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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by 커트 스테이저 (tistory.com)
2014. 11. 05
반니
Curt stager
1장. 생명의 불꽃, 산소
우리가 방금 마신 공기의 약 4분의 3은 질소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폐를 팽팽하게 부풀리는 역할 말고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추적 대상은 공기의 21%를 차지하는 산소 분자다. 흉강이 팽창하면서 빨려들어온 공기 분자들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세기관지 관을 비집고 들어가 분홍색 해면 같은 폐 내부의 거품처럼 생긴 수억 개의 폐포에 흡수된다. 흡수성 폐포의 표면적을 모두 합치면 약 70제곱미터에 이른다. 테니스코트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넓이다. 대부분의 공기 분자들은 폐포 사이의 좁은 공간을 굼실거리다가 모세혈관에 포집된다. 이와 같은 미시적 규모에서 우리 혈액 한 방울은 반투명의 선홍색 젤리를 채워놓은 물방울처럼 보이는데, 이 젤리들은 폐의 박동에 맞춰 불과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압착되듯 폐포를 통과할 수 있다. 선홍색 젤리, 즉 적혈구들은 한마디로 산소를 싣고 우리 몸 구석구석의 목적지까지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관들을 오가는 초고속 운송수단이다.
그러는 사이 세포 안에서 최근에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혈액을 따라 폐포로 돌아온다. 이렇게 러시아워처럼 혼잡한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 들이마신 산소의 대부분은 폐 밖으로 곧장 되돌아나온다. 그럴 거면 뭐하려고 마시나 싶지만, 이러한 비효율이 매우 유사할 때가 있다. 내뿜는 호흡에 비효율적인 잉여 산소가 섞여 있기 때문에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인공호흡을 할 때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키지 않으면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바로 저 너머에 목적지가 보인다. 미토콘드리아다. 음식을 연료로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명의 발전소. 인간의 세포들 각각은 이런 발전소를 수십에서 수백개씩 갖고 있는데, 크기도 다양하고 완두콩 모양에서 긴 국수 가락 같은 모양까지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바로 이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우리가 마신 산소가 최후를 맞는다. 분자 교반장치인 미토콘드리아는 화학에너지를 저장하기도 하는데 이 에너지가 바로 근육을 움직이고 대사활동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상황에 따라 체열을 발생하는 에너지로 쓰인다.
산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말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 비유는 적절치 않다. 즉 우리의 폐는 산소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하는 곳이다. 산소의 약 절반만이 육상식물에서 생산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대양의 조류와 남세균류들이 생산한 것이며 상층부 대기의 수증기가 태양과 먼 별들이 쏘아댄 방사선에 맞아 분열할 때 생성되는 산소도 적지만 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을 산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식물은 미토콘드리아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고 막들이 층층이 채워진 엽록체의 도움을 받는다. 태양광선을 맞은 엽록소가 분자 기계에 전자를 발사하면 기계는 나중에 수액과 줄기, 꽃과 씨앗이 될 당분을 제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기계가 급정지한다. 전자를 발사한 엽록소가 재장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식물의 잎이 가장 이용하기 쉬운 전자 공급원은 물 분자이며 엽록체는 물 분자를 분해하여 전자를 떼어내는 전문가다. 남은 산소 원자들 각각은 서로 달라붙어 산소 기체 분자를 만드는데, 이 분자들은 아마도 가까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 곧바로 소비되거나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어쩌면 우리의 폐에 이를 것이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이용하는 물 분자와 산소 기체의 대부분은 수백만 년은 고사하고 불과 몇 세기 혹은 기껏해야 1천년 쯤 된 비교적 젊은 분자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마시는 물과 공기가 먼 옛날 공룡들이 마시던 그것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십중팔구는 아니다. 반면, 공기와 물 분자들을 태어나게 한 원자들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이 원자들이 바로 인간과 대기와 대양 그리고 지상의 유기체들을 연결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뿐 아니라 이 원자적 관계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꽤 멀리까지 이어져 왔다.
