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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카니발은 온 나라가 IMF의 혹독한 구조조정에 시달리기 시작했던 1998년 초에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뜨거운, 그리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효자 차종이다. '승용 밴'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등장한 기아 카니발은 출시 초기에는 여러 도전자들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장들에게 있어서 카니발은 '대체가 불가능'한 '패밀리카'로 통하는 지경이다.
그리고 그 카니발이 최근, 4세대 모델로 또 한 번 진화를 이루어내며, 대체불가한 패밀리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새롭게 출시된 4세대 카니발(KA4)은 사전계약 첫 날에만 무려 2만대가 넘는 계약이 몰려들어오며 그 뜨거운 인기를 다시금 짐작할 수 있게 했으며, 9월 한 달간 1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려 단일 차종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10월부터 11월까지 연달아 1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 4세대 카니발을 직접 경험해 보며 그 인기의 비결을 짚어본다.
한 차원 높아진 '승용 감각의 외관'
새로운 카니발은 외관에서부터 크나큰 변화를 보여주었다. 4세대 카니발은 외관 디자인이 공개된 시점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출시되고 나서도 외관 디자인에 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카니발은 초대 모델부터 '승용 세단의 감각'을 특히 강조해 왔다. 그리고 3세대 카니발만 해도 확실히 승용세단에 가까운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는데, 4세대는 그 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을 넘어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그것을 구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카니발은 그 외관의 면면에서 일반적인 세단을 넘어, '고급세단'의 감각을 부여하려 하는 느낌마저 준다.
특히 전면부는 여타의 미니밴들보다도 단연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평향의 기조를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전면부는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하나의 크롬 테두리로 묶은 이 새로운 스타일링은 먼저 출시된 히트작 소형 SUV 셀토스와 중형 SUV 쏘렌토 등에도 나타나고 있는 사항.
하지만 카니발의 전면부는 독특한 누빔 격자를 넣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상/하향등이 따로 분리된 4연장 LED 헤드램프,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따라 흐르는 전용 LED 주간상시등이 차별화되는 요소로서 기능한다. 범퍼 또한, 낮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스타일로 구성되어 더욱 세단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측면에서는 더욱 길어진 차체와 더불어 분명하게 2박스로 나뉘는 실루엣, 그리고 직선적이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요소들로 꾸며져 있다. 통상 공간활용을 위해 1박스, 내지는 1.5박스의 형태를 갖는 통상적인 미니밴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미니밴이라기 보다는 SUV의 그것에 더 가까운 느낌마저 안겨 줄 정도다.
헤드램프로부터 시작되는 어깨선은 곧게 뻗어나가며 C필러 언저리에서 슬라이딩 도어레일과 하나가 되고, 하단의 단정한 캐릭터라인과 또렷한 휠아치의 라인으로 묵직한 볼륨감을 더해준다. 또한 C필러에는 셀토스와 쏘렌토에서 볼 수 있었던 육각 패턴의 메탈 패널을 덧대 한층 감각적인 면모를 보인다. 아울러 A필러와 D필러를 하이글로스 블랙 패널로 마감하여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한다.
뒷모습에서는 한 줄로 길게 이어진 일체형의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일램프는 전면부의 디자인요소를 십분 활용해 개성있는 그래픽을 나타내고 있으며, 극단적인 수평기조를 통해 차를 시각적으로 한층 넓어 보이게 만든다. 실제 4세대 카니발의 제원 상 폭은 3세대 대비 10mm 늘어난 1,995mm로, 2m에 달하는 폭을 자랑한다.
한 차원 높아진 '승용 감각의 실내', 그리고...
인테리어 역시 승용 세단의 감각을 한층 더 강화시켰다. 그 중에서도 대시보드는 고급 세단의 그것에 가까울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풀-LCD 화면으로 된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합한 형태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시선을 강탈'한다. 여기에 외관과 마찬가지로 지독할 정로도 수평향의 기조에 몰입한 대시보드의 구성과 고급스러운 질감의 내장재는 분위기만 봐서는 '세단' 그 자체다.
