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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15
1. # 꼬꼬닭 치킨 (밤)
아연한 눈빛으로 입을 벌린채 유순을 바라보는 복수.
쪼그려 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유순. 이제 더 이상 눈물은 없다.
복수 : 다, 울었어?
유순 : 응.
복수는 주방에서 신문과 걸레를 들고 나온다. 신문으로 바닥에 깨어진 달걀을 훑어내는 복수.
복수 : (궁시렁) 계란 냄새가 진동을 하네. ...(유순을 보며) ...계란으루 뭐 만들라구? ...난 계란 싫어하는데?
유순, 정신을 차리고 복수가 신문지로 닦아낸 바닥을 뒤이어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복수가 쓰레기통으로 신문을 구겨넣는 사이 걸레를 수돗가로 가져 간다.
복수 : (한심한 듯) 무슨 엄마가 아들내미 식성두 모르구...
유순 : (죄스럽게) 미안하다.
복수 : (드디어 짜증났다.) 아, 못 참겠네. ...아니. 왜 자꾸 미안하대? ...겁나서 물어보지두 못하겠네.
...그럴 사람이 그래야 궁금하지. ...엄마가 그러니까, 겁나구 웃겨.
유순 :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곤 아주 정성껏) 너... 뭐 좋아하니?
복수 : (퉁명스레) 우리 애인 좋아하지.
유순 : (인상을 쓰며) 아니... 음시익.
복수 : ...탕수육.
유순 : (갑자기 짜증) 그걸 지금 어뜩케 해내?
복수 : (궁시렁) 또 짜증났어. (고개를 치켜 세우며) 누가 해 달랬나?
유순 : ...(앞치마를 부랴부랴 벗어던지더니 지갑을 챙겨 나가며) 들어가서 테레비 보구 있어. 돼지고기 사올게.
복수 : ...(입이 벌어지며 실소) 아니, 엄마.
유순 : (급한 듯) 정육점 문 닫어.
복수 : ...(현관으로 가서 유순의 팔을 잡아끈다.) 엄마.
유순 : (현관 앞에 선채 복수의 눈을 피한다.)
복수 : (겁먹은 표정으로) 왜 그래? ...아깐 겁났는데, 인제 증말 궁금하네?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누구한테... 나 죽는다구 연락왔어?
유순 : (실소) 미친 놈. (나가려는데)
복수 : (인상을 쓴다.) 아, 부담스러. 뭔데? 왜?
유순 : ...(물끄러미 복수를 본다. 그리곤 간절히) 인제... 소매치기 하지마. (다시 눈물이 돈다.)
복수 : ...(눈이 똥그래진다.)
유순 : (눈물이 떨어진다.) ...다신... 돈 달란 말 안할게. (그리곤 도망치듯 급히 나간다.)
아연한 눈으로 깜박이는 복수의 눈. 그렇게 현관문만 바라본다.
2. # 경의 버스정류장 (밤)
정류장 앞에 서서 복수를 기다리는 경. 가방이 무거운지 계속 추켜 맨다. 입에는 파이프를 물고 있다.
건너편 정류장만 바라보는 경.
복수가 탄 택시가 경의 정류장 근처에 선다.
복수를 본 경이 좋아라 깡총대며 복수를 향해 뛰어간다.
복수의 손에 들리운 꼬꼬닭치킨 포장봉투. 우울한 표정으로 택시 문을 닫는 복수.
경 : (웃으며 복수의 손을 잡는다.) ...복수씨. 나, 손 떨려요.
복수 : (의아한 표정으로 경을 본다.) 손이요?
경 : 금단현상 왔어요. ...담배피구 싶어 미쳐요. ...내 손 꽉 잡아요, 손 떨려.
복수 : (슬그머니 경의 손을 놓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침을 꿀꺽 삼킨다.) ...내가... 엄마 땜에 또 도둑질 할까봐,
...우리 엄마한테 일렀어요?
경 : (멍청히) ...네?
복수 : (인상을 쓴다. 냉정하게...) 우리 집 일, ...경이씨가 일일이 끼여들지 마요. ...오바야, 경이씨.
...나, 엄마가 돈 달래두, 도둑질 안해요. ...그렇게 불안해요?
경 : ...(그냥 멍하다.)
복수 : ...(확신에 찬 표정으로) ...경이씨잖아요.
경 : ...(멍)
복수 : 경이씨 말구... 그 얘기 할 사람 없잖아요.
경 : ...(멍)
복수 : (다그친다.) 네?
경 : ...(멍)
복수 : (원망어린 눈으로 경을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 갈래요. (경을 외면하곤 앞으로 걸어간다.)
경, 멍한 표정으로 복수의 뒷모습을 본다.
3. # 건너편 버스 정류장 (밤)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서성대는 복수. 건너편 경을 노려보며...
4. # 경의 버스 정류장 (밤)
경도 자신의 버스 정류장을 지킨채 그대로 벤취에 앉아서 파이프를 입술 가장자리에 문채 질겅대고 있다.
불만스런 눈으로 복수를 바라보며...
5. # 건너편 버스 정류장 (밤)
복수는 여전히 왔다갔다 서성대며 성난 눈으로 경을 바라본다.
복수 : (혼잣말) 왜 안가구 계속 앉아있냐? (경을 외면한다.) 아, 몰라. 미워. (그러다가 다시 경을 본다.) 에유, 진짜...
복수, 횡단보도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6. # 경의 정류장 (밤)
경을 향해 멀리서 뛰어오는 복수.
경이 벌떡 일어서더니 도망가기 시작한다.
복수 : (어이없는 표정으로) 으응?
경 : (낄낄대며 도망을 간다.)
7. # 거리 (밤)
복수, 죽어라 달리고 경은 웃으면서 도망간다.
복수, 경을 잡는다.
복수 :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 뭐하는 거예요, 지금?
경 : (퉁명스레) 달밤에 운동해요. 왜요?
복수 : (버럭) 아, 왜 달밤에 운동을 해요?
경 : (버럭) 그럼 해뜬 밤에 운동해요?
복수 : (어이없다.) 아, 진짜. (난감하게 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묻겠는데... 우리 엄마 만났죠? 나 없을 때?
경 : ...(멍)
복수 :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답답하다.)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예요?
경 : (멍) 아닌데요?
복수 : ...(멍) 아니예요?
경 : (멍) 아닌데요?
복수 : ...(실수를 안듯) ...진짜루... 아니예요?
경 : (멍) 진짜루 아닌데요?
복수 : ...(민망한 표정으로 경을 바라본다.) 어 어?
경 : ...(복수를 보며 퉁명스레) 민망하겠다아?
복수 : 어어?
경 : ...(입이 나왔다.) 뭐가 어어예요? 사과나 하지?
복수 : (벌컥 화를 낸다.) 아, 아니면 아니라구 진작 말을 하지이.
경 : (덩달아 소리친다.) 왜 화를 내구 그래요? 뭘 잘했다구? 남이야, 진작 얘기하든, 나중에 얘기하든.. 그거야, 내 자유지요.
복수 : (기가 죽는다.) 왜 소릴 지르구 그러냐? (머뭇대며) ...오핸가?
경 : (퉁명스레 궁시렁) 오버는 자기가 하구서...
복수 : (무안하다. 미안하다. 버벅댄다.) 아, 씨. 어뜩케 된거지? ...엄마가 내 과거를 알았네요? 아, 미안해라. ...어뜩케 된거지?
미안해요, 경이씨... (고개를 갸웃 혼잣말) 아빤가? ...(경을 보며 기가 죽어서) 근데, 왜 도망은 가구 그래요?
경 : ...(퉁명스레) 심심해서요.
복수 : 그 새를 못 참구 심심했어요?
경 : (물끄러미 복수를 바라보다가 입이 나와서 앞서 간다.)
복수 : (달려가 경의 손을 잡는다. 애써 수습한다. 졸졸 쫓아간다.) 손 떨려요? ...(양손을 잡는다.) 양손 다 떨려요?
...그냥 담배 필래요?
경 : (새침한 표정으로 복수의 치킨 봉투를 본다) 안주하면 되겠다.
복수 : 네?
8. # 인근 공원 벤취 (밤)
유순이 싸준 탕수육이 벤취 위에 놓여있고, 옆에는 와인병이 놓여 있다.
경이 맛나게 탕수육을 집어 먹는다.