세포나 산불, 번개 그리고 우주의 방사선들은 순식간에 산소 기체를 파괴하여 물과 기타의 혼합물로 바꾸어놓는다.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라면 당신의 폐에서 쓰이지 않고 다시 나온 소량의 공기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공유될 것이다. 하지만 행성의 규모에서 우리가 다빈치 또는 더 먼 과거의 역사적 인물들과 산소 분자를 공유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마시는 산소 대부분이 너무나 젊다. 물론 질소 기체는 산소에 비하면 훨씬 풍부하고 안정적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먹이사슬을 통해서 순환하고, 대기를 떠났다가 다시 대기로 돌아온다.
공기의 재순환을 가장 잘 설명해줄 기체라면 생물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소비되지 않는 것이라야 한다. 이 점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기체는 미국 천문학자 할로 새플리가 계산의 대상으로 선택했던 아르곤이다.
2장. 원소들의 조상, 수소
엄청난 속도로 분자들과 원자들은 활동적인 이웃들과 쉴 새 없이 충돌한다. 해수면 높이의 실온에서 산소 분자는 공기중의 이웃한 분자들과 초당 10억 번 넘게 충돌한다. 어떤 수를 써서 단 1초 동안 공기를 두 손으로 움켜쥔다고 해도, 겉으로는 고요해 보일지언정 그 안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충돌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주변의 공간도 사실 분자들로 빽빽하다. 만약 떼 지어 우글거리는 분자들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속이 울렁거려 감히 들이마시거나 그 속을 걸어갈 엄두가 안날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자신도 결코 완벽하게 차분한 존재가 아니다. 심지어 죽은 듯 자고 있을 때도 그렇다. 우리 몸속의 원자와 분자들이 서로 미친 듯이 달려들어 쉴 새 없이 부딪치거나 자기들을 결합하고 있는 화학적 끈들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브라운의 시료를 둘러싸고 있던 물 분자들은 사방에서 꽃가루 덩어리를 연타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각 입자들과 충돌하는 분자의 수가 방향마다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입자들은 마치 다닥다닥 모여 춤추는 사람들 위로 비치볼이 튕기듯, 무작위적인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2천년 전,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과학자였던 루크레티우스도 공기 중에서 먼지들이 벌이는 이 향연의 원인을 추론했다. 고전학자 존 셀비 왓슨이 번역한 <원자들의 춤>에서 루크레티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런 무질서는 비록 인간의 감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으나 물질의 원리들 속에 운동하려는 경향이 은밀하게 존재함을 암시하며..., 따라서 이 운동은 원자들로부터 일어나 우리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퍼져나간다.”
루크레티우스는 원자의 실재가 육체 뿐 아니라 개인의 내밀한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만약 존재의 가장 단순한 사실-원자들과 공백 그리고 아무도 없음-을 곱씹어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천둥소리를 들을 때마다 주피터의 분노를 두려워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독감이 창춸할 때마ㄴ다 누군가 아폴로에게 죄를 범하지 않았나 의심할 일도 없을 것이다.”
땀을 흘릴 때 우리는 수소 결합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땀의 증발은 피부에서 열이 물 분자들을 더욱 맹렬하게 춤추도록 부추켜 액체상태의 조밀한 분자들을 기체 상태의 가벼운 알갱이들로 변신시키는 현상이다. 열로 인해 수소 결합들이 끊어지면 물 분자들은 동료 분자들로부터 자유롭게 도망쳐나온다. 그런데 이 도망자들은 맨손으로 도망치지 않는다. 수증기 형태로 발산되는 이 도망자들은 열을 끌고 나오는데, 그 덕에 우리는 시원함을 피부로 느낀다.
정해진 방식으로 많은 양의 물질을 신속히 옮기고 싶을 때 우리 몸은 근육과 골격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런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위 근육은 수축을 통해 음식물을 운반하고 처리하지만, 그 대가로 근육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대량 운반에는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춤보다는 조직적인 운반이 효과적이다. 반면 우리 몸은 어떤 것을 공짜로 운반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단거리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쉼없이 흔들리는 원자와 분자다. 물론 땡전 한 푼도 들지 않는다. 세포 내부 기관들이 하는 브라운 운동 덕분에 원자이든 쓰레기든 각자의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춤추는 물 분자들이 압력 덕분에 유전자와 단백질들은 접히고 포개져 각각의 고유한 모양을 유지한다. 심지어 팔다리가 없어서 헤엄치지 못하는 병원성 바이러스들도 열운동을 하는 물 분자들이 밀어주는 힘을 이용해 인간 세포에 접촉한 다음 찰싹 달라붙어 세포를 뚫고 들어온다. 방향성도 없는 변덕스러운 운동이지만,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충돌하기 때문에 100만 번쯤 실수하더라도 거리만 짧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사람들로 붐비는 방에서 눈가리개를 한 채 출구를 찾는다고 생각해보자.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면 조만간 출구를 찾을 것이다. 원자 수준에서 조만간이란 1초보다도 훨씬 짧다.
