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카피캣(copycat) 전성시대다. 장안의 화제인 허니버터칩의 카피캣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의 매출이 원조를 앞질렀다. 아웃도어 시장도 수많은 카피캣들이 노스페이스나 캐나다구스를 위협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한식 뷔페 열풍을 가져온 계절밥상 이후 자연별곡, 올반 같은 후발 주자들이 덩달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 오데드 셴카(Oded Shenkar) 교수가 '모방이 혁신보다 낫다'라고 주장한 이후 수많은 사례들이 그의 이론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카피캣들이 과거보다 득세하는 이유는 기술의 보편화, 품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술은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고, 품질의 격차는 완전히 사라졌다.
카피캣 신화의 대표 주자는 샤오미다.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옷차림에서 몸짓까지 스티브 잡스를 따라하고 있고, 첫 성공 제품인 '미투(mi2)'가 짝퉁이란 뜻의 '미투(me too)'와 발음이 같아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실적은 놀랍다. 작년 스마트폰 판매 중국 1위, 세계 5위에 오르면서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세계 1위 등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의 카피캣인 샤오미의 희생양은 엉뚱하게도 애플 아이폰이 아니라 삼성 갤럭시폰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삼성의 점유율이 추락한 것이다.
카피캣들의 맹추격에도 애플이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른바 '브랜드 이념(brand ideology)'이 그 답이다. 애플은 '혁신'이라는 브랜드 이념의 아이콘(icon)이 됨으로써 확고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은 제품의 스펙과 성능의 차별화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가 되었지만, 문화적 아이콘이 되지는 못했다. 브랜드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20대들은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폰을 들고 다녀야 쿨하고 똑똑해 보인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업계 순위가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market share)보다 생각점유율(mind share)이 중요하며,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확고한 '브랜드 이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펙으로 쌓은 지위는 스펙에 의해 무너지지만, 문화적 상징은 좀처럼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실적 반전을 위해 듀얼에지, 800만화소 전면 카메라 등 '최강 스펙'의 신모델에 승부수를 던진다고 하니 허탈하다.
-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왼쪽)와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오른쪽)이 각각 기업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레이쥔 회장의 옷차림이나 몸짓이 스티브 잡스와 상당히 흡사하다./플리커
16억 달러의 초라한 매출로 미국 시장 3위로 추락한 아디다스와 그 7배인 118억 달러 매출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이키의 차이는 제품의 품질보다는 브랜드 이념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나이키는 '저스트 두잇(Just Do it)' 캠페인을 통해 '솔로투혼'이라는 브랜드 이념을 구축했고, 불리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언더독(underdog)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통해 폭넓은 소비자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의 광고에 유색 인종, 여성, 빈민가의 아이들이 등장하고 백인 남성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나이키는 여자 달리기 선수에 대한 1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광고에 존 레넌의 '레볼루션 넘버 9'을 삽입했다("It'll be all right, all right. ALL RIGHT.").
유니레버의 미용 브랜드 도브는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수년간 계속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도브는 작년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습니다'라는 동영상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고, 칸 광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김밥집인 '바르다, 김선생'의 경우도 정직하고 건강한 재료라는 브랜드 이념을 상호뿐 아니라 매장 곳곳에 선언해 놓고, 실제 제품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카피캣이 좋은 실적을 내고 1위에 등극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켓 3.0'의 시대에 소비자의 '욕구'가 아니라 '영혼'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 브랜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념이 뚜렷해야 하고, 특정 세대,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사회적 가치와 이념을 표방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무엇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는가?
첫댓글 영혼을 풍요롭게 해야한다는 정신적 기술이란 것은, 필요는 하지만,충분하지 않은 분석입니다...
브랜드 이념으로서의 애플의 탄탄한 저변과 충성그룹.
카피켓으로 시장을 잠식한 샤오미와 원플러스.
삼성이 이 두 분야에서 밀리는 것은 맞지만, 복합기술로 무장한 삼성을 이들이 장기적인 면에서 뛰어넘기란 만만치 않을것입니다.현장은 정신적 기술외에 더욱 복잡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삼성 또한 이념을 품은 제품성에도 고민하라는, 한축을 심도있게 파악한 학자적인 분석에 의의를 둡니다.
축적된 지적재산 역시 간과할 수 업는 부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