경 : (무심한 표정으로) 공연끝나구... 다른 밴드랑 모여서 파티 했어요...
...다들 맥주만 먹길래... 복수씨 주려구 집어 왔어요. 비싼 거래요.
복수 : 비싼 거래요? 그럼, 마셔야지. (생각없이 잡은 오른 손의 와인병이 떨린다. 급히 왼손으로 병을 들어 마신다.)
...아, ?어. (경에게 건낸다.)
경 : (받아서 한모금 마신다.)
복수 : ...(경의 눈치를 본다.) ...나, 재수 없었죠, 아까?
경 : (무심하게) 재수없을 정돈 아니지 않나? 그냥, 오해를 하면, 오해를 풀구,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애두 아니구...
복수 : (부끄런 미소) 경이씨 마음 되게 넓다아.
경 : 마음 넓어 그러나? (수줍게 미소) 복수씨 마음에 빠져서 그렇지. 헤. (겸연쩍다.)
복수 : ...(감동 먹었다. 귀여운 미소) 야, 증말. ...아, 뭐 그런 말을 해요? 아, 나 참. ...어쩌라구, 나아...
경 : (미소. 나직히) 근데... ...이젠 마음하고는 그만 놀래요. 복수씨 마음하고는, 놀만큼 놀았어요... 질려요.
...이젠 복수씨가 드럽구 치사하구 바보같이 구는 거 볼래요. ...어쩌나 볼래요.
복수 : ...(대뜸 불안한 표정) 그러다, 정 떨어져서... 아까처럼 도망갈라 그러죠?
경 : 도망가면, ...아까처럼 붙잡으면 되죠, 뭐.
복수 : ...(미소. 단호하게) 그럼... 우리 이제, 마음은 버리구, ...막 가요, 경이씨. ...나두 그럴테니까, 경이씨두 그래요.
경 : ...네. ...(의아한 듯) 근데...
복수 : ...
경 : (대뜸) 복수씨 오른 손은 왜 그래요?
복수 : 네?
경 : (의아한 듯) 왜 떨어요?
복수 : (놀라서 오른 손을 본다. 떨지 않는다.) ...안 떠는데요?
경 : 아니요. 아까 술병 잡을 때...
복수 : ...(눈치를 보며) 안 떨었는데?
경 : ...(고개 숙이며 탕수육을 먹는다. 무심하게) ...떨었는데...
복수 : 아닌데...
경 : ...(물끄러미 복수를 본다.)...
복수 : ...(불안한 표정으로 경을 본다.)
경 : ...(시선을 내리며 혼잣말) 떨었는데...
흔들리는 눈빛으로 경을 바라보는 복수.
9. # 경의 집 - 서재 (밤)
경이 책장을 훑어보고 있다.
강이 들어온다.
강 : 뭐하냐?
경 : ...오빠. 우리 집에 건강에 관한 책은 없나?
강 : (의자에 앉으며) 전강은 있어두 건강은 없다.
경 : ...(물끄러미 강을 보며 궁시렁) 참. ...웃기지두 못할 거, ...왜 농담을 할까?
강 : 의학서적 같은 거면, 빌려다 주까? 전문가 있는데?
경 : 하나 사지, 뭐. (문 앞으로 간다.)
강 :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눈을 감는다.) 불끄구 나가라.
경 : 여기서 자게?
강 : ...그럼, 내가 책 보겠냐? (눈을 감은채) 무슨 눈칠 챈건지, ...말두 않구 계속 울길래... 달래서 재워주구 왔다, 야. ...피곤해.
경 : ...(머뭇대며) 오빠, 여자 생긴거 같다드라, 언니가...
강 : (눈을 뜨곤) 하여간 타고난 눈치다. 눈치만 보구 살아서 저래. (다시 눈 감는다.) 불쌍해.
경 : ...잘 자. (나가려는데)
강 : 야.
경 : 응.
강 : 궁금하지 않냐?
경 : 뭐가?
강 : 나.
경 : ...
강 : (다시 눈을 뜨며) 나, 이집 가짜 아들이잖아. ...왜 알구두 관심이 없냐?
경 : ...뭐, 그냥...
강 : ...(비아냥) 아빠가 나 좋아하는데... 나한테만 유산 주면 어뜩하냐? 너, 억울해서?
경 : (피식 웃는다.) 오빠가 이 집에 더 잘하는데, 뭐. ...받으면 쫌만 떼줘. (문득) 근데, 왜 오빠가 가짜야?
강 : 가짜잖아.
경 : 오빤 엄마 아들이구, 난 엄마 딸이구... ...뭐가 가짜라는 거지? (나간다.)
강 : (픽 웃는다.) 또라이.
10. # 복수의 집 - 중섭의 방 (밤)
잠을 자는 중섭.
복수가 살그머니 중섭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복수 : 아빠.
중섭 : (눈을 감은채 대답이 없다.)
복수 : ...오늘은 나 기다리지두 않구, 혼자 자네? 의리 없이?
중섭 : ...
복수 : ...(옆쪽에 가만히 앉는다.) 오늘, ...아빠 봤다?
중섭 : ...(실눈을 뜬다.) 어디서?
복수 : ...엄마집 근처에서...
중섭 : ...
복수 : ...엄마 만났어?
중섭 : ...
복수 : ...
중섭 : (벌떡 일어나서 복수의 등을 쿵쾅쿵쾅 때린다. 화났다.)
...그게 효도야? ...엄마 먹여 살리려구, 도둑질 하는 게, 그게 효도야?
복수 : ...(무심하게) 누가 효도래?
중섭 : 그럼 그게 뭐야?
복수 : ...(상념에 잠긴다.) 내가 엄마 땜에 소매치기 배웠나? 소매치기 배우구 엄마 만났지.
중섭 : ...
복수 : 엄마 아니었어두... 나, 그 짓했어. ...대신 그 돈 펑펑 쓰면서... 더 막 살았지.
...엄마 갖다 줄라구 도둑질한게 아니라... 원래 도둑놈이었어. ...알잖아, 아빠. 왜 엄마탓을 해?
중섭 : 그만해, 듣기 싫어.
복수 : ...(답답한 표정으로) 나두 그 생각하기 싫어. 근데... 뭐하러 엄마한테 그 얘길하냐, 아빤?
중섭 : ...
복수 : (가슴이 매어진다.) 아빠가 잘못했어, 엄마한테... 그렇게 애?은 거 첨 봤네, 엄마.
...나더러 잘못했대. ...그게 엄마 입에서 나올 말인가? ...엄마 입에서 그런 말 나오면 안돼. 그럼 나, 다 산거야, 아빠.
...그게... 죽을 때나 들을 얘기지, 엄마 입에서... (애틋한 눈으로 중섭을 본다.) ...간만에 만나서, 좋은 얘기나 하지.
...에유, 한심하다, 아빠. ...아빠가 잘못했어, 오늘... (일어선다.)
중섭 : ...
복수 : (물끄러미 중섭을 보며) 엄마한테... 제대루 사과는 했어? 엄마 세월, 멍투성이 만든 거?
중섭 : ...(고개를 돌린다.) 아니... 못했다, 제대루...
복수 : ...(지친 듯) 엄마랑... 참 안된다, 아빠... (나간다.) 두 양반을... 어뜩케 해줄 수가 없네.
방안에 혼자 남은 중섭의 눈시울이 뜨겁다.
11.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툇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는 복수. 한 손으론 어항을 토닥토닥 만지고 있다.
복수 : (시선은 하늘만 바라보며 혼잣말) 우린... 잘 살자, 경아.
복수의 손에 토닥여지는 경이 물고기. F.O.
12. # 복수의 집 앞 (아침)
F.I. 복수가 가방을 매고 바삐 집 밖으로 나온다.
복수, 깜짝 놀란다. 미래가 복수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복수 : (놀란 눈으로) 미래야.
미래 : (일어서며) 집 어뜩케 알았냐구? 꼬붕이 있잖아.
복수 : ...뭐해, 여기서?
미래 : (쇼핑백을 내민다.) 반찬 만들었다. ...두구 먹어라.
복수 : (얼이 나가서) 반찬 많어.
미래 : 유기농산물 있잖아? ...그걸루 만든거야. ...아버지두 주지말구 너 혼자 먹어. ...일주일 정돈 먹겠다.
