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간 밤의 우던 여흘
원호
간 밤의 우던 여흘 슬피 우러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우러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스리 흐르고져 나도 우레데리라
♣어구 풀이
-여흘 : 여울, 물이 소리내며 흘러가는 곳.
-우러 : ‘울어’의 연철표기, 울어.
-지내여다 : 지나갔다. 지내도다. ‘여다’s,s ‘있다’와 ‘도다’의 뜻을 지닌 어미.
-거스리 : 거슬러, 거꾸로. 기본형은 ‘거슬다(逆). ’거스리‘는 어간 ’거슬‘에 부사형
어미가 연결된 형태.
-흐르고져 : 흐르고 싶다. 흘렀으면, ’져‘는 희망보조 형용사의 의도형 어미.
-데리라 : 가겠도다. 고어의 ’데다‘는 ’가다(行)‘의 뜻을 나타냄.
♣해설
초장 : 지난 밤에 울며 소리내어 흐르던 여울물이 몹시도 슬프게 울면서 흘러
가도다.
중장 : 이제야 생각하니 그 슬픈 여울물 소리 임(임금)이 울어 보내는 소리로다.
종장 : 만일 저 여울물이 거슬러 되돌아 흘러갈 수만 있다면 나의 서러운 마음도
앉어 임(임금)계신 곳으로 보내고 싶구나.
♣감상
초장의 여울의 울음이 중장에 가서 임금 즉, 단종의 울음으로, 그것은 다시 종장
의 나의 울음 순으로 전개시텨 나감으로써 단종과 나의 슬픔을 여울물에 감정 이입
시켜 표현한 것이다. 지은이 원호는 생육신의 한 사람이로,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자
단종을 사모하여 영월까지 따라가 서쪽 물가에 있는 석실에 기거하면서 단종이 있는
곳을 향하여 눈물 짓곤 했다고 한다. 단종을 향한 연군의 정이 사육신들과 같이 적
극적인 자세로 그 굳은 절개를 나타내지는 못했으나, 일생을 단종을 생각하며 지은
이의 애달픈 심정이 잘 표사되어 있다. 마지막 종장에서 보여주는 것은 가능하기만
하다면 자신도 같이 단종의 슬픔을 걸머지고 싶다는 것으로, 단종을 향한 끝없는 충
정이 엿보인다.
♣작가소개
원호(元昊, 생몰 연대 미상) : 자는 자허(子虛), 호는 무항(霧巷), 관란(觀瀾), 김
시습, 조려, 이맹부, 성담수, 남효온 등과 함께 생육신의 한 사람. 본관은 원주(元
州), 단종이 죽자 영월에 가서 3년상을 받들었다. 그 뒤 고햔에 은거 중 세조가
호조참판을 내렸으나 끝까지 거절하고 여생을 마치었다.
♣참고
원호(元昊)의 작이라고 추측되는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자허(元子虛-원호)가 어느 중추지석(中秋之夕)에 한 꿈을 얻어 표연히 선계
(仙界)에 올라가 어떤 장강연안(長江沿岸)에 머물렀다. 한밤중에 온 세상이 모두
적막한데 달빛이 낮과 같이 밝아서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읊으니, 홀연히 복건
야복(服巾野服)의 한 호남아(好男兒)가 나타나 자허를 맞이하니, 그가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이다. 이들은 함께 다섯 신하가 한 임금을 모시고 있는 정자에
다다랐다. 여기서 군신들은 서로 강개시(慷慨詩)를 화답하게 된다. 처음 왕(단종)
이 단정하게 좌정하고는 시 한 수를 낭독하니, 제일좌에 있던 인수(仁叟) 박팽년을
비롯해서 순차로 제이좌의 근보 성삼문, 제삼좌의 천장 하위지, 제사자의 청보 이개,
제오좌의 태초 유성원, 복건야복의 남효온, 그리고 몽유자인 원자허가 노래를 부르
는데, 한 기이한 남자가 돌입하여 서생들과는 족히 대사를 함께 의논할 수가 없
다고 탄식하며 검무(劍舞)와 함께 비가(悲歌)를 부른다. 이는 선장(善長) 유응부인
것이다. 유응부의 노래가 채 끝나지 못하였을 때 거센 바람이 불고 천둥소리가 요
란하더니 모두들 흩어지고 자허도 놀라 깨어 보니 한 꿈이었다. 이 원생몽유록(
元生夢遊錄)의 작가 추정은 아직도 확실치 않은데, 임제가 작가라는 일설도 있다.
첫댓글 흐르는 눈물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