카니발의 인테리어에서 시선을 강탈해가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시원스러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일부 차종 중에는 난반사가 심해,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운전자의 가슴팍이 계기반에 그대로 비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카니발에서는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절묘하게 설계된 차양막 구조와 화면 자체의 반사억제 코팅처리 등, 난반사에 대한 대비책이 충실하게 적용되어 있는 덕이다. 따라서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단,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터치식 버튼은 사용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은 시각적으로는 물리버튼에 비해 굉장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좋다. 하지만 터치 패널의 표면 상태나 운전자의 손의 상태 등에 따라 오동작이 일어날 우려가 있으며, 조작에 대한 피드백이 물리버튼에 비해 불분명하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패널의 작동성은 좋은 편에 속하고, 난반사에 대한 배려 또한 잘 되어 있는 편이라는 것이다. 수납공간도 잘 배려되어 있으며, 오디오는 크렐(KRELL)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클래스가 다른, 미니밴만의 독보적인 실내공간
운전석은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의 구조와 경도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준다. 고급세단의 수준에 적잖이 근접한 경험을 제공하는 운전석은 카니발의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3단계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4세대 카니발은 9인승 모델로, 기존 3세대 카니발과 동일한 2-2-2-3 배열의 좌석 배치를 갖는다. 9인승 이하의 모델부터 2열 좌석은 독립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승객에게 최적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2열 좌석의 질감과 완성도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성인에게도 훌륭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미니밴이기 때문에 SUV와는 수준이 다른 거주성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닥이 평탄하고 천장의 높이 또한 기존 카니발에 비해 높게 설계되어 있어, 거주성은 최상급이다. 좌석은 수동 레버를 이용해 6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별도의 팔걸이까지 제공된다.
3열 좌석은 기존의 카니발 대비 한 단계 더 나아진 듯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기존 3세대 카니발의 경우, 3열좌석의 크기가 2열좌석에 비해 제법 작았고, 가동범위도 한정되어 있어, 성인에게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 구성이었지만 4세대 카니발의 3열좌석은 성인에게도 나쁘지 않은 수준의 착석감과 거주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4열좌석의 존재로 인해 여전히 가동범위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4열 좌석은 예나 지금이나 9인승으로의 형식승인을 위한 용도에 가깝다. 제원 상의 3명은 고사하고 성인 2명이 앉기에도 꽤나 무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기존 카니발에 비해 좌석의 크기가 다소 커진 느낌이 들기는 한다. 물론 여전히 실용적인 수준의 좌석에는 못 미치지만 이전만큼 옹색한 느낌은 아니다. 4열 좌석은 바닥으로 수납시킬 수 있는 '싱킹시트'로 설계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은 4열좌석까지 모두 펼친 상태에서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4열좌석만 바닥으로 쏙 집어 넣어주면 SUV는 상대도 되지 않을 넉넉한 적재공간이 나타난다. 이는 SUV보다도 적재능력과 거주성에 특화된 미니밴의 특성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승차 인원에 따라 2열/3열 좌석을 접거나 앞으로 밀어주면 한층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미니밴들처럼 좌석을 사용자 레벨에서 손쉽게 분리시키거나 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미니밴으로서 가져야 할 적재공간은 충분히 확보된다.
덩치에 걸맞은, 충실한 성능의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주행질감
이번에 시승하게 된 기아 카니발은 쏘렌토에 먼저 도입되었던 2.2리터 스마트스트림 D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0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신개발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과거와 동일한 전륜구동이다. 출시 전부터 사륜구동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기아자동차는 이번에도 전륜구동만을 제공한다.
새로운 카니발은 정숙성 면에서 기존 카니발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느낌을 준다. 기존 대비 엔진의 회전질감이나 정숙성 향상과 더불어 흡차음재 적용 등과 같은 수동적인 정숙성 강화조치 역시 비교적 충실하게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이들링 시의 정숙성도 우수한 편이며,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 또한 꽤나 충실하게 차단하는 편이다.
