장고 문을 닫는다. 미래의 눈치를 보며...
다시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낸다. 미래의 눈치를 보며...
현지는 모든 대사를 다 무심하게 뱉는다.
미래 : (팩 소리친다.) 아, 왜 물을 두 번이나 먹어어?
현지 : 그럼, 물은 몇 번이나 먹어야 되는데?
미래 : 한꺼번에 먹어.
현지 : 한꺼번에 먹으면 배부르잖아.
미래 : 말을 말자. (다시 책에 집중)
현지 : (다시 냉장고로 가서 과일을 꺼낸다.)
미래 : (또 팩) 아까 과일 꺼냈잖아아.
현지 : 언니것두 하나 씻어 줄라구...
미래 : 그걸 아까 한꺼번에 하지, 왜 나눠서 해?
현지 : 지금 생각났어.
미래 : 아후... 신경쓰여서 공부를 못하겠네. (현지를 보며) 너, 왜 그러냐?
현지 : ...(할머니처럼 무심하게) 사랑이... 그깟 책으루 잊혀져? ...그깟 책이, 사랑을 대신할 수 있어?
미래 : ...그럼 어쩌라구우?
현지 : 남잘 만나야지. ...새로운 남잘 만나서 사랑을 극복해야지.
미래 : 완전 다 산년같이 얘길하냐? 너, 그런 거 어디서 줏어듣냐?
현지 : ...난 줏어듣지 않아. ...내 직관이 말하는 거야.
미래 : “직관” 그런건 어디서 줏어듣냐?
현지 : 그건 교과서에 나와.
미래 : 히히... 너, 개그맨 해라. 딱이다.
이 때, 핸드폰이 울린다.
미래 : 네에. (현지를 보며) 야, 남자다.
현지 : 무조건 만나.
미래 : (낄낄댄다.) ...히히. ...(핸드폰) 그럼 만납시다, 우리.
현지 : (방으로 들어가며) 내가 옷 골라주께.
미래 : (웃으며 핸드폰을 닫는다.) 아이구, 기집애, 저거.
43. # 야외카페 (밤)
까페에 마주앉아 있는 강과 미래.
미래는 탁자 위에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한다.
강 : (미래를 빤히 본다.) 뭐하는 짓이냐?
미래 : (퉁명스레) 공부하잖아요, 사장님?
강 : ...그럼 난 뭐해?
미래 : 그거야 아저씨 맘이지.
강 : 난 너랑 놀구 싶은데?
미래 : 난 아저씨랑 노는 거 재미없어.
강 : 근데, 왜 나랑 같이 있냐?
미래 : 아저씨가 불러냈잖아.
강 : 그럼 나오질 말았어야지.
미래 : ...내 동생이 나가래. ...지금 난 남자를 만나야 된대에. ...근데, 아저씨가 남자라서 만나긴 하는데, ...재민 없거든.
...그래서 남자두 만나구, 공부두 하구... 그러는 거야, 지금.
강 : 무슨 공부하는데?
미래 : 간호사 공부.
강 : 니 머리루 그게 돼?
미래 : ...내 머리에 대해서 알어? 아저씨가?
강 : ...(물끄러미 책을 보더니) 너, 괜찮다, 야.
미래 : (강을 본다.)
강 : 좋다, 도전정신.
미래 : 그건 또 무슨 캠페인이냐? 하여간 난 정신 짜만 들어가면 황당해. ...그냥 공부야.
강 : 너, 심심해서 만났는데... 만나보니까 유익한 점두 있다.
미래 : ...아저씨, 공무원했어? ...쓰는 말들이 왜 그래? 하는 짓은 조폭이구?
강 : 너 만날 때 마다, 내가 돈 주면, 자주 만나 줄래?
미래 : (황당. 입이 벌어진다.) ...맞구 싶어서 환장했냐?
강 : 너, 돈 좋아하는 걸루 아는데, 난?
미래 : 이 사람 혹시 바보 아닌가? (낄낄댄다.) 하하.
강 : 왜 너만 웃냐? 웃긴 일 있으면 같이 웃자.
미래 : 깔깔깔...
미래의 웃음소리... 강은 절대 웃지 않는다. 미래에겐 그게 더 웃긴다.
44. # 복수의 집 - 마당 (밤)
중섭이 마당의 물청소를 하고 있다.
이 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중섭 : 아니, 왜 초인종 나두구 대문은 부숴?
문을 열면 정달이 다짜고짜 마당안으로 들어온다.
중섭, 얼빠진 표정으로 정달을 본다.
정달 : 복수새끼 어디 갔어요?
중섭 : 복수가 댁 새끼야? 엊다대구 새끼래? ...복수, 외국 나갔어, 왜?
정달 : (피식 웃는다.) 꿈두 야무지셔. 외국 좋아하네. ...복수 오면, 알아서 하라 그래요. 내일부터 꼬붕이 잡기 대작전 벌인다구...
중섭 : 그 애 잡는 걸, 왜 복수한테 얘기해? 잡을테면 잡으면 되지. 우리 복수가 무슨 짓 했어?
