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들 외 1편
최병근
마천루가 피뢰침에게 물었다
너, 내 안에서 무성히 자라나고 있는 음모들을 알아?
피뢰침이 대답했다
하늘의 음모는 알고 있지
마천루의 뿌리는 지하주차장
늘 지상보다 어둡다
모든 음모는 구름 위에 있고
지하주차장에 있다
지상을 살아가는 착한 영혼들은
그걸 모른다 마치
자신의 고향이 하늘인 걸 착각한 듯이
아니면 돌아갈 곳이 지하라는 걸
알고도 모른 체하는 듯
사막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질주에 대한 편견
최병근
멈추어야 하는 지점에서
사고는 일어난다
골목에서의 사랑은
벚꽃 핀 봄날이 아니었다
어둠이 어떻게 세계를 어루만져
흰 토끼의 허황한 꿈을 완성할 수 있나
귀를 쫑긋 세우고
코를 열어 킁킁거리고
뛰어 봐야 거기서 거기
세계는 생각보다 넓어
머리통을 짓누른다
여우의 숲을 떠나 초원에 간들
토끼는 토끼
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빨리 도주해도
날개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다
날 수 없는 거북이는 차라리 돌이 되어
사막을 견딘다
----애지사화집 김정웅 외 {북극항로}에서
최병근 시인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고, 2020『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바람의 지휘자』『말의 활주로 『먼지』가 있다
이메일 : cbgaa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