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간판·범죄 예방… ○△□, 어디까지 써봤니
[issue+] 오징어게임(Squid Game) 사회학
국경·문화 초월… 언어가 된 ○△□
핼러윈 가면, 선거운동에도 활용
멕시코선 독촉장 디자인으로 써
박돈규 기자 입력 2021.10.27 03:00 조선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동그라미(Ο) 세모(△) 네모()가 자주 보인다. 라면 포장, 영어학원 간판, 대통령 후보 이름에도 이 도형이 있다. 넷플릭스 흥행작 ‘오징어게임’이 남긴 흔적이다. 드라마가 방영되지도 않은 중국에서 ‘오징어의 승리(鱿鱼的胜利)’라는 짝퉁 예능을 기획할 정도다. 핼러윈데이가 다가오자 Ο나 △, 가 그려진 가면이 불티나게 팔린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만 있으면 온 세상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가을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 초대장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속 초대장에는 Ο△가 인쇄돼 있다. 멕시코 북부 멕시칼리의 주민들은 최근 대문 틈에서 그런 봉투를 발견했다. 열어 보니 미납 수도 요금 독촉장. 드라마의 인기에 올라탄 관심 끌기 전략이었다. 박길성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오징어게임의 Ο△는 언어와 국경, 문화를 뛰어넘는다. ‘드라마의 강남스타일’ 같은 빅 점프”라며 “즐거운 놀이인가 살벌한 게임인가가 종이 한 장 차이인 우리 현실을 비추는 풍자”라고 했다.
◇놀이가 된 Ο△
옛날 사람들은 달에서 동그라미(), 숲에서 세모(△), 캄캄한 밤에서 ‘없음(0)’을 발견했다고 한다. 문명은 특히 동그라미에 큰 신세를 지고 있다. 바퀴 발명으로 더 많이 싣고 더 멀리 가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계의 역사 또한 톱니바퀴에서 출발한다. 네모()는 자연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인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사용했다. 책도 아파트도 휴대전화도 네모다.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456명이 456억원을 놓고 경쟁하는 데스게임이다. “감정 이입하기 쉬운 심플함이 인기 비결”이라고 황동혁 감독은 말했다. 마지막 승부인 오징어게임은 Ο△를 그려놓고 살벌한 링처럼 썼다. “Ο△를 명함과 가면에도 적극적으로 심었는데, 단순한 논리를 가져갈 때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채경선 미술감독)는 제작진의 의도는 적중했다. Ο△는 강력한 ‘밈(meme·인터넷 놀이처럼 유행하는 이미지)’으로 세력을 키워나갔다.
◇우리가 알던 그것이 아니다
Ο△는 아이가 사물의 형태를 배울 때 처음 만나는 도형들이다. 가위바위보도 그것을 응용한 놀이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에서 Ο△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것이 아니다.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 위계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감시자들의 가면 가운데 Ο는 일꾼, △는 병정, 는 관리자를 상징한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변(邊)이 많을수록 계급이 높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학원 간판에 - ‘오징어 게임’은 서울 종로 영어학원 간판에도 있다(사진 왼쪽). 범죄 예방 홍보물에 - 대전동부경찰서가 만든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물(오른쪽).
‘오징어게임’은 “안 그래도 코로나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놀거리를 선물했다”는 호평과 함께 너무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수진 공연칼럼니스트는 “Ο△도 그렇고 ‘오징어게임’에는 아이들이 관계를 맺을 때 사용하는 놀이가 많다”며 “이젠 그 놀이를 할 때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놀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며 절망한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등 OTT는 휴대전화로 24시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화심리학으로 본 놀이
강남스타일이 히트하니 말춤이 확산됐듯이 Ο△도 이른바 ‘오징어 코인’에 묻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도 감시자들의 가면이나 “깐부잖아!” 같은 자막을 자주 집어넣는다. 전중환 경희대 교수(진화심리학)는 “놀이가 생존에 중요한 사회성을 길러준다”며 “이번 ‘오징어게임’ 현상은 노는 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케이크에 - 비누가 아니다. 멕시코 한 상점에서 파는 케이크(사진 왼쪽). 中 짝퉁 예능에 - ‘오징어 게임’을 대놓고 베낀 중국 짝퉁 프로그램(오른쪽).
“축구나 야구, 농구를 보고 흥분하는 것은 오래전 부족주의의 흔적이다. 힘과 단합이 필요한 스포츠는 부족 간 싸움이나 전쟁에서 구성원에게 필요한 전투 능력을 가늠하거나 기르는 훈련이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줄다리기와 오징어게임이 그 부류에 속한다. 좋은 드라마에는 즐거움이나 감동을 주는 ‘쾌락 버튼’이 많다. 사람들은 이제 현실에서 Ο△를 주고받으며 그 놀이를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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