정달 : 나 약올리는 짓.
중섭 : 그건 나두 좀 하는데? ...(손을 보며) 잠깐만 기다려.
(한쪽에서 떼묻은 목장갑을 가져와 중섭의 얼굴에 풀풀 털어대곤 들이민다.) 여름인데, 면장갑 끼구 다녀. 무좀 덧나.
정달 : (목장갑을 바닥에 패대기 친다.) ...고 복수, 지가 스턴트맨하겠다구 설쳐대는데... 짤 없습니다, 복수 부친.
...내가 누군데? 고 복수 편히 사는 꼴을 보느니, 내가 자살을 한다.
중섭 : (여유롭게) 그럼 해. ...우리 복순 편히 살거니까...
정달 : (미소) 복수아버지, 언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구 빌날 있을걸?
중섭 : 재주있으면 만들어 봐, 그런 날.
정달 : 흥. (콧방귀를 낀다.)
중섭 : (호수를 들고서는) 비켜. 물청소하게... (그리곤 정달이 비켜서는 곳마다 물을 뿌린다.)
정달 : (중섭의 호수를 빼앗아 바닥에다 패대기를 친다.) 에이, 진짜. ...(한번 노려보곤 대문을 나선다.)
중섭 :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곤 툇마루에 걸터 앉는다. 그리곤 툇마루에 있는 담배를 피워 문다. 길게 뿜는 담배연기.
문득 어항을 어루만진다.) 경이. 놀랬지? ...복수 오빤... 나쁜 짓 안했는데, 저 눔이 괜히 저러는 거야.
...웃기는 놈이야, 저 놈. (인상을 쓰며 담배만 피워댄다.) 근데, 스턴트맨이 뭐냐?
45.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세수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복수.
중섭이 출근을 하려고 신을 신는다.
복수 : (중섭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비비며) 다녀오세요, 아빠.
중섭 : (인상을 쓴다.) 이건 또 뭐하는 짓이야?
복수 : 귀여운 딸 노릇하는 건데?
중섭 : (역정이 있다.) 딸 노릇 안해두 돼. 아들 노릇만 잘해.
복수 : 왜 삐졌어?
중섭 : (인상을 쓰며) 너... 꼬붕인지 꼴통인지, 걔하구 엮이지 마. ...끼여들지 마. 알았어?
...(나가다가 다시 윽박을 지른다.) 알아서 해에. ...분명히 말했다, 나. ...일만 터져 봐. 다시 고아원에 넣어버릴테니...
(나간다.)
복수 : 저렇게 말두 안되는 얘길, 당당하게 하구 나가냐? 고아원에서 미쳤어? 날 받아주게? 하 참. 아빠두...
(밥상을 펼친다. 쪽지 하나. 쪽지를 펴 본다. <스턴트맨이 뭐냐?> 복수, 어항에게) 경아. 누가 왔었냐?
46. # 밴드 연습실 (낮)
경, 홀로 키보드 앞에 서 있다.
“달콤 쌉싸름” 멜로디 라인을 작곡하는 경. 계속 핸드폰을 본다.
경 : 많이 바쁜가부다.
잠시, 손을 놓고 음료수를 마시는 경. 그러다 실수로 음료수를 건반 위에 떨어뜨린다.
부랴부랴 휴지로 닦는다. 그러나 몇 군데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경 : 에고, 이런...
47. # 꼬꼬닭 치킨 (낮)
유순과 허름한 옷차림의 청년 둘이 작은 말싸움을 한다.
복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유순을 본다.
유순 : (쌀쌀 맞게) 아, 그럼 시계라두 맡겨요.
청년 : ...천 원 모자르다구... 시계까지 맡기는 건, 좀 경우가 심하네요, 아주머니. ...내일 꼭 들러서 천 원 갚을께요.
유순 : 이보세요. 기껏 먹은게 만 팔천원어치예요. 그 중에서 천원을 깎아주는 게 어딨어요?
청년 : 지금 현금이 떨어져서 그런거니까... 내일 갚는다니까요?
유순 : 내가 아저씨를 어뜩케 믿어요?
복수 : (청년에게 다가간다.) 아저씨. 가세요. 제가 천원 내드릴께요.
유순 : 넌 왜 나서?
복수 : 가세요. ...이 아줌마가 지금... 정신적으루, 음, 그 뭐냐...
어쨋든 현재의... 정신적 상황과 여타의 것들이... 복합적으루 그런거니까, ...아저씨들이 이해 하세요.
유순 : 저 사람들이 왜 나를 이해해주니? 내 돈 안 낸 사람은 저 사람들인데...
복수 : (짜증스레) 그만. (청년들을 밖으로 안내한다.) 원래 이런 집 아닌데... 지금 상태가...
굉장히 곤란한 상태예요, 저 아주머니가... ...다음엔 이런 일 없어요. ...자주 자주 오세요.
유순 : 그렇게 깎아 먹을꺼면, 다시 오지 마요.
청년 :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나간다.)
복수 : 아, 정말 짜증난다. 손님 안 받기루 작정했어? 하두, 웃겨서 소문 다 나겠다. 이 집, 웃기는 집이라구...
