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한 페이지가 넘도록 이어진 논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대충 볼 때는 '기존선 강화 vs KTX 강화' (및 후자에 가담한 현상유지파 - 저는 이쪽에 가깝습니다만) 구도로 설전을 벌인 것 같아도 뜯어 보면 그 안의 생각은 다들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토론 진행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국지전도 여럿 벌어졌고, 또 참가자들이 논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이 점에 상당 부분 보탠 것은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설전의 확대는 최대한 막았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
논점으로 돌아가서, 기존선 대 고속선의 구도보다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뭔가 하면, 기존선 열차의 소요시간을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하는 겁니다. 대체로 기존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아무래도 주종은 기존선 열차가 KTX 경합구간에서 형편없이 위축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기존선 열차가 오히려 소요시간 면에서 이전보다 많이 드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저는 '만성리 임시역사'님께 (이 분의 닉네임은 도중에 잘려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맞을 듯) 상당한 실례를 했는데, 2004년 5월 시각표를 본 결과 실제로 전라선의 소요시간은 터무니 없이 길어져 있는 겁니다. (저는 2004년 2월에 전라선을 탔고, 이 때 선형개량으로 상당히 빨리 서울까지 온 기억이 있어 혼동한 거죠) 이 때 용산-여수간의 소요시간은 새마을이 5시간 45분, 무궁화가 6시간 10분이라는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1985년 구불구불한 데다 DHC 투입도 안되는 (선형과 경사가 개판인 탓에 특대형기관차는 오히려 호남선보다 먼저 투입된 선구입니다) 전라선에서 위의 시간보다 15분쯤 빨리 간 것을 생각하면, 게다가 KTX 도입 직전에 서울-여수간 새마을이 갓 5시간을 끊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황당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다만 2004년 4월 다이어그램은 경부선 새마을이 5시간을 넘긴 탓에 머지 않아 폐기되었고, 현재 용산-여수는 새마을이 5시간 10분, 무궁화가 5시간 30~50분 소요되도록 정리되었습니다. 2004/4 다이어그램을 보면 새마을이 심지어 신탄진까지 필수정차하는 꼴이 벌어졌습니다만 (무궁화 중에는 도중정차 25회도 있었음) 지금은 천안 통과도 있습니다.
어떤 유저의 경우 끝까지 KTX를 하이엔드 취급하는 모습도 있습니다만, 이에 맞서 KTX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 중에는 의외로 적끼리는 닮는다고, 사실 결론은 정반대지만 사용 논거는 큰 차이가 없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한쪽이 KTX를 '하이엔드'로 경원한다면, 반대쪽에서는 일반열차, 특히 새마을을 '로엔드'로 치부한다는 겁니다. 양쪽의 공통되는 인식은 요컨대 고속선과 기존선 사이에는 소위 '넘사벽'이 존재하여 전혀 다른 영역을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부선이든 경부고속선이든 두 레일 사이에는 1,435mm만큼 떨어져 있고, 2만 5천볼트 전기 먹고 달리고, 또 손님은 300kph냐 150kph냐를 보고 표를 사는 게 아니라, 부산까지 3시간 걸리냐 5시간 걸리냐를 보고 표를 사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의 3시간짜리와 5시간짜리야 그렇다 치고, 앞으로 2시간짜리와 6시간짜리가 제공된다면, 사실 그 사이의 3~4시간 사이의 서비스를 제공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서비스 업자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선택의 여지는 넓을 수록 좋고, 또 3시간짜리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4시간, 5시간짜리 서비스를 만드는 건 쉽습니다. [서울-부산간 고속버스는 5시간 반 걸리던 게 지금은 기본이 4시간 반으로 줄었는데 (게다가 보통 조착), 85년 당시 4시간 40분으로 절대우위를 자랑하던 무궁화가 지금은 5시간 반, 보너스로 보통 연착이니 정체 상태로는 경쟁력을 그냥 바치고 있다고 해도 됩니다. 유일한 틈새는 이를테면 수원-밀양 사이 직통버스는 전무한데 열차는 하루에 20회도 넘게 다니니 좋더라 하는 것 정도. 그럴 거면 아예 수원발로 만드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서울발은 보통 어느 지역이나 버스노선이 충실합니다) ]
그런 면에서 저는 독일의 모델을 좋아합니다. ICE는 세계에서 상용속도로는 가장 빠른 플랫폼인데, 재미있게도 ICE는 전세계 고속열차 중에서는 거꾸로 가장 굼벵이 서비스를 합니다. 남북종단선이라 할 뮌헨-함부르크의 시간당 3회 이상 달리는 ICE의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에서 6시간 사이입니다. 같은 구간의 IC는 6시간 40분쯤 걸립니다. 이리 된 것은 ICE가 IC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되었기 때문으로, ICE와 함께 IC 서비스도 함께 레벨업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아예 다른 철도를 만들어 버린 일본과는 다릅니다.
