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치수는 현수가 부두 매표소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치수는 손을
뒤로 뻗어 입고 온 후드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소매 속으로 전자 충격기를
숨겼다.
지이이잉.
전자 충격기는 아주 성능이 좋았다. 치수는 현수가 들어가 화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현수는 소변기에 서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치수는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현수의 뒤
쪽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모자 속에 얼굴이 가려 치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청바지에 후드 티를 입었으니 자신이 모시던 작은 형님, 치수라는 것을 어찌 알아볼 수
있을까?
치수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현수의 척추 부분에 전자 충격기를 갖다대었다.
억!
현수는 단말마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치수는 재빨리 화장실의 출입문을 닫아걸었다. 그리고는 쓰러진 현수의 주머니를 뒤졌다. 안주머니에서 상자가 나왔다. 치수는
상자를 열었다. 2중으로 된 유리 상자 너머로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광채를 발했다.
치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웃었다. 50만 달러의 다이아몬드. 이것이 내 인생의 진정한 보상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던가. 그날 목숨을 걸고 기관의 담벼락을 뛰어넘어, 팔이
부러지고 한 쪽 눈이 찢어진 채 거리를 내달리던 기억. 뒷골목 쓰레기 더미 안에 쓰러져 며칠을 신음하면서 보내다가 쓰레기를 헤쳐 먹을 것을 찾아먹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던 기억.
기관에서 나올 때부터 이미 능력은 많이 소진해가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놈들이
행한 각종 약물 실험으로 온 몸은 이미 만신창이나 다름이 없었다. 처음에는 사람의
몸에 손을 짚어 그 사람의 기억을 읽는 치수의 능력은 무척이나 기관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거짓 진술을 하는 피의자의 속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은 수많은 초능력자
중에도 무척이나 특이한 경우였다. 치수는 그런 까닭에 능력이 쇠약해져가자 남들보다 더한 실험에 시달렸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 각종 환각제에 의한 환각 상태에서는 신가할 정도로 능력을 잘
발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치수는 기관을 빠져 나올 때 이미 약물 중독 상태였다.
치수는 처음에는 밀수 조직에 들어가서 조금씩 마약을 훔쳐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자 마침내 자신이 일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에 현수 녀석도 만나게 되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정면에 내세우는 대신 칠호
녀석을 허수아비로 앞세워 조직을 확장시킨 것이었다.
조직을 확장하는데 초능력은 요긴하게 쓰였다. 다들 수시로 마약을 해대는 치수의 모습을 불안하게 보곤 했지만 그것은 일을 하는데 오히려 필수적인 것이었다. 배신이 난무하는 이 바닥에서 치수는 결코 속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마음속을 훤히 읽을 수 있었으므로.
현수 녀석도 처음부터 그 현주라는 여자에게 마음을 빼았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를 대전에서 집까지 데려다놓고 자신을 찾아왔을 때 벌써 현수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었다. 현수 대신에 배를 타야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니까.
치수 역시 이제는 칠호의 조직에 환멸을 느꼈다. 칠호 녀석도 더 이상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고, 어차피 치수도 이 바닥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50만 달러. 50만
달러 어치의 다이아몬드라면 어딜 가도 잘 정착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땅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면 더 이상 마약도 초능력도 필요치 않을테지.
치수는 현수의 옷을 벗겨서 자신이 입었다. 약간 큰 듯 했지만, 그런대로 입을 만했다. 그리고는 배를 탔다.
배에는 현주라는 여자가 타고 있었다. 치수는 일부러 그녀의 눈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갔다. 일단 배가 출발하고 나서 나타날 작정이었다.
여객선 안에 있는 바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치수는 화장실로 갔다. 그곳에서 치수는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는 상자의 유리를 부수어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정확히 스무
개의 다이아몬드. 치수는 준비해온 전자수첩 크기의 다른 통으로 19개의 다이아몬드를 옮겨 담았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다이아몬드. 치수는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에는 작은 장치가 달려 있어서 다이아몬드를 꽂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치수는 그 곳에 다이아몬드를 꽂고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코카인을 한 번 마셨다.
객실의 뒷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자의 뒷머리가 보였다. 치수는 천천히 걸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치수는 여자가 얼마나 현수를 기다리고 있는지 느껴졌다. 그러자 약간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여자는 현수 놈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치수의 얼굴을 보자 기겁을 했다. 눈이 두 배는
커진 듯 둥그렇게 뜨고, 입을 반쯤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한 채 치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놀랄 만도 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놀라지 말라구."