...떨어지면, 반찬통 갖구 와. 다시 담아줄게. ...간다.
복수 : ...(머뭇댄다.) 야. 미래야.
미래 : 왜?
복수 : (미안한 듯) 기집애. ...(대뜸) 그래두... 어뜩케 나 혼자 먹어어? 아빠랑 둘이 사는데...
미래 : ...(인상을 쓴다.) 니가 주로 먹으라구... 그럼 젓가락두 못 대게 하냐, 아부진데?
니가 더 많이 먹으라구... 아버지 한 젓가락에, 넌 두 젓가락씩... (돌아선다.)
복수 : 미래야.
미래 : (고개를 돌리며) 아, 왜 자꾸 불러? 목 돌아가게?
복수 : ...나...수술할까?
미래 : (돌아서며) ...하지마.
복수 : ...
미래 : (냉정하게) 차라리... 지금 같이만 사는게 낫다. ...좋은 음식 먹으면서...
괜히 수술받다가 더 빨리 죽을 수두 있구, ...수술받구 나서 더 고생할 수두 있어. ...어지간해야 수술을 받지.
복수 : ...
미래 : ...수술반대. (그리곤 총총이 사라지는 미래.)
복수 : ...(어둡게) 미래는 참... 현명해. ...현모양처야.
미래가 준 쇼핑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복수.
13. # 밴드 연습실 (낮)
모여있는 밴드.
정국 : (실망스럽게) 수지타산이 안 맞는단다. 클럽 문닫구, 무슨 라틴바 낸단다.
기홍 : (힘없이) 또 실업자 되네, 우리?
별리 : 이쁜아. 우리 돈 얼마나 모았냐?
경 : 오백...
별리 : 오백 갖구는 음반내기 힘들겠다.
경 : 응.
별리 : 빵빵한 기획자 하나 꼬셔야 되는데...
정국 : (가망없다는 듯) 무대두 없어졌는데, 어디서 꼬시냐, 기획잘?
경 : ...나타났을꺼면, 벌써 나타났지. 공연 한 두번 한 것두 아닌데...
별리 : (자책하듯) 우리 음악... ...별루나?
기홍 : (화낸다.) 아니야아. (그리곤 화가 나서 나간다.)
경 : ...(풀이 죽어서) ...우리... 잘 하는데...
14. # 동진의 승용차 안 (낮)
연습실 건물 앞에 세워진 동진의 승용차. 승용차 안에 경과 동진이 있다.
포장이 벗겨진 유리갓의 스탠드가 경의 손에 쥐어져 있다. 신기한 듯 스탠드를 본다.
경 : 이쁘다. 며칠이나 있다 오셨어요, 베네치아엔?
동진 : 3일. ...거기 섬 하나가 유리공예루 유명하거든? 근데, 그게 엽기야. ...옛날에 그 섬에, 유리 만드는 장인들을 모아서
가둬 놓은 거야. 노하우 새나갈까봐. ...탈출했다간 그냥 꼴까닥했대. 탈출하다가 무지하게 죽었대... 비인간적이지?
근데, 그렇게 하구 나니까, ...오히려 지금은, 베네치아 유리 공예가, 세계의 명품이 됐다? ...아이러니지?
경 : ...(무심히) 자유 뺏구, 그렇게 가둬 놓으면, 더 좋아지려나?
동진 : 응?
경 : (궁시렁) 우리 밴드두 그래 볼까?
동진 : 얘, 뭐라는 거냐?
경 : 한 기자님.
동진 : 응.
경 : ...(고개 숙인채 머뭇대며) 음반사 좀... 소개 시켜 주세요.
동진 : 싫다며?
경 : ...싫지요. ...근데, ...소개 시켜 주세요.
동진 : (실망스레) 내가 니 봉이냐? 너, 왜 점점 뻔뻔해지냐?
경 : ...(풀이 죽어서는) 그러게요. ...한기자님이 봉인가 부죠.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힘없이) 소개시켜 주지 마세요.
15. # 연습실 건물밖 (낮)
동진의 자동차가 떠나고 경이 스탠드 상자를 들고 연습실로 향하려는데 멀리서 미래가 온다.
미래 :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나쳐 가는 동진의 승용차를 바라본다.)
경 : (물끄러미 서서 미래를 바라본다.)
미래 : 너, 아직 기자 만나구 다니냐?
경 : 아니요. ...뭐 줄게 있다 그래서...
미래 : ...만나아. ...안 말려. 나만 좋지, 뭐. ...다시 복수 뺏어오면 되니까...
경 : 언니.
미래 : 왜?
경 : (어렵게 말을 꺼낸다) ...언니... 5백만원이요.
미래 : ...
경 : (불안한 음성으로 비굴하게) ...복수씨가 나한테 준거요. ...내가 다시 언니 한테 줬잖아요. ...그거... 복수씨 도루 줬어요?
미래 : ...왜?
경 : (자신없게) 아니, 그냥... 안 준 거 같애서...
미래 : ...안 줬다.
경 : (눈치를 본다.) ...그럼... 저 그거 주시면 안돼요?
미래 : 왜?
경 : ...필요해서요... 사실은... 그거 내 돈이 아니라, 우리 밴드꺼거든요?
미래 : ...(비아냥) 안 받는달 땐 언제구, 갑자기 이러냐? ...애가 점점 구질구질해지네?
경 : ...(풀이 죽는다. 궁시렁) 아참. 나두... 내가 싫다. (다시 미래에게) 아니예요.
미래 : ...줄게. ...근데... 지금 니가 돈타령 할 때냐? ...복수는 아파서 죽을라 그러는데?
경 : ...네?
미래 : 너 복수한테 신경 안쓰면, 나... 복수 너한테 두지 않아.
경 : ...네?
미래 : 뭐 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복수 안 아프게?
경 : ...네?
미래 : 그냥, 니 자체만으로 복수가 행복해?
경 : ...네?
미래 : 내 입으론 말 못해. 복수한테 들어. 복수 아퍼. 빈혈말구... 듣구 나서, ...빨랑 정리해, 복수. 넌 니 일하기 바쁘잖아.
...난 내 일두 때려칠거야, 복수 위해서는.. (그리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경 : ...(얼빠진 얼굴로 미래의 뒷모습을 본다.)
16. # 영화 촬영장 (낮)
SF 실내촬영. 촬영장 백으로 블루스크린이 있고 옆쪽으론 모조 시멘트 벽.
검은 가죽옷을 입고 단발머리 여자 가발을 쓴 복수와 그의 검은 일당.
흰색 가죽옷을 입고 회색가발을 쓴 양찬석과 까까머리 가발을 쓴 우찬석 등의 흰색 일당들.
두 집단의 와이어 액션현장. 매트릭스 분위기의... 벽을 타고 뛰고 나는 흰색과 검은 색 무리들의 화려한 공중 액션.
이윽고 바닥으로 떨어진 복수가 이미 바닥에서 포즈를 잡고 선 양찬석을 향해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 여인처럼 5회전 덤블링을 하며 나아간다.
이때, 바닥에 닿는 오른손이 살짝 꺾인다. 바닥을 구르는 복수.
감독 : 컷. ...엔지, 엔지.
양찬석 : (부리나케 복수의 손을 만지며 우찬석을 부른다.) 찬석아.
우찬석 : (복수에게 다가온다.) 어디 봐.
복수 : (손을 빼며 짜증) 손이 아니라... ...아, 옷이 이상해.
우찬석 : ...옷이 뭐?
복수 : (일어서며) 바지가 계속 똥꼬에 껴. (엉덩이를 쪽을 보여주며 바지를 끄집어 내린다.)
조감독 : (양찬석에게) 양 감독님. 빨리 가자는데요?
양찬석 : 알았어요. (복수에게) 진짜 괜찮은거야?
복수 : 바지 땜에 그래. (계속 끄집어 내린다.) ...무슨 여자 바지를 입구 하래냐? 아, 껴. (바지를 끄집어 내리며 걸어간다.)
양찬석 : 야, 조놈 엉덩이 빵빵하다.
우찬석 : 그러네. ...엉덩이루 하는 액션 하나 만들어 주지, 쟤?
양찬석 : (의아하게) 엉덩이루 무슨 액션을 하냐?
---시간경과.
복수의 덤블링부터 다시 시작.
감독 : 액션.
