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공간
대한민국 최고의 평양음식전문점 "능라도" 따로 또 같이 함께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26호(2019. 04. 09)
참석자: 김영철 판교점대표(30회)/김용모 마포점대표(30회)/이형문 광화문점대표(26회)/이경재홍보마케팅고문(30회)
장 소: 능라도 마포점
능라도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라도 먼저 다가오는 것이 북한의 지명이라는 것이다. 평양을 관통하는 대동강에 자리해 남과 북으로 길게 누워있는 도시 속의 섬이다. 전체넓이가 1.3제곱킬로미터로 여의도보다 훨씬 작다. 그 능라도의 이름을 딴 음식점이 있다. 당연히 평양음식전문점이다. 우리가 이북 음식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이 냉면이다. 그리고 김이 물물나는(이것은 평안도 식 표현이다.) 순대, 사람 주먹만한 만두, 돼지기름에 지져낸 녹두전, 어복쟁반, 또 뭐가 있을까? 따끈한 온반, 온면이 생각난다. 간이 심심한 김치를 빼놓으면 안돼갔구나.(오늘 내 말, 아니 글 투가 이상하다.)
평양음식전문점 능라도는 서울고등학교 동문들에 의해 운영되는 음식점이다. 동문이
아니고 ‘동문들’이다. 서울과
근교에 능라도라는 이름의 점포가 2019년 현재 총 6개다. 판교 본점과 강남점, 일산점, 마포점, 마곡점, 그리고 최근에 문을 연 광화문(경희궁)점까지 대표가 모두 서울고등학교 동문들이며 26회가 운영하는 광화문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포는 모두 30회 동기동창들의
손에 의해 일구어지고 있다. 특이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가슴 푸근하고 미간을 찡하게 만드는 정겨운
이야기들이 능라도의 밑바탕을 지지하고 있을 것 같았다.
인터뷰 속에 나오겠지.
•김영철> 2011년 판교에 창업했어요. 애초에 환경관리사업을 하다가 그땐 그야말로 야인시절이었지요. 뭘 하고 살까 고민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맛 집 탐방을 했고요. 그게 바로 냉면이었어요.
•김용모> 김회장(김영철 동문을 가리킴)의 집념은 대단했어요. 그냥 단순히 음식점 오픈을 하기 위한 그것이 아니었지요. 이사람 냉면을 연구한다고 하루 세끼를 냉면으로 해결한 적도 있어요. 각 지역 냉면집 순례는 기본이고요.
•김영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독학으로 조리사자격증을 땄어요. 육수연구에, 냉면으로 유명한 집 직원 인터뷰에서 서울시내 유명냉면집은 거의 다 돌았지요. 심지어 특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쓰레기통까지 뒤졌으니까...그렇게 2년을 꼬박 준비했어요.
•김용모> 사실 동기들이 함께 일을 시작한 것도 1호점인 판교점 김회장의 영향이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일을 하다가 같은 브랜드, 같은 품목을 하게 된 거잖아요. 누구는 젊은 날 월가에서, 또 누구는 보험, 건설 등등 각자의 삶을 살다가 이리 된 겁니다.
•김영철> 저는 처음에 이 사업을 마음에 맞는 동기들과 하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의욕을 가진 친구,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개업하는 친구들에게 가맹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로열티요? 물론 없었습니다. 모든 기술, 노하우를 그냥 전해줬습니다. 거 돈 몇 푼 받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의가 상합니다.
•김용모> 아는 사람이야 너도 나도 많지. 그러나 동문, 동기가 같이 간다는 의미는 큽니다. 브랜드가치도 상당하고요. 단, 가게에 전심전력할 수 있는 친구, 그 원칙이 우선이었어요. 인테리어 감각 있고 맛에 대한 지식, 발전가능성 있 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앞서 말한 ‘전심전력’에 우선할 수 없어요.
•김영철> 제가 이렇게 냉면 마니아가 된 것은 선친의 영향입니다. 아버지는 평양분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를 데리고 냉면집에 자주 가셨지요. 서울에서 냉면, 불고기로 유명한 그 집, 그 가게 사장님이 아버님의 평양고보 1년 선배셨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생신 날 직접 면을 뽑아 냉면을 만들어 식구들에게 대접을 했어요. 그 레시피와 내 나름의 연구가 보태져 오늘 능라도 탄생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용모> 초창기 우리 서울고 선배님들 대부분이 월남한 이북분들이었어요. 그리고 참 신기한 게 우리 능라도 대표들이 다 이북 실향민2세들이에요. 어떻게든 관련이 있습니다. 뭐 그런 공통점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우리 각 지점사장들이 자주모입니다. 동기들끼리 노는 거요? 천만에요. 워크숍목적입니다. 음식 원재료에 관한 얘기를 비롯해 대화소재의 90%가 능라도입니다.
•이형문> 제가 가장 후발주자 잖아요. 그런데 정말 개업준비과정부터 회의에 참석해보니 어려운 부분부터 사소한 데까지 하나하나 모두 이야기하더군요. 예를 들면 요즘 그 힘든 사람 구하는 문제를 비롯해 주제가 다양합니다. 개업을 준비하면서 두려운 마음에 참 힘들었습니다. 이게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요. 애초에 저희 광화문점은 경희궁점으로 이름을 붙였었지요. 동문들을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더 숙고해보니 능라도는 동문들만 오시는 데는 아니더란 말입니다.그래서 다시 광화문점으로 했지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죠.