가까이 있는 어떤 사람의 향수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확산이 아니라 대량의 공기 흐름이다. 만약 완벽하게 공기가 정지된 방에서 냄새 분자들이 확산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분자의 경우) 삼투와 (다른 분자들의 경우) 확산이라고 하는 분자들의 단거리 브라운 운동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 안팎으로 음식물과 기체들, 유동성 액체들을 운반해주는데, 생각보다 제법 잘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에너지 비용 없이도 척척 해낸다. 직접적인 운송과 무작위적인 운동의 조합이 지상의 모든 생명의 에너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대체로 푸른색과 흰색 그리고 녹색이 어우러져 보이는데, 그중 극히 일부만 빼고는 모두 물 분자로 인해 발현된 색이다. 푸른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흐를 만큼 충분히 빠르지만 동시에 수소 결합으로 결박되어 대기를 이룰 만큼 느리게 진동하는물 분자들이 표현한 색이다. 크림 같은 구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열춤을 추는 수증기 분자들을 가까이 끌어당겨 수소 결합으로 끈끈하게 결박하고 있는 차가운 물방울들이다. 구름을 움직이는 바람 역시 온도에 따라 진동속도가 다른 분자들의 거대한 무리가 팽창과 수축을 하면서 발생한다.
3장. 생존의 마스터 키, 철
주기율표에서 26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철은 우주에서 6번째로 풍부한 원자다. 양성자 26개와 중성자 30개를 갖고 있는 철은 우리 몸의 다른 어떤 원자보다 무겁다. 두꺼운 전자구름 한가운데 철의 커다란 원자핵이 안전하게 정박해 있고, 그 핵을 둘러싼 전자는 다른 원자들과 다중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다른 원자와 함께 있을 때 철은 가장 바깥 껍질에 있는 전자들을 공유하거나 선뜻 나눠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웃의 전자를 훔쳐오기도 한다. 맨 바깥층의 전자구름 안에 있는 전자의 수를 고르게 맞추려는 경향 떄문이다. 철이 전자거래에 가장 선호하는 상대는 산소다. 철을 장시간 공기 중에 노출하면 불그레한 산화물이 된다. 하지만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분자 안에 철 원자 하나를 넣어주면 철을 향한 산소의 애정이 우리에겐 더 없이 유익한 결과를 낳는다.
또 다른 단골 상대는 탄소로, 2%미만의 표준 농도로 존재하는 경우 탄소는 철을 강철로 만들어준다.
유성은 불타오르며 떨어진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원자들은 약간 더 흩어진 상태로 공기중에 부유한다. 실로 엄청난 양의 유성 금속이 대기 중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해발고도 100km쯤에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철 원자 낙진은 수킬로미터에 이른다. 일부에서 추산하기로는 매년 10만 톤 이상의 우주 먼지가 지표와 대양 그리고 지붕 위에 소리없이 쌓인다고 한다. 여기에는 철 뿐만 아니라 규산염 광물들과 혜성의 얼음 부스러기, 심지어 가끔 화성으로부터 튕겨져나온 파편들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하수나 해수에 녹아 먹이사슬로 유입되고 지상에 있던 사촌들과 함께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유성의 덧없는 섬광과 한 줌의 모래알, 파라오의 신성한 단검과 나침반의 흔들리는 바늘은 우리 모두와 똑같은 유산을 가진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태양이 존재하게 된 데 대해서도 혈액 속의 철에 감사해야 할는지 모른다. 근처 별들의 각렬한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가 거대한 파편들을 휘감아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밀도가 높은 덩어리 내부의 중력이 마침내 새로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양의 물질을 끌어당겼고, 그중 덩치가 가장 컸던 덩어리가 마침 충격파를 정통으로 맞고 불파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이 죽음의 충격파가 지나간 자리에는 탄생과 동시에 불타기 시작한 새로운 별들이 남았다. 태양도 그 별들 중 하나였다.
