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사랑을 주고받는 가장 바람직한 교육 현장이며 생생한 체험 학습장이다. 사랑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어느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삶의 원천이며 필수 영양소이다. 올해 5월 15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셔서 자비(慈悲)의 사랑을 가르친 날이며, 우리 민족의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탄신 기념일이다. 그리고 UN이 정한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UN은 1993년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건강한 가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로 '세계 가정의 달'을 제정했다. 1994년부터 세계 여러 국가가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UN은 '동반자 가족(partnership family)'의 개념을 도입해 미래 지향적 가족 윤리를 추구한다. 동반자 가족 윤리는 가족 구성원 간의 평등을 전제로 한 대화와 상호 이해, 협동, 가사노동의 분담, 책임 의식, 그리고 가족들 사이의 합의 도출, 변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함양하여 가족 모두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권장한다.
이러한 가정에서 가장(부모)은 가족 대소사의 정책을 결정하는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자녀들의 인격적 성숙과 사회성 함양을 위한 실천 위주의 교육을 담당하는 스승의 모범적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승의 사표로 세종대왕을 삼은 것은 묘수 중의 묘수라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개념 그 자체다. 세종대왕의 통치술의 핵심은 경청(傾聽)의 지도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청은 반대의견도 끝까지 참고 듣는 열린 마음이며 사랑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
세종대왕은 이렇게 즉위 34년간 백성을 잘살게 하려는 사랑의 마음으로 고군분투했다. 특히, 한글을 창제하며 교육적으로 큰 업적을 세웠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965년, 이러한 세종대왕의 탄생일을 기억하기 위해 스승의 날을 5월 15일로 변경하여 기념한다.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들의 아픔과 고민을 상담하고 돌보는 치유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여기서 에리히 프롬 (Erich S. Fromm, 1900~1980)의 『사랑의 기술』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환자의 '아픔을 치료하고 돌보는(cure and care)' 사랑의 행위는 관심을 집중하여 바라보는 '존중'의 행위이다. 그리고 부모는 가정의 전사(warrior)의 역할도 감수한다. 가족에 대한 외부의 위험이 감지되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의 책임도 져야 한다. 부모가 가족의 리더, 스승, 전사, 치료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자녀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의 역할도 감당해야 해서, 부모의 역할, 가장의 역할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랑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상대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해의 5월 15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그래서 이번엔 자비(慈悲)의 정신을 성숙의 불씨로 지펴보고자 한다. 불교의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 자(慈)와 어머니의 사랑 비(悲)의 조화와 균형에 있다. 아버지는 친구처럼 자녀들과 즐기고 놀기도 하지만 원칙에 대해서는 단호함을 보이는 리더와 스승의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며 자란 아이는 분별력이 높아 지능지수 (IQ)가 높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녀와 슬픔을 똑같이 느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 즉 목숨까지도 자식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홉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한 하나를 아쉬워하는 마음”이다. 다정다감한 감성을 배우고 익히기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는 감성지수 (EQ)가 높고 사회성이 높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 '스승의 날', UN이 정한 '세계 가정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의 공통분모는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을 주고받는 체험 학습 장소인 가정의 의미를 1년 내내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하여 성숙한 사회를 지향하는 마음이 오늘의 주제다.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성숙의 불씨' 688호 원고(2024. 5. 14)
첫댓글 중생에게 낙(樂)을 주는 것을 자(慈), 고(苦)를 없애 주는 것은 비(悲) 또는 고를 없애 주는 것을 자(慈), 낙을 주는 것을 비(悲)라 하기도 합니다. 자와 비는 두 낱말의 합성어이며 자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에게 낙을 주는 것이요, 비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의 괴로움, 사람이 받는 여러 가지 고통 낙(樂)의 반대 개념으로 고(苦)를 없애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