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항을 가며 1... (포항제철을 지나며)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감이 늦봄에 각 마을에 순시하다가 지금의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 중 1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친 일이 있었다. 그래서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九龍浦)라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용두산 아래에 깊은 소(沼가)있었는데, 이 소(沼)안에 살던 아홉 마리의 용이 동해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승천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 구룡포를 바위산악회를 따라 여행을 하였다.
이번 주는 23일 영덕 강구해상공원과 28일 동해남부선을 다녀온 후 30일 포항을 방문하니 일주일에 세 번째다. 같은 곳을 연속 방문하기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같이 가는 일행이 바뀌니 생각이 다른 여행길이다. 차안에서 항상 뛰고 마시며 떠나던 여행길이었지만 오늘 바위 산악회는 순수한 산행으로 대전에서는 가장 오래된 전문 산악회다. 이 산악회를 이끌어온 산악대장 김성묵씨는 백두대간을 12번을 완주하여 대전지역의 대표적인 산악인이다. 오늘은 구룡포 주변의 관광 안내로 메뉴를 바꾼 것이다.
대전IC를 떠난 여행길... 대구를 지나 포항IC로 빠져나간다. 국도 31번을 타고 구룡포항으로... 가는 길에 온천 포항 건강랜드, 이동온천 스프렉스, 양학온천 프라자 등 온천이 많은데 온천지구인지... 온천하니 전에 욕조에서 쫙 미끄러져 어혈(瘀血)이 생기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턱이 욕조 벽에 부딪혀 찢어진 생각이 난다. 또 어린이가 목욕탕 욕조에서 배에다 적당한 힘으로 압력을 주면 뽀글뽀글 올라오는 재미... 누런 건더기가 올라오는 바람에 엄마는 주인에게 많은 창피를 당했단다. 철부지라 그러니 용서해 주어야지...
형산강을 건너면서 포스코가 눈앞에 다가온다. 1968년 출범한 이 회사는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조선, 자동차, 전자, 기계공업 분야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서 국내 산업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이제 포스코는 제2공장인 광양제철소와 더불어 새 기술을 개발하여 첨단 산업 기술단지로 승화(昇華)되었다. 포스코의 성장에 견인차역할을 하였던 박태준 전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아 26년간 헌신, 봉직하였으니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불꽃같은 열정을 품고 살다간 그의 명복을 빌며 구룡포로 향한다.
포항 구룡포항을 가며 2... (구룡포 항에서)
구룡포항에 도착하니 대게를 판매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약한 단맛과 담백한 대게는 필수 아미노산의 보고(寶庫)다. 영덕의 특산품인줄 알았는데 같은 동해권이기 때문에 이곳에도 대게 식당이 많다. 근대 문화유산 거리로 들어갔다. 목조건물에 조그만 창문...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본 가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반석상회, 호호면옥 등 주택뿐만 아니라 상점도 있어 일본풍이 물씬 풍겨난다. 1970년대 초반 군산에 근무할 때의 일본 가옥과 같다. MBC 인기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일본거리 촬영장이 그대로 있다.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빚어낸 아픔을 그린 여명의 눈동자... 정신대로 차출된 여인, 일본군에 배치된 학도병, 반전운동으로 일본 형사에게 붙잡혀 구속된 애국지사와의 사이에서 그려진 이 연속극은 국교가 이루어지기 전의 중국 본토와 필리핀 등에서 촬영하면서 슬픈 역사를 그렸다. 나라 없는 서러움... 요즘 여야 정쟁으로 예산안 통과가 미루어지고 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여... 국회 무용론이 나오니 의원들은 각성(覺性)하여야 한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좁은 거리에 양옆의 가옥... 사람들이 주거하고 있는지... 조용하다. 가옥의 뒷산에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오르는데 양 옆의 비석... 사람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일제 강점기에 세운 이 비석은 해방 후 모두 시멘트로 지워버리고 구룡포 유공자의 이름을 새겼다고 하니 이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닌가? 말로 하는 자연보호...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정상에 오르니 공원인데 선원들의 무사고를 비는 용왕당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 본 바다...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 때는 신사(神祀)자리가 아닐까? 누가 보아도 명당자리다.
공원에서 내려와 구룡포 근대 역사관으로 갔다. 2층으로 된 이 가옥은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면서 기모노 옷을 입은 일본인들이 밀랍(蜜蠟)... 아이들에게 산 교육장이다. 미로(迷路)같은 근대 문화유산 거리를 돌아 해변에 나오니 곳곳에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 目이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 한다. 그 관메기가 과메기로 굳어졌다. 청어가 안 잡히는 요즘... 꽁치가 대신 시용된다. 꽁치는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 구멍(孔)이 있어 공치... 된소리로 꽁치라 불렀단다.
포항 구룡포항을 가며 3... (호미곶에서)
한편 항구에는 등(燈)을 단 오징어 배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오징어는 빛에 반응을 일으켜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모이는데 이를 역이용하여 잡는다. 한편 오징어의 피는 푸른빛을 띠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징어는 한자로 烏賊魚(오적어)로 쓴다. 까마귀 도적이라는 烏賊魚... 오징어가 물위에 죽은 척하고 떠 있다가 이것을 보고 달려드는 까마귀를 다리로 감아 물속에 끌고 들어가 먹는데서 유래하였단다. 그러나 혹자는 오적어(烏鯽魚)라 하는데 이는 까만 먹물을 연상하는 오(烏)와 오징어를 뜻하는 적(鯽)자를 사용하였다니 검정 먹물과 인연이 깊은 모양이다.
‘이빨 빠진 할머니가 사흘간 씹어도 남는 갈비 없는 생선’인 오징어... 명태 다음으로 서민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란다. 출출하여 점심을 먹으러 갔지만 물회가 비싸다. 재래시장으로 들어갔다. 가판대에 들어오는 눈길... 한치란다. 5㎝정도인줄 알았던 한치가 꼬리를 빼고도 한자(30㎝)가 넘으니 놀랍다. 값을 물어보니 4만원... 양념장, 소주 등을 사니 총 6만원... 반마리만 회를 쳐서 6명이 배가 더부룩하게 먹었다. 고량진미(膏粱珍味)로 나무칼로 귀를 베어도 모르겠다. 허둥지둥 겁 없이 먹은 음식이지만 혀까지 깨물었으니 아프다.
총각시절 꿈속에서 미친 여자가 쫓아오며 뽀뽀하자고 해서 막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깼을 때 잠 깨면서 혓바닥 콱 깨 물은 생각이 난다. 아파서 이불에서 마구 뒹굴었는데 3일 동안 혓바닥 부풀어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생각... 오늘 구성진 잡담까지 늘어놓는 현사장(010-5585-9633)님께 진정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말갈기 같다하여 장기(長鬐)곶으로 불리었던 호미곶(虎尾串)으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곳을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하여 虎尾串으로 불린다.
호미곶에서 30분의 여유... 리무진 꽃 관광 마차(馬車)도 있다. 주변을 도는데 고래 뼈... 나무토막처럼 보인다. 정육점에서 도마로 사용하면 어떨까? 한편 이곳의 영해 기준점... 영해를 확정하기 위한 국가 기준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서로 유리하게 설정하고 있다. 우리도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데... 평화를 지키는 길은 국론 통일과 함께 힘의 우위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행길은 등대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죽도 시장을 들리고 대전으로 오면서 마친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랜세월 얼굴 뵙기가 어려웠는데 모처럼만에 성주억 선생님과(일행분들) 함게하여 즐거웠습니다. 구룡포 여행후기 좋은 글 올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