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외교부장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군사합의문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시인했다.
그간 청와대가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를 언급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어서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해당 질문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했다.
강경화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 간 군사합의에 대한) 충분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군사합의서에 관한 통화는 정상회담 이전이었다"며 "정상회담 이후 통화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제가 설명한 부분에 대해 듣고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굉장히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논란은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신문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와 관련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말 강경화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대북문제와 관련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외교부 역시 이번 논란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강경화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 제기를 시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공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5·24조치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잘라 말했다.
강 장관은 후에 이 발언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본격 검토는 아니고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였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라며 "5·24 조치의 내용은 대부분 유엔안보리 제재 내용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5·24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것은 실제 가능하지도 않고 국제사회와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그렇잖아도 북한 김정은이 버젓이 유엔 제재 품목인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제재 이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북한 비핵화의 진전도 없이 5·24 조치 해제를 운운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강 장관은 김정은 대변인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