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을까?
내가 근래 대단한 도인으로 생각하는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1890~1981)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샘물이라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성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령은 무한이요 영원이다.
성령에는 모자람이 없다.
마테복음 5장 3절에 '심령이 가난한 자는'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번역이 잘못되었다.
'거지가 구걸하듯이' 성령을 간구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저희 것이라는 게 올바른 말이다.
잘못된 성구를 2천년 동안이나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가 영성靈性이 그지없이 가난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얼을 간구하다'를 '얼이 가난하다'고 하였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오래 전에 성경을 강설하는 내용을 관심있게 바라보면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대목에 이르러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곳에 물었지만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염불을 실천하면서 그 의문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정토는 보리심이 아니면 그 광대무변하고 장엄함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정토에 태어나고자 하면 원대한 꿈과 원력(보리심)을 가진 마음이 풍부한 자라야 하는데 하늘나라는 마음이 가난한 자가 간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다석의 저술을 통해 그 잘못을 알고 나의 확신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염불은 보리심을 일으키고 정토를 염원하여 간절히 구하는 지성심으로 행하면 곧 큰 이익을 얻습니다.
생사해탈이라는 궁극의 목적 이전에 현실 가운데서 지혜와 복덕이 증장합니다.
염불의 도리를 깊이 이해하면 일체의 인연과 은혜에 감사하는 지혜가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 높고 위대하다는 깨달음만을 좇아 무상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닙니다.
-도담삼봉의 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