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축구 열기는 대단하다. 인구도 많지 않은데 월드컵에서 준우승만 3번을 한
축구 강국이다. 네덜란드의 축구 국가대표 팀은 ‘오렌지 군단’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유니폼
색깔도 오렌지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네덜란드에서 오렌지가 많이
생산되는 걸까?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네덜란드 왕실의 공식 문장을 보면 영국 왕실처럼 사자가 있는데 그 수가 더 많다. 특이한
사실 하나는 문장 안에 적힌 문구가 라틴어도 영어도 아니며,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도 아니라
‘나는 지킬 것이다(네덜란드의 독립을)!'라는 뜻의 프랑스어 'jemaintiendrai'다.
네덜란드는 또 무슨 이유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했을까? 더욱이 네덜란드는 나폴레옹 시대에
프랑스에 병합까지 되어 나라 자체가 유럽의 지도에서 사라진 적도 있지 않은가?
네덜란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랑주공 윌리엄. 그렇다 오렌지가 아니라 프랑스어이니
‘오랑주’로 읽어야 했던 것이다. 오랑주 공이라면 오랑주 공국이 있었던 것일까?
오광주 공국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 있던 공국이다.
이 지역은 12세기에 부르고뉴Bourgogne 공국의 지배하에 있었는데, 당시 부르고뉴
공국은 신성로마제국의 땅이었다.
이제 역사의 퍼즐을 하나씩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중세에 신성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는 나라였으니,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프로방스의 오랑주 공국이 왜 네덜란드와 관계가
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16세기, 오랑주 공이었던 윌리엄은 지배자 스페인에 맞서서 네덜란드의 독립을 쟁취했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스페인 왕가가 분가하면서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면 지금도 남프랑스에 남아 있는 오랑주 시는 또
어떤
관계일까?
남 프랑스 오랑주시의 이름은 켈트족 신의 이름인 아라우지오Arausio가 중세 프로방스어
에서 오레냐Aurenja가 되면서, 나중에 오랑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가 이 지방이 오렌지의
보급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랑주 시와 오렌지가 연결되었다.
결국 오렌지 군단은 오랑주 공국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고 과일과의 인연은 그 이후의
일이다. 언어의 여행은 역사, 문화, 지리 등 거치지 않는 곳이 없다.
-
김동섭 저, ‘하루 3분 세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