덤블링을 시작하는 복수. 한 손으로 덤블링을 한다.
입을 벌린채, 다가오는 복수를 바라보는 양찬석.
복수가 날아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양찬석의 목을 끼워 조른다.
이때, 복수의 엉덩이쪽 시접이 북 찢어진다. 찢어진 바지사이로 보이는 복수의 팬티엔 수퍼맨이 그려져 있다.
17. # 분장실 (낮)
가발을 벗고 분장을 지우는 복수.
복수 : 아우. 쪽팔려. ...이쁜 빤스 입구 올걸.
양찬석 : 야, 수퍼맨 엉댕이.
복수 : ...아, 진짜.
양찬석 : (대뜸) 너, 감독해라.
복수 : 뭔 소리예요?
양찬석 : CF 들어왔는데, 액션이 필요하대. ...CF 니가 해.
복수 : 그건 어뜩케 하는 건데요?
양찬석 : 지금이랑 똑같애. ...니가 알아서 해 봐. 콘티두 짜구... 짧은 거니까...
복수 : (인상을 쓰며) 아, 싫어. 귀찮어. 난, 시키는 짓만 할래요.
양찬석 : 니가 직접 맡아서 하면, 돈 많이 생겨, 임마.
복수 : ...얼마나 많이?
양찬석 : 매우 많이.
복수 : ...그럼, 양 감독님은 돈 많이 벌겠네요?
양찬석 : 몰랐냐? (한심하단 듯) 니가 날 졸루 봤구나? 나 재벌이야, 이 업계에선...
복수 : ...(물끄러미 양찬석을 보며) 돈두 많은 사람이... 왜 그렇게 후줄근해?
양찬석 : (얼굴이 굳는다. ...말문이 막힌다. 벙찐 얼굴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복수를 본다. 충격 먹었다.)
복수 : ...(양찬석을 바라보며 눈치를 본다. 겁먹은 표정이지만 계속) 빈티 나.
양찬석 : ...(표정에 변화가 없다.)
복수 : ...(겁먹은 표정으로) 옷두 싸구려만 입구...
양찬석 : (눈빛이 흔들린다. 인상을 쓴다.) 싸구려 아냐. 백화점 옷이야.
복수 : ...(눈치를 본다.) 근데, 왜... 내 옷이랑 다른 티가 안나냐아?
양찬석 : 넌 어디서 사 입는데?
복수 : 남대문. (분장실로 들어오는 우찬석을 보며) 찬석인 부티나는데...
양찬석 : ...(숨을 헐떡인다. 삐졌다. 슬그머니 우찬석에게 다가간다.) ...찬석아.
우찬석 : 응?
양찬석 : 너... 옷 어서 사 입냐?
우찬석 : 동대문.
양찬석 : ...(획까닥 복수를 보며 소리친다.) 옷발이 안나는 걸 어뜩해? 그것두 죄야? (분장실을 뛰쳐 나간다.)
우찬석 : 왜 저러냐, 형?
복수 : (낄낄댄다.) 돈자랑 하길래, 밟았어. ...아이구, 귀여워.
18. # 연습실 정류장 근처 거리 (밤)
우울한 표정으로 거리를 걷는 경.
미래가 뒤에서 달려온다.
미래 : 야.
경 : (돌아본다.)
미래 : ...(수표를 경의 손에 쥐어준다.) ...은행가서 찾았다. ...그 돈으루 잘 먹구 잘 살아라. (앞서 간다.)
경 : (힘없이 수표 쥔 손을 떨군다. 눈물이 어린다.)
미래 : (문득 뒤를 본다.) 야.
경 : ...
미래 : (다시 다가온다.) 너 왜 그러냐? 돈 생겼는데, 왜 우냐?
경 :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 치사하게 굴지는 몰랐어요.
미래 : (인상을 쓰며) 뭐? 나?
경 : 아니요. 나요.
미래 : ...(물끄러미 경을 본다.) ...일이 잘 안돼?
경 : (운다.) ...네.
미래 : ...(난해하다는 듯 궁시렁) ...얘네들 일이 잘 안된다는게, 뭐, 어떤건지 감이 안오네.
경 : ...(눈물을 닦으며 다시 수표를 돌려준다.) 언니. ...다신 웃기는 짓 안할게요.
미래 : (경의 손을 민다.) 가져, 그냥. ...복수가 너 준 거잖아.
경 : (고개를 숙인채) 이거 있어두, ...당장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그냥, ...마음이 급했어요.
미래 : 그래두 넣구 있어. ...필요하면 내가 달랠께.
경 : ...(고개를 숙인다.)
미래 : (픽 웃는다. 자조하듯) 내가 왜 달래냐?
경 : (물끄러미 미래를 본다.)
미래 : (웃으며) 안 그러냐? 그거 복수가 너한테 준 돈인데, 그걸 내가 왜 달래냐? 말이 되냐, 지금?
(낄낄 웃는다.) 그지? 너두 헷갈렸지?
경 : ...(여린 미소) 네.
미래 : ...(야린다.) 바루 웃네. 1초전에 울던 년이... ...단순한 년이야.
경 : ...
미래 : (바로 앞의 가판대를 보더니 퉁명스레) 과자 사주까?
경 : ...네.
미래 : (새우깡 두 개를 집어 계산을 하곤 경에게 하나를 내민다.) 난, 이거만 먹어. ...아삭대는게 좋아.
정류장 앞에 나란히 서서 과자 봉지를 뜯는 둘.
둘, 새우깡을 씹는다. 아삭 아삭 소리를 내면서 앞만 본다.
경 : (조심스레) 언니.
미래 : 왜?
경 : 복수씨가 ...어디가 아파요?
미래 : ...(물끄러미 경을 본다.) 치질있어, 걔.
경 : 치질이요? ...그럼... 수술해야겠네? ...근데, 언니가 왜 일을 때려쳐요?
미래 : ...(쭈뼛댄다.) 수술받으면, ...병수발 들어야 되잖아.
경 : ...그게 대수술두 아니구, 왜 일까지 때려 쳐요?
미래 : (버럭 화를 낸다.) 내가 언제 때려친대? ...마음가짐이 그렇단 거지, 기집애야. 에유, 꼴통.
경 : (퉁명스레) 복수씨 수술하면... 나두 일 때려쳐요. ...내 마음두 그래요. ...(입이 나온다.) 뭐.
미래 : 따라하구 지랄이야.
경 : ...(혼잣말로 궁시렁) 자기가 왜 병수발을 해. 내가 해야지.
미래 : (버럭) 궁시렁 대지 마, 과자 뺏기 전에...
둘, 아무 말없이 새우깡을 먹는다. 두 여자의 모습 LS.
19. # 경의 집 - 거실 (밤)
새우깡을 먹으며 현관을 들어서는 경.
멍청히 서 있는 인옥. 인옥을 노려보는 낙관. 미선이 안절부절 못하며 뒷켠에 서 있다.
낙관 : 이혼을 해?
인옥 : ...
낙관, 손에 잡히는 대로 집기들을 때려 부순다. 인옥은 아무말도 없이 서 있을 뿐이다.
경이 놀라서 옴추린다.
낙관 : 이혼을 해?
낙관, 골프채를 들어 거실을 돌아다니며 때려 부순다.
미선, 놀랍고 무서워 눈물이 난다. 미선, 자신의 방으로 뛰어간다.
낙관 : (이젠 화가 아니라, 슬프다) 이혼을 해?
낙관은 눈물 흘리며 여전히 물건을 부순다.
20. # 강의 방 (밤)
미선이 울며 불며 강의 팔을 끈다.
침대 모서리에 목석처럼 앉아서 아무 말이 없는 강.
미선 : 당신이 말려요. 아버님 말려요.
강 : (침대 모서리에 앉은채 말이 없다.)
미선 : 아버님... 비싼 물건 다 부수구... 어머니, 저러다 맞아요. 당신이 말려요.
강 : ...어머니, ...미쳤어.
21. # 경의 집 - 거실 (밤)
여전히 휘청대며 물건들을 박살 내는 낙관.
경은 어느새 냉정한 표정으로 인옥을 본다.
미선이 순진한 울음을 울며 밖으로 나온다.
낙관 : (부수구 부수다가 이젠 힘에 부친다.) 이혼을 해?
경 : 아빠.
낙관 : (인옥을 쏘아보며 지친 듯) 이혼을 해?
