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뽑은 진짜 이유…인상 좋아서, 당돌해서, 축구 잘해서”
내 생각과 차이 나는 '실제 합격 이유'
서울역 인근의 한 삼겹살집.
롯데마트 서울역점 김태욱(40) 과장이
지난 해 입사한 영업사원 최지원(28), 박지훈(26)씨에게 소줏잔을 건네며
"요즘 취업도 어려운데 너희들이 왜 합격했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최씨는 영어가 유창하고
삼성디자인스쿨(SADI)에서 제품 디자인 기초 과정을 수료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박씨는 명문대에서 성실하게 학점 관리를 잘했고
'스펙(자격증·학점·외국어 성적 등 취업 자격 요건)'도 고루 갖췄습니다.
그런데 김 과장은 최씨에게는 "당돌해서",
박씨에게는 "축구"라며 두 사람이 예상 못 했던 '진짜 합격 이유'를 들려 줬습니다.
최씨는 롯데마트 면접을 앞두고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찾아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사는 물건, 판매대 배치 등을 꼼꼼히 분석하고
매장에서 재고를 정리 중이던 점장에게
"유통 산업의 미래가 있느냐",
"김종인 대표의 경영 전략은 뭐냐"는 등을 무작정 물었는데
이것이 합격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박씨의 경우 대학 축구 동아리에서 열심히 뛴 것이
의외로 '최고의 스펙'이 되었습니다.
김 과장은 "지원자들이 모두 우수하다 보니,
사내 축구 동아리에서 선배들과 잘 어울리고
업무 팀워크도 다질 수 있겠다 싶어서 합격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취업포털과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본인이 생각했던 합격 비결이나 스펙과
회사 선배로부터 들은 합격 이유 사이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들은 자기소개서, 인턴 등 실무 경력, 학점 관리,
외국어 능력 등을 자신의 입사 경쟁력으로 꼽았으며
태도나 인상 때문에 합격했다는 사람은 2.4%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입사 후 듣게 된 '진짜 합격 이유'는
좋은 태도와 인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최씨처럼 입사 전부터 적극적으로
업무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는 태도가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CJ오쇼핑 상품기획자(MD) 이강수(26)씨는
"입사 시험 전 6개월 넘게 4대 홈쇼핑 방송을
매일 노트에 분석해서 면접 때 발표했는데
선배들이 그걸 좋게 봤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1~2년차 직장인들로부터
'입사 후 술자리에서 들은 솔직한 나의 합격 비결'을 들어 보았습니다.
KT 엔지니어 강석현(27·가명)씨는
"부장이 '면접 시간 한참 전에 와서 앉아있는 거 보고
본부장이 쟨 무조건 뽑으라더라.
얼마나 성실한지 지켜볼 거다'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삼성중공업에 다니는 유성훈(28·가명)씨는
"디자인 전공하는 친형에게 부탁한 캐리커처를 나눠 주고
'오늘 생일인데 입사를 내 생애 최고의 선물로 받고 싶다'고 했었다.
입사 후 부장이 '야 너 생일이어서 합격한 거야'라고 웃더라.
반은 농담이었겠지만 고만고만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지영(28·가명)씨는
"화장품 회사라서 여성이 많은데
'돌이라도 씹어먹을 것 같은 표정'에 목소리가 크고
남자보다 씩씩하게 말해서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며 웃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정수연(26·가명)씨는 "평소 인상이 세다는 얘기를 들어
면접날 전문 메이크업을 받고 갔는데 효과를 봤다.
'온화하고 밝은 인상이라 뽑았다'는데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인턴을 거쳐 채용하는 경우는
좋은 근무 태도로 깊은 인상을 심어줄 기회도 많습니다.
7주 인턴 과정 후 정규직으로 채용된 현대자동차 김민석(28·가명)씨는
"선배가 일을 시키기 전에 '이건 엑셀 파일로 만들까요?"라는 식으로
먼저 물어보고 복사든 청소든 시키지 않은 일도 찾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뻤다더라"고 했습니다.
왜 태도와 인상이 '진짜 합격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걸까요?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최종면접까지 올라오는 지원자들은 필기시험이나
학점·영어점수 등이 고루 뛰어나다"며
"결국 면접과정에서 보이는 '태도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업 컨설턴트인 박영진 인크루트 과장은
"현장을 찾아서 살펴보거나 자료 분석을 하고
나만의 사업 기획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1차 관문인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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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