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확무색(尺擴無色)
자벌레는 원래 정해진 빛깔이 없어서 먹는 음식의 빛깔에 따라 변한다는 말이다. 속담에 '웃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尺 : 자 척(尸/1)
擴 : 넓힐 확(扌/14)
無 : 없을 무(灬/8)
色 : 빛 색(色/0)
통감(通鑑)에 나온다. 위후(衛侯)가 틀린 말을 하는데도 신하들이 한 입으로 칭송했다.
자사(子思)가 말했다. '위나라가 임금은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는 신하답지 못하다. 일의 옳고 그름은 살피지 않고 자기를 찬양하는 것만 기뻐하니, 이처럼 어두울 수가 있는가? 이치의 소재는 헤아리지 않고 아첨하여 받아 들여지기만을 구하니, 이보다 아첨이 심할 수가 있는가? 임금은 어둡고 신하는 아첨하면서(君闇臣諂) 백성의 위에 군림한다면 백성이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위후를 만나자 이렇게 쏘아붙였다. '임금께서 자기 말이 옳다고 여기시니, 경대부(卿大夫)가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합니다. 신하들이 다들 훌륭하다고만 하는군요. 훌륭하다고 하면 순조로워 복이 있고, 잘못이라고 하면 뜻을 거슬러 화가 있기 때문이지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보인다. 제나라 경공(景公)이 대부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벌였다. 경공이 활을 쏘며 으스대느라 손잡이 부분을 떼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들이 모두 멋있다고 난리를 쳤다. 경공이 한숨을 내쉬더니, 활쏘기를 그만두었다.
마침 현장(弦章)이 들어왔다. 경공이 그를 보며 말했다. '안자(晏子)가 세상을 뜬 지도 17년이 되었군. 그가 세상을 뜬 뒤로 내 잘못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네. 내가 잘못해도 다 잘했다고만 한다네.'
현장이 대답했다. '신하들이 못나 그렇습니다. 지혜가 임금의 잘못을 알아차리기에 부족하고, 용기는 임금의 안색을 범하기에 모자랍니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 임금이 좋아하면 신하가 입고, 임금이 즐기면 신하들이 먹는다고 했습니다. 저 자벌레(尺蠖)를 보십시오. 노란 것을 먹으면 그 몸이 노래지고, 푸른 것을 먹으면 그 몸이 푸르게 됩니다. 임금께서 혹 그런 말을 듣기 좋아하셨던 게지요.' 경공이 기뻐하며 현장에게 큰 상을 내렸다.
자벌레는 원래 정해진 색깔이 없다. 먹은 음식의 빛깔에 따라 변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 하기에 달렸다. 윗사람의 그릇된 확신이 아랫사람의 맹목적 침묵을 낳는다.
지리멸렬, 아옹다옹하면서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위만 쳐다본다. 야단맞을 때만 잠시 심각한 척하다가, 돌아가 아랫사람을 똑같이 나무란다.
까마귀의 암수는 겉모습만 보고는 구분이 어려운 법. 백성의 마음이 다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尺(자 척)은 ❶상형문자로 呎(척)과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발 부분에 표를 한 모양으로 발바닥의 길이, 한 치의 열 배를 말한다. ❷지사문자로 尺자는 ‘자’나 ‘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尺자의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다리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발만큼의 길이를 표현한 것이다. 길이를 잴 자가 없을 때는 무엇으로 길이를 측정하려고 할까? 아마도 조그만 것은 손의 너비만큼 길이를 잴 것이고 좀 긴 거리는 보폭으로 길이를 측정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寸(마디 촌)자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데 있는 손가락까지의 3cm 정도의 길이를 뜻하고 尺이라고 하는 것은 발의 길이 만큼인 23~30cm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尺(척)은 자의 뜻으로 ①자 ②길이 ③길이의 단위 ④법(法), 법도(法度) ⑤맥(脈)의 한 부위(部位) ⑥편지(便紙), 서간(書簡) ⑦기술자(技術者) ⑧증명서(證明書) ⑨자로 재다 ⑩짧다 ⑪작다 ⑫조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짧은 편지를 척독(尺牘), 자로 잰 길이를 척도(尺度), 퍽 좁은 논밭을 척토(尺土), 작은 종이 또는 짧은 편지를 척지(尺紙), 한 자 사방의 재목을 척각(尺角), 열 살 안팎의 어린아이를 척동(尺童), 물건을 자로 잼을 척량(尺量), 한 자 가량이나 내린 눈으로 많이 쌓인 눈을 척설(尺雪), 퍽 좁은 땅이나 아주 가까운 땅을 척지(尺地), 아주 가까운 거리를 지척(咫尺), 곱자로 나무나 쇠로 ㄱ자 모양으로 만든 자를 곡척(曲尺), 포목을 마르고 재는 일을 도척(刀尺), 일정한 길이를 재고 여분을 더 잡는 길이를 여척(餘尺), 자투리로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을 간척(殘尺), 장대로 열 자 길이가 되게 만든 자를 장척(丈尺),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자를 절척(折尺), 높은 곳에서 멀리 산수를 볼 때 그 작게 보임을 이르는 말을 척산척수(尺山尺水), 얼마 안 되는 공로를 이르는 말을 척촌지공(尺寸之功), 약간의 이익이나 사소한 이익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리(尺寸之利), 약간의 땅이나 얼마 안 되는 땅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지(尺寸之地) 등에 쓰인다.