철 외에도 혈액의 색을 결정하는 인자가 또 있다. 우리를 위해 철을 운반해주는 헤모글로빈 속에 있는 바구니를 닮은 헴이라는 분자다. 헴을 이루고 있는 오각형과 육각형 모양의 탄소와 질소 고리들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분산한다. 멍이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것은 헤모글로빈 속의 헴 고리들이 깨져 빌리루빈이라는 색소를 형성하기 때문이고, 소변의 황금색을 빌리루빈이 더 잘게 깨져서 나타나는 색이다.
헤모글로빈은 인간뿐 아니라 여러 포유류의 혈액 내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단백질이다. 날고기를 그릴에 구울 때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헤모글로빈이 메트헤모글로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이크이 갈색은 다른 성분에서도 비롯되기도 한다. 근육세포를 위해 국부적인 산소 저장소 역할을 하는 미오글로빈도 철을 운반하는 단백질이며 가열하면 갈색으로 변한다. 우리의 세포들에 있어서 산소는 곧 에너지이며 철을 매단 헴이 많으면 많을수록 산소도 더 많이 운반할 수 있다. 물론 미오글로빈 형태로 운반되는 소량의 철로 인해 근육도 강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몸에는 4그램 정도의 철이 함유되어 있다. 페이퍼 클립 3개 정도의 무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물학적으로 반응성이 가장 좋은 철의 형태는 제일철인데, 단 1그램이라도 불량배 제일철이 있다면 어린이의 경우 치명적이다. 가장 흔한 철 중독은 성인용 철 보충제를 어린이에게 먹였을 때 일어난다.
지금 우리는 떨어지는 별의 섬광이 실제로는 우주에 있는 이웃에게서 떨어져나온 조각이며 진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대기에 부딪칠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조각들의 원자들이 대기와 물, 흙과 심지어 우리의 피와도 섞인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4장.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회전문, 탄소
어쩌면 당신도 ‘모든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몸이나 다른 곳에 머물렀던 원자들로 이루어진 원자적 존재’라는 사시릉ㄹ 인정하면서도, 내심으로는 훌륭한 사람이나 아름다운 곳에 머물렀던 원자였을 거라고 기대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원자적 관계는 꺼림칙한 것들에게도 공평하게 이어져 있다. 주변을 맴도는 공기 분자 100만 개당 평균 400개는 이산화탄소 분자이다. 18세기 동안 처음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조상들이 마신 공기에는 아마도 100만 개당 280개 정도의 이산화탄소 분자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여분의 이산화탄소는 지난 2세기 동안 태운 화석연료에서 유래했다. 산소에 비하면 수천 배나 적은 대수롭지 않은 양이지만, 산화된 탄소는 소량으로도 거대한 빙원을 녹일 수 있으며 대양의 화학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탄소 화합물의 명이 짧기에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이전의 고약한 냄새나 꺼림칙한 성질을 가진 화합물이 그대로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면, 화석연료 원자 때문에 골머리가 지끈거릴지도 모른다. 역사의 시계를 충분히 뒤로 돌려, 지금 우리가 쓰는 석탄이나 석유의 오래전 조상들을 찾아간다면 아름다운 숲과 원시의 바다와 만나게 될 것이다. 원자는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되면 이전 형태가 갖고 있던 특징을 깨끗하게 단념한다. 탄소로서는 새로운 분자로 배열될 때마다 새로운 출발인 셈이다.
원자의 영역에서 모든 물질은 실제로 창조되거나 파괴되니 않는다. 재활용되고 재조립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인생이라는 본업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안 버리는 쓰레기를 본다면, 적어도 이곳 지구에는 쓰레기를 영원히 버려도 되는 장소란 없다.
삼림채벌로 인한 산불과 부채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그것으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증가한 양의 극히 일부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동위원소 분석이 보여주는 증가의 주범은 탄소가 아니라 화석이다. 인간이 단 3일 동안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의 화산들이 1년 내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또한 피나투보 같은 화산 700개가 폭발하든지 아니면 1980년의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 같은 일이 매일 아홉 번씩 1년 일어나야 인간이 매년 배출하는 350억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량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다.
