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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삶의 훈수> 죽암 장석대
하릴없을 때면 요즘도 이웃 경로당에서 바둑을 둘 때가 있다.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뭇 사람들과의 싸움과도 같고, 크게 보면 나라와 나라 간의 싸움과도 같은 오묘한 계락의 바둑전술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上手와 下手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고수高手는 미래의 변화를 다 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先手와 후수後手를 알고, 버리고 살리는 경중輕重을 훤히 안다. 이 세상에서 바둑과 같이 일의 선후先後와 경중輕重을 다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참담한 실패는 맛보지 않을 것이다. IMF란 뭔지도 몰랐지만 돌아가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바둑으로 치면 대마大馬가 몰살하는 경제난국經濟難局 이 었고, 그 판국에서도 경제 강대국들이 도와주는 척하며 비실 비실대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그냥 주워 먹는가 하면, 국내의 졸부들도 벼루기 간 내 먹듯 금력으로 약자의 등을 쳐 먹는 것이 IMF사태였다. 이미 실패로 끝난 판을 한 수 무르자고 애걸할 수도 없고, 다시 한 판 두자고 떼쓸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바둑의 훈수꾼이나 삶의 훈수꾼들은 무책임하다는 점에서만 바둑과 세상사世上事는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훈수꾼들의 말이라 해서 마이동풍 격으로 받아 넘겨서도 안될 것 같다. 바둑에서의 하수들이나 삶에서의 하수들은 어차피 상수들의 훈수에서 삶의 묘수를 찾게 되고, 사리판단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므로 불쌍한 하수들은 상수들이 훈수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참담한 실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좌우하는 결혼 중개소, 보금자리를 중매하는 복덕방, 웰빙으로 이끄는 각종 매장, 취업 알선업소 등 등, 어느 것 하나 외면할 수없는 삶의 훈수꾼들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는 것도 삶의 훈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쳇말로 통에 밥을 담으면 밥통, 꿀을 담으면 꿀통,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라고 하지 않는가.
받아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훈수도 괜한 말은 아니다. 책갈피마다 흐르는 지혜의 샘을 담아 놓고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수단으로 써먹어라는 훈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 사람들은 천추만대에 걸쳐 선조로부터 삶의 훈수를 전수 받고, 또 후세들에게 계승해오고 있지만, 좀처럼 귀담아 듣지 않고 아집으로 살아 가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복덕방 친구의 훈수로 말죽거리의 배 밭 한 뙤기 사 두었더라면 졸부가 되었을 테고, 석산石山에는 무지렁 이가 채석사업採石事業에 손 데지 않았더라도 평탄한 삶을 누려 왔을 텐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나 역시 삶의 하수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 다. 또한 우리는 기지발랄한 토끼의 해를 맞았으니,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피카소의 그림도 알아야 그 숨은 뜻을 알것이다. 알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보는 만큼 느 끼게 되고, 느끼는 만큼 남들보다 더 즐기게 된다. 결국 행복하게 살려면 배워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배워서 혼자만 즐길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배우도록 집쩍대며 훈수해야 한다. 한평생을 책임지지 않는 중매인의 훈수로 결혼도 하지 않았던가.
賤夫)라는 말씀도 있다. 이러한 현인賢人들의 경구警句도 우리들 삶의 훈수인 것이다. 바둑판 옆에서 뺨 맞아가며 훈수하듯이 훈수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닌가. -辛卯年 元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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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을읽으니
삼인행 필유아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훈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항상 타인으로부터 느끼고 깨닫고
배울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리석은 자로부터도 그걸 통해 지혜를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으로부터도
지혜를 배우게 되겠지요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