경 : (나직하게) 이혼하세요.
낙관 : (경을 본다.)
인옥 : (경을 본다.)
경 : ...이혼... 하세요. ...그게 나아요. (그리곤 방으로 향한다.)
낙관, 어금니에 힘을 주며 주먹을 쥐고 경을 향해 다가서는데, 인옥이 막아선다.
인옥 : ...(절실한 눈으로) 경이... 엊다 갖다 버릴까요?
낙관 : ...
인옥 : (눈물이 흐른다.) 경이가 없어야, ...당신이, 진짜루 패구 싶은 사람을 패죠. ...나요.
낙관 : ...(실소) 그래? 그래 볼래, 그럼? 나한테 시달려 볼래?
인옥 : (눈물을 흘리며) 네. ...이혼만 해줘요.
낙관 : ...(실소) 당신이 얼마나 당해야 되는지, 생각 좀 하구... 내가 당신한테 당한게 얼만지, 생각 좀 하구...
한 번 참을 만큼 참아 봐, 그럼. ...노력이 가상하면, ...상으루 이혼장 줄게. ...이제부터 해 봐, 그럼.
...(경을 노려본다.) 건방진 새끼. (골프채를 팽개치며 제 방으로 힘든 걸음을 옮긴다.)
경 : (망연히 인옥을 본다.)
인옥 : ...
경 : ...(지친 듯, 제 방으로 걸어간다.)
미선 : (인옥을 감싸 안으며 운다.) 어머니. ...어뜩해. ...어머니... 살림 다 망가졌네? ...어머니. 어머니. ...어뜩해.
미선의 품에 몸을 맡긴채 눈물 흘리는 인옥.
22. # 낙관의 방 (밤)
침대에 걸터 앉는 낙관. 슬프고 절망적인 눈빛이다.
23. # 강의 방 (밤)
낙관과 같은 자세로 침대에 걸터 앉은 강. 무표정하다.
24. # 경의 방 (밤)
경이 침대에 그대로 엎어져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옆에 놓인 새우깡을 아작 아작 씹으며 눈도 깜박이지 않은채 엎드려 있다.
경 : 이 집... ...진짜 싫다.
그리곤 여전히 새우깡을 집어 먹는다.
25. # 꼬꼬탉 치킨 (밤)
닭집 앞에 우두커니 서서 현관문만 바라보는 복수.
현관문 앞엔 폐업이라 씌여진 종이가 붙어있다.
아득한 눈으로 현관문만 바라본다.
복수 : (궁시렁) 나, 인제 부자되는데... ...엄마...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가 돌맹이를 던져 문을 부순다.
그리곤 또다시 돌맹이를 던져 다른 창을 부수고, 또 다시 돌맹이를 던져 다른 창을 부순다.
모든 창을 그렇게 쉼없이 부순다. 창들을 부수는 복수의 눈은 발갛게 화가 나 있다.
상점 앞에 박살난 유리조각 위에 서서 고개숙인 복수.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복수의 돌맹이가 복수의 발 옆으로 힘없이 떨어진다.
떨어진 돌맹이엔 유리창에 베인 복수의 핏방울이 묻어난다.
복수 : (E) 엄마.
F.O.
26. # 수돗가 (아침)
수돗가에서 양치질을 하는 복수가 구역질을 한다.
부랴부랴 이를 헹구고 세수를 하려는데... 디딤돌 위의 중섭 신발을 본다.
복수 : (가만히 중섭을 신발을 보다가 못마땅한 눈으로) 웬일루 늦잠을 자? ...뭘 잘했다구? 미워 죽겠구만...
(중섭의 방으로 향하며) 아빠. 인나.
27. # 중섭의 방 (아침)
중섭이 누워 자고 있다.
복수 : (들어와 중섭을 흔든다.) 왜 게으름을 떨어? ...아빠. 출근 안해?
중섭 : (얼굴이 땀에 젖었다. 끙끙 앓는다.)
복수 : (놀란다) 아빠. (중섭의 머리를 매만진다. 놀란다.) 아빠. (안절부절 못한다.) 아빠. ...아빠.
복수, 놀라서 중섭의 상체를 부리나케 일으킨다.
28. # 골목길 (아침)
중섭을 업고 뛰어가는 복수. 절박한 표정이다. 중섭은 신발도 신지 않았다.
중섭 : (힘든 표정으로) 이놈아. 감기 몸살이라니까...
복수 : (소리친다.) 의사 만나봐야 알어.
중섭 : (힘빠진 목소리) 아, 아침에 병원 갔다 왔다니까...
복수 : (소리친다.) 뻥 좀 치지마.
중섭 : (힘들다.) 아구. 얘 왜 이래에.
29. # 동네 병원 진료실 (아침)
의사 앞에 울상을 하고 앉아있는 중섭.
나이든 의사가 웃고 있다.
의사 : (중섭을 보며) 한 시간만에 두 번을 뵙네요오?
중섭 : (신경질적으로 복수에게) 내가 뭐래, 이 놈아? ...아. 힘빠져.
땀을 뻘뻘 흘리며 무안한 듯 서 있는 복수.
30. # 골목길 (아침)
여전히 중섭을 업고 가는 복수. 이번엔 여유롭게 천천이 걷는다..
중섭 : (인상을 쓰며) 아, 그냥 걸어간다니까... 내려 놔, 좀.
복수 : 아, 신발을 안 갖구 왔잖아아. ...누군 업구 가구 싶나아? 무거워 죽겠구만...
중섭 : 너 땜에 민망해 죽겠어, 이 녀석아.
복수 : 죽으면 안되지이. 민망하드래두, 죽지는 마. ...나 두구, 아빠 먼저 죽으면, 아빤 아빠두 아니야아.
중섭 : 그럼 니가 먼저 죽냐? 어차피 가두, 내가 앞서 가지.
복수 : ...나두 먼저 안 갈테니까, 아빠두 앞서 가지마. ...우리 똑같이... 먼저 가기 없기다?
...앞에 가는 사람은... 인간두 아니야. 앞에 가는 사람은 도둑놈이야.
중섭 : (씩 웃는다.) 뒤에 가는 놈은 순경이구?
복수 : 응. 박 정달. ...앞 뒤가 다 나쁜 놈들이네. ...하여간 아빠, 아프기만 해에. 나, 그 날루 깜빵 간다.
중섭 : ...(웃는다.) 알았다... ...무겁지?
복수 : (짜증) 뭘 물어? 알면서... 에구, 죽겠다.
중섭 : 죽지는 마.
복수 : (또 짜증) 아 진짜... 표절을 하냐, 남의 말을...
골목길을 걷는 복수. 중섭의 무게에 한 번씩, 한 번씩 중섭을 업은 팔을 추켜 올린다.
31. # 치어 연습실 현관앞 (낮)
복수가 어슬렁대며 서 있고 미래가 나온다.
미래 : (커다란 봉투를 들고 나온다.) 들어오지. ...간만에 애들하구 인사두 하구...
복수 : ...배신자루 찍혔을 텐데, 맞아 죽을 일 있냐? ...(인상을 쓰며) 아, 뭐하러 일루 오래?
미래 : 니네 집까지 갈 시간이 없어, 오늘. ...쫌 있다 야구장 가야 돼.
복수 : 아니이, 그냥 신경을 끊어. 좀. ...또 뭘 준다는 거야?
미래 : 아, 그럼 오지 말지?
복수 : (가방에서 봉투를 꺼낸다. 겸연쩍게 봉투를 내민다.) ...나, 계약금 받았거든... 이번에 스턴트 감독, 계약했잖아.
미래 : 증말?
복수 : 응. 그냥 짧은 거. ...광고. ...너한테 돈 꿨잖아. 나. ...그거 갚을라구...
미래 : ...(봉투를 받아들고 웃는다.) 야, 너 대단하다. 그 새 감독을 하냐? 야.
...(그러다 다시 인상이 굳는다.) 근데... 인제, 그만 둬야겠지? 언제 정리할래?
복수 : (궁시렁) 또 시작이다. (바삐 계단으로 간다.) 나, 간다.
미래 : (소리친다.) ...그럼, 위험한 건 하지마아. ...내가 검사할거야, 너.
32. # 연습실 계단 (낮)
바삐 계단을 내려오는 복수. 그리곤 지하 연습실 쪽을 두리번 댄다.
