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1997)] - 웨슬리 스나입스, 나스타샤 킨스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감독 : 마이크 피기스
배우 : 웨슬리 스나입스 - 맥스 칼라일 役
나스타샤 킨스키 - 카렌 役
카일 맥라클란 - 버논 役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찰리 役
[cine21 펀글]
삶은 오렌지다,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
글 : 홍성남 (평론가) / 2000.03.28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라스베이거스를 떠났던 터라 마이크 피기스의 뉴욕행
발걸음은 제법 가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불과 350만달러의 제작비만을 가지고 빠듯하게
작업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완성해낸 그를 맞이한 프로젝트는 대본료로만 무려
300만달러를 지불한 조 에스터하스(<원초적 본능> <쇼걸>의 작가)의 값비싼 시나리오였다.
피기스는 외도를 주제로 한 원안의 기본 골격만을 유지한 채 에스터하스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자기 식으로 고쳐놓았고, 자존심 센 할리우드의 ‘스타 시나리오 작가’ 에스터하스는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했다. 뻔하디 뻔한 불륜의 이야기에 피기스 감독
특유의 도회적 감성을 한껏 불어넣어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원 나잇 스탠드>이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전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처럼 섹스, 고독, 죽음, 욕망을 연주하는 도시의
심포니이긴 하되, 전작에 비해 더 가벼우면서 덜 우울한 곡조를 들려준다.
LA에서 단란한 가정을 갖고 있는 맥스는 적잖은 성공을 거둔 흑인 CF감독. 출장차 뉴욕에 간
그는 AIDS 진단을 받은 오랜 친구 찰리를 만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카렌이라는
아름다운 금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다음날 맥스는 빗나간 열정의 흔적을 지워내려
애쓰며 아내 미미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로부터 일년 뒤, 맥스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찰리를 만나러 다시 뉴욕으로 향한다. 찰리의 병실에서 그는 실로 불가사의한 우연과
마주한다. 여기서 일년 전 외도의 상대와 재회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찰리의 형 버논의
아내였던 것. 하룻밤의 불장난은 갑자기 맥스와 카렌에게 예사롭지 않은 중대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미 스파이크 리의 <정글 피버>에서 백인 여성과 외도하다 된통 고생했던
웨슬리 스나입스가 여기선 중국계 부인과 독일 출신 백인 여성 사이를 오간다.
이쯤 되면 먼저 인종 문제에 대한 ‘정치적’ 언급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피기스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원 나잇 스탠드>에서 인종을 가로지르는
결합이란 단지 도시의 풍경일 뿐이며 우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요약하는
키워드를 굳이 하나 고르라면 이 가운데 바로 우연의 힘과 그로부터 더욱 강조되는 삶의
불가해함일 것이다. 우연이 인연을 만들어가고 죽음은 만남의 교량 역할을 한다.
피기스는 이것을 찰리의 입을 빌려 “삶은 오렌지다”라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잘라 말할 순
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삶은 직설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 나잇 스탠드>는 그런 ‘우발적인 삶’ 으로 들어가 보라고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다. 마치
잠시 눈을 감는 듯한 느낌을 주는 페이드 기법의 잦은 사용은 예측 불가능의 느낌을 강화한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너무 심각해할 필요는 없다. 피기스의 여느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원 나잇 스탠드> 역시 감각적인 비주얼을 ‘보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화면 위를 연이어
흘러가는 멋진 음악을 ‘듣는 영화’이니까 말이다. 매혹적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은 영화
자체를 분위기 있는 나른한 재즈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플롯이 받쳐주지 않는, 다소
공허한 겉멋이 주는 정서적 울림은 그 진폭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캐릭터들은 파트너를
바꿈으로써 정서적 공동(空洞)을 메웠건만 우리의 그것은 또 어쩌란 말이지?
수다떨기 : [아이언맨 (Iron Man, 2008)]을 보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진에 있어서 본 영화였는데요.
그런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몇 장면 안 나와서 서운했지만,
영화 초반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나오는 장면 멋지더군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내가 언제 처음 봤었지 하고 기억을 해보니
[에어 아메리카(Air America, 1990)]때 처음 봤지 싶더라구요.
멜 깁슨의 팬이었던 지라 그가 나온 영화들은 대부분 봤었거든요.
그리고 [사랑의 동반자(Heart and Souls, 1993)]도 봤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 다음은 [온리 유(Only You, 1994)],
[도망자 2(U.S. Marshals, 1998)], [고티카(Gothika, 2003)] 정도로 봤는데요.
그의 수많은 출연작품에 비해 많이 챙겨보지 못한 거 같네요.
출연작품들 좀 열심히 챙겨봐야겠네요^^
영화속 대사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찰리) : 맥스. 나한테 잘해주는 건 고마운데 난 사실 네가 걱정돼.
웨슬리 스나입스(맥스 칼라일) : 내가 걱정된다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서. 넌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보여.
크리스도 네가 불안하고 우울해 보인 댔어. 나도 그렇게 보여. 무슨 일 있는 거야?
웨슬리 스나입스 : 불안하고 우울하다구? 너는 네 걱정이나 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하지만 내 말을 들어봐. 날 봐. 인생은 짧아. 조금 더 살겠다고
이꼴 좀 봐. 인생에 리허설은 없는 거야. 알았어?
웨슬리 스나입스 : 알았어. 갈게.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