승차감 또한 모범적인 승용 세단에 가까운, 부드럽고도 안정적인 질감을 지니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상투적이다 싶을 정도로 자사 홈페이지의 차량 소개 문구로서 사용하는 '승차감 좋은'이라는 글귀가 꽤나 잘 어울리는 승차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하게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든든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은 정숙성과 맞물려, 쾌적한 운행 환경을 제공한다.
가속성능은 무난하다. 2.2리터의 배기량이 한 편으로 작아보일 수 있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튼실한 토크 덕분에 동력성능은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꽤나 힘찬 느낌으로 차를 밀어붙여주는 모습을 보인다. 변속기의 성능 향상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물론 고회전에서의 응답성이 그다지 시원스럽지는 못하지만 차량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충분한 수준의 성능이라고 본다.
운동성능 면에서도 미니밴으로서 적정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차량의 특성 상, 민첩한 기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차를 다루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되거나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일상적인 주행상황은 물론, 템포를 다소 빠르게 가져가도 꽤나 충실하게 운전자의 명령을 수행해 낸다. 세단이나 쿠페 수준의 운동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웬만한 대형급 크로스오버 SUV들에 근접한 기동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고속주행에서의 직진안정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레저장비 '견인차'로서의 가능성
기아자동차 카니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레저를 즐기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미니밴은 기본적으로 SUV에 비해서도 내부 공간이 넉넉하고, 그 덕분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또한 3세대 기준으로 견인장치에 따라 통상 1.25톤 가량의 카라반 및 레저용 트레일러 등을 견인할 수 있어, 중소형급 카라반을 견인하는 데에도 상당한 숫자가 사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신형의 카니발 역시 차체 설계와 구동방식이 동일한 만큼, 기존과 동일한 견인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박'캠핑카로서의 가능성
카니발은 견인차로서의 용도보다는 '차박'캠핑카로서의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볼 수 밖에 없다. 최근들어 코로나-19의 범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해외여행에 크나큰 제약이 생기면서 다른 사람들과 온전히 분리되는 '나만의 공간'을 찾는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캠핑카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또한 캠핑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차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차박'에 대한 관심도 큰 폭으로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과열되어 있었던 SUV, 그리고 미니밴 등 MPV에 대한 관심 역시 더더욱 높아졌다.
그 중에서도 카니발은 국내서 생산되는 자동차들 중에는 이제 유일한 미니밴, 혹은 MPV 모델이기에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9인승 모델을 기준으로 카니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여타의 SUV 모델에 비해 크다. 단순히 좌석을 접어주기만 해도 기본적으로 SUV 대비 월등한 공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성인 2명이 취침 가능한 차박캠핑카로 변신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카니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던 RV 시장에는 3세대 카니발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차박캠핑카들이 다수 등장한 바 있다. 카니발은 시중에 풀린 차량이 워낙 많은 데다, 통상적으로 캠핑카의 베이스 차량으로 주로 사용되는 상용 차종에 비해 더욱 쾌적한 주행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구조변경 수요 또한 크다. 따라서 신형 카니발 역시 이와 같은 수요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RV업계에서도 4세대 카니발을 기반으로 하는 차박캠핑카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환골탈태한 국민 '아빠차'!
4세대로 새롭게 태어난 기아 카니발은 '국민 아빠차'로 사랑 받을 여지가 차고 넘친다. 외관에서부터 실내, 그리고 차량의 구성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경쟁력을 가졌다. 특히 오직 국내 제조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9인승 및 11인승 사양으로, (6인 이상 승차 시)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고, 11인승 모델은 승합차로 분류되어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카니발의 시장독식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대형의 체급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랑하는 스마트 주차보조 시스템이 빠져있다. 차에서 내린 상태로 차량을 전후로 주행시킬 수 있는 이 기능은 카니발처럼 길이가 길고 폭이 넓은 차량일수록 더욱 필요성이 높아지는 기능이다. 특히 차의 크기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좁은 주차공간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 기능이 빠졌다는 점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현대-기아가 현재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조그셔틀식 변속장치 또한 불만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