이제 '기존선 고속화'를 생각해 봅시다. 열차를 고속화하는 방법은 누구나 다 알듯 다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차량을 고속화한다. (여기에는 인프라도 포함)
- 정차를 줄인다.
고속열차의 경우 정차수가 전체 소요시간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부산까지 420km의 선로라면 이상적으로 볼 때 논스톱 1시간 40분 수준까지 노려볼 수 있지만, 여기에 역 하나만 더 세우면 그 영향은 최고속도를 8~10% 올리는 노력에 맞먹는 것이 됩니다. 요컨대 오송역 하나 덕분에 300계 대신 N700계를 (혹은 KTX 대신 한빛400) 개발한 기술과 투자가 사장되어 버린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때문에 고속열차는 Point-to-point로 논스톱이 기본이지요. 일본이라면 시나가와와 신요코하마에는 세울지언정 절대 시즈오카에 세우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서울-대전-동대구-부산보다는 서울-영등포-구포/부전-부산이 낫습니다. (현실적으로는 Door-to-door의 강화를 위해 대도시역에는 광명, 구포같은 외곽역 정차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선 열차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속도를 늘린 만큼 효과는 크게 마련이고 (서울-부산 KTX의 속도를 10% 늘리면 160분 중 16분 줄지만 새마을의 속도가 10% 늘면 280분 중 28분 줄어든다는 식), 무엇보다 정차 수를 줄일래야 줄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걸립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거지요. 서울-대전-동대구-부산을 달리는 KTX가 있는데 서울-대전-동대구-부산 가는 무궁화를 몇명이나 탈거냐 하는 문제입니다. (오히려 수원-천안-구미-밀양 열차가 더 장사가 될지도 모릅니다) 일부 유저가 제기하는 정차역 줄여 빨리 달리게 하자,의 반론 근거가 됩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두어번만 세우면 정말 지금의 인프라, 차량으로도 4시간 초반, 혹은 3시간대 운행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봤자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유럽의 경우 매시 혹은 2시간 간격 배차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최대한 일반열차도 P-t-P 정책을 쓰곤 하지만 여전히 고속열차와 병행할 때는 고속열차가 서지 않는 역에 더 세우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지역연계라고 해도, 예컨대 서울-대전 KTX가 이를테면 행신-서울-영등포-광명-대전-옥천-영동 식으로 설정된다면 어떨까요. 웬만해서 환승연계는 의미가 없게 되는 겁니다. 즉 기존선 열차는 KTX가 서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지역 중심이 되는 곳을, 나름대로 최대한 빨리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맡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입니다. 지금의 새마을-무궁화 정차역은, 티나게 줄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은 고속화이고, 이는 현재 상당부분 진척을 맞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진행이 흡족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KTX는 어디까지나 남의 기술인 관계로, 사실상 1996년 이래 지금까지 한국철도는 고속화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KTX 기술을 토착화하고 광역전철에 손을 댄 경력은 인정되지만, 간선의 개선은 늦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호남선을 필두로 많은 선구가 최대 220kph까지 소화할 수 있도록 개량되는 등 인프라가 받쳐주는데도 차량 부문이 늦어져 정작 투자의 효과가 사장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2시간짜리 KTX가 있고 고속버스 도달이 3시간 반 혹은 4시간 정도라면, 기존선 철도 또한 3시간~3시간 반 남짓에 달려 줘야 하급열차로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광주까지 380km라면 표정속도로 110~130kph를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도중정차를 10회로 가정하면 차량이 순항으로 180kph급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흔히 TTX로 언급되는 차량의 클래스입니다.
