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개나리 진술서 / 박소미
심상숙 추천
개나리 진술서
박소미
귀경도 광명군 염치읍 산 99번지에 삽니다.
무용담이 무모하다고 웅얼거리는 참고인입니다
들키라고 뱉는 혼잣말은 귀를 막은 사람들의 입술선입니다
제 눈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
담장이 반사하는 햇살은 방패입니다
아지랑이를 잡으려다 처음으로 본 굴광성은 구름이었습니다
당신이 베란다에서 사계절 향기로 포식하는 것을 꽃이라고 기뻐할
때 나는 그 줄기가 책상이라는 말을 삼킵니다 환상과 가망의 경계에
서 서성거립니다
올해도 북풍을 견딘 매화가 매연에 시들고 더 이상
벚꽃이 수장된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 거슬립니다
저만 그런가요? 무질서한 꽃차례가 유독 움찔합니다
달을 보고 스콜을 걱정하는 우리는
다른 휴양지를 꿈꾸는 이웃입니까
지상에서 한 사람이라도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참나리와 개나리는 다른 종이라고,
처음으로 구별하는 유치원생보다 더 크게 박수를 치며 뭉클할 것입
니다
눈물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제 서명을 대신 하겠습니다
(『김포문학』40호 179쪽,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2023)
[작가소개]
(박소미,《국제신문》시 부문당선(2021년), 목포문학상 본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수상, 현재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시의회 의장상(김포예총 예술인의 밤)수상, 문학동인 <달詩><반딧불이> 활동 중, 공저 『우리들의 겨울』 『바퀴벌레 조차 귀여울 때가 있을까』 <문학동인 시울>, 『척』 『시차여행』 『꽃을 매장하다』 『무화과 서약』 <문학동인 달詩> 등이 있다.
[시향]
박소미 시인은 현재 김포문인협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일찍이 詩의 길 위에 젊은 시인으로 활동 중인 재원이다.
본문의 “개나리 진술서”에서,
지상에서 한 사람이라도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참나리와 개나리는 다른 종이라고, /처음으로 구별하는 유치원생보다 더 크게 박수를 치며 뭉클할 것입니다//
라고 시로 말한다.
박소미 시인은 환상과 가망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언어로써 감싸고 표현될 수 있는, 아마도 본질적으로 표현될 수 없는 어떤 것에 하나의 언어를 부여하고자 한다. 그 어떤 것에 수수께끼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의식의 표면으로 그 어떤 것을 이끌어 내는 독단의 필요성(폴 발레리), 이것이 이때 생겨나는데 시인은 이처럼 독단의 필요성을 갈구하며 “개나리 진술서” 시를 쓰기에 매진해나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