원자적 규모에서 보면 탄소 덩어리는 그 자체로 정제된 장작이다. 지질학적 시간을 거치면서 식물의 유해들이 서서히 분해되고 높은 열과 압력을 받는 동안 생명의 다른 원소에 비해 8배나 많은 탄소 원자는 연동된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분자들은 촘촘히 밀집해 벌집 모양을 형성하고 한때 갈색이거나 초록색이었던 섬유상 조직들은 점차 밀도 높은 검은 돌로 변해간다. 반면 석유는 탄소가 풍부한 끈들이 액체상태로 흐른다고 할 수 있다. 석유의 주요 탄소 자원은 해양 플랑크톤인다. 물에 잘 녹는 당분, 또는 수분이 첨가되면 팽창하는 전분의 형태로 탄소를 저장하는 광합성 식물과 달리, 조류는 탄소를 소수성 기름방울, 즉 일종의 체지방과 비슷한 방울 속에 저장한다. 조류가 죽어 그 세포가 해저로 가라앉으면, 이 방울들이 압착과 가열, 정화를 거치면서 가연성 액체가 된다. 주요한 화석연료의 세 가지 중 마지막인 천연가스는 가장 유동적인 연료다. 가령 메탄 분자는 탄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4개가 달라붙은 모양이고 프로판은 짧은 끈에 역시 수소 원자가 달라붙어 있다. 천연가스는 비교적 최근에 매장된 식물이나 플랑크톤의 유해가 고온과 고압을 받기 전에 서식하던 박테리아가 분비한 것이다.
5장. 흙의 눈물, 나트륨
인간이 느낀다고 공인된 다섯 가지 맛 ㅡ달고 쓰고 맵고 시고 짠맛 ㅡ가운데 오직 하나만이 단일한 광물 원소에서 유래한 맛이다. 첫 세 가지 맛은 복잡한 탄소 화합물에 비례하여 나는 맛이고, 신맛은 수소 이온이 만들어내는 산도에 좌우된다. 오로지 짠맛만이 암석과 토양이 우리에게 준 단일한 원소에서 유래한 맛이다.
미국 지질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 28리터에는 동량의 담수의 200배가 넘는 약 1킬로그램의 소금이 함유되어 있다. 해수에 용해된 물질의 약 85%는 나트륨과 염소 이온이며, 마그네슘과 황산염 이온이 그 나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년 바다로 40억 톤에 이르는 강물이 흘러들지만 해저의 침전물 속에서도 그에 비례하는 소금이 용출되기 때문에 전 세계 해수의 평균 염도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바닷물에 함유된 소금의 양은 대략 5×1016톤이나 된다. 이 소금을 전부 추출해서 지상에 넓게 펼쳐놓는다면, 전 세계 육지란 육지에는 눈 같은 소금 결정이 150미터가 넘게 쌓일 것이다.
땀과 눈물이 짠 까닭은 그것들이 마치 광천수처럼 혈관에서 새어나오는 염분을 함유한 림프액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눈물은 눈꺼풀 아래쪽에 있는 눈물샘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다른 샘에서는 눈동자 표면의 증발을 막아주는 유성막을 생산한다. 눈물의 가장 아래층에는 점액질이 있고 세균을 죽이는 라이소자임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이 물질이 매끄럽고 고르게 퍼지면서 각막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면서 보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임무를 완수한 눈물은 눈동자 안쪽 구석에 있는 구멍을 통해 우리 몸 깊고 으슥한 곳으로 다시 스며들어간다.
