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네가 이 아주까리를 그토록 동정하는구나!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 요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4,1-11
1 요나는 매우 언짢아서 화가 났다. 2 그래서 그는 주님께 기도하였다.
“아, 주님!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
이미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서둘러 타르시스로 달아났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신 하느님이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크시며,
벌하시다가도 쉬이 마음을 돌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3 이제 주님, 제발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4 주님께서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하고 말씀하셨다.
5 요나는 그 성읍에서 나와 성읍 동쪽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 초막을 짓고 그 그늘 아래 앉아,
성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하였다.
6 주 하느님께서는 아주까리 하나를 마련하시어 요나 위로 자라오르게 하셨다.
그러자 아주까리가 요나 머리 위로 그늘을 드리워
그를 고통스러운 더위에서 구해 주었다.
요나는 그 아주까리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7 그런데 이튿날 동이 틀 무렵,
하느님께서 벌레 하나를 마련하시어 아주까리를 쏠게 하시니,
아주까리가 시들어 버렸다.
8 해가 떠오르자 하느님께서 뜨거운 동풍을 보내셨다.
거기에다 해가 요나의 머리 위로 내리쬐니,
요나는 기절할 지경이 되어 죽기를 자청하면서 말하였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9 그러자 하느님께서 요나에게 물으셨다.
“아주까리 때문에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그가 “옳다 뿐입니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10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가 수고하지도 않고 키우지도 않았으며,
하룻밤 사이에 자랐다가 하룻밤 사이에 죽어 버린
이 아주까리를 그토록 동정하는구나!
11 그런데 하물며 오른쪽과 왼쪽을 가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십이만 명이나 있고,
또 수많은 짐승이 있는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4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제생활을 10년 했던 2001년 때입니다. 본당사제로 사목하면서 바쁘게 지냈지만 영적인 갈망이 있었습니다. 강론 준비하고,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과 친교를 나누고, 아픈 사람을 찾아가면서 지냈지만 영적인 목마름은 계속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자 청년에게 “너는 잘 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너는 나를 따라라. 그러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부자청년은 슬퍼하며 예수님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30대 후반의 저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도와 침묵’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나서 일곱 마귀를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처럼 ‘기도 사제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베드로와 요한이 한 걸음에 예수님의 ‘빈무덤’을 찾아갔던 것처럼 매주 금요일에 왕복 200킬로가 넘는 혜화동 신학교엘 갔습니다. 기도모임 사제들은 매주 금요일 성체조배를 하였고, ‘영신수련’에 대한 책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영신수련’은 제게 영적인 갈증을 채워주는 가뭄 끝의 단비가 되었습니다.
영신수련 지도 사제들은 매년 신학생들의 8일 피정과 30일 피정을 지도하였습니다. 저는 선배 사제들에게 배우면서 신학생들을 위한 피정에 함께 하였습니다.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힘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도자가 힘을 주면 학생들도 힘을 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도자도 힘들고 학생들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하였습니다. 피정에 깊이 들어가면서 학생들은 ‘열등감과 죄의식’에 빠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보면서 지난날의 잘못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피정을 준비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먼저 묵상하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신학생들은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선택’보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한 ‘명상’을 하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영신수련 피정에 함께하면서 좀 더 깊이 알고 싶었습니다. 주교님께 ‘해외연수’를 청하였고, 주교님께서는 저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신수련을 공부하였고, 직접 40일 피정을 하였습니다. 해외연수를 마친 후에 돌아와서 영신수련 지도사제 모임에 함께 하였고, 2014년 성소국장이 될 때까지 10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피정을 하였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영적인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세례를 받았고, 어엿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요한은 예수님 보다 먼저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고, 이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 또한 스승인 요한에게 배워서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우리도 요한의 제자들처럼 ‘기도’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아름다운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주님의 기도’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기도를 외우면서 영적인 갈증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외우고, 주님의 기도에 따라서 살면 아무런 걱정도, 갈등도 없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20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앙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유일한 기도문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문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습관처럼 주님의 기도를 외우기보다는 주님의 기도가 주는 영적인 힘을 느끼면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마라 아들딸로 살지도 않으면서.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만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만 바라면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고 남을 양식을 쌓아 두려 하면서.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오니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죄 지을 기회를 애써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마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이라고 하지 마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도 않으면서.”
오늘 하루 ‘주님의 기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그 가르침대로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