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은 더웠습니다.
게절이 계절다워야 한다고,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한다고도 하지만 올 여름은 너무 덥습니다.
덥다면 식힐 줄도 알아야 합니다.
더울 때 냉방이 아닌 자연 속으로 들어가 친환경적 시원함을 느껴보는 일은 웬지 품격이 있어 보입니다.
태풍의 북상이 예고된, 여름의 끝무렵 8월22일에, 마지막 더위를 식히려 한수회는 일자산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 3번 출구 밖은 꽤나 넓직한 공간이 있고, 주위는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오랫만에 하회장님 서총장님 박상규선배님에다 인박님 성수님 병룡님 인호님 영태님 재율님 경문님 그리고 우경/호재가 참가했습니다.
12명이면 8월임을 감안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집회입니다.
반가운 면면들입니다.
역을 나와 네거리 코너 쉼터에서 모두 인사를 나누고, 우선 전체 증명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살다보면 늘 기쁜 일만 있을 수 없고, 때로는 우울한 일을 겪기도 히지만,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밝고 건강한 모습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댁에 우환이 있는 회원님도 하루 빨리 완쾌하셔서 함께 할 수 있길 빕니다.
오늘 걸을 길은 총 157km에 이르는 서울둘레길의 제3구간의 일부로 아주 순한 코스입니다.
고덕산 자락길을 내려와 일자산을 오르지만, 기껏 해발 134미터의 코스여서 그저 산책길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특별히 올려치기 내려치기를 해야 할 곳도 없었고, 중간 중간 햇살을 그대로 받아야 했지만, 대체로 이 더위에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었습니다.
아직은 폭염의 기운이 남아 있어 편안한 코스를 택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느리게 걸을 작정을 했습니다.
속도를 선택하면 풍경이 사라지지만, 느리게 걸으면 뭔가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아서 입니다.
여유가 많아서인지, 산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찌감치 평상을 찾아 먹을 것 마실 것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화원가게들을 지나 일자산으로 오르자 녹지대에 둘러싸인 경관들이 깊은 여름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여름이 깊어가면 세상은 온통 짙은 녹색인데, 꽃이 귀한 이 계절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능소화입니다.
꽃이 크고 화려하며 동남아에서도 자주 접하는 꽃입니다.
백일홍과의 배롱나무꽃도 눈에 띄었습니다.
몸매가 매끈해서 일본어로는 원숭이가 미끌어진다는 猿滑(사루스베리)로 불리는 게 재미있습니다.
봄처럼 많지는 않지만,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하나도 부끄럽거나 아쉽지 않은, 이름모를 들꽃도 있었습니다.
눈여겨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일자산 둘레길에는 유난히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자산 길에 혼자서 수년간 무궁화 수천그루를 심고 보살펴온 분을 운좋게 만났습니다.
오늘도 전지가위를 들고 무궁화나무를 손질하는 선한 얼굴의 이 분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하산해 오늘의 산행은 끝이 났습니다.
우거진 숲도 깊은 계곡도 없었고, 물소리 새소리도 없었지만, 간간이 햇볕이 파고들 정도의 적당한 크기의 나무들과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과, 만나면 편안한 사람들이 함께 있어 어느 때 보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조금 일찍 내려와 아구찜집에서 점심과 뒷풀이를 가졌습니다.
후배들을 챙기시는 하회장님께서 증손주를 보셨다는 구실을 붙여 거하게 쏘셨습니다.
새삼 다복한 가족과 건강을 되찾기까지의 남다른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러저런 재밌는 이야기가 그칠 줄을 몰라 강제로 해산을 선언하고 다음 달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몇 분은 남아 커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일어섰습니다.
지금 곁에 있어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이 달로 여름은 갑니다.
물소리 맑아지고, 달빛 깊어지며, 하늘 높아지고,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
건강하게 다시 뵙겠습니다.
HJ (325)
첫댓글 경치도 좋고, 얼굴 모습들 너무 반갑습니다.
김호재님의 산행후기도 너무 훌륭하고요.
산을 좋아하면서도 지난 7월까지는 직장생활로, 산행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참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사진과 자세한 설명 감사드리며, 회원님들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아마 꼼짝없이 갇혀 있었던 폭염뒤의 가출? 탓인지 많이도 동참하신 님들, 직장의 모임이란 나이 차이가 들쑥날쑥 이어서 대체로 어려운 구성이지만 용케 선배님(저 기준, 호재님은 열한두분) 두분의 열정과 솔선으로 편한 만남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증손주 얻기를 셈해 보니 계산기 앱을 열어야 될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함께한 행복한 한나절 이었습니다.
너무 즐거윘어요. 더도 덜도말고 오늘같은 날이 되기를 마음에 세겼슴니다. 산행은 좋은 공기를 찾아 가는 일인데 앞으로도 서울의 둘레길을 사랑하면서 우리의 수도로서 가꾸며 즐깁시다♥ "한수회의 영원한 내일을 위하여" 우리모두 건강합시다.
오랫만에 많으신분 참석하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회장님 감사드리고 담달은 전원 참석하시도록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증손을보신 하회장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무덥긴하지만 8월의 녹음 사잇길을 걸으며 선후배님과 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였습니다. 10여년간 무궁화나무 3천그루를 심고 가꾸시는 착하신분을 만난것도 어제 하이킹의 소득였습니다. 호재씨, 무궁화사진과 얼굴사진 내께 보내주면 고맙지요. 우경대장과 호재씨 수고하셨고 감사드립니다.
한수회 호재 총무님 좋은 산행기 올려줘서 카페가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아직도 보통 무더위가 아닌데 많이 참석 하셨네요.회장단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특히 하회장님의 어울림은 후배들로서 크게 배워야할 덕목입니다.얼마남지 않은
무더위 건강하게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기상청 엄포가 심했던 태풍이 순하게 지나가고, 다음 주말이면 9월입니다.
폭염의 기간에도 중단없이 이어져 온 한수회 산행이 가을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져만 갑니다.
새로 조인하시고자 하시는 이만구사장님 뜨겁게 환영합니다.
수퍼시니어 하회장님을 비롯해 안고문님 등 모임의 중심을 잡아 주시는 시니어 회원님들과 모든 회원님께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