6장. 양면성을 가진 생명의 원소, 질소
질소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범한 공기 한 뭉텅이 속에 질소가 78%나 들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양으로는 2인자 자리를 차지하는 산소와 마찬가지로, 질소 원자들도 짝을 이뤄 분자를 이루고 있지만 질소 기체 분자 안에 있는이 한 쌍의 원자는ㅡ혹은 이질소dinitrogen는ㅡ대기의 다른 성분과는 생김새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다르다. 숨을 들이마시면, 일부 이질소들은 산소와 나란히 우리 체액 속으로 확산될 것이다. 스쿠버다이버들은 물속에서 압축된 공기를 마시면 혈액 속으로 질소가 과도하게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감압 과정 없이 너무 ᄈᆞᆯ리 수면으로 올라오면 혈액에 녹았던 질소는 기포를 형성한다. 이 기포들은 혈액의 순환을 막아 지독한 관절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하면 잠수병으로 발전하고 신경조직에 손상을 입혀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태양빛이 이질소 분자들을 두들기면 이에 반응한 분자의 전자는 리드미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데, 이 소리 없는 광학적 떨림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음악적 용어를 빌어 조화 진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질소와 산소 분자들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래서 태양빛이 부딪치면 그 빛을 사방으로 분산시키지요. 실제로 이 분자는 모든 색깔의 빛을 분산시키지만, 그중에서도 짧은 파장의 빛들을 주로 분산시킵니다.” 파라색도 짧은 파장의 빛이지만 보라색도 그렇다. 그런데 어째서 하늘은 보라색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음, 어떤 면에서 보면 하늘은 보라색이기도 하지요.”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은퇴한 크레이그 보렌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인간의 눈은 보라색보다는 파란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보렌이 측정한 바에 따르면 눈부신 정오에 하늘이 띠는 빛 가운데 5분의 1만이 진짜 파란색이라고 한다.
인간의 전체 체질량에서 질소 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3% 정도지만, 질소 원자는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가 존재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분자를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다. 질소 원자는 모든 근육의 건조질량에서 10~15%를 차지하고 있으며, 혈액의 헤모글로빈 속에서는 질소 원자 4개가 힘을 합쳐 녹빛의 철 원자 하나를 살며시 붙들고 있다. 뉴런의 이온 펌프들이나 콧속의 연골은 물론이고 모든 효소와 항체와 유전자들 속에도 질소 원자가 있다. 음식을 통해 질소를 섭취하지 않는다면, 탄소, 산소, 수소만으로 구축한 우리 몸의 물질적인 부분은 체지방과 체액만 남을 것이다.
여러 시대 동안 질소고정 박테리아는 질소 화합물의 생산을 독점해왔다. 박테리아 외에 유일하고도 비인간적인 유효 질소 공급원은 번개다. 번개의 굵기는 엄지손가락 정도지만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높다. 맹렬한 열기가 질소 분자들을 찢어놓으면 떨어진 질소 원자에 산소 원자가 달라붙는다. 대기를 가르며 내리치는 번갯불이 한 줄기 질소산화물 증기를 남긴 채 사라지면, 이 증기는 대기로 퍼져 결국 비와 눈에 섞여 땅으로 떨어진다. 비와 눈을 먹고 자란 식물은 또다시 다양한 먹이사슬의 양분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는 다른 대부분의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번개로 인해 먹이사슬에 유입된 질소가 어느 정도는 들어 있다.
인간의 날숨에는 질소 원자가 원형 그대로 나오지만, 초고온의 엔진 실린더를 통과해 나오는 질소는 대부분 산화물의 형태다. 몇몇 과학자들이 미국 환경보호국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대서양 연안의 모든 대도시들이 내뿜은 질소가 풍부한 스모그가 각종 폐기가스와 함께 우세한 서풍을 타고 먼바다로 날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료로 쓰이면 생명을 살리는 물질이 어떻게 생명을 그토록 난폭하게 파괴할 수 있을까? 질산염 분자들은 자신의 산소 원자를 매우 신속하게 떼어주고 불길을 키우기 때문에 평소에는 서서히 타는 불도 맹렬하게 폭발시킨다. 가령 질산칼륨을 다양한 비율로 숯과 황에 섞으면, 무기나 폭죽에 쓰였던 여러 가지 화약을 만들 수 있다
7장. 오래된 유산, 칼슘
뼈는 평균적인 성인 체중의 대략 3~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뼈의 제지방 건조중량이 3분의 2는 석질의 인회석이 차지한다. 주변의 환경과 원자들을 교환하는 인회석의 천연적인 성질 덕분에 인간은 스스로 몸을 편집할 수 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뼈에는 광물성 기질을 살짝 무력하게 만드는 천연 첨가물이 가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뼈의 건조중량의 약 7%를 차지하는 탄산염 이온들도 산에 잘 녹는 성질이 있다. 그 덕분에 우리 뼈는 필요할 때마다 쉽게 치료되고 재생된다. 음식을 통한 영양공급이 부실할 때 뼈가 칼슘과 인을 뽑아 쓸 수 있는 임시 채석장이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유사한 위협을 빈번하게 마주친다는 점에서 뼈와 초고층 건물은 닮았다. 건물을 지을 때는 철근으로 골조를 세운 다음 골조 주위에 시멘트를 붓는다. 그러며 강풍이나 지진에도 끄떡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뼈의 인회석에도 인대와 힘줄에 탄성을 부여하는 것과 똑같은 강하고 유연한 단백질인 콜라겐이 보강용 골조로 들어가 있다. 인회석과 콜라겐 기반으로 축조되어 강도와 탄성을 동시에 갖는 뼈의 성질 덕분에 우리는 물건을 잡아당기거나 들어올릴 수 있고 간혹 뼈가 부서질까봐 염려하지 않고도 어떤 것을 때리거나 칠 수 있다. 뼛속에는 수분도 상당히 많은데, 뼈의 총 질량의 20~30%는 오로지 물의 무게다. 비압축성 액체로서 뼛속에 골고루 분포된 필수불가결한 수분은 필시 충격에 대한 뼈의 내성을 강화해줄 것이다.
