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양을 찾으소서
시편 119:176, 잃은 양같이 내가 방황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내가 주의 계명들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
찬송가 407장(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시편 119편은 성경에서 가장 긴 장입니다. 이 시편은 여호와의 말씀의 아름다움과 완전함과 복스러움을 찬양하며 노래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고 늘 묵상하며 그 말씀을 순종하는 하나님의 사람의 행복에 대하여 잘 알려주는 시편입니다. 문학적으로도 매우 짜임새 있는 시편입니다. 히브리어 알파벳 첫 글자 알렙으로 시작한 1절로부터 8절까지의 한 단락이 모두 알렙이라는 단어로 시작한 문장으로 써 있고 그렇게 알렙, 베타, 감마 식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 단락인 169절로부터 176장까지의 모든 문장이 각각 타우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 아름답고 정교한 시로서 하나님 말씀의 완전성,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는 자의 복스러움을 극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다윗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윗의 여러 시들에서도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며 그가 세상을 떠날 때에도 그 후계자 솔로몬에게 하나님 말씀을 늘 가까이 하고 순종하여 지키라고 유언한 것을 보면 충분히 이 시편 기록자가 다윗으로 인정할 만 합니다.
그런데 이 시편의 마지막 구절은 독특한 개인적 내면을 이채롭게 기록함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이는 시편 전체의 내용과 매우 다르게 자기를 잃은 양같이 방황하고 있노라고 고백하면서 하나님께 주의 종을 찾아달라고 간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절대로 길을 잃어버릴 사람 같지 않고 철두철미 똑바른 길을 가고 있으며 한시도 하나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자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생각할 터인데, 정작 본인은 이 시편 마지막에 뜻밖에 길을 잃은 양처럼 자기가 유리 방황하고 있노라면서 하나님께 자기를 찾아달라고, 자기를 붙들어달라고 간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뜻밖에 터져나온 이 시편의 저자의 개인적 고백을 인하여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왜 이 저자는 갑자기 이렇게 기록해놓았을까? 그의 마음에 왜 자기를 잃은 양으로 표현하면서 하나님께 자기를 찾아달라고 간청함으로 이 시편을 끝마무리할까 하고 의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마지막 고백으로 인하여 우리는 은혜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그처럼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람일지라도 현실 속에 살면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같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목자로부터 멀리 떠나 방황하고 있는 양처럼 너무나 외롭고 슬프고 두려운 캄캄하고 절박한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말씀을 늘 가까이 하고 있지만 현실은 척박하고 괴롭고 원수들은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날마다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기회를 엿보며 앞에서는 아첨하며 뒤에서는 조롱하는 일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을 당할 때에 우리는 이 시편 기자와 같이 자기를 목자로부터 떨어져나간 유리 방황하는 잃은 양처럼 느낄지라도 그것은 혼자만 겪는 내적 혼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신앙의 길을 걸어갔던 선배들 역시 이러한 내적 갈등, 영적 싸움을 경험하면서 이 길을 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그러한 일을 겪게 될 때에 나만 홀로 겪는 고난이 아니라 믿음의 선배들과 동일한 연단 속에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깨달을 점은 하나님은 성공한 사람, 형통한 사람만 상대하는 분이 아니요 실패자, 뒤처진 자, 떠도는 자, 길 잃은 자, 방황하는 자들을 품으시고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 본문 말씀에서 이 시편 기록자 다윗이 그 마음 속으로 자기를 하나님의 잃은 양으로 여기며 목자이신 하나님께 길 잃은 자기를 어서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마음이야말로 구원받은 성도의 내적 증거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당연하게 구원받은 자요 천국이 자기에게 당연히 따논 당상으로 생각하고 마음에 방심한 채로 여기는 자가 도리어 위험한 자리에 있는 자요 미끄러운 길에 서 있는 자라 할 것입니다. 도리어 자신을 잃어버린 양로 여기고 가난한 자, 가련한 자, 길을 잃은 자로 여기면서 하나님께 어서 나를 찾아달라고 붙들어달라고 간절히 청하는 가난한 마음의 소유자야말로 하나님 백성의 확실한 증거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자신이 죄인이라고 깊이 깨닫고 주님의 은혜의 옷자락을 붙들려고 기도의 손을 뻗는 자, 자기를 길 잃은 자로 여기고 자기를 어서 찾아달라고 영혼의 목자에게 하소연하는 자는 반드시 죄의 사함을 얻으며 반드시 목자의 품에 안겨 위로와 안심을 누리는 복을 받게 될 것이 확실한 자인 줄 믿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은 집안의 큰 아들도 사랑하시지만 멀리 떠난 둘째 아들 탕자까지 늘 사랑하시는 아버지요 늘 충성하며 큰 일하던 용사 엘리야도 사랑하지만 도망치다가 로뎀 나무 아래 쓰러져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청하는 낙심한 엘리야도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품으시고 사랑하시고 인내하며 위로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합시다. 우리 마음 속에 때로 찾아오는 실패의식, 상처, 무기력, 잃어버린 양처럼 낙심이 찾아올 때에 시편 119편 마지막 절에 나온 다윗의 이 고백을 묵상하면서 위로와 소망을 가집시다.
“잃은 양같이 내가 방황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내가 주의 계명들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
다윗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신 선한 목자 하나님은 우리 곁에 가까이 와주시고 우리를 찾아주시고 품에 안아주시고 위로와 힘을 새롭게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