▶️ 擴(넓힐 확, 북칠 황)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함을 무사분주(無事奔走), 한울님은 간섭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무사불섭(無事不涉), 무슨 일에나 함부로 다 참여함을 무사불참(無事不參),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 있는 일을 망각한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아무 탈없이 편안함을 무사태평(無事泰平), 재미나 취미나 없고 메마르다는 무미건조(無味乾燥) 등에 쓰인다.
▶️ 色(빛 색)은 ❶회의문자로 사람(人)과 병부절(卩=㔾; 무릎마디, 무릎을 꿇은 모양)部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사람의 마음과 안색은 병부절(卩=㔾)部 처럼 일치한다는 데서 안색, 빛깔을 뜻한다. 절(㔾)은 무릎 꿇은 사람의 상형(象形)이다. 무릎 꿇은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모양에서, 남녀의 정애(情愛)의 뜻을 나타낸다. 파생하여 아름다운 낯빛, 채색의 뜻을 나타낸다. 음형상(音形上)으로는 색(嗇), 측(畟)과 통하여, 이성(異性)을 구슬리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 절(㔾)은 절(節)의 본자(本字)이다. 사람의 심정이 얼굴빛에 나타남이 부절(符節)을 맞춤과 같이 맞으므로, 인(人)과 절(㔾)을 합하여 안색이라는 뜻을 나타내며, 나아가서는 널리 빛깔, 모양, 색정(色情)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色자는 ‘색채’나 ‘얼굴빛’, ‘정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色자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람 그린 것과 巴(꼬리 파)자가 결합한 것이다. 巴자는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래는 손을 내뻗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色자를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이성간에 성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色자에 있는 ‘얼굴빛’이나 ‘정욕’, ‘색채’라는 뜻도 사실은 성관계를 맺으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빛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色(색)은 ①빛, 빛깔 ②색채(色彩) ③낯, 얼굴빛 ④윤, 광택(光澤) ⑤기색(氣色) ⑥모양, 상태(狀態) ⑦미색(美色) ⑧색정(色情), 여색(女色), 정욕(情慾) ⑨갈래, 종류(種類) ⑩화장(化粧)하다, 꾸미다 ⑪색칠하다 ⑫물이 들다 ⑬생기가 돌다 ⑭꿰매다,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⑮평온(平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빛 휘(暉), 빛 경(耿)이다. 용례로는 놀라거나 성이 나서 얼굴빛이 변함을 색동(色動), 남녀 간의 욕정을 색사(色事), 남녀 간의 성욕을 색욕(色慾), 빛깔을 색채(色彩), 빛깔에서 받는 느낌을 색감(色感), 여자의 곱고 아리따운 자태를 색태(色態), 글을 읽을 때 글자 그대로 의미를 해석하고 문장의 원 뜻은 돌보지 않고 읽음을 색독(色讀), 그림 등에 나타난 빛깔의 강하고 약함을 색조(色調),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의 형상을 색상(色相), 빛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각을 색맹(色盲), 남녀 간의 정욕을 색정(色情), 남녀 간의 성욕을 색욕(色慾), 색종이로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인 종이를 색지(色紙), 얼굴 빛을 안색(顔色), 낯빛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빛깔을 면색(面色), 얼굴에 드러나는 환한 빛을 화색(和色), 물들임을 염색(染色), 붉은색을 단색(丹色),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곧 풀빛을 녹색(綠色), 그림에 색을 칠함이나 여러 가지 고운 빛깔을 채색(彩色),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아무 빛깔이나 색깔이 없는 상태를 무색(無色), 보통의 것과 다른 점을 특색(特色), 서로 견주어 보아서 못한 점을 손색(遜色), 빛이 바램으로 무엇이 낡거나 그 존재가 희미해지거나 볼품없이 됨을 퇴색(退色), 어떤 자격으로 그럴듯하게 불리는 이름 또는 허울만 좋은 이름을 명색(名色), 한 가지의 빛 또는 뛰어난 미인을 일색(一色),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기색을 난색(難色), 어떤 도움 등을 주어 남의 앞에 굽힘 없이 떳떳하게 대할 수 있는 체면을 생색(生色), 빛깔이 있음 또는 물질적 존재로서의 형체가 있는 것을 유색(有色), 겉으로는 엄격하나 내심으로는 부드러움을 색려내임(色厲內荏), 안색이 꺼진 잿빛과 같다는 뜻으로 얼굴에 희로애락의 표정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색여사회(色如死灰), 안색이 깎은 오이와 같이 창백함을 이르는 말을 색여삭과(色如削瓜), 형체는 헛것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에 형체가 있는 것은 모두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데 그 본질은 본래 허무한 존재임을 이르는 말을 색즉시공(色卽是空),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교언영색(巧言令色), 풀빛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란 뜻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과 어울리거나 기우는 것을 초록동색(草綠同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