모든 인간의 뼈가 고유한 까닭도, 각자의 생활방식이 뼈의 구조에 그대로 나타나는 까닭도 모두 뼈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가령, 달리기 선수의 다리뼈 속에 함유된 인회석과 콜라겐은 포장도로에 부딪치는 발바닥의 충격을 잘 견디고 발목뼈와 정강이뼈 그리고 대퇴골에 붙은 근육의 당김을 완화하는 데 적합하도록 배열되어 있다. 다공질의 뼈 내부도 달리기의 충격과 장골 벽이 두꺼워질 때 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경직에 대비하도록 변경된다. 서퍼들의 경우에도 딱딱한 보드에 무릎을 꿇고 앉을 때의 압력으로 인해 무릎 바로 아래 정강이뼈에 소위 서퍼의 혹이라는 것이 발달한다.
8장. 지구 성장의 한계를 가름하는, 인
플랑크톤을 억제하는 제한 영양소는 인이다. 인은 일반적으로 암석이나 토양 속에 같혀 있거나 호수 밑바닥에 깊이 묻혀 있기 때문에 호수 물로 유입되기 힘든 성분이다. 우주를 통틀어도 희귀한 원소라는 점에서 인의 부족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태양계 안에서 인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3000만 배나 적고, 생명을 이루는 다른 주요 원소들보다도 수백 배나 적다. 오늘날 수생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플랑크톤성 조류들은 주로 서식하고 있는 물에서 인을 공급받는데, 용해된 인의 공급량이 적으며 플랑크톤의 부유량도 적다.
가정이나 공장에서 강이나 호수로 유입된 인산염 세제는 성가신 조류의 증식을 부추켰다. 수질 보호 차원에서 현재 인은 반들반들하게 가꾼 잔디나 농장의 들판, 혹은 하수 처리장 등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에서도 장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감시대상이다. 남세균류는 겉모습은 조류와 닮았지만 생명의 범주에서는 전혀 다른 부류에 속한다. 실제 조류와 남세균류의 차이는 쥐와 장미의 차이만큼 크다. 일부 남세균류는 신경과 간을 손상시키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이들이 서식하는 물은 식수는 물론이고 물놀이를 하기에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거울에서 보는 피부는 실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을 이루는 표피세포들의 잔해이다. 그 아래 조직을 투시해 볼 수 있다면 살이 있는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보일 것이다. 세포를 감싸고 있는 인산염이라고 하는 복잡한 분자다.
