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검찰이 카톡을 모두 들여다 본다더라, 외국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이동해야 한다.” “대통령 모독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카톡 감청을 시작한다더라.” 카카오톡을 쓰면 감청을 당한다는 괴담(怪談)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국내 사용자만 3700만명에 이르는 ‘국민 메신저’를 검찰과 국정원 등이 거리낌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은 꽤 구체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향해 떠돈다는 소문에 매우 민감한 상태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발맞춰 온라인상의 소문 근원지인 카카오톡을 첫번째 감청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이 카카오톡 측에 ‘감찰영장’을 제시해 서버에 저장돼 있던 개인의 대화들을 살펴봤다는 정황적 설명도 더해졌다. 여기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화룡점정 격으로, 외국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런 괴담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다음카카오 측과 많은 IT전문가가 카톡의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며 카카오톡 측이 직접 수사 당국의 감청 영장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지만, 10월 첫째 주에만 150만명가량이 ‘사이버 망명지’로 불리는 독일의 텔레그램 앱을 다운받는 등 감청 논란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감청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행해진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대화를 합법적으로 엿듣는 게 첫번째고, 대화가 완전히 종료된 후 서버에 저장된 내용을 받아보는 것이 두번째다. 전자가 본래 감청의 법적 의미이며, 후자는 통신 압수수색이라고 표현한다. 실시간 감청을 확인하기 위해선 감청 영장이, 완료된 메시지를 살펴보려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다음카카오 측 관계자는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을 위한 장비를 구비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의사도 없다”고 했다. 수사 당국 등이 이런 장비와 기술력을 갖출 수도 있지만, 서버를 거치는 온라인 메신저의 특성상 다음카카오 측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암호화돼 있는 대화의 실시간 감청은 현재 불가능한 상태다. 한 사립대학의 정보대학원 교수는 “감청 영장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수사 당국이 카카오톡의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다음카카오가 이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밝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완료된 메시지 즉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돼 있는 메시지에 대한 감청은 어떨까. 이제까지 카카오톡은 수사당국이 감청 영장을 들고 왔는데도 압수수색 영장에 한해서만 내줘야 했던 서버 저장 메시지(완료된 메시지)를 내줬다. 다음카카오가 이를 잘못된 관행으로 보고, 앞으로는 감청 영장에는 불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제 수사 당국은 감청 영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 경우, 수사당국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와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만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재로선 큰 문제는 아니다. 일단 압수수색 영장이란 것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발부되는 것은 아니고, 카톡과 범죄와의 연관성이 인정될 때만 제한 돼 발급된다.
또한 송·수신이 완료된 메시지의 경우 카톡 서버에 2~3일 저장되는데, 영장을 발급받는데 이틀 이상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청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즉 완료된 메시지의 압수수색은 카톡과 관련된 수사 등 지극히 제한된 경우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의 가능성이지만, 이것이 침소봉대돼 검찰이 카카오톡 측으로부터 자유롭게 자료를 받는 것으로 오도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