이런 고속화의 장점이 또 하나 있지요. 뭐냐 하면, 고속선에서 웬만하면 김천구미같은 데 세워주지 않을 핑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김천까지 고속버스는 3시간 소요로 박아놓고 있지만 보통 2시간 반을 조금 넘은 수준에서 도달한다고 하는데, 새마을은 2시간 50분입니다. (KTX는 1시간 56분) 그런데 차량을 150kph에서 200kph급으로 올리는 것으로 2시간 20분대 도달이 가능해집니다. 김천구미가 원래 전체 차량의 40%가 설 것을 10%대로 줄일 수 있다면 경부선 KTX 열차당 평균 2분 가까운 소요시간 감소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부고속선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전-동대구를 제외한 중간역 정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인이 될텐데, (현재 서울-부산 KTX의 평균 중간정차는 3.7회) 광명은 다소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만, 천안아산과 오송, 김천구미에는 제법 주효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TTX가 충북선에서 테스트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서울-청주 직통열차가 생긴다면 KTX 오송역의 의존을 극히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KTX는 지금도 잘 하고 있는 장거리 타깃 마케팅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가는데 10년 잡고 갑시다. DHC는 폐차해야 하고, 8200-무궁화 형제만 가지고 전국을 커버할 수도 없고, 또 전국을 KTX만으로 덮으려니 비싸게 먹힙니다. 현상유지 간판 단 것 치고는 괜찮은 대안 아닙니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장황하게 늘어놓은 셈이지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밑에서 일반열차 강화를 주장한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일반열차 강화가 갖는 무의미함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8200EL이면 뭐든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부산 새마을을 4시간 25분에 당겨봐야 (현 정차역 그대로 두고 4시간 이내에 가능하다는 분도 있지만 180kph짜리 TTX가 3시간 52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의미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부산까지 3시간 30분에 소화할 수 있는 차량이 나오지 않는 한 기존선 장거리열차는 휴가철 전용으로 남을 겁니다.
반대로 일반열차 강화를 묵살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환승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기존선의 전근대성이 결국 고속열차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아까 언급한 수원-밀양같은 니치가 철도의 밥을 먹여주고 있지만 그 수명은 길지 않아요. 10명만 태워도 수지가 맞는다는 우등고속버스의 수익성은 고유가 시대에도 이런 니치를 계속 파고 들어가도록 할 것입니다. (사실 착각하기 쉽지만, 철도차량의 연비는 중량 탓에 버스보다 그다지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특대형이 서울-부산간 1천리터를 태운다고들 하지요? 버스 한대는 그 구간에 70~80리터면 됩니다. 즉 버스가 보통 25명을 태운다고 할 때 철도차량도 300명은 태워야 비슷한 연비를 가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법규에 의해 도로차량의 속도가 100kph선으로 고정되어 있고 이건 실제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때, 장거리열차가 표정속도 120kph를 달성한다면 거꾸로 도로차량 대비 영구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70~80년대 철도황금기의 재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KTX가 반쪽짜리 고속열차가 어쩌니 해도 사실 고속선으로 연결되는 지역에는 이미 언터처블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바, 오히려 장기적으로 한국 철도의 미래를 쥐고 있는 건 기존선 쪽이라고 보는 바입니다. KTX는, 그 견인차일 따름이죠.
첫댓글저나 단양군은 일본쪽을 많이 보고왔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시스템과는 차이가 많을것이고, 너무 지나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다만 일본이 가진 장점이었던 기존선과 고속선 기능의 완전 분리(지역연계/장거리)의 입장에서 봤을때 기존선은 유지비 절감, 그리고 그 기능을 최대한 지역연계에 몰아주기위한 통근열차의 부활을 강조하려고 하였죠. 다만 향후 기존선과 고속선이 완전히 분리된다면 기존선 장거리열차와 지역연계를 위한 통근급의 열차 비중이 어떻게 될것인가... 그것에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사실 '고다마' (도쿄-신오사카간 중간정차 15회로 평균 간격 32km) 나 '야마비코' (비슷) 의 정차패턴을 보면, 기존선-고속선 분리라는 게 상당히 말장난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도시/광역철도-간선철도의 분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일본의 경우 대도시간 교통을 신칸센이 일찌감치 선점한 탓에, 애초에 장거리버스 네트워크는 크게 미흡합니다. 따라서 장거리버스와의 경쟁을 신경쓸 필요가 그다지 없죠. 대신 자가용차 이용이 한국보다 많을 법하지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8200EL의 증차와 남는 무궁화 객차를 두고 볼 때 철도공사의 재정사정이 허락하는 한 (이는 앰트랙 수준의 파탄을 말하는 겁니다) 이 부문에서의 후퇴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철도로서는, 장거리버스에 비해 어느 지역에서나 명백하게 떨어지는 근교연계교통은 어떻게든 해결은 봐야 할 겁니다. 동대구까지 온 승객을 예컨대 경산역에 떨궈 놓았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요.
