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했다가 도장만 찍고 들어왔습니다.
집사람이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한게 좀 됐는데, 오늘 허리에 풍선 넣는 시술을 하러 입원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삐지기 잘하는 마눌님 때문에 이럴 때라도 확실히 보호자 역할 해야지 싶어서 일도 접어두고 들어왔습니다.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하늘이 꾸물꾸물하네요.
뭔가 신통찮은,
기분이 썩 좋은 하늘이 아닙니다.
작년 이맘때 집사람이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했었는데 그때 쓴 시 한 편이 오늘 문득 떠올랐습니다.
선문답 / 빗새
아내가 묻는다
여보, 우리가 얼마나 함께 살았지요?
35년쯤 살았지.
우리 참 오래 살았지요?
우리 이제 지겨워질 때가 됐지요?
난 몇 년 안 된 거 같은데...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렸다
갑상선 암은 암도 아니라며
시치미를 떼더니
불현듯 이별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낯선 여인을 보듬듯이
아내를 안았다
아내의 등이 떨고 있다
나는 말없이 등을 토닥인다
남들에게 지나가는 일들이
내게는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무관심한 듯,
용감한 듯
맹렬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무릎에 힘이 탁 빠지는 느낌이다
나는 여태껏 혼자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다
내가 먼저 죽고 아내가 남을 거란 생각에
한번도 아이들 걱정을 해본 적 없었는데
힘이 빠진 아내의 얼굴에서
내 그림자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게 절망이고
아픔인가 보다
첫댓글 어둠속에 밝은빛이 환하게
비칠것입니다.절망.아픔,,,,,
그런걱정마시고
늘~좋은일이 함께 할꺼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은 밝은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