이 때, 연습실 문을 열고 나오는 경.
복수 : (미소) 경이씨.
경 : (활짝 웃는다.) 복수씨. ...(폴짝대며 올라온다.) 나 보러 왔어요?
복수 : 네.
경 : ...야. 용감하다. 언니 눈치두 안 보구...
복수 : 어디 가요?
경 : 네.
복수 : (경의 손을 잡으며) 그럼 빨랑 가요.
현관 밖으로 나가는 둘.
33. # 건물 앞 (낮)
현관을 나서는 둘. 이 때, 현관으로 부리나케 나오는 미래.
미래 : 복수야.
눈을 질끈 감는 복수. 경이 돌아본다.
미래 : (봉투를 들고 복수에게 다가간다.) 이거 줄려구 오라 그런건데, 깜빡했네. ...신선초 생즙이거든?
...그 때, 그 때 갈아 마셔야 좋은데, 일일이 그러기 힘들테니까, 냉장고에 넣어두구 먹어라.
경 : (물끄러미 복수를 본다.)
미래 : ...(복수에게) 받어, 얼른. (복수의 손에 쥐어준다.)
경 : (물끄러미 미래를 보다가 복수의 손에 쥐어 쥐는 봉투를 본다. 인상이 구겨진다. 복수를 본다.)
복수 : (안절부절 못한다.)
경 : (복수를 보며) 그짓말을 하냐아? (그리곤 삐져서 앞서간다.)
복수 : 아, 경이씨. 그게 아니라...
미래 : (비실비실 웃는다.) 헤. 잘 됐다.
복수 : ...(원망어린 눈으로 미래를 본다.) 아, 오해하잖아.
미래 : 오해구 자시구... 쟤한테 말해야 돼.
복수 : 뭘?
미래 : 니 병.
복수 : ...(입이 벌어진다.)
미래 : 온통 너한테 신경써두 모자른 시간이야. ...쟤, 그냥 맹하게 있다가, 나중에 사실 알구나면,
...그래서 기가 질려서 획까닥하면, 너 지치구, 쟤 지쳐. ...알건 빨랑 알아야 돼.
복수 : (버럭 소리친다.) 나 좀, 저 사람이랑 행복하면 안돼? 딴 드런 거, 드런 꼴 다 보여줄꺼야, 저 사람한테.
...아픈 꼴두 보여 줄꺼야. ...근데, ...죽는다는 것만 빼구... ...아주 자연스런 사람인 걸루... 자연스런 사람.
...(애원 조로) 너, 현명해. ...근데, ..숨 막혀. ...너는 날 환자 취급해. 그것두 나쁘지 않어. 고마워.
...근데... 경이씬 냅둬. ...나, 경이씨랑... 그... 뭐냐? ... 자연인으루 느끼구 싶어. 응? ...그래 줘, 미래야.
미래 : ...복수야. ...노력은 할게. ...(애절하게) 근데, ...널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니 건강 지켜 줘야 돼.
...언제, 쓰러질지 모르잖냐? ...넌 너무 위험해, 지금. ...(복수의 팔을 툭 친다.) 쟤 삐졌다, 얼른 가라.
(터덜터덜 건물 현관으로 들어간다.)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복수.
34. # 연습실쪽 버스 정류장 (낮)
부랴부랴 뛰어가는 복수. 멀찍이 경이 버스를 탄다.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복수.
35. # 버스안 (낮)
입이 나와서 창문을 여는 경.
경 : (인상을 쓰며 달리는 버스의 뒤를 쫓는 복수를 향해 소리친다.) 복수씨.
복수 : 네.
경 : (소리친다.) 나, 한 기자 보러 가요. ...나두 한 동진 기자 만나요, 뭐.
36. # 거리 (낮)
뛰어가는 복수.
버스 안의 경이 소리친다.
경 : ...약 오르죠?
뛰어가던 복수가 멈춘다. 멀어지는 버스.
복수 : (궁시렁) 질투의 화신, 전 경.
37. # 신문사 앞 까페 (낮)
초조한 눈빛으로 까페에 앉아있는 경.
현관에 동진이 들어온다. 미소짓는 경.
동진 : 많이 기다렸어, 자기야?
경 : 아니요.
동진 : 국장한테 깨지느라구 늦었어. ...또 들어가 봐야 돼.
경 : ...내가 그냥 음반사루 직접 찾아가두 되는데?
동진 : 그게, 아니라... 자기 “JAM"이란 밴드 알지?
경 : 네. 유명한 밴든데?
동진 : 거기 키보드하는 사람이 유학갔는데...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대. ...이번에 녹음 들어가는데...
자기 데모 듣구, 같이 작업하구 싶어 하드라? 데모 중에 한 두 개는, 편곡두 할 생각 있대.
경 : ...(허하다)
동진 : 왜 싫어하는 밴드야?
경 :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동진 : ...왜?
경 : 우리 곡, ...나 혼자 작업한 거 아니라서... 작곡두 같이하구, 노랫말두 같이 쓰구...
동진 : 그럼, 데모곡은 빼구, “JAM"에 들어가서 작곡 새루 해.
경 : ...저어. (침을 꼴깍 삼키며) ...한 기자님 생각에.. 우리 밴드 이름으루, 음반 낼데가, 그렇게 없나요?
동진 : ...(잠시 망설이다 단호하게) 응.
경 : (아득하다.)
동진 : 좋구 나쁘구 떠나서... 자기네 음악 좋아할 사람, 그리 많지 않을거야. ...그건 자기두 알잖아. 음반산 그것만 보는데...
경 : ...
동진 : ...기분 상했냐, 자기야? ...좀 기자같이 굴었나?
경 : (상념에 젖는다.) 그게 아니라... 그럼, 난 왜... 아무두 안듣는 음악을 만들구 있는 걸까요?
...그럼, 우리 밴드가 만든게... 음악인건 맞나?
동진 : ...
경 : ...내가, 다시...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고개 숙인채, 상념에 젖은 경.
경을 바라보는 동진.
동진 : ...난... 자기가 그 쪽에서 한 번쯤 벗어나야 된다구 생각해. ...너무 자폐적인 집단에 있다구 봐.
경의 눈이 깊이 어두워진다.
38. # 액션스쿨 (낮)
꼬붕이 개인 강습에 열중하는 양찬석. 꼬붕은 맨 손으로, 양찬석은 목검을 들었다.
양찬석의 목검을 이리저리 피하는 꼬붕. 양찬석의 목검에 머리통을 맞는다.
꼬붕 : 아야.
양찬석 : 방정맞은 소릴 내구 그러냐? 맞아두 멋있게 맞아야지. 다시.
다시, 꼬붕이 액션을 취하면 이내 곧 양찬석의 목검이 때린데 또 때린다.
꼬붕 : 아야.
양찬석 : (머리통을 목검으로 통통통 때리며) 또 소리내네? ...다시.
꼬붕 : (궁시렁) 아우, 씨. 일부러 때리구 있어.
양찬석 : 넌 맞아두 싸, 임마. 너, 여기 다시 왔을 때, 선배들이 군소리두 없었지? 잔소리두 없었지? 이상하지 않냐?
꼬붕 : ...맞어. ...진짜, 한 명두 뭐라구 안 그러드라?
양찬석 : (다시 꼬붕의 머리통을 통통통 친다.) 요렇게 때릴라구... 말수 줄이구, 요렇게 때릴라구 그런거야, 임마.
우찬석 : (어느새 등뒤로 다가와 꼬붕의 팔을 꼬집는다.)
꼬붕 : 아야.
우찬석 : ...넌 고 복수 아니였으면, 지금 해부용 시체됐어어. 어뜩케 맞으면, 이렇게 죽나, ...연구대상 될 뻔 했어, 너.
복수 : (계단에서 내려오며) 아, 고만 좀 괴롭혀. ...왜 그렇게 애를 때려?
꼬붕 : (복수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형.
복수 : (꼬붕의 뒷통수를 빡 친다.) 또 엉긴다. ...선생님 말 잘 들어.
경 : (E) 복수씨.
복수와 스턴트맨들이 돌아보면 현관에 서 있던 경이 다시 쪼르르 건물 옆으로 숨는다.
복수가 좋아라 뛰어나간다.
양찬석 : 저 아가씬 또 뭐야?
꼬붕 : 애인이요.