여수행관광열차님/ 확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님이 말하는 어떤분 처럼 ktx에 기존선 투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님에 의견처럼 기존선이 타 교통수단과에 경쟁에서 최소한 뒤처지는것을 염려 하는겁니다 ktx에 기존선 투입은 저에 고향인 여수에 경우를 보아서도 상당한 메리트를 가져온다고 봅니다 당장 거의 2시간을 단축하니까요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는 겁니다 그후에는 전라선에도 지역간 연계 수단으로서에 검토를 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있습니다.
철도가 버스에 비해 근원적으로 우월한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철도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i) 철도 운영당국의 수지 개선을 위한 것이거나 ii) 국가 교통정책 전체의 맥락에서 필요할 때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단 철도는 잘 되어야 한다'라는 발상은 문제가 있어요. 철도가 딱히 태생적으로 효율이 좋거나 친환경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것은 물론 독일식의 시스템도 좋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지역구조상 도시간의 거리차는 짧고, 일본처럼 고속선에 역간거리가 20~30km이내로 짧은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기존선의 역간거리가 그정도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식과 일본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선의 지역연계성 강화를 부르짖은것입니다. 유럽스타일의 고속철도와, 일본식의 기존선... 보기만 해도 답이 딱 나오지요. 다만 대부분이 생각하는 의견에서는 도시-도시간의 수송기능만을 강조한것 같았습니다. 특히 기존열차 증속론측에서는 지방밀착성에 대한 뚜렷한 대안제시없이 서울로 가는 기준에서만 생각했고요... 아쉽죠
유럽스타일의 고속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구간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미 확정된 전라선 구간이라던가, 아니면 동해남부선 포항까지 정도랄까요... 정차역으로 따지자면 지금의 새마을호도 한두개정도의 정차역을 제외하면 문제될 정차역은 없습니다. 무궁화호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두 열차는 '중간에 일부러 감속하는 일 따위는 전혀 없으'리라는 일 정도는 모두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상태 그대로 현상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적어도, 열차의 등급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래 빠른 여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던 새마을이라는 놈이 지금은 KTX라는 더 빠른놈에 밀려 적어도 '경부선' 에서는 사양길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제 1열차를 부활시켜도 탈 사람이 현저히 적을것은 추정수준을 넘어 거의 기정사실에 가까울 정도죠. 차라리, 저는 경부, 호남선의 새마을호를 폐지시키고 현재 새마을 다이아는 전부 무궁화로 변경, 그리고 남는 객차들을 전부 무궁화 특실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또, 지금 기존선을 운행하는 KTX에 한해서는 '새마을'의 역할을 하게 하는것이죠. (기존선 내에서의 운임도 최고 1,000원 이상 차이나지 않으니...)
호남선의 경우, 이미 KTX-2가 들어가는 것이 확정되었고, 전라선은 2010년까지 선형개량이 완료될 예정에 KTX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마 호남-전라선 KTX 복합편성이 운행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바입니다. 이 복합열차를, 기존선 구간 내에서는 과거 '새마을'의 역할을 하게 하는것도 좋다고 봅니다.(독일에선 아마 Intercity라고 하죠?) 경부선의 경우에는 물론, 인프라가 이미 충분히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등에 패하는 경우는 최소한 막는것이 좋겠지만서도, 또한 고속선의 역할빼앗기나 고속선의 수요를 잡아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역시 회의적입니다.