치수는 웃으며 여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여자는 여전히 두려움과 놀라움이 섞인 표정으로 치수를 쳐다보았다.
"현수 일은 미안하게 되었어."
"무슨 말이죠? 현수씨를 어떻게 한 거예요?"
"현수 녀석 따위는 잊어버려. 이미 지난 일이지. 세상에게 보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 둘이 아니던가?"
"우리 둘이라뇨?"
"네가 기억하고 있는 그 소년. 목숨을 걸고 기관을 탈출하던 소년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치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치수는 다시 한 번 미소를 띄며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건 네 몫이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물론 돈으로 우리가 세상에게 받은 고통을 보상받을 순 없겠지만, 남은 세월을 보상받으며 살기에는 적당한 돈이니까."
목걸이를 받아든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치수는 그녀를 외면한 채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배는 황혼이 곱게 물든 바다를 조용히 가르고 있었다.
======================================================================
독자님들게 드리는 짧은 글.
일단 별로 공포스럽지 않고 길기만 긴 공포 소설을 극도의 인내력을 가지고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내내 독자님들게 죄송했던 것은, 제가 연재라는 형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글이 자꾸 느슨해지고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적 본분을 많이 망각했다는 사실입니다. 단편이나 중편을 구상할 때는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사실 '붉은방'의
경우도 별로 공포스럽지는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흑흑) 긴장감을 조여가는
공포를 작품 내에 시종일관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연재를 하면서부터 그런
부분이 극도로 옅여지고 극의 전개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무슨 연애소설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절실히 반성 중입니다. 언제 또 이런 소설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번 '사이코메트리'를 참을성 있게 읽어주신 몇몇 분들께는
감사하다는 말씀과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까페의 장르 문학이라는 틀을 많이 휘저어버린 것 같아 주인장께도 죄송하구요. 앞으로는 이런 책임감 없는
연재를 기획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연재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드는군요.. 흑흑) 그럼 _(--)__(__)_ 꾸벅....
첫댓글 글을읽으면서 무언가 급하게 끝내는느낌... 을 받았는데 마지막 글을보니 대충 알겠네엽.너무 재밌게 잘봐써여. 꼭 공포스럽다 그렇지않다가 중요한건아닌거같은데.. ^^ 건필하시구 화팅~
재미 썼었어요!! 또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재밌어요~!! 저 여자애가 왔다리갔다리 하는게 맘에 안 들긴 하지만.. ㅋㅋ 치수가 그 남자애라니 왠지 멋진데여. 크크.. 담에도 부탁드려요~
...큼...글 전개가..마무리에서..갑자기 너무 빨리 지는것 같네요.. 님 소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좋은 소설 많이 써 주세요^^
머쪄연~ ^^
굿
그래도 좋아요~ 반전이군요....치수역시 사이코메트리 ^^ 님 연재소설이 공포소설은 아니지만....너무 재밌답니다! 건필! ^^
넘 잼나게 잘봐스영 아쉽당..흑흑 담 소설은 언제??+_+
으어어.. 그럴줄 알았어..현수는 어떡한대요...ㅠ_ㅠ.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완결나서 아쉬워요! 다음 소설은 언제 나와요??
으앙..넘재밌당..아쉬워랑..
진짜 짱임다. 근데 치수도 능력이 있다면 현주 없이도 다이아몬드 위치를 알아낼수 있었을것같튼데...궁금^^ 암튼 진짜 짱임다. 증말 잼써요~~ 앞으로 다른작품도 열심히 볼께염~~홧팅
결말이 아쉽네요.. 흑흑 ㅠ.ㅠ 그치만 치수의 또다른 모습이~~ 멋진 한판이군요.. 건필하세요~~
아.. 현수씨랑 현주씨랑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재밌어요..끝나버려서 아쉽다..ㅜ_ㅜ 치수의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눈치채고있었지요..그 탈출한 남자애 이야기가 나올때..하지만 결말이 이렇게 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 조금 급하게 끝낸 듯하지만 그래도 완성도 높은 소설을 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요..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불쌍하다...현수&현주....힝....ㅜ_a 근데 결말이 쪼끔 급하게 끝난것 같아염....ㅜ_ㅠ 근데 진짜 글 잘 쓰시는 것 같아염~~멋있어염~ 님 팬해야지~~!!! ^^*
너무너무 멋집니다... 너무 잘읽었어염... 그럼 은근히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겠습니다~~ 키키^^ 좋은 작품 많이 써주세여...
헉- 긑이 너무 허무해요.. 그리고 현주가 그냥 눈물 한방울로 모든것을 체념한다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예상치 못한 끝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