지구상에 인류가 이용 가능한 인사염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미국 지질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인삼염 광물 보유고는 14억 톤이라고 한다. 인 원자만 따지면 1억 8000만 톤이다. 이론상으로는 미국의 보유고만으로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0배가 넘는 3700억 명에게 인 원자를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과학자들은 인산염 부족 사태가 임박했다고 경고할까? 우리가 땅으로부터 얻는 인은 대부분 약 80~90%가량은 결코 우리 몸까지 들어오지 못한다. 그중 일부는 식량보다는 옷의 원료인 목화를 키우는 데 쓰인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 들판에 뿌려지는 인의 적어도 절반은 목표로 삼은 작물에 흡수되지 못한다. 뿌리에 닿기도 전에 빗물에 휩쓸려 지하수나 강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식품 부패, 버려지는 음식, 농장과 포크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타의 손실로 우리 몸속의 원자 총계는 땅에서 캐낸 합보다 적어진다. 인 원자들은 이제 쉽사리 캐낼 수 없는 곳에 저장되고 있다. 합리적으로 채굴 가능한 인산염 자원은 600억 톤가량이라고 한다. 매장량을 현재의 속도로 채굴할 경우 400~50년 사이에 바닥날 것이라고 한다. 흙에서 바다로 유실되는 인 손실은 인간의 개입으로 4배 이상 많아졌다.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현시대에 인간의 심리는 지질학과 생태학 그리고 화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예를 들어 채식을 즐기던 문화가 육식 위주의 미국식 생활로 바뀐다면 인의 수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이다. 비록 우주비행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소변의 물 분자들을 재활용해 마신다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혐오요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구상에 대규모로 버려지는 인 폐기물을 물로 바꾸기를 꺼린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강구한다면, 인간으로 인해 끊어진 인 재활용의 순환고리를 이을 수도 있을 것이다.
9장. 아름다운 순환
방사성 탄소 추적 연구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간 세포는 7~10년 사이에 대체된다. 예컨대 심장은 결합조직과 혈관들을 비롯해 심근세포보다 더 빨리 대체되는 다른 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조직의 18% 정도가 매년 재편성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우리 심장 대부분은 다섯 살이 채 안된다고 볼 수 있다.
소화기관을 따라 있는 세포는 며칠마다 대체된다. 위산이나 담즙 그리고 음식물 찌꺼기들이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마모를 감안하면 별로 놀랄 것도 없다. 입속의 미각세포의 수명은 열흘이고 피부세포의 대체 주기는 39일이다. 이 세포는 맨 바깥층에서 겨우 2주 정도 머물다가 수억 개의 조각으로 떨어져나간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폐기로 우리의 피부는 한 달에 1~2번 새로운 포장지로 덮인다.
적혈구 세포들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동맥의 격류와 빠져나가기 힘든 가는 모세혈관을 통과해야 하고,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신장의 삼투성 밀림 속을 수천 번 들락거리고 나면 보통 4개월 안에 적혈구세포들은 대부분 너덜너덜 헤진다. 그리고나면 비장과 골수 안에 있는 간세포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 1년에서 길면 2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간으로 대체된다.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들의 수명은 10년이다. 뼈와 근육도 끊임없이 대체된다. 우리 몸의 뼈 전체 생명 주기를 평균 10년으로 추측한다.
우리 몸에서 쉽게 구분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구조는 안구의 투명한 수정체 단백질과 치아의 에나멜이다. 당신이 칭찬이나 비난받은 어떤 일을 했든지, 진짜 용의자는 눈과 치아, 뇌의 일부, 어쩌면 먼 미래의 당신의 아이가 될 난자일 가능성이 크다.
우주 양성자들이 초고층 대기에 충돌하면 마치 당구공처럼 연속적인 충돌을 촉발하고 결국 빗나간 중성자는 질소 원자의 핵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이로 인해 질소는 방사성 탄소-14가 되고 곧바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 형태로 하강한다. 이런 식으로 매초마다 하늘의 0.8제곱미터당 수천 개의 방사성 탄소가 형성되는데, 일단 형성된 후에는 땅으로 떨어져 식물로 흡수되면서 먹이사슬로 유입된다. 물론 최종 소비자는 인간이다. 탄소-14의 무거운 원자핵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결국 아원자 조각을 뱉어버리고 다시 본연의 질소로 돌아간다. 탄소-14 하나가 언제 이렇게 붕괴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방사성 탄소의 원자핵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평균 5730년이 걸린다. 원자폭탄 시대의 후손인 우리는 핵 이전 시대를 살았던 조상들보다 방사성 탄소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방사능 오염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선청성 결손증이나 종양 환자가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과 이 세상의 다른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물질적인 것들은 아인슈타틴이 존재의 4차원적 기반이라고 설명한 시공간을 부유한다. 우주의 노쇠기에 물질과 에너지가 뿔뿔이 흩어지면 어떤 물질도 존재하지 못하고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무no-thing-ness만이 시공간에 고정된 채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