기존선에 고속버스 수준의 서비스가 들어가는것 까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이 고속서비스가 고속선의 역할을 분담하는것이 아닌, 대도시 - 대도시 간의 장거리 수요까지 빼앗아 오는것에는 회의적입니다. 향후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금에 있어서는 경부, 호남선 새마을을 무궁화로 다운그레이드 시키는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단, 다이아 유지와 특실 병결을 조건으로 삼아서) 하지만, 속칭 통궁호의 존치는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코스트 절감이나 운영효율성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2004년 4월 다이아 개정때에 통일호를 대체할 열차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나오지 않은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논외이지만, 저는 오히려 피터지는 경쟁이 진행중인 경부선 선구보다는, 다른 선구로 눈을 돌려 수익을 얻는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운행하는 바다열차와 이전에 제안한 '정동진 일출침대특급' 이 바로 그 예입니다. 철도가 단순 여객운송 뿐만이 아닌, 고부가가치 운송수단이자 관광산업으로 발전한다면 더 좋을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지금 인프라로는 버스를 이기기는 조금 힘들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좀 더 Various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점도 아쉽고, 또 그런 대안을 내놓지 못한점도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독일 모델이 그럴듯 하기는 하지만, 그거 만들라고 70년대에 꼴아박은 돈이 장난이 아니죠. 또,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핵이 없이 여러 갈래로 도시가 분산된 경향이 있어서, 우리나라나 일본, 프랑스 같은 구조가 잘 안어울리는 특성도 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곳이 라인란트 지역이라고 하는데, 여긴 30만짜리 도시들이 그 지역 전반에 잘 분포되어 있어서 정말 교통 설계가 까다로울 지경이라고도 하지요. 독일의 경험에서 배워 올 것도 많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상당히 과밀인 주 간선축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 이 부분은 다르게 봐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요.
독일식이라는 키워드를 쓰는 바람에 또다시 과대해석을 낳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 어디까지나 ICE의 역할에 한정한 이야기입니다. 인구가 경부축에 집중된 한국은 전국을 그물처럼 연결할 수밖에 없는 독일과는 분명 다르죠. 하지만 예컨대 대구-부산 가는 KTX가 반드시 대전에 정차해야 하는가,같은 문제에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기술적으로 KTX의 대전 통과가 어렵지만, 2차개통 후에도 그럴까요) 대전역은 수요가 많지만, KTX 정차역 치고는 의외로 KTX이용이 적은 것을 볼 수 있지요. 실제 KTX 열차의 절반은 서울-(서울2역)-동대구-부산으로 편성해도 무방합니다.
KTX의 우월성은 명백하지만, (오늘 대전에 다녀오다 보니 무궁화 표는 walk-in으로는 입석밖에 없는 반면 새마을은 30%정도밖에 차지 않아서 쉽게 표를 바꿀 수 있더군요) KTX와 이를테면 현 새마을의 중간 서비스의 가치가 없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경량화된 전동차 내지 효율화된 EL편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를테면 지금 말 많은 히타치 동차도 좋습니다) 당연히 KTX보다 저렴하게 운행하게 되고, '조금 저렴하고' 쓸만한 급행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결코 KTX보다 덜 남을 이유가 없는 거죠 :)
KTX가 앞으로 서울-부산이나 광주를 2시간 남짓에 끊을 것이라 볼 때, 아무리 개선해도 3시간 중반을 넘기 어려울 기존선 특급이 KTX의 밥줄을 뺏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경부선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KTX의 음영을 해소하고 KTX가 본업에 집중하도록 (다른 한 유저와 같은 의미로 쓰는 게 아닙니다) 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KTX가 신선 전구간 개통을 해도 지금 꼴대로 가다가는 2시간 반 밑으로 떨어지기 곤란한 게 불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행신-서울-시흥으로 가는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경부고속선의 확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선 활용은 상당히 불가피한 일로 보입니다.