양찬석 : 와이프 있잖아, 쟤?
우찬석 : 와이프 하나, 애인 하나.
양찬석 : 야, 진짜 부럽다. ...둘 다 괜찮다?
39. # 액션스쿨 앞 (낮)
현관으로 뛰어 나오는 복수. 한 켠에 경이 서 있다.
복수 : (반갑게) 경이씨.
경 : ...(미소)
복수 : 화 풀렸어요?
경 : 아니요.
복수 : ...(툭 치며) 풀렸으면서... 기자놈하곤 잘 놀았어요?
경 : 네.
복수 : 히히. 재미없었구나, 걔랑?
경 : 재밌었어요.
복수 : (비실대며) 표정이 웃긴데, 뭐. ...거 봐요. 신경질 난다구 딴 남자 만나봐야, 다 그래요.
경 : ...콜라 사주까요?
복수 : 나, 지금 촬영가는데?
경 : ...(실망을 감추느라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네에. ...몸 조심해요.
복수 : (비실 웃으며) 에이, 뭐 그렇게 억지루 웃냐? 자기가 미스코리안가?
경 : (갑자기 퉁명) 내가 언제 억지루 웃었어요?
복수 : (경의 손을 잡아 끌며) 같이 가요.
경 : 네?
복수 : 나 일하는 거 보구 기분 풀어요.
경 : 내 기분이 어때서요?
복수 : (인상을 쓴다.) ...얼굴이 깜깜해. ...가요.
경 : (쭈뼛댄다)
복수 : (자신감에 차서) 촬영장에서 나 보면 뿅가, 경이씬...
40. # 촬영장 식당 (낮)
식판도 없이 식당 한 켠 테이블에 모여 앉아있는 스턴트맨들. 경이도 복수와 함께 그 틈에 끼여있다.
다른 제작 스탭들은 모두 식사를 하고 있거나,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식판에 담고 있다.
경 : 왜, 밥 안 먹어요?
복수 : ...(쭈뼛대며) 아직 배 안 고프죠?
경 : 고파요.
복수 : ...(무안한 듯) 그럼... 참아요.
경 : (궁금한 듯) 저 사람들 다 먹구 나서 먹어요?
복수 : (거드름) 아, 뭐. 우리 출연할 거 준비하는 사람들이라서... 미리 먹구, 미리 준비해야 되니까아,
...그, 한 마디루 우리가 봐주는 거지, 뭐. ...다 우리 이쁘게 찍을라구 애쓰는 사람들이거든요.
...뭐, 한마디루... 우리 딱까리라구 할 수 있죠, 저, 스탭들이...
스턴트맨1 : (옆에서 다른 스턴트맨에게) 아, 불고기 다 떨어지겠다.
스턴트맨2 : 또 콩나물만 남겠네.
복수 : (경의 눈치를 본다.) 여기 콩나물 맛있는데... 콩나물 좋아해요, 경이씨?
경 : (맹하게) 아니요. ...난, 고기 좋아해요.
복수 : (난처하다) 아이, 참. (혼잣말) 고기가 남을리가 있나. 괜히 데려왔나?
41. # 미래의 집 - 옥상 (해질녘)
빨래를 걷으며 핸드폰을 하고 있는 미래.
핸드폰을 하고 있는 중에 현지가 학교를 파하고 계단으로 올라온다.
미래 : (핸드폰) 꼬붕아. ...복수 뭐하냐? 전화를 안 받네. ...촬영갔어? 으응. ...무슨 촬영하냐?
...(놀란다) 뭐? 그 새끼 미쳤냐? ...알았어. 끊어. (폴더를 닫는다.) 아, 골 아퍼.
현지 : ...(짜증) 아, 왜 자꾸 복수 신경쓰구 그래? 언니, 남자 있다며?
미래 : 남잔 무슨 남자야, 기집애야. ...(궁시렁) 아, 복수새끼, 그런 거 하면 안 되는데...
(빨래를 팽개치고 부랴부랴 현관으로 가려는데 핸드폰) 아, 몰라. 바뻐, 나. ...아저씨가 뭔데, 내 집 앞에 있어어?
...몰라. 그럼... 차나 태워주든가. 갈데 있으니까... 옷 갈아입구, 내려갈거야. (폴더를 덮으며) 그래, 운짱이나 해라.
미래 부리나케 현관으로 들어간다.
42. # 미래 집 앞 (해질녘)
미래가 부랴부랴 내려온다. 현지도 내려온다.
현지 : (못마땅한 듯) 너, 복수 만나러 가지?
미래 : (귀찮다는 듯) 아, 얘 왜 이래? 들어가, 기집애야.
승용차 앞에 기대고 선 강. 현지와 눈이 마주친다.
강 : 동생이야?
현지 : 누구세요?
미래 : 차 보면 몰라? 중고차 사장.
현지 : (승용차에 새겨진 미래의 로고가 보인다.) 아아. (애교스레) 우리 언니 잘 부탁드려요. ...장사는 잘 되시죠?
미래 : 놀구 있네. ...아저씨, 가자.
강 : 어디 가는데?
미래 : 일단 타.
이 때, 강의 뒷 켠에서 들리는 미선의 목소리.
미선 : 여보. (어둡다.)
강 : (놀라서 미선을 본다.)
현지 : (미래에게) 여보라니?
미선 : (어둡고 상기된 표정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미래 : ...(쭈뼛댄다.) 나한테 그러지 마, 아줌마. ...무서워 죽겠네.
강 : ...(당황) 너... 여기 웬일이냐?
미선 : (냉정하게) 당신 뒤 밟았어요.
강 : 왜 내 뒤를 밟아?
미선 : 이상해서요. (미래에게 다가간다.)
미래 : (귀찮다는 듯) 아, 참. ...아저씨, 나 그냥 갈래. ...(궁시렁) 분위기 묘하네.
현지 : 뭐야, 지금?
미래 : 넌 들어가.
강 : (미선의 손을 끌며) 야, 가자.
미선 : (강의 손을 뿌리치고 미래의 뺨을 냅다 갈긴다.)
미래 : (쉴새도 없이 미선의 뺨을 갈긴다. 그리곤 돌아선다.)
미선 : (돌아서는 미래의 다리를 잡아 넘어뜨린다. 미래를 올라타서는 머리를 잡아채서 흔들어 댄다.
입술까지 악물고) 싸가지 없는 년.
현지 : (미선의 목을 감싸며 바닥으로 뒹군다.) 이아줌마가 근데...
강 : 야, 야, 야. (난리가 난 바닥에서 현지와 미선을 끌어 말리며 미선을 잡아 일으킨다.)
미래 : (바닥에서 어이없는 얼굴로 강과 미선을 바라본다.)
현지 : (미래에게 다가간다.) 언니. 괜찮아?
강 : (미선을 감싸 말리며 미래를 본다.) 야, 괜찮냐?
미래 : (구두 한 쪽을 벗어들고 일어서서 강과 미선 쪽으로 간다.)
미선 : (또다시 덤벼 들려는데)
강 : (미선을 말리며) 야. 그만해. ...너, 지금 오해했어.
미래 : (미선을 야리다가 강을 본다.) 야. 중고차.
강 : (돌아본다.)
미래 : (구두로 강의 머리통을 냅다 갈긴다.) ...오핸 무슨 오해냐? 나, 저 아줌마한테 유감없다. 저 아줌마 그럴만 하지.
...니가 되게 귀찮게 군다 싶드라. ...아, 재수없어. 이게 뭐냐? 동네에서... 아, 쪽팔려.
...(미선을 보며) 아줌마. 나 아줌마 남편 싫어. ...앞으로두 종종 그렇게 감시해. ...그래야 정신차려, 저 중고차...
(구두를 신으며 옷을 턴다. 머리를 매만지며) 현지야. 올라가.
현지 : 유부남 만난거야, 언니?
미래 : (소리친다.) 닥쳐, 기집애야.
미래, 제 갈길을 간다. 현지도 둘을 야리다가 계단으로 오른다.
강, 걸어가는 미래를 보며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돈다.
미선, 슬픈 듯, 화난 듯 강을 본다.
강 : (여유있게) 차 갔구 왔냐? 어디다 뒀냐?
미선 : (쏘아본다. 눈물이 글썽인다.) 나두... ...당신 때리구 싶어요.
강 : 그럼, 때려. 맞구 있을게.