•김영철> 재료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는 모든 식 재료를 100% 국산으로 씁니다. 안 짜고, 안 달고의 원칙이 있습니다. 저희 불고기 들어 보셨겠지만 달지 않습니다. 염도계를 쓰면서까지 정확하게 맛을 가늠합니다. 전지점이 다 그렇게 합니다. 물론 요즘 세태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거압니다. 하지만 순고기로 순맛을 낸다는 노력, 그 쉽지 않은 시도를 능라도는 하고 있습니다.
•김용모> 매장에서 제분을 직접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저희는 면을 이렇게 만든다 하는 차별화의 측면이 있고요. 이만큼의 노력을 고객과 공유하고 싶은 겁니다. 덕분에 의외로 젊은 손님이나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언젠가 통계를 내보니 저희 마포점의 경우 하루 손님의 약 45%가 젊은 층이었습니다.
•김영철> 신흥 냉면의 강자라는 표현 저희에게만 해당된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어요. 노포들이 잘나가는 건 그만의 이유가 있고요. 저희는 저희대로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김용모대표가 젊은 손님 얘기했는데 능라도는 점포스타일을 기존 이북음식점들이 내는 허술하고 서민적 분위기에서 모던한 실내장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아직 해외점포가 없음에도 과감하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를 한 것도 그런 측면입니다.
•김용모> 그 부분은 모든 점포 대표들이 만장일치했어요.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 이지요. 한편으로 동문들이 보내주시는 꾸준한 성원도 저희의 도약에 큰 힘이 되는 부분입니다. 동창회보 광고도 나름 열심히 했고 보시고 애써 찾아오시는 동문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제는 연로하신 이북출신 선배님들께 머리를 숙입니다. 1회부터 9회까지 어릴 때 맛봤던 고향음식을 떠올리며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걸 뵈면 가슴 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주방기술자가 부족하고 우리가 직접 배워서 했기 때문에 서로 가르치며 돕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우리 음식의 장점이고 우리만의 고유기술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이형문> 그렇습니다. 우리가 서로 대화를 자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긍정적입니다. 동문이 함께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실제이상의 상승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새로 출발하는 광화문점이 잘됐으면 합니다.
•김영철> 숨가쁘게 왔습니다. 2011년 판교점(30회김영철)을 시작으로 2015년 강남점(30회문인길), 2018년 일산점(30회임귀현), 마포점(30회김용모), 마곡점(30회정경우), 그리고 올해 2019년 광화문점(26회이형문)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올해 롯데월드 몰에 직영점을 열고자 합니다. 이 지점의 목표는 냉면집 최초로 미쉐린 스타 등급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바람은 우선 다른 업소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조금 더 미래를 내다본다면 저는 우리나라의 냉면이 보다 더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합니다. 베트남 쌀 국수나 일본의 우동을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듯 우리 냉면이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냉면의 세계화에 힘을 보태고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미국 LA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용모> 그래서 저희는 힘을 합쳐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음식의 해외진출은 문화의 접합이기도 하거든요. 맛에 대한 지식과 함께 절대미각, 특히 냉면을 비롯한 우리가 하는 평양음식 맛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몸으로 체득하고 싶은 겁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기본 마인드 중 하나는 저희 모두의 가게가 동문들의 좋은 사랑방 쉼터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희 각 점포대표들은 한결같이 서울고에 대한 애교심이 충만하거든요.
•김영철> 그렇습니다. 저희가 능라도라는 한 이름과 같은 레시피를 쓰지만 각자 도생입니다. 능라도는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만드는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저희 다섯 명의 30회동기, 한 분의 26회대표들은 늘 한마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모교를 사랑합니다.
•김용모>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우리 동기이자 디자인전문가 이경재교수입니다. 그가 능라도의 글자제작을 해주었고 각 점포에 걸린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각종 아이디어를 제작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홍보업무를 도맡아 해주었습니다. 능라도의 처음부터 나중까지 빼놓을 수 없는 친구입니다.
•김영철> 끝으로 저는 누들 빌딩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냉면은 물론 막국수, 메밀국수, 우동, 칼국수에 각종 국시를 비롯 한국, 내외 모든 면 관련 음식과 자료 등이 들어설 것입니다. 냉면의 세계화 역시 그 종착점을 향해 가는 한 방향입니다.
여러 제약으로 인터뷰에는 판교점 김영철 동문과 마포점 김용모 동문, 광화문점 이형문 동문 그리고 홍보를 맡은 이경재 동문 네 명이 참석하였다.
강남점, 일산점, 마곡점의 문인길, 임귀현, 정경우 대표는 인터뷰에 응한 이들과 같은 마음을 전해왔다.
능라도는 참으로 이상한 음식점이다. 점포이름, 음식재료, 메뉴, 맛, 추구하는 목표와 대표들의 출신고등학교가 같지만 체인점의 형태는 아니면서 힘든 일은 함께 나누고 좋은 일과 그로 인한 풍성한 열매는 각자가 노력한 공으로 돌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김영철대표는 끝으로 이런 말을 했다. “냉면집은 냉면이 맛 있어야 합니다.”
글_ 김정일(34회) 편집인, SBS선임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