한편 니치를 보자는 단양군님의 주장이 있습니다만, 그 숫자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요. 경부선은 1년에 7천만명이 이용하는 선구입니다. 장항-호남선 등을 상당부분 포함하는 수치지만, 대전을 넘어가는 사람 수만 4천만명입니다. 호남선의 경우 지금은 연 1천만을 약간 하회하지만, KTX나 기존선 개선으로 고속버스의 여지를 뺏는다면 2천만 정도의 추가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서울서 강릉가는 사람이 1년에 몇일까요? 니치는 작으니까 니치인 겁니다. 니치 공략을 통해 실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주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승객수송'의 기본 틀을 깨면 안되겠죠..; (그걸 근본으로 하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물론 일부 노선에서는 그게 주축이 될수는 있겠습니다만..) 관광수요 뿐만이 아니라, 야간수요나 기타 여러가지 Various한 수요를 찾아내서 공략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댓글 저나 단양군은 일본쪽을 많이 보고왔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시스템과는 차이가 많을것이고, 너무 지나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다만 일본이 가진 장점이었던 기존선과 고속선 기능의 완전 분리(지역연계/장거리)의 입장에서 봤을때 기존선은 유지비 절감, 그리고 그 기능을 최대한 지역연계에 몰아주기위한 통근열차의 부활을 강조하려고 하였죠. 다만 향후 기존선과 고속선이 완전히 분리된다면 기존선 장거리열차와 지역연계를 위한 통근급의 열차 비중이 어떻게 될것인가... 그것에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사실 '고다마' (도쿄-신오사카간 중간정차 15회로 평균 간격 32km) 나 '야마비코' (비슷) 의 정차패턴을 보면, 기존선-고속선 분리라는 게 상당히 말장난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도시/광역철도-간선철도의 분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일본의 경우 대도시간 교통을 신칸센이 일찌감치 선점한 탓에, 애초에 장거리버스 네트워크는 크게 미흡합니다. 따라서 장거리버스와의 경쟁을 신경쓸 필요가 그다지 없죠. 대신 자가용차 이용이 한국보다 많을 법하지만요.
또한 작금의 상황을 봤을땐 더이상 지역 구석구석까지 들어가는 철도의 지역연계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통근열차의 부활도 기대하기 힘들어 지금의 인프라(차량을 중점으로 한)로 판단했을때 지역연계의 수단만큼은 반드시 남겨놔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였던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8200EL의 증차와 남는 무궁화 객차를 두고 볼 때 철도공사의 재정사정이 허락하는 한 (이는 앰트랙 수준의 파탄을 말하는 겁니다) 이 부문에서의 후퇴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철도로서는, 장거리버스에 비해 어느 지역에서나 명백하게 떨어지는 근교연계교통은 어떻게든 해결은 봐야 할 겁니다. 동대구까지 온 승객을 예컨대 경산역에 떨궈 놓았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요.
결국은 기존선/고속선이 완전히 분리되는 시점에서 남을 기존선 선로용량이 과연 장거리 급행 열차에게 갈것이냐, 아니면 지역연계용 열차에 돌아갈 것이냐... 이것에 대한 토론으로 이동하겠죠... 일단 지금의 시점에서는 더이상 물러서지는 않을겁니다
철도공사나 정부가 바라는 바로는 화물열차 아닙니까? :)
낄낄... 그렇긴 하겠죠... 근데 수입비중을 봤을땐 코딱찌만한 수입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이 아무리 늘어봐야 여객열차나 광역열차를 치고 올라가기야 하겠습니까만.. ㄲㄲ
여수행관광열차님/ 확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님이 말하는 어떤분 처럼 ktx에 기존선 투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님에 의견처럼 기존선이 타 교통수단과에 경쟁에서 최소한 뒤처지는것을 염려 하는겁니다 ktx에 기존선 투입은 저에 고향인 여수에 경우를 보아서도 상당한 메리트를 가져온다고 봅니다 당장 거의 2시간을 단축하니까요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는 겁니다 그후에는 전라선에도 지역간 연계 수단으로서에 검토를 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있습니다.
만성리...님의 스탠스라면 앞서의 충돌을 낳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르므로, 그 점을 짚고자 하였습니다. 그 점에서, KTX 대 일반열차 구도는 사실 껍데기죠.
덧붙여서 그런방식으로 운영 한다고 하여도 소요시간을 최소한 줄여서 ktx가 아니여도 버스등과에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길 기원 합니다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독일식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우리나라도 진작에 독일식 모델을 도입했서야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글중에서 연비를 언급하셨는데 디젤열차야 그것을 따질수 있서도 전기견인은 연비와는 무관할것인데요.