미선 : ...
강 : ...
미선 : (붉어진 얼굴로 쓸쓸이 고개를 돌린다.) 못하겠어요. ...무서워요, 이혼당할까봐.
그리곤 슬픈 뒷모습을 남기며 총총이 걸어간다.
물끄러미 미선을 바라본다.
강 : (미선을 향해) 야. 교회가서 분 풀지 말구, 나 때려.
43. # 교회 (낮)
아무도 없는 텅빈 예배당에 앉아 기도를 하는 미선.
강이 옆에 바짝 앉는다. 미선, 강을 본다.
강 : 뭐라디? 하나님이...
미선 : (원망어린 눈으로) 죽여 놓으래요, 당신.
강 : ...맘에 든다, 하나님.
미선 : ...왜 기도두 못하게 해요?
강 : 기도는 좋은 거만 갖구해. 미움갖구 기도 하면, 그게 기도냐? 저주지?
미선 : 어쩌라구요?
강 : ...날 때리라구...
미선 : (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한다.)
강 : (바닥으로 꼬끄라진다.)
미선 :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강 : (미선을 보며 미소짓는다.) 앉어.
미선 : 괜찮아요?
강 : 응. (다시 미선의 옆에 앉는다.) 좀 낫냐?
미선 : ...네.
강 : 그럼, 인제 기도해. ...좋은 기도.
미선 : ...(물끄러미 강을 본다.)
강 : 지금 기도 드리면, 하나님이 그럴꺼다. ...너, 이혼하는 일 없을꺼라구...
강, 일어서서 나간다. 물끄러미 강을 바라보는 미선.
44. # 촬영장 일각 (밤)
오토바이복을 입고 헬맷을 든 복수와 경이 촬영장을 걷는다.
경 : (조심스레) 어머니는 아직두 못 찾았죠?
복수 : (한숨. 그리곤 담담하게) 찾겠죠. ...찾는 거 일두 아니예요. ...엄마가 아주 없을 땐 몰랐는데, 있다가 없어지니까,
...기분 못쓰겠어요. ...찾아서, 내 옆에다 놔둬야 돼. 꽁꽁 묶어놔야 돼, 우리 엄마.
경 : ...(우울하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들이... 엄마들 같애요.
복수 : 그런거 같다. 나두, 찬성.
경 : (저만치 동시녹음기 장비앞에 앉은 기사를 본다.) 어? 저 사람이 녹음기사예요?
복수 : 네.
경 : 여자네.
복수 : 네.
경 : ...(흥미를 보인다.) 녹음실두 있겠다, 저 사람?
복수 : 그렇겠죠?
경 : (고개를 끄덕인다.)
복수 : ...왜요?
경 : ...저 사람이랑 친하게 지낼래요, 복수씨?
복수 : 왜요?
경 : ...이용할 일이 있을 꺼 같은데...
복수 : 경이씨가 하라면, 해야죠. ...대단한 음모가 있는 거 같으네?
45. # 촬영장 입구 (밤)
미래가 주위를 살피며 촬영장 안으로 들어온다.
46. # 촬영장 (밤)
오토바이 무리가 헤드라이트를 켠다.
경이 숨죽인채 한 켠에서 스턴트맨들을 바라본다.
헬멧을 쓴 복수가 경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다른 쪽에서 두리번 대며 복수를 찾는 미래.
감독 : 액션.
양쪽 오토바이 군단들이 서로를 향해 질주한다.
오토바이들의 곡예.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몸을 부닥치는 오토바이들.
일군의 오토바이는 주변을 맴돌고, 복수의 오토바이가 구름판을 밟으며 하늘을 난다.
그리곤 2층 건물을 향해 돌진. 창문을 부수고 2층으로 빨려드는 복수.
경과 미래의 눈이 동시에 복수를 향해 머문다.
감독 : 컷. 오케이.
47. # 2층 건물안 (밤)
매트리스 위에서 뒹구는 복수. 주변 스턴트맨들이 복수 가까이 간다.
스턴트맨 : 괜찮아?
복수 : (고통스런 목소리로) 응. 괜찮아.
스턴트맨들이 빠져나간 사이 경이 건물 안으로 뛰어온다.
헬멧안의 머리를 감싸 쥔채, 신음소리를 내는 복수.
경 : 복수씨. 괜찮아요?
복수 : (못참겠다는 듯) 네.
경 : (복수의 헬멧으로 손을 뻗으며) 복수씨.
복수 : (경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너무나 고통에 겨워 소리친다.) 아, 건들지마. 아. 아.
경 : (강하게 뿌리친 복수의 팔에 뒤로 자빠지며 놀란눈으로) 복수씨.
이 때, 달려 들어온 미래. 미래를 보고 놀라는 경.
미래 : 복수야.
복수 : (숨을 못쉰다.) 아, 아, 아.
미래 : (복수가 뿌리치는 손을 애써 내리며 복수의 헬멧을 벗긴다.) 복수야.
복수 : (고통에 겨워 악악 소리친다.) 아, 아.
미래 : (복수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놓으며 소리친다.) 이 미친놈아...
복수 : (어스름한 눈빛으로 미래를 본다.) 아... 미래냐?
미래 : (안타까이) 많이 아퍼?
복수 : (인상을 쓰며 힘없이) 미래야.
미래 : (복수의 얼굴을 가슴에 안으며 운다.) ...불안해서 못살겠다, 내가.
경 : (걱정스레, 그리고 영문을 모른채 미래의 뒷켠에 서 있다.) 언니.
미래 : 병원가자, 복수야.
복수 : ...아니야, 아니야. (고개를 흔든다.) ...이제 괜찮아.
미래 : 안 괜찮아, 빙신아.
복수 : (눈을 감은채 미래에 품에 안겨있다.) 쫌만 쉬면 괜찮아.
경 : (머뭇대다가 미래곁으로 간다.) 언니...
미래 : (눈물어린 눈으로 경을 본다.)
경 : 부상 당한 건가요? 사람들 오라 그럴까요?
미래 : (울면서 그저 경을 본다.)
경 : 네?
미래 : 못 말리겠다, 증말... (경에게) 야.
복수 : (눈을 뜬다.) 미래야. (미래의 입을 손으로 막는다.)
경 : (복수를 본다.)
미래 :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다, 복수야.
경 : ...(멍한 눈으로) 미래언니. ...둘이 왜 그래요?
복수 : (경을 본다. 그리곤 미래를 본다.) 미래야. 인제, 괜찮아. (서서이 일어선다.) 아우, 살았다.
미래 : (애절한 눈으로) 복수야. ...오늘은, 일 그만해라.
복수 : ...(지친 눈으로) ...오늘만 더 하구... ...그담엔, ...니 말대루 생각해 볼께.
경 : (인상을 쓰며 소리친다.) 미래언니, 뭐예요? 언니가 뭔데, 나만 빼구, 둘이서...
복수 : (냉정하게) 미래랑 내 문제니까, 경이씬 빠져요.
(머리를 움켜 쥐다가 정신을 돌리며) 한, 두 컷만 찍으면 쫑나니까, ...내려가 있어요.
미래 : (담담하게) 하지마, 복수야.
경 : ...(복수의 팔을 잡으며) 나두... 알래요. ...어디 아퍼요? 나두 알래요, 복수씨. ...둘이 아는 거, 나두 알래요.
복수 : ...(헬멧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경을 보고 소리친다. ) 아, 시끄러워요, 좀. ...(짜증스레 혼잣말) 골 아퍼서 돌아버리겠다.
경 :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복수 : (고통스런 눈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나, 경이씨 안봐요.
복수, 매서운 눈을 경에게 남기곤 헬멧을 들고 걸어간다.
미래, 넋을 잃고 선 경을 보다가 다급히 복수를 따라간다.
미래 : 복수야. (복수를 부축한다.)
건물 밖으로 걸어나가는 복수.
넋을 잃은채 우두커니 홀로 선 경. 아무도 없는 건물 내부에 선 경의 외로움.
경 : (외로운 눈물 방울이 한 줄기 흐른다. 혼잣말) 복수씬... 나 안 보구두 살 수 있어요? ...그래요? ...난... 아닌데...
고개 숙인 경.
넓고 어둡고 먼지 투성이의 셋트 건물 실내에, 외롭게 홀로 서서 눈물짓는 경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