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장애계, 네팔 활동지원서비스 투쟁 연대 기자회견 열어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네팔 장애인 투쟁에 지지 표해
“네팔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 제공하여 자립생활권리 보장하라”
8일 오전 11시, 한국장애포럼, 아시아탈시설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아시아 장애인 단체들이 네팔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8일 오전 11시, 아시아 장애계가 주한 네팔대사관 앞에 모였다. 한국장애포럼, 아시아탈시설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아시아 장애인 단체들이 네팔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폭력’과 ‘시설 구금’으로 장애인을 억압하는 네팔 정부
네팔 장애계는 지난 3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 및 이를 위한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네팔 정부에 요구했다. 네팔 정부는 3월 26일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지원 확대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이행 계획을 장애인단체와 논의하여 수립하기로 약속했으나, “연구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약속 이행을 미루고 있다.
이에 네팔 장애계는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법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네팔 정부를 규탄하며 단식투쟁과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는 참가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강제로 연행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을 휠체어에서 끌어내 발로 차거나 질질 끄는 등 구타를 가했다. 네팔 정부는 3명의 장애인을 시설에 강제로 구금하기도 했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이 ‘네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투쟁 연대 서한’을 주한 네팔대사관 우체통에 넣고 있다. 사진 김소영
네팔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아시아 장애계에 서한을 전달했다.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3명의 장애인은 아직도 시설에 강제 구금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네팔 정부의 행태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통합을 명시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와 탈시설 권리를 규정한 네팔 국내법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법’ 3조 9항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팔 정부가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시 네팔 장애계는 강력한 운동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 네팔 정부는 정부가 자행한 폭력과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지연시키는 행태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네팔의 장애인권리를 위한 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여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 “정당한 권리 요구하는 네팔 장애인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에게 주체적인 일상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원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당한 권리를 외치고 있는 장애인들을 네팔 정부가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장애인을 죽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분노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투쟁이 있었다. 장애인들은 2006년에 한강대교를 6시간 기어가고 노숙농성을 하며 장애인활동지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며 “한국의 장애인들도 네팔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We are with the Nepal Disability Rights Defenders”(우리는 네팔 장애인권리 옹호자들과 함께한다)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다. 사진 김소영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으로 파견되는 재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은 전 세계에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뿐만 아니라 네팔 장애인의 권리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전할 것”이라며 “주한 네팔대사관은 네팔 정부가 억압하고 있는 네팔 장애인들이 국제적으로 어떠한 연대와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투쟁이 어떻게 전 세계의 차별에 맞서는 큰 흐름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지켜보고 네팔 정부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길 바란다. 네팔 정부는 지금 당장 장애인권리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아시아 장애계는 ‘네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투쟁 연대 서한’을 주한 네팔대사관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주한 네팔대사관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서한을 주한 네팔대사관 벽에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며 네팔 정부에 아시아 장애계의 입장을 전달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네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투쟁 연대 서한’을 주한 네팔대사관 벽에 붙이고 있다.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