유지비와는 직결됩니다. 확실히, 전동차보다야 EL이 코스트가 더 많이 들죠.
철도가 버스에 비해 근원적으로 우월한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철도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i) 철도 운영당국의 수지 개선을 위한 것이거나 ii) 국가 교통정책 전체의 맥락에서 필요할 때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단 철도는 잘 되어야 한다'라는 발상은 문제가 있어요. 철도가 딱히 태생적으로 효율이 좋거나 친환경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것은 물론 독일식의 시스템도 좋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지역구조상 도시간의 거리차는 짧고, 일본처럼 고속선에 역간거리가 20~30km이내로 짧은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기존선의 역간거리가 그정도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식과 일본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선의 지역연계성 강화를 부르짖은것입니다. 유럽스타일의 고속철도와, 일본식의 기존선... 보기만 해도 답이 딱 나오지요. 다만 대부분이 생각하는 의견에서는 도시-도시간의 수송기능만을 강조한것 같았습니다. 특히 기존열차 증속론측에서는 지방밀착성에 대한 뚜렷한 대안제시없이 서울로 가는 기준에서만 생각했고요... 아쉽죠
유럽스타일의 고속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구간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미 확정된 전라선 구간이라던가, 아니면 동해남부선 포항까지 정도랄까요... 정차역으로 따지자면 지금의 새마을호도 한두개정도의 정차역을 제외하면 문제될 정차역은 없습니다. 무궁화호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두 열차는 '중간에 일부러 감속하는 일 따위는 전혀 없으'리라는 일 정도는 모두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상태 그대로 현상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적어도, 열차의 등급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래 빠른 여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던 새마을이라는 놈이 지금은 KTX라는 더 빠른놈에 밀려 적어도 '경부선' 에서는 사양길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제 1열차를 부활시켜도 탈 사람이 현저히 적을것은 추정수준을 넘어 거의 기정사실에 가까울 정도죠. 차라리, 저는 경부, 호남선의 새마을호를 폐지시키고 현재 새마을 다이아는 전부 무궁화로 변경, 그리고 남는 객차들을 전부 무궁화 특실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또, 지금 기존선을 운행하는 KTX에 한해서는 '새마을'의 역할을 하게 하는것이죠. (기존선 내에서의 운임도 최고 1,000원 이상 차이나지 않으니...)
호남선의 경우, 이미 KTX-2가 들어가는 것이 확정되었고, 전라선은 2010년까지 선형개량이 완료될 예정에 KTX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마 호남-전라선 KTX 복합편성이 운행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바입니다. 이 복합열차를, 기존선 구간 내에서는 과거 '새마을'의 역할을 하게 하는것도 좋다고 봅니다.(독일에선 아마 Intercity라고 하죠?) 경부선의 경우에는 물론, 인프라가 이미 충분히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등에 패하는 경우는 최소한 막는것이 좋겠지만서도, 또한 고속선의 역할빼앗기나 고속선의 수요를 잡아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역시 회의적입니다.
기존선에 고속버스 수준의 서비스가 들어가는것 까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이 고속서비스가 고속선의 역할을 분담하는것이 아닌, 대도시 - 대도시 간의 장거리 수요까지 빼앗아 오는것에는 회의적입니다. 향후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금에 있어서는 경부, 호남선 새마을을 무궁화로 다운그레이드 시키는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단, 다이아 유지와 특실 병결을 조건으로 삼아서) 하지만, 속칭 통궁호의 존치는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코스트 절감이나 운영효율성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2004년 4월 다이아 개정때에 통일호를 대체할 열차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나오지 않은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논외이지만, 저는 오히려 피터지는 경쟁이 진행중인 경부선 선구보다는, 다른 선구로 눈을 돌려 수익을 얻는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운행하는 바다열차와 이전에 제안한 '정동진 일출침대특급' 이 바로 그 예입니다. 철도가 단순 여객운송 뿐만이 아닌, 고부가가치 운송수단이자 관광산업으로 발전한다면 더 좋을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지금 인프라로는 버스를 이기기는 조금 힘들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좀 더 Various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점도 아쉽고, 또 그런 대안을 내놓지 못한점도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독일 모델이 그럴듯 하기는 하지만, 그거 만들라고 70년대에 꼴아박은 돈이 장난이 아니죠. 또,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핵이 없이 여러 갈래로 도시가 분산된 경향이 있어서, 우리나라나 일본, 프랑스 같은 구조가 잘 안어울리는 특성도 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곳이 라인란트 지역이라고 하는데, 여긴 30만짜리 도시들이 그 지역 전반에 잘 분포되어 있어서 정말 교통 설계가 까다로울 지경이라고도 하지요. 독일의 경험에서 배워 올 것도 많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상당히 과밀인 주 간선축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 이 부분은 다르게 봐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지요.