유순 : 그동안... 내가 너무 느슨했어. 다시 바짝 긴장해서... 한 푼 두 푼 악착같이 뫄야 돼.
복수 : 서비스가 좋아야 손님을 많이 끌지. 엄마 그 좋은 머리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됐냐? 곗돈 한방에...
유순 : 머리구 뭐구 ?어. 악착같이... 10원짜리 하나라두 개거품 물구 뫄야 돼. 정신 똑바루 차리구... 신경 바짝 죄서...
복수 :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내 들이민다.) 얼마 안돼. 엄마 양에는 안 차겠지만... 그래두 옛날 돈하구 틀린 거니까...
정성껏 써 줘야 돼, 엄마. ...증말 그래야 돼. 이번 돈은...
유순 : 생색은... (돈봉투를 본다. 복수를 본다.) 진짜 다르네? 지난 번이랑?
복수 : 다르지, 당연히... 더 좋은 돈이지.
유순 : 난 지난 번 수준이 더 좋다. ...직업 바꿨니? 그 땐 뭘해서 그렇게 번거야?
복수 : 알면 다쳐.
유순 : ...한심하네. 돈 잘 버는게 최고야. ...적성, 이런거 따질 필요없어. ...돈만 있으면, ...나중에 적성에 맞는 거 찾기두 쉬워.
복수 : (물끄러미 유순을 본다. 그리곤 성호에게) 성호야. 지금 들은 엄마 말, 완전 무시해. 응? 형, 갈게.
성호 : 안녕히 가세요.
복수, 나간다.
유순 : 왜 좋은 벌이를 때려쳐? (봉투를 보며) 요게 뭐야?
48. # 악기 대리점 앞 (밤)
큰 창유리 너머 키보드를 맡기는 경과 주인과의 대화 모습이 보인다.
경, 키보드를 밀어 놓곤 인사를 꾸벅하며 대리점을 나온다.
49. # 지하철 입구 (밤)
핫도그를 먹으며 거리를 걸어오는 경.
경 :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많이 바쁜가 부다. (이 때, 전화벨) 네. (미소)
50. # 지하철 공중전화 (밤)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거는 복수.
복수 : (전화) 양수리요. ...오늘두 밤샐 거 같으네요.
복수를 지나치며 걸어가는 경.
51. # 지하철 매표 투입구 (밤)
경 : 작곡하나 했는데... 복수씨가 들어보구 좋으면 우리 음반에 추가하구요, 별루면... 별루면... 어쩌냐?
플랫폼 계단으로 내려가는 경.
52. # 공중전화 박스 (밤)
복수 : (웃으며) 뭘 어뜩케? 무시하구 추가하는 거지.
...네. 잘자요. 갈 때, 기념품 사갈께요. ...양수리에 기념품이 뭐가 있지?
53. # 경 쪽 플랫폼 (밤)
경이 핸드폰 폴더를 덮는다.
경,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얼핏 건너편에서 꼬붕이 보인다. 일어서는 경.
54. # 매표 투입구 (밤)
복수 : (두리번댄다) 꼬붕이 새끼... 분명 여기서들 봤다 그랬는데...
철도에 뛰어들어서라두 내가 찾는다. 이놈의 새끼.
55. # 경 쪽 플랫폼 (밤)
경 쪽 플랫폼 계단으로 내려오는 복수.
꼬붕을 보고 있던 경이 복수를 본다. 복수는 건너편 꼬붕을 본다.
복수, 계단을 다시 올라 꼬붕쪽 플랫폼으로 간다.
경, 놀란 눈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 있다. 경,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계단을 오른다.
56. # 꼬붕쪽 플랫폼 (밤)
주위를 살피던 꼬붕. 한 남자의 지갑을 훔친다.
복수가 꼬붕에게 다가와 선다. 꼬붕, 놀라서 복수를 본다.
복수, 매서운 눈빛으로 꼬붕을 노려본다.
꼬붕의 손에 쥐어진 지갑을 빼앗는 복수. 꼬붕은 도망가고...
이때, 형사가 뒤쪽 수갑을 만지며 복수를 향해 오는데...
갑자기 잰걸음으로 형사를 스치며 앞서서 복수를 향해 다가 오는 경.
놀라는 복수를 향해 스치듯 지나치던 경이 복수 손에 들린 지갑을 빼앗아 잰걸음으로 걸어간다.
남자는 복수의 손을 뒤로 돌려 몸수색을 하고, 경은 뒤쪽을 슬쩍보며 계속 앞으로 걸어나간다.
이때, 경 앞을 가로막는 정달. 경 손에 쥐어진 지갑을 들어올린다.
정달 : 전업하셨어? 소매치기루? ...(경의 손에 수갑을 채우며) 미란다 원칙 말해 줄게. 에이... 까먹었다. (복수를 본다.)
정달의 손에 돌려 세워져 복수를 바라보는 경. 다른 형사의 손에 등뒤로 손이 잡힌 복수.
그렇게 서로 놀란 눈으로 마주보며 선 복수와 경.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