독일식이라는 키워드를 쓰는 바람에 또다시 과대해석을 낳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 어디까지나 ICE의 역할에 한정한 이야기입니다. 인구가 경부축에 집중된 한국은 전국을 그물처럼 연결할 수밖에 없는 독일과는 분명 다르죠. 하지만 예컨대 대구-부산 가는 KTX가 반드시 대전에 정차해야 하는가,같은 문제에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기술적으로 KTX의 대전 통과가 어렵지만, 2차개통 후에도 그럴까요) 대전역은 수요가 많지만, KTX 정차역 치고는 의외로 KTX이용이 적은 것을 볼 수 있지요. 실제 KTX 열차의 절반은 서울-(서울2역)-동대구-부산으로 편성해도 무방합니다.
KTX의 우월성은 명백하지만, (오늘 대전에 다녀오다 보니 무궁화 표는 walk-in으로는 입석밖에 없는 반면 새마을은 30%정도밖에 차지 않아서 쉽게 표를 바꿀 수 있더군요) KTX와 이를테면 현 새마을의 중간 서비스의 가치가 없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경량화된 전동차 내지 효율화된 EL편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를테면 지금 말 많은 히타치 동차도 좋습니다) 당연히 KTX보다 저렴하게 운행하게 되고, '조금 저렴하고' 쓸만한 급행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결코 KTX보다 덜 남을 이유가 없는 거죠 :)
KTX가 앞으로 서울-부산이나 광주를 2시간 남짓에 끊을 것이라 볼 때, 아무리 개선해도 3시간 중반을 넘기 어려울 기존선 특급이 KTX의 밥줄을 뺏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경부선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KTX의 음영을 해소하고 KTX가 본업에 집중하도록 (다른 한 유저와 같은 의미로 쓰는 게 아닙니다) 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KTX가 신선 전구간 개통을 해도 지금 꼴대로 가다가는 2시간 반 밑으로 떨어지기 곤란한 게 불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행신-서울-시흥으로 가는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경부고속선의 확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선 활용은 상당히 불가피한 일로 보입니다.
한편 니치를 보자는 단양군님의 주장이 있습니다만, 그 숫자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요. 경부선은 1년에 7천만명이 이용하는 선구입니다. 장항-호남선 등을 상당부분 포함하는 수치지만, 대전을 넘어가는 사람 수만 4천만명입니다. 호남선의 경우 지금은 연 1천만을 약간 하회하지만, KTX나 기존선 개선으로 고속버스의 여지를 뺏는다면 2천만 정도의 추가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서울서 강릉가는 사람이 1년에 몇일까요? 니치는 작으니까 니치인 겁니다. 니치 공략을 통해 실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주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단순 이용객 수로 보자면 작지만, 고급서비스의 부가제공으로 인한 고운임이나 관광 활성화로 인한 추가수요의 발생등을 생각하면 그다지 나쁜 대안도 아니라고 봅니다만.. (실제로 바다열차의 운임은 보통석만 하더라도 기존 열차에 비해 몇배씩 하지 않습니까..)
물론 니치 공략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본령에 해당하는 간선을 도외시한 채 니치에만 집중하는 건 곤란하다는 이야기지요. 우선은 간선, 그다음에 파생사업.
물론 '승객수송'의 기본 틀을 깨면 안되겠죠..; (그걸 근본으로 하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물론 일부 노선에서는 그게 주축이 될수는 있겠습니다만..) 관광수요 뿐만이 아니라, 야간수요나 기타 여러가지